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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일침 595] 북의 동시집과 종북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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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시민
기사입력 2019-05-17

 

조선(북한)이 폐쇄된 사회여서 조선 사람들이 세상물정을 모른다는 풍자가 많다. 그러면 한국은 과연 공개된 사회이고 한국인들이 정확한 정보들을 알까? 

 

16일 모 대형 일간지가 조선이 2018년에 펴낸 동시집에 ‘미국과 한국을 비난하고 적대감을 고취한 내용들이 담긴 것이 확인됐다’라는 기사를 실었다. 

 

동아대 강 모 교수가 입수해 15일 공개한 “북한 내부 도서 《축포성》”은 표지사진도 곁들였고 약 190페이지 분량에 동시 130여 편이 담겼는데 어떤, 어떤 내용들이라고 제법 구체적으로 소개됐다. 

 

그런 내용을 보고 또 강 모 교수의 “남북, 미·북 관계가 가장 좋았다는 작년에 이런 책이 나왔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 겉으론 상냥한 미소를 짓는 북한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우리가 북의 위선에 속고 있는 건 아닌지 곱씹어 봐야 한다."는 충고를 보면 정말 북한은 믿을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올 법 하다.

  

그런데... 세상에서 “그런데”보다 무서운 말도 많지는 않겠다. 기사와 강 교수의 주장에 중요한 정보가 빠졌다. 구체적인 출판날짜이다. 

 

한국에서 “대외비”라는 개념을 조선에서 “내부에 한함”이던가 라고 하는데 중국에서 어쩌다가 그런 글자가 찍힌 책을 볼 수 있다. 허나 《축포성》은 아무런 제한도 없는 공개출판물이었다. 굳이 “북한 내부 도서”라고 말할 이유가 없다. 필자도 지난해에 이미 본 적 있는 책이다. 

 

본론으로 돌아와 출판날짜를 따지면 《축포성》은 맨 뒤 판권 페이지에 밝혀졌다시피 2018년 3월 15일에 인쇄되어 3월 22일에 발행되었다. 

 

▲ 북 동시집 '축포성'의 판권지    

 

2018년 3월은 조미 정상회담이 갓 보도되기 시작하던 때이다. 많은 한국인들이 당시 기대와 우려가 반반이던 분위기를 기억하리라고 믿는다. 책이란 작품들을 모으고 편집하고 출판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특히 사회주의국가에서는 몇 달 지어 그 이상 시간이 든다. 전해인 2017년쯤에 아이들이 쓴 작품들을 2018년 3월에 펴낸 걸 놓고 그 무슨 남북관계, 북미관계가 좋았다는 전제를 들먹이면서 위선을 운운하는 게 우습지 않은가? 

 

조선 도서들을 보통 한국인들이 소지하면 무슨 법에 걸리기 십상이라는데, 남다른 특권을 가진 교수가 책을 입수한 걸 자랑하면서 연구결과를 내놓으면서 출판날짜를 빠트린 게 실수라면 학술적 연구의 기본을 잃은 것이고, 의도적으로 빼놓아서 자신의 결론을 한국인들이 받아들이도록 노렸다면 학자의 양심이 의심스럽다. 

 

보도에 의하면 《축포성》은 통일부의 북한 자료센터에도 보관 중이인데 단 특수도서로 분류되어 일반엔 공개되지 않는단다. 한국에도 그 책을 본 사람들이 있을 테지만 지금까지 경험에 의하면, 한국 “북한 전문가”들의 오류를 한국인들이 정확히 지적하는 건 가물에 콩 나나기이다.  

 

어느 기자가 “언제”를 빠트린 기사를 쓰면 절대 실어주지 않을 대형 일간지가, “출판날짜”를 빼먹은 학자의 결론을 그대로 실어준다는 게 그저 실수라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찜찜하다. 

 

가끔은 욕을 하지 않는 필자 스스로가 대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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