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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일침 455] 한진그룹 조씨 일가 사건, 오판을 거듭한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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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시민
기사입력 2018-05-01

 

지난 달 조현민 물컵 갑질 사건이 공개된 이래 필자는 오판을 거듭했다. 

처음에는 잠깐 쉬쉬하다가 잠잠해지리라 짐작했다. 3월에 광고대행사와의 회의 때 일어났다는 사건이 4월에야 알려졌고, 직접 다친 사람도 없다니까 말이다. 그보다 더 한 뺨치기나 몽둥이찜질 등 폭행도 재벌들이 적당히 무마해버린 경우가 얼마나 많은데,.. 

그런데 보도들이 잇달아 나오고 조현민의 다른 갑질과 폭언들이 기사화될 줄이야!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욕설 음성파일이 보도되고 한진그룹이 확인불가라는 태도를 취한 뒤, 전문가들이 나서서 목소리 주인공이 누군지는 몰라도 일상 업무상황에서 그 정도로 분노를 터뜨린 건 갑질 만이 아니라 충동장애, 분노조절장애 등 정신질환 증상일 수 있다고 분석할 때, 필자는 정신질환으로 몰아가서 법적처벌을 피하려는 꼼수가 나오리라 짐작했다. 미국에서는 대통령 저격범마저 정신질환 덕분에 형사 처벌을 면하고 정신병원만 드나들지 않는가. 

그런데 여태껏 정신질환을 이유로 조현민을 감싸주는 구체적인 언행이 나오지 않을 줄이야! 

 

4월 22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처음으로 공식 사과하면서 “땅콩회항”주역인 조현아와 “물컵 갑질” 주역 조현민을 그룹의 모든 직책에서 사퇴시킨다고 선포했을 때, 필자는 풍파가 곧 가라앉으리라 짐작했다. 한국 사람들은 정에 약하다고 회장이 나서서 사과하고 딸들이 가졌던 직위를 박탈했으니 적당히 넘어가겠지.

그런데 조용해지기는 고사하고 오히려 조씨 일가의 갖가지 비리가 더 많이 폭로되었다. 

사건 공개 후 출국했다가 귀국한 조현민이 갑질은 사과하면서도 컵을 던지거나 물을 뿌린 적은 없다고 줄곧 부인하는 행동이 무색하게, 그녀의 어머니 이명희 씨와 아버지 조양호 회장이 물건들을 던졌다는 폭로들이 이어진다. 

남에게 컵을 던지거나 물을 뿌렸음이 확인되면 폭행 또는 특수폭행 혐의가 적용되어 많게는 5년까지 징역을 살 수 있기에 조현민이 극구 부인했다는데, 부모의 갑질, 폭언, 폭행들이 확인되면 일가사람들의 징역 연수가 3월에 주목을 끈 박근혜 24년을 초과할 수도 있겠다. 

게다가 탈세, 밀수 등 혐의들도 숱해 알려졌으니 혹시 재벌 총수 일가의 형사판결기록을 갱신하지 않을까? 

 

거듭된 오판을 뉘우치면서 왜 조씨 일가가 다른 재벌 일가들과 달리 한국인들의 유다른 분노와 끈질긴 추적을 불렀느냐 생각해보았다. 서비스를 강조하는 항공업체의 성격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한국을 드나드는 사람들은 우선 비행기를 타게 되고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 영토로 인정되는 항공기를 통해 한국에 대한 첫 인상을 갖게 된다. 헌데 총수 일가의 비리, 비행이 국제적인 망신을 자초했으니 한국인들이 얼마나 불쾌하겠는가. 게다가 “대한”이라는 명칭이 붙여진 항공회사기에 한국인들의 분노가 한결 더하고 회사명칭을 박탈하자는 청원도 수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받는 것 같다. 단 회사명칭 박탈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니 맥이 빠지는 노릇이기는 하다만. 

 

조씨 자매의 갑질은 중국에서도 신속히 보도되었고 KAL의 서비스가 좋다면서 중국 항공회사들을 비웃던 사람들이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양질 서비스와 총수 일가의 대조는 너무나도 선명하여 아무리 뛰어난 작가라도 꾸며내지 못할 정도이다. 

한국에서 미투 운동이 두 달 쯤에 열기가 많이 식었는데 적어도 연극계의 문제는 확실하게 파헤쳤다. 달을 넘긴 조씨 일가 문제 폭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고 한국 기업들의 전반적인 반성과 개선을 가져올지 역시 알 수 없다만 대한항공의 썩은 부위만은 철저히 도려내어 대외로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하기를 기대해본다. 

 

《신화는 없다》는 자서전으로 신화를 만들었던 전 대통령의 신화가 깨졌다 해서 한국이 망신한 게 아니라 오히려 법치국가의 이미지가 더해진 선례 등을 보면 대한항공의 치부를 모조리 드러내는 게 장기적으로는 한국과 한국인들에게 큰 이득이 되겠다. 

이건 오판이 아니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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