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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차] 홍콩 시위, 식은 재에 다시 불이 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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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시민
기사입력 2019-09-05

 

♨ 9월 4일 오후 홍콩 특별행정구 장관이 논란의 초점이던 송환법 공식 철회를 선포하니, 한국 언론들은 시위대의 승리로 묘사했다. 하지만 홍콩의 반대파들이 환호하지 않고 경축도 하지 않은 것이야말로 의미심장하다. 3개월 가까이 지속된 홍콩 시위 혹은 소란, 소동을 한국 언론들이 어떻게 다루느냐는 대학의 언론 전문 교재에 들어가서 연구 대상이 될 자격이 당당하다. 처음에는 평화적인 시위를 부각하다가 격렬한 폭력행위들이 생겨나면 아예 무시하거나 경찰의 폭력탄압이 원인을 제공했다는 식으로 몰고, 머릿수를 뻥튀기하던 “평화시위”도 고무총, 화염병 따위에 매달린 폭력공격도 맥을 추지 못하니, 이젠 이른바 총파업과 동맹휴학을 과대하게 포장한다. 그런데 한국 언론이 보도했다시피 200여 개 학교에서 1만 여 명이 수업을 거부했다면 평균 한 학교에서 50명 정도가 등교하지 않은 셈이다. 어느 학교에서 한 개 학급 학생들이 나오지 않았다면 영향력이 끽해봤자 얼마나 되겠는가? 사실 9월 2일 새 학기가 시작된 다음 동맹휴학자가 예상 밖으로 적다는 반향들이 나온다. 심지어 전에 부모들이 학교에 전화를 걸어 학교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알렸던 자녀들도 상당수 학교에 나왔다 한다. 

 

▲ 언론들의 편파보도 [사진제곧 중국시민]     

 

▲ 언론들의 편파보도 효과. 시위대는 빠지고 경찰의 폭력만 부각된다. [사진제공-중국시민]     

 

♨ 필자는 홍콩 사태에 관해 몇 편 글을 쓰면서 일찍 김이 샜다고 단언했다. 그 후 시위들이 또 일어나기는 했으나 참가자 수가 많이 줄었고, 폭력 경향이 심해졌다. 워낙 홍콩의 반대파들은 온건파와 과격파로 가를 수 있는데, 과격파들에는 “융우(勇武용무)”라는 특정된 칭호가 붙었다. 두 파는 처음부터 모순이 많았는바 홍콩 공항에서 중국 내지 유람객과 기자가 억류, 구타 되어 여론이 바뀔 때, 온건파들은 과격파들의 폭력행위가 자기들이 애써 만든 평화 이미지를 해친다고 비난했고, 과격파들은 온건파들이 쓸데없는 빈말만 늘여놓는다고 반박했다. 두 파는 “뿌거시(不割席 돗자리를 베지 않는다는 뜻으로서 《삼국지》의 관녕이 화흠의 사람됨을 깔보아 돗자리를 베어 같이 공부하고 교제하지 않았다는 고사에서 나왔다)”를 외치면서 단결한다고 선포했으나, 결과적으로는 갈라지고 말았다. 하여 8월 31일과 9월 1일에는 온건파들의 존재감이 사라진 대신, 주로 과격파들이 여러 가지 폭력수단을 동원했으나 결과는 시원치 않다. 공항 시위는 대량진입부터 실패하고 철도도 통하지 않아 시위대는 9월 1일 밤부터 수십 킬로 길을 걸어서 시내로 돌아가게 되었다. 가장 웃기는 건 철도가 통하지 않은 중요 원인이 낮에 시위대가 철도를 파괴한 것(인터넷에 사진과 동영상들이 있음). 

 

♨ 온건파도 과격파도 주장을 바꿀 가능성은 적지만, 민의 공감을 얻거나 예전처럼 복면 뒤에 숨어서 제 마음대로 아무 짓이나 할 입지는 점점 좁아진다. 홍콩 공항이 표 없는 사람들의 진입을 금지한다는 법원의 결정을 얻어냈고, 항공회사 케세이 퍼시픽을 대표로 한 회사들이 시위가담자, 지지자들을 해고하며, 한때는 폭도들의 폭행을 묵인하고 시위 완료 후 야밤에 시위대를 무료로 날라주던 홍콩 철도가 태도를 바꾸고, 복면 시위자들의 정보가 속속 공개되기 때문이다. 한편 경찰이 야밤에 습격을 받아 손가락들이 잘리고 발뼈가 드러난 사건 이후, 경찰들의 행동이 훨씬 과감해졌다. 한국언론들의 보도로는 “잔인”하고 무리하다만. 홍콩 사태가 커지고 복잡해진 건 “경찰이 잡으면 법관이 놔준다(警察抓人,法官放人)”이라는 악순환 탓이 큰데, 홍콩 사법계통을 통제하는 외국 법관들이 사라지지 않는 한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는 비관론이 존재하나, 경찰도 나름 해법을 찾고 있다. 즉 체포자 수를 늘이는 것이다. 지금까지 1,200명 가까이 체포했고 폭력 경향이 심해짐에 따라 체포자수도 재빨리 늘어나는데, 법관들이 아무리 약식으로 처리하려고 해도 시간과 정력에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현재 홍콩 사태는 선명한 지구전 양상을 띤다. 정부 측은 폭력 시위자들과 시위주동자들을 체포하면서 반대파의 실력 소모와 붕괴를 노리고, 시위대는 경찰이 이미 200명 부상당했음에 격동되어 동시다발 시위 등이 경찰들의 체력을 소진하는 한편 일선에서 활동할 만한 경찰들을 줄이는 데 노력한다. 한국 언론들은 홍콩 일부 매체들과 서방언론들의 주장을 베껴 이른바 “무력진압” 가능성을 부풀리지만, 현재 상황으로는 군부대나 무장 경찰의 개입 필요성이 줄어드는 판이다. 그리고 한때는 중화인민공화국 창립 기념일인 10월 1일 전으로 중앙이 꼭 강수를 내어 사태를 평정시키리라는 짐작이 유행되면서, 중앙이 시간에 초조해한다는 주장이 많았으나, 추세를 보면 꼭 10월 1일 전으로 사태를 해결하려고 할 것 같지도 않다. 경찰이 실력을 발휘하고 여러 가지 요소들이 작용하면서 미묘한 전환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홍콩의 문제는 뿌리가 깊고 시진핑과 중앙지도부의 참을성은 놀라울 지경이며 쓸 수단들이 많음을 알아야 한다. 

 

▲ 홍콩시위를 다룬 만화 [사진제공-중국시민]     

 

♨ 한국에서는 우산 혁명의 지도자로, 민주화 투사로 포장된 조슈아 웡(黄之锋)이 8월 30일 오전에 체포되었다가 오후에 보석 되었고, 출경이 허락되었는데, 최근 동료 2명과 함께 타이완으로 갔다. 그는 한국 언론에서와 달리 타이완에서는 전혀 다른 대접을 받는다. 홍콩과 타이완이 운명공동체로 되어 중국에 항거해야 한다, 타이완 사람들은 어느 정당 소속이냐를 불문하고 합쳐서 홍콩을 도와야 한다 등등 발언을 했는데, 타이완독립파도 친중파도 그를 비판한다. 중국의 오성홍기를 휘두르며 구호를 외친 친중파들의 비판은 당연한 일이지만, 타이완 독립파들의 비판은 약간 뜻밖으로서 그 이유는 홍콩과 타이완을 병렬하는 자체가 타이완이란 국가를 왜소화시키는 행위라는 것이다.  타이완 당국이 무명의 홍콩 시위자들을 적잖이 받아들이긴 했으나, 조슈아 웡 같은 인물을 받아들이다가는 가뜩이나 소란스러운 정국이 한결 혼란해진다. 어느 말레이시아 네티즌은 순전히 호기심 때문이라면서, 만약 어느 홍콩인이 타이완에 가서 조슈아 웡을 죽이고 홍콩으로 도망쳐 온다면, 조슈아 웡 소속 단체가 그래도 범죄자 송환을 반대하겠느냐고 문의했다. 흥미로운 질문이다. 

 

♨ 말레이시아 당국은 이미 홍콩 시위에 가담했던 사람의 이민 신청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선포했고, 싱가포르는 시위 참가 학생들을 교류 학생 범위에서 배제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시위 두목들을 받은 건 유학을 허용한 미국과 영국이다. 시위자들이 한국에 망명을 신청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수십 명이나 수백 명쯤 한국 거주를 신청한다면, 여태껏 지지해오던 한국 언론들이 뭐라고 할까 상상이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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