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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혁명 완성을 위해서는 인적 청산이 절실하다

[대담]이세춘 민족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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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환 객원기자
기사입력 2018-09-21

추석을 앞두고 이세춘 (재)민족재단 이사장을 만났다. 민족재단은 다방면에 걸친 남북교류협력사업을 통해 통일에 기여하기 위해 2015년에 만든 재단이다. 이세춘 이사장은 90을 바라보는 나이임에도 통일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열정적으로 대화를 하였다. 

 

이세춘 이사장은 촛불혁명으로 정권교체가 되어 무척 고무되지만 산적한 과제가 여전히 너무 많다고 주장하였다. 특히 적폐청산이 지지부진한 것에 대해 문제의식이 컸으며 적폐청산이 제대로 되려면 인적청산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권교체 이후에도 주말마다 태극기부대가 서울 도심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 이는 이명박근혜 정권에 충성하는 공직자들이 여전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려면 반드시 적폐세력들을 인적청산해야 한다고 고언하였다. 

 

또 이세춘 이사장은 군사독재 시절 야당을 도왔다는 이유로 세무사찰을 받고 사업에 큰 타격을 입었는데 최근에도 비슷한 일을 겪고 있다며 정치적 탄압이 아닌지 의문을 제기했다. 

 

아래는 대담 전문이다. 

 

▲ 이세춘 민족재단 이사장     ©자주시보

 


 

 

문경환(이하 문): 안녕하십니까. 추석이 다가오는데 고향에 내려가십니까?

 

이세춘(이하 이): 나야 고향이 평양이고 실향민인데 어딜 가겠나?

 

문: 안타깝습니다. 그래도 이번에 문재인 정부가 세 번째 남북정상회담을 했는데 곧 고향방문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이: 그러면 다행이지. 그런데 정권 바뀌고 평양 의과대학에 기부를 하려고 방북신청을 냈는데 통일부는 계속 미루기만 하면서 허가를 안 하는 게 문제야. 재촉하면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기다리라는 말만 반복해.

 

문: 빨리 방북이 성사되면 좋겠습니다. 

 

이: 통일부도 그렇고 어디든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이전 정권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자리를 그대로 차지하고 있으니 심각한 문제야. 적폐청산하라고 촛불혁명으로 조기 정권교체까지 시켰는데 뭐하는지 모르겠어.

 

문: 적폐청산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이: 적폐청산이라는게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핵심은 인적청산이지. 사람을 바꿔야 해. 탄핵이 뭐야? 대통령만 바뀌면 그게 탄핵인가? 대통령이 쫓겨났으면 대통령 모시던 측근들, 고위 공직자들도 다 알아서 물러나야지.

 

문: 그래도 장차관들은 대부분 바뀌지 않았나요?

 

이: 장차관만 문제가 아니야. 정보기관, 수사기관, 판검사들, 세무기관에서 구 정권에 충성하는 공직자들, 말하자면 충견들이 99%가 아직도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그러니 태극기 부대가 주말마다 기승을 부리지. 주말에 서울시청 앞에 한 번 나가봐. 아주 가관이야.

 

문: 그건 정말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 태극기 부대가 아직도 활개칠 수 있는 건 누군가 돈을 대고 있어서야. 다시 자기들 세상이 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돈줄이 있는 거지. 돈줄을 막으면 태극기 부대는 자연히 사라지게 돼 있어.

 

문: 그걸 합법적으로도 할 수 있는 건가요?

 

이: 당연하지. 과거 독재정권이 야당이나 재야를 탄압할 때 어떻게 하는 줄 아나? 민주화 투쟁을 후원하는 사업가에 대해 세무사찰, 세무조사라는 전가의 보도를 휘둘러 패가망신시키는 거야. 그러면 아무도 무서워서 후원을 못하지. 

 

문: 마치 미국이 북한에게 경제제재를 하는 것과 비슷하군요.

 

이: 맞아. 나라 사이에도 대국이 못마땅한 소국을 혼쭐낼 때 돈줄을 틀어막는 거야. 이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다 똑같아. 일제강점기에는 독립운동가에게 헌금을 보낸 자를 발각하면 체포하고 가족까지 귀신도 모르게 몰살시켰어. 그러니 그 때 독립운동가에게 돈을 댄 애국자의 이름은 전혀 남지 않았지. 

 

문: 지금은 사람을 죽이기까지는 않겠죠?

 

이: 목숨은 살려주는 거지. 나도 전두환, 노태우 군부독재 시절에 김영삼을 후원했다가 혹독한 세무사찰을 당했어. 지금이야 평가가 다르지만 당시엔 김영삼이 민주화 운동을 이끌던 야당지도자였거든. 

 

문: 세무사찰 받은 건 어떻게 됐습니까?

 

이: 재판만 10년을 했는데 김영삼이 대통령 당선되고 취임 1주일을 남겨놓고 패소했어. 도합 4억8천만 원을 추징당했는데 강제집행으로 아내는 기절해 쓰러지고 우리 집은 완전히 패가망신했지. 괘씸한 건 김영삼이 내 후원을 받고서도 구제해주지는 않더군. 자세한 건 내가 쓴 『나의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를 보면 나와. 그때 나만 피해를 입었을까? 아마 민주화를 위해 헌금을 바친 많은 이들이 세무조사나 다른 검은 그림자에게 피해를 입었을 거야.

 

문: 그래도 군부독재가 끝나고는 그런 일이 없었겠죠?

 

이: 아니야. 그 뒤로도 내가 이런저런 통일운동단체나 민주화운동 단체에 후원을 많이 했는데 세무조사나 이런저런 검은 그림자 때문에 곤욕을 치렀어. 이명박, 박근혜 정권 아래서는 말할 것도 없고. 

 

문: 이제 촛불혁명을 통해 정권이 바뀌었으니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겠죠?

 

이: 모르는 소리. 정권이 바뀌면 뭘하나. 아까 얘기한 것처럼 박근혜한테 충성하던 자들이 고스란히 원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데. 

 

문: 그럼 최근에도 비슷한 일을 겪으셨나요?

 

이: 작년 가을에도 세무조사를 나왔더라고. 그런데 세금 문제야 복잡하니까 자세히 얘기할 필요는 없고, 이상한게 실제로는 와서 별로 조사하는 것도 없고 한다는 얘기가 “조국과 민족을 위하여 참으로 훌륭한 일을 많이 하셨는데 존경합니다” 그러는 거야. 그리고는 과거 전두환 시절에 김영삼을 도운 일을 언급하더니 최근에 자주시보라고 인터넷 언론에 기사 실린 것도 봤다는 거야. 세금조사하러 와서 그런 얘기를 왜 하는지 이상하더라고. 

 

문: 그저 인사치레일 수도 있지만 듣기에 따라서는 진보언론과 인터뷰하지 말라는 압박으로 느낄 수도 있겠네요. 

 

이: 그래 내가 세무당국에서 하라는 대로 했는데 내가 탈세를 했다는거냐고 물으니 탈세했다는 것은 아닌데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말만 하는거야. 그리고는 이건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게 아니고 위에서 결정한 거라고 하더군. 나중에 세금고지서가 나온 다음 심사청구를 했는데 직권남용으로 부당하게 과세했다는 걸 심판관 모두가 인정했지만 심판장인 서대문세무서장이 “내가 세금 내라 하고 내가 뒤집을 수는 없다”며 고집해서 심사청구가 기각됐어. 

 

문: 이건 제가 내막을 모르니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이: 뭐 이 이야기는 됐고 아무튼 문재인 정부가 촛불혁명으로 탄생했고 많은 일을 했다지만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이명박, 박근혜로 이어진 독재 치하에서 희생당하고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 대한 보상은 반드시 이뤄져야 하지. 지금도 양심수들이 사면을 못 받고 감옥에 있지 않나? 그리고 구 정권의 충견들을 모조리 색출해서 처벌해야 촛불혁명이 진정으로 성공했다고 할 수 있을 거야. 

 

문: 오늘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아무쪼록 남북관계가 빨리 나아져서 고향 땅을 밟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원합니다. 

 

이: 정상회담을 세 번이나 했으니 좋은 소식 오겠지. 통일만 된다면야 내가 당한 억울한 일이야 뭐 그리 중요한가. 다 잊을 수 있지. 

 

*대담 후 통일부에서 방북 승인이 나왔다. 이세춘 이사장은 평양과기대 초청으로 9월 27일~10월 1일 평양을 방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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