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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일침 540] 오류투성이인 한국 전문가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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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시민
기사입력 2018-08-20

 

글이나 책을 흥미롭게 읽다가 막판에 심각한 오류가 발견되는 것만큼 흥이 깨지는 일은 드물다. 들인 시간과 정력, 감정이 아깝다. 반대로 글의 첫 부분에서 오류가 나오면 가벼운 기분으로 굽어보게 된다. 

며칠 전 한국 모 일간지에 실린 모 대학 모 교수의 글은 이렇게 시작했다. 

 

“역사적으로 대륙에서 강력한 통일국가가 등장할 때마다, 우리는 예외 없이 나라가 망하거나 전쟁을 겪었다. 한(漢)나라의 등장은 고조선의 멸망을 초래했고 백제와 고구려는 당나라의 등장으로 소멸했다. 고려는 명나라의 등장 직후 역사에서 사라졌고 조선은 신흥 청나라에 남한산성에서 굴복했다. 중국의 부상(浮上)은 우리에게 위기와 격변을 불러일으킨 사활적 문제이다.” 

 

천년 이상 역사를 짧은 글에 담았는데, 한국식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수긍할지 모르겠다만, 필자로서는 고개를 세 번이나 저었고 한 번 비틀었다. 한나라는 직접 고조선을 공격하여 멸망시켰으니 맞는 말이다. 그런데 백제와 고구려가 당나라의 등장으로 소멸했다는 건 이상하다. 중국의 수백 년 분열을 끝내고 태어난 강력한 통일국가는 당나라가 아니라 그 전의 수나라였는데 백제와 고구려가 그 때문에 망하지 않았다. 특히 백제는 수의 공격조차 받지 않았다. 백제와 고구려의 소멸은 신라가 당나라를 끌어들인 탓이 아닌가? 신라를 빼고 백제와 고구려의 소멸을 이야기해서야 말이 되는가? 당나라 등장으로 백제와 고구려가 소멸됐다면, 신라의 “삼국통일”을 공적으로 봐야 하나? 죄악으로 봐야 하나? 

고려가 이씨 조선 왕조에 의해 교체된 게 명나라와 무슨 직접적인 연계가 있는지도 이해되지 않는다. 대륙에서 역사적으로 강력했던 통일국가라면 원나라를 빼놓을 수 없는데, 고려의 경력을 빼놓고 논하니 고개를 비틀게 되는데, 굳이 친원파와 친명파의 투쟁으로 왕조 교체를 명나라와 결부시킨다면 억지스럽지 않을까? 

 

글쎄 “나라가 망하거나 전쟁을 겪었다”고 썼으니 필자의 의문들에 저자가 적당한 방패를 미리 갖춰놓았다고도 볼 수 있다. 허나 분명 틀린 부분도 있다. 조선이 남한산성에서 굴복했던 1637년에 청은 주로 중국 동북지방을 차지했을 뿐 “강력한 통일국가”와는 거리가 멀었으니 중원점령은 1644년에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항거세력들이 여러 곳에 존재했기에 청나라가 진정 통일국가로 된 건 한참 뒤의 일이다. 청이 명나라를 공격하기 전에 후방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조선을 친 게 1636년에 일어난 병자호란이고 그 결과가 남한산성에서 맺은 화약이라는 거야 역사상식이 아닌가. 

시작부터 고개를 저어서인지 저자가 현실 속 중국과 한국을 조공관계의 부활로 정의하고 중국에 겸양부터 배우라고 호소하는 결론들도 설득력이 강하지 못했다. 역사를 비뚤게 보면 현실도 제대로 보지 못한다. 역사를 고찰하고 현실을 살펴보면서 미래를 개척해나가려면 전쟁은 잠깐이고 평화는 오래다는 역사의 철칙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저자는 중국인들이 자기 글을 보고 한 수 배우기를 바랐을 텐데, 대륙의 강력한 통일국가의 등장과 “우리”의 망국, 전쟁을 직결시키는 논리를 뒤집어보면 대륙의 분열과 약소한 정권들이 한국에 유리하다는 논리로 되기에, 일본과 중국 타이완(대만)의 정객들이 주장하고 중국 대륙인들이 가장 싫어하며 경계하는 중국 분열론(일곱 개로 갈라져야 한다는 따위)을 연상시킨다. 하기에 중국 대륙인들의 반감을 사기 마련이고 따라서 그 겸양론이 대륙인들에게 먹혀들지도 못한다. 

 

결국 한국 일부 세력들의 구미에나 맞아서 호응을 얻을 글이다. 허점투성이고 악영향을 끼칠 글들이 대형일간지들에 실리는 게 신기하다. 한편 한국에서는 교수들이 정계에 진출하고 정객들이 교수로 변신하는 현상이 많기에, 유별난 역사관과 요상한 안목을 가진 사람들이 실권을 잡을 수 있어서 약간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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