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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번엔 평양으로 달려갈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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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흥노 재미동포
기사입력 2019-06-14

                                                                                        

문정인 통일안보외교 특보가 트럼프의 방한 전에 약식이라도 남북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나야 한다고 <한국일보>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거기서 어떤 돌파구가 보이면 재빨리 미국과 협력해 한미 정상회담을 열고 곧이어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도록 하는 게 좋다고 했다. 또 그는 판문점에서 남북미 3국 정상회담을 한다면 ‘금상첨화’라고 말했다.

 

문 특보가 굳이 판문점을 남북→한미→북미→남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택한 데에는 그곳이 갖는 특이한 상징성 때문으로 보인다. 이곳은 전쟁의 상징, 분단의 상징, 이념 대결의 상징이 깃들어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미 낡은 고물이 돼 사라진 냉전이 지구촌에서 유일하게 상존하는 신냉전 지대라는 점도 고려됐을 수 있다.   

 

특별히 판문점에서 평화를 논한다는 것은 지역의 평화는 물론 세계 평화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안겨준다는 점에서 매우 의의가 있다고 봐야 한다. 또 평화를 논하는 지도자들에게 반드시 평화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게 할 것이라는 점도 고려됐을 것 같다. 세계 유일 분단, 세계 최장 휴전, 세계에서 가장 첨예하게 무력이 집중적으로 배치된 판문점에서 전쟁을 끝장내고 평화를 내오자고 논의하는 것, 바로 그 자체만으로도 세계 평화 건설에 크게 기여하는 것이다. 

 

핀란드 헬싱키의 대통령궁, 한-핀 정상 기자회견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북미 간 물밑접촉이 진행되고 있어 조심스럽게 남북,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기대한다고 했다. 지난 2월 하노이 회담 무산 이후 몇 달째 너무 잠잠해서 온갖 추측이 난무했었다. 마침내 문 대통령이 유관국들 사이에 물밑접촉이 진행되고 있다는 걸 공개적으로 밝혔다. 트럼프가 1주일 전 아일렌드 방문 중, “적절한 때에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길 고대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김정은 위원장은 거래 (Deal)를 하고 싶어 하고 나도 거래를 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 

 

6월 5일, 미 국무부 대변인은 “단계적 동시적”으로 비핵화에 성과를 내야 한다고 했다. 하노이 회담 이후 처음으로 미국의 태도에 변화가 있음이 감지됐다. 6월 11일, 트럼프는 아이오와로 유세를 떠나면서 “아름답고 따뜻한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받았다”고 싱글벙글 자랑했다. 또 “우리는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무슨 일이 일어날 것으로 관측된다”는 말도 했다. 최근 주변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종합해 보면 뭔가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한 막후 접촉이 유관국들 간에 진행되고 있다는 게 확실해 보인다. 하노이 회담 결렬에서 얻은 교훈이 작동한 것으로 보이는 생산적 결과물이 조만간 나오리라 짐작된다.   

 

문 특보의 판문점 3국 정상회동 구상은 매우 기발하고 건설적인 제안이다. 좋은 평가를 받을 충분한 가치가 있다. 트럼프의 방한 전에 김정은 위원장 방남이 성사된다면 남북, 북미가 당면한 제반 문제들이 쉽게 잘 풀려나갈 수 있다는 신호로 풀이될 수 있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미국이 고집하던 ‘빅 딜’ 혹은 ‘선 비핵화’ 주장을 접고 ‘단계적 동시적’ 혹은 ‘행동 대 행동’ 원칙으로 방향 전환을 했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다. 동시에 김정은 위원장 방남에 대해 트럼프의 지지 표명이 분명 있었다고 봐야 옳을 것 같다.

 

문 특보의 제안대로 유관국들의 판문점 회동이 어렵다면 평양이 강력한 대안이 돼야 한다. 트럼프가 평양으로 달려가야 할 차례다. 그가 진정으로 평화를 사랑하고 실천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적지의 수도를 마다하지 않고 뛰어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의 위대하고 슬기로운 용기를 이번에 과시할 필요가 있다. 그의 평양 방문은 바로 방문 그 자체가 기적이 된다. 지구촌을 완전히 흥분과 열광으로 뒤덮이게 할 것이다. 물론 선전 홍보 측면에서도 이 이상 완벽한 성공은 기대하기 어렵다. 

 

수십만, 아니 수백만 평양시민이 트럼프를 맞이할 것이다. 평양 시민들의 환영 꽃다발이 평양에서 펼쳐질 수 있으며 트럼프를 위해 ‘인민의 나라’라는 이름의 집단체조 공연이 ‘5.1경기장’에서 펼쳐질 수 있다. 경기장에 운집한 15만 관중들 앞에서 트럼프는 “70년 적대관계가 오늘로 끝났다. 오늘 부터 새로운 조미 친선관계가 시작된다”고 역사적 명연설을 할 절호의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평양 조미 정상회담에서 ‘싱가포르 선언’ 이행을 위한 구체적 합의를 한다면 트럼프야말로 2차 대전 승리의 열강 정상들 보다 더 위대한 업적을 쌓게 된다. 세계적으로 트럼프에 대한 평가는 더 높아질 것이며 ‘노벨 평화상’까지 목에 걸 수 있다. 재선 승리도 ‘받아 놓은 밥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랫동안 트럼프는 뮬러 특검과 반트럼프 세력 (Deep State)의 연합전선, 즉 2개 전선과 대치하며 버거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사실상 2020년 대선전은 트럼프에겐 생과 사 (죽느냐 사느냐)의 판가리 싸움이다. 실제 미국의 대선도 김정은 위원장에 의해 좌지우지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트럼프의 운명도 김정은 위원장 손에 달려있다고 봐도 지나친 표현이 아니다. 트럼프 재선 가도에 ‘천군만마’의 큰 힘을 실어줘서 파란불을 켜줄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을 김정은 위원장이 다 가지고 있다. 미국의 양심을 예리하게 반세기에 걸쳐 쑤셔대는 ‘푸에블로’ 간첩선 반환은 미국의 가장 오랜 숙원사업의 하나다. 평양 조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에게 문제의 스파이선 반환을 약속하는 날에는 미 국민들이 트럼프에게 일약 위대한 영웅 칭호를 수여할 것이 확실하다. 

 

친선 평화를 위해서라면 당연히 간직해야 할 전리품까지도 김정은 위원장이 돌려주는 아량과 관대함을 세상에 과시하게 된다.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바로잡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동시에 82명 미 해군 포로 석방 당시 미국 측의 사죄가 있었지만 다시 한번 트럼프의 불법적 정탐활동에 대한 사과를 받아내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 양의 탈을 쓰고 있는 미국의 가면을 여지없이 까밝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반세기나 역대 정권 아무도 감히 부끄러워 입 밖에도 꺼내지 못하던 ‘푸에블로’ 간첩선 반환을 위해서라도 트럼프가 이번에는 평양으로 기수를 돌려야 한다. 재선 성공은 물론이고 노벨 평화상 수상의 영광을 안고 세계 비핵화에 기여하는 세계적 지도자로 군림하게 될 절호의 기회를 결코 놓쳐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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