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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차] 딜레마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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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시민
기사입력 2019-06-23

 

♨ 미국 비자 신청자가 5년 이내 소셜 미디어 기록을 제출해야 한다는 소문이 퍼지던 초기에 중국에서는 반미 성향 사람들의 미국 방문과 관광이 어려워지겠다는 반향이 나왔다. 하지만 정작 5월 31일부터 미국이 새 제도를 실시한 다음에는 친미 성향 사람들이 오히려 더 어렵겠다는 풍자가 퍼진다. 미국이 워낙 이민 경향을 엄청나게 경계하는데, 미국이 어떻게 좋다고 줄기차게 떠들었으면 이민 위험성이 있다고 비자 신청이 거부될 확률이 높아지지 않겠는가? 그러니 미국에 갈 계획이 있는 중국인들은 쓰는 큐큐(QQ)나 위쳇 따위 플랫폼들에서 미국을 칭찬해도 매도해도 비자거부위험이 있으니 말조심, 글 조심해야 한다. 한국인들도 소셜 미디어들만 다를 뿐 마찬가지로 미국 찬양도 미국 비판도 부담스럽기 마련이다.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 미국 운송업체 페덱스가 5월 중순에 일본에서 중국 화웨이 회사 사무실로 보내는 서류들이 든 화물 2개를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페덱스 본부로 보냈음이 드러난 다음 페덱스는 택배 실수라고 해석했다. 그런데 이달에 페덱스는 미국 《퍼스널 컴퓨터》 잡지사의 영국 편집자가 테스트용으로 미국 본사로 보내는 화웨이 P30 휴대폰을 반환하면서 미국 정부 금지령을 들먹였다가 잡지사와 다른 미국 매체 및 사이트들의 “금지령 오독”이란 비판을 받은 다음 조작 실수라고 해석하면서 잡지사에 사과했다. 페덱스가 미국 정부나 정보기관의 지령에 따라 움직인다고 시인하면 쫄딱 망하게 되고, 자꾸만 실수라고 해석하면 대형 택배회사의 상업 신용을 잃게 된다. 역시 딜레마다. 

 

♨ 장외투쟁을 전전하면서 국회를 식물화해버린 자유한국당은 윤석열 검찰총장 지명으로 딜레마에 빠졌다. 내버려두면 눈에 든 가시 같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탄생하겠고 국회 인사청문회에 등장하면 장외투쟁 명분이 어디로 가겠는가? 한국당이 “북한 어선 해상 대기 귀순” 사건을 이유로 대정부 공격을 강화하면서 대기귀순사건과 윤석열 인사청문회를 밀몰아 국회에 나가겠노라고 한 건 딜레마 탈출을 위해서가 아닐까 싶다. 

 

♨ 일본 수상 아베의 이란 방문이라는 민감한 시기에 민감한 수역에서 일본과 노르웨이 소속 유조선 2척이 의문의 폭발로 큰 손실을 본 직후, 미국은 이란이 공격했다고 단언하면서 “증거”들을 잇달아 제시했다. 영국은 미국의 주장에 찬성했으나 당사자인 일본이 믿지 않았고 이란은 강력히 부인했다. 열흘도 지나지 않아 이란은 미국 무인기를 자국 영공에서 격추했다고 보도하고 잔해들까지 공개했다. 하지만 미국 대통령 트럼프는 이란이 의도적으로 격추한 게 아니라 어느 나사 풀린 장군의 실수로 그랬을 것이라는 이상한 해석을 가했고, 미군의 이란 공격 직전에 자신이 공격을 철회시켰노라고 자랑했다. 이유 또한 기발하다. 보복 공격으로 150명이 죽게 되고 그게 무인기 1대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란다. 이란이 하지 않았다는 유조선 사건은 이란 소행이라고 단언하면서 으르렁거리던 미국이 이란이 했다고 밝힌 무인기 격추사건은 적당히 넘어가면서 새로운 제재를 가하겠노라고 엄포를 놓으니, 미국의 대 이란 정책이 혼란 상태에 빠졌음을 알 수 있다. 미국 정객들에게는 이만저만한 딜레마가 아니다.

 

♨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소강상태에 처했던 조선(북한)과 미국의 관계가 요즘 쌍방의 “친서 외교”로 새로운 전환을 예시한다. 트럼프로서는 6월 말로 예견된 한국 방문에서 모종의 획기적인 언행을 보여줘야 재선에 이롭다. 시위 때마다 태극기와 함께 미국 성조기를 휘두르던 한국 극우파들로서는 트럼프의 방한 과정에서 성조기를 드느냐 마느냐 이것도 딜레마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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