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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 대화 반대 진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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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흥노 재미동포
기사입력 2019-04-04

 

미국이 남북 관계 개선 소리만 들어도 짜증내고 신경질을 피운다.

 

문재인 대통령이 15만 평양시민들 앞에서 역사적 명연설을 하고 관중들이 뜨겁게 열광적 호응을 보이자 세계가 놀랐다. 아니, 미국은 기절해 까무러쳤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거기서 미국은 남북이 뭉치는 날엔 위대한 함과 위력이 창출될 걸로 본 게 분명한 것 같다. 그때부터 줄 창 ‘속도조절’ 소리를 하더니, 어느 날 돌연 비건 특별대표가 서울에 날아갔다. <한미실무구룹>이 급조됐다. 이건 ‘제2조선 총독부’라 불리는 내정간섭 기구다. 이제는 북측 개최 남북공동행사에 남측 참가자는 카메라, 콤퓨터까지 지참 허용이 안 된다. 남북 관계 개선은 꿈도 꾸지 말라는 명령이라고 봐야 맞다.

 

남북 관계 발전이 비핵화보다 앞서가선 안 된다는 게 미국의 변이다. <분단>, <휴전> 에 대한 핵심적 책임 당사자가 미국이다. 일말의 책임감을 느끼고 좀 뉘우침이라도 있어야 정상인데, 오히려 그걸 유지 고수하는 걸 큰 선행이라도 베푸는 것처럼 우쭐대고 있다. 한반도 남쪽 땅은 냉전시대엔 반공의 보루로, 냉전 해체 후는 중러 견제 봉쇄 전초기지 역할을 충실히 해오고 있다. 그러니 ‘민족통일’ 이요 ‘평화체제’요 따위 소리를 듣는 것조차 괴로울 뿐일 것이다.

 

1차 <싱가포르 조미선언>은 문제를 포괄적으로 접근한 매우 현실적 실질적 지침서다. 조미 대화 반대 세력은 ‘탑다운’ (Top Down) 형식이 문제라거나 ‘이행계획서’ (Road Map)가 없어서 선언 이행이 정체되고 있다며 폄훼한다. 제아무리 완벽한 이행 절차가 있다 해도 실천 의지가 없으면 말짱 허사가 되는 걸 하노이 회담에서 똑똑히 봤다. 북측 수용불가 제안을 내민 건 판을 깨기 위한 구실이지 협상을 진전시키려는 건 아니다. 이번 하노이 공동선언 작품은 북미 실무진들이 합숙까지 하며 머리를 맞대고 합의에 이른 멋진 문서다. 트럼프도 기자회견에서 “이번에 서명할 수도 있었으나 지금은 아니다”는 말을 몇 번이나 되풀이 한 건 서명 준비가 돼있었음을 의미한다. 진보건 보수건 간에 70-80%가 서명될 걸로 믿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이건 전적으로 의지의 문제다. 오로지 트럼프이기에 가능한 최후 순간 변절이다.

 

조미 대화 반대 세력 다수의 머리속에는 북한은 ‘동네북‘이고 ‘악의 축’으로 각인돼 있다. 북은 대화 상대가 아니라 때려 부셔야 할 목표라는 사고방식이 지배적이다. 아직도 2017년 ‘힘의 균형’ 이전의 생각에 머물러 있다. 이들은 한반도에 평화가 깃들면 남북 교류 협력에 탄력이 붙어 삽시간에 밀착돼서 미국의 통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동시에 남북이 중국과 러시아의 정치, 경제, 군사적 영향으로 빨려 들어갈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동북아 패권경쟁에서 미국은 후퇴하게 되고 결국 주한미군의 존재까지도 위태롭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내색은 않지만, 한국은 미국이 키워낸 특급 ‘봉’ (鳳)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 감히 누구도 건드려선 안 되는 ‘불문율’로 돼있다. 남녘땅에 묻어둔 꿀단지에서 70년 넘게 진 꿀을 빨아먹는 짜릿한 그 맛을 포기한다는 것을 상상하기도 싫을 것이다. 그러나 2018년을 기해 상황이 과거와 판이하게 달라졌다는 걸 알아야 한다. 제재 압박은 문제를 악화할 뿐이지 해결책은 아니다. 평화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 판단 능력이 워낙 탁월한 트럼프라서 일찍이 그것을 터득한 인물이다. 이점에서 대화 반대파들과 차별화가 된다.

 

입만 벌리면 ‘한미동맹’이요 ‘한미공조’를 주문처럼 외우는 게 문재인 정부 아니던가. 그런데 하노이 회담 결렬 30분 전까지도 청와대는 판이 깨지는 것을 눈치조차 채질 못했다고 알려졌다. ‘한미공조’의 실체를 똑똑히 봤다. 이번 하노이에서 보인 트럼프의 변절은 국제적 망신이다. 실로 남북 두 정상에게는 지대한 결례이자 참기 어려운 모욕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물론 자국 내 어려운 사정 때문이라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진짜 이건 해도 너무 했다. 금단의 선을 넘어선 것이다. 그런데 ‘한미동맹’에 목을 매는 사람들은 무슨 변명을 할까? 그게 궁금하다.

 

고강도 제재 압박이 평양을 대화에 나서게 했다는 주장과 ‘힘의 균형’이 미국을 대화에 나오게 했다는 주장 사이에서 큰 차별화는 비핵화 처방 (해법)이다. 전자는 조금만 더 가혹한 제재 압박을 가하면 북한이 손들고 항복한다는 주장을 고집한다. 이런 헛꿈을 꾸는 망상가들이 서울, 워싱턴 주변에 꽤 많다. 후자는 평화적 외교적 대화를 통한 비핵화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주장한다. 남북미 정상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의 비핵화 의지와 결의는 높아 보인다. 그래서 희망을 버려선 안 되는 것이다.

 

일단 트럼프가 국내 어려운 정치적 고비를 넘겼다고 볼 수 있다. 비핵화라는 이 절체절명의 과제를 차기 정부로 넘겨선 안 된다는 걸 모를 리가 없다. 김정은 위원장의 인내도 한계가 있다는 것도 잘 안다. 북측의 <메아리>가 조언한 바와 같이 “반대 세력에 휘둘리지 말고 뱃장으로 밀고 나가라”는 말을 꼭 염두에 둬야 한다. 물론 철지나고 허황된 ‘선비핵화’ 소리는 그만해야 한다. 하노이 회담에 적용됐던 ‘단계적 비핵화’ 원칙이 적용되면 큰 성과를 쉽게 내올 수 있다. 이제 진짜 시간이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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