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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35]판문점 3차 북미정상회담 주요 장면들

북한의 전략이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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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환
기사입력 2019-07-09

전 세계의 이목이 판문점에 집중되는 가운데 뜻깊은 북미 정상의 상봉이 있었다. 이번 상봉은 장장 50분이 넘는 대화로 이어져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에 이은 판문점 3차 북미정상회담이라 불러도 무방하겠다. 

 

1. 

 

▲ 판문점에서 만난 북미 정상.     © 자주시보

 

이 사진을 보면 북미 정상 두 분이 대등하게 서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3차례의 북미정상회담에서 확인된 김정은 위원장의 모습은 당당함 그 자체였다. 지금껏 미국을 이렇게 대등하게 상대한 나라가 있었나 싶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7월 1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36살의 북한 최고지도자가 전 세계의 대통령인 트럼프 대통령, 또 대한민국 대통령과 함께 대등하게 이끌어가는 것을 보면 참 대단한 분”이라고 말했다. 미국 대통령은 전 세계 대통령을 자처하고 있으며 이를 인정하는 사람도 많다. 그런 미국의 대통령과 대등하게 만남을 이어가는 김정은 위원장을 보면 같은 민족으로서 민족적 긍지를 느끼게 된다. 

 

한 나라의 국력, 위대성을 규정하는 결정적 요소는 영토의 넓이나 경제력이 아니라 그 나라를 이끄는 지도자의 위대성임을 이번에 분명히 보게 되었다. 정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손을 잡고 통일을 하면 우리 민족이 세계 최강이 될 것이라는 희망과 신심이 온 몸에 가득 차오른다. 

 

2. 

 

▲ 판문점 경계선을 넘어 북한 땅을 밟는 트럼프 대통령     © 자주시보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은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북한 땅을 밟았다. 분단과 대결, 전쟁의 상징이었던 판문점이 새로운 질서의 상징, 평화와 관계개선의 장소로 전변했다. 한 마디로 그동안 북미 사이의 대결, 적대관계가 깨지고 새로운 신뢰 관계로 넘어가는 것을 상징한다. 이는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이 파산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북미 양국의 적대적 대결 관계를 만든 것은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이었다. 북한이 선제적으로 대미 적대정책을 폈다고 볼 수 없고 미국의 적대정책에 대응했다고 보는 게 아마 객관적일 것이다. 

 

군사 분야를 보자. 

 

정전협정 체결 4일 만에 미국은 협정 13항 ㄹ목 “한국 경외로부터 증원하는 작전비행기, 장갑차량, 무기 및 탄약을 들여오는 것을 정지한다”는 합의를 위반해 106문의 포와 수십만 발의 각종 총포탄을 반입하다 중립국감독위원회에 적발되었다. 그리고 1957년 6월 21일 군사정전위원회 75차 회의에서 정전협정 13항 ㄹ.을 이행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하고 한국에 핵무기를 배치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코앞에 핵무기가 배치되자 북한은 4대 군사노선과 경제-국방 병진노선을 채택해 방어에 나섰다. 

 

미국은 공식 군사전략에서도 북한 붕괴와 점령을 명시하고 있다. 작전계획 5027은 북한 정권의 제거를 목표로 선제공격해 북한을 점령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현재 한미연합군이 도입하고 있는 작전계획 5015에도 북한 점령 내용을 담고 있다. 반면 북한의 공식 군사전략에는 워싱턴 점령 내용이 없다. 

 

정치 분야를 보자. 

 

미국은 북한 정권 전복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미국은 2004년 3차 6자회담을 준비하면서 마련한 대북 협상안에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북한 정권 전복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넣으려 했으나 럼즈펠드 국방장관과 백악관 측에서 반대해 이를 삭제하였다. 럼스펠드 장관은 2011년 발표한 회고록에서 “외교적 경제적 압박을 강력히 펼치면 북한 군부의 고위 장성 일부가 김정일 체제를 전복시킬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북한에 대한 인권공세를 펴온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미국의 체제 전복 정책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2017년 마이크 폼페이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아스펜 안보 포럼에서 “핵무기를 포기하게 만들어 한반도를 비핵화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위험한 점은 지금 그 핵무기를 통제하는 사람의 성격”이라고 지적하며 “현 정부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우리가 북한 핵무기와 통치자를 떼어놓을 수 있느냐는 것 아니냐? 북한 핵무기와 통치자를 분리시키는 데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며 북한 정권 교체를 주장했다.

 

반면 북한은 미국의 자본주의 제도를 뒤집는 걸 국가정책으로 내세운 적이 없다. 역사적 경험을 봐도 북한이 미국에게 대북 적대정책을 폐기하라고 요구했지 미국이 북한에게 대미 적대정책을 폐기하라고 한 적은 없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 시기부터 지금까지 미국에게 대화와 관계 개선을 요구해왔다. 

 

미국은 북한을 폐쇄적이라며 개혁개방에 나서라고 하지만 실상은 미국이 북한을 봉쇄해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막고 있다. 밖에서 자물쇠를 잠그고서 안에서 문을 열어야 한다고 공세를 편 것이다. 예를 들어 세계 최장신 농구선수인 북한의 리명훈은 미프로농구(NBA)에서 눈독을 들이고 영입을 추진했고 북한도 이에 호응했으나 미국의 대북제재에 막혀 끝내 무산됐다. 경제개방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이미 곳곳에 경제특구를 만들고 법제화까지 하면서 외국 자본 유치를 추진하고 있지만 미국의 경제봉쇄로 막힌 상태다. 

 

이처럼 북미 관계는 미국이 북한을 적대시하면서 대결과 적대관계로 굳어졌다. 그러나 지금 북미 사이의 적대관계는 점점 허물어지고 있으며 상호 존중과 평화의 새로운 질서로 가고 있다. 이는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이 파산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 

 

3. 

 

▲ 트럼프가 올린 트위터.     © Trump

 

트럼프 대통령은 왜 김정은 위원장에게 만남을 요청했을까? 트럼프 대통령이 뭘 바랐는지는 쉽게 알 수 있다. 북한이 언급한 ‘새로운 길’을 막으려고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핵미사일을 쏘는 상황을 피해 자신이 미국의 평화를 지켰다고 과시하며 내년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하려고 한 것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매경이코노미 제2016호 기사에서 “트럼프가 판문점에서 남과 북의 분계선을 넘나들며 보여주려 한 것은”, “자신의 재선 도전을 성공시키기 위한 ‘업적의 과시’였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이른바 ‘빅딜’을 주장했다. 빅딜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해야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는, 리비아식 해법 혹은 일방주의 정책이다. 그러나 이번 판문점 3차 북미정상회담을 두고 미국의 빅딜 정책에 다가갔다고 보는 이는 아무도 없다. 다들 이제 미국이 북한에 대해 어떤 상응조치를 할 것인가,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상응조치안을 들고 판문점을 방문했느냐에 관심이 모였다. 

 

실제 미국에서 나오는 목소리도 이에 근접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수행하고 귀국하는 길에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북미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인도적 지원, 인적 대화 확대, 상대국 수도에 외교 채널 설치”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단계별 비핵화 조치에 따른 상응조치를 언급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회담 직후 “협상을 진행하다 보면 (대북제재) 해제도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과 DMZ를 방문한 자리에서 개성공단 재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7월 중순 시작될 북미 실무협상에서 단계적 동시행동이 어떻게 설정될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영변+알파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만 미국이 요구하던 일방적 빅딜을 위한 실무회담이 될 것으로 보는 사람은 없다. 미국식 표현을 쓰자면 ‘스몰딜’이 되지 않을까 싶다. 7월 4일 워싱턴포스트는 칼럼에서 “향후 북미협상은 ‘빅딜’엔 못 미치더라도 비핵화를 향해가는 중간단계로서 ‘스몰딜’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일각에서는 트럼프 정부가 북핵폐기 대신 북핵동결로 목표를 수정했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물론 북한은 영변+알파를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놓고 보면 이번 판문점 3차 북미정상회담은 미국의 리비아 방식, 빅딜 노선이 파산되고 있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이제 북미 협상에서 기본은 북한이 제기한 단계적 동시병행으로 가는 게 확연해졌다. 

 

4. 판문점 3차 북미정상회담 결과의 배경

 

앞의 내용을 종합하면 결국 북한이 승기를 잡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의 전략은 통했고 미국의 전략은 안 먹혔다. 

 

첫째, 자력갱생으로 경제제재를 돌파한다는 북한의 전략이 먹혔다.

 

미국의 전략은 대북제재를 완강히 지속해 북한을 굴복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대북제재로 인해 북한 사회가 혼란에 빠졌다거나 저성장에 머무른다는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물론 비약적 번영도 아직 보이지 않지만 북한 경제가 지속적인 상승세에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이다. 대북제재로 북한 경제를 파탄내거나 하락시켜 북한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려던 미국의 의도는 파산됐고 북한의 자력갱생 전략은 성공했다. 

 

둘째, 주변국과 관계를 돈독히 가져가 미국의 대북포위망을 뚫는다는 북한의 전략이 먹혔다. 

 

북한은 북중 수교 70주년을 맞아 시진핑 중국 주석을 초청해 중국과 최상의 관계를 만들었다. 평양 북중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은 한반도 정세를 비롯한 중대한 국제 문제, 지역 문제에 대해 협의하고 북한의 노동당과 중국 공산당의 관계, 북중 두 나라의 관계를 더욱 깊이 발전시키기로 하였다. 김정은 위원장은 시진핑 주석의 방북에 대해 “조중친선의 불변성과 불패성을 온 세계에 과시하는 결정적 계기로 되며 새로운 활력기에 들어선 조중 두 나라 사이의 친선관계를 더욱 공고 발전시켜나가는 데서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고 평가했다. 시진핑 주석은 전날 노동신문 기고문을 통해 “의사소통과 대화, 조율과 협조를 강화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새로운 국면을 개척해 나갈 것”이라며 “중국 측은 조선 측이 조선반도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올바른 방향을 견지하는 것을 지지하며 대화를 통하여 조선 측의 합리적인 관심사를 해결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북한에 쌀 1천 톤과 비료 16만2천 톤을 무상 지원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러시아 방문으로 북러 관계도 돈독히 하였다. 북러 양 정상은 전략적으로 지역 정세를 공동으로 관리하는 문제를 논의했으며 무역, 경제 및 과학기술협조위원회의 사업을 더욱 활성화하며 두 나라 사이의 호혜적인 경제무역관계를 보다 높은 단계에 올려 세우기 위하여 여러 분야들에서 적극적인 대책들을 취해 나가기로 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환영 만찬에서 “김정은 동지의 결단에 의하여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안정되어 가고 있으며 러시아는 북미대화 실현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북한 지도부의 노력을 지지한다”며 북한의 입장을 지지했으며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선 북한에 대한 체제 안전 보장이 이뤄져야 한다”며 미국을 압박했다. 러시아는 남포항을 통해 밀 3900여 톤을 지원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차 방문한 베트남에서도 북-베트남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교류 확대를 합의했다. 이후 베트남여성동맹대표단, 베트남사회과학원대표단, 베트남국가예술단, 베트남공산당 사회대표단이 연이어 북한을 방문했다. 또 베트남은 북한에 쌀 5천 톤을 지원하였다. 지난 6월 6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미국이 강탈한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호에 실렸던 수출용 석탄을 건네받은 베트남 화물선 동탄호가 베트남에서 하역 작업을 한 것으로 추정했다. 동탄호는 미국의 대북제재로 인해 석탄을 하역할 항구를 구하지 못해 50일 동안 동남아 해역에 머물러있었다. 베트남이 미국의 대북제재에 구멍을 낸 것이다. 

 

이처럼 미국의 대북포위망 곳곳에서 파열구가 나고 있다. 

 

미국의 전략이 좌절되고 북한의 전략이 먹히는 가운데 미국의 상황이 갈수록 위기에 몰리고 있다. 미국은 국내외에서 심각한 혼란과 파국을 맞고 있다. 

 

미국 내부를 들여다보자. 최근 미국은 멕시코 국경장벽 설치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려던 국경장벽 설치가 의회 반대로 막히면서 지난해 말부터 장장 35일에 걸쳐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업무정지) 사태가 발발했다. 올해 2월 15일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해 의회 승인 없이 67억 달러의 예산을 국방비에서 국경장벽 건설비로 전용해 국경장벽 설치를 강행했다. 그러자 이번엔 연방법원이 5월 24일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헌법 위반이라고 판결해 다시 제동을 걸었다. 

 

미국 외부 상황은 더 처참하다. 중국과의 무역전쟁은 승산이 보이지 않아 미국 내부에서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할 조짐이 보일 때마다 뉴욕 증시는 폭락을 거듭하고 있으며 중국의 희토류 제재 검토에 미국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러시아와의 중거리핵전력(INF) 조약 갈등도 뜻대로 안 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 2월 러시아의 순항미사일 9M729 실전배치가 INF 조약 위반이라며 조약 탈퇴를 선언했다. 탈퇴는 8월 2일 발효된다. 미국의 압박에 대해 러시아는 9M729 미사일이 INF 조약 대상이 아니라며 미국이 조약을 탈퇴하면 러시아도 탈퇴하겠다고 대응했다. 7월 5일 나토와 러시아는 INF 조약을 두고 담판을 벌렸으나 끝내 결렬됐다. 베네수엘라 쿠데타도 실패했고 이란과의 갈등도 밀리고 있다. 

 

미국의 이런 형편은 1950년대 영국이 세계 패권을 잃고 미국에 자리를 넘겨준 상황과 비견할 수 있다. 60여 년이 지나 미국의 세계 패권이 저물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미국이 그은 레드라인을 가볍게 넘어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고 미국은 핵보유국 북한과 세 차례 정상회담을 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사실상 인정해야 했다. 지난 G20 회담에서 중국에 대한 추가관세를 중단하고 ‘휴전’을 한 것도 결국 미국이 승기를 못 잡고 중국에 꼬리를 내린 것이다. 

 

이란 무인기 격추 사건도 눈길을 끈다. 6월 20일 이란 혁명수비대가 미군의 무인정찰기를 격추하자 미국은 보복 의지를 밝혔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공습 10분 전에 중단을 명령하는 굴욕을 겪었다. 곰람레자 잘릴리 이란 민방위 사령관은 7월 7일 테헤란의 한 강연에서 미국이 체면치레용으로 이란의 황무지 지역에 제한적 공습을 할테니 반격을 자제해달라는 요청을 비밀리에 했으나 거절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들은 미국 중심의 제국주의 질서가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의 패권 붕괴 속에서 판문점 3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것이다. 

 

※이 글은 자주시보와 주권연구소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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