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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일침 621] “1번 어뢰”를 풍자했던 리선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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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시민
기사입력 2020-01-20

 

조선(북한) 외무상이 리용호에서 리선권으로 교체됐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면서, 한국 언론들은 주로 외교와 무관한 대남관계에서 활동했던 인물이 정말 외무상으로 되었다면 상당한 파격이라고 평했다. 아무리 파격적이라 하더라도 미국에서 중앙정보국 국장 출신 폼페이오가 국무장관을 하는 것보다는 덜 파격적이겠다. 

 

어떤 언론은 외교 정책이 시스템에 의해서가 아니라 김정은 위원장의 개인 의지에 따라 정해질 거라는 추측도 내놓았는데 “수령의 외교전사”라는 조선식 개념을 모르는 탓에서 나온 것 같다. 

 

한국 언론들이 리선권의 남북 군사실무회담 대표 경력,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경력을 거드는 외에 겨끔내기로 언급한 게 2018년 9월 문재인 대통령을 따라 평양을 방문한 기업 총수들에게 리선권이 했다는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라는 ‘막말’이다. 그 한 마디에 집착하는 게 필자는 약간 이상스러웠다. 리선권이란 인물이 2010년 천안함 사건 “1번 어뢰”를 비롯한 증거들을 풍자, 반박한 거야말로 그의 특징들을 보여주는데, 왜 한국 언론들이 거들지 않을까?  

 

전에 모아두었던 자료들을 뒤져서 2010년 5월 28일 조선 국방위원회가 주최한 기자회견 동영상과 관련보도들을 재확인했다. 3월 26일 천안함 사건이 일어나고 5월 20일 한국이  북한 잠수정의 어뢰 발사로 의한 폭침이라는 조사결과 보고서를 발표하며 뒤이어 “5.24 조치”로 남북교류가 끊어진 후에 위의 기자회견은 조선의 공식적인 반박 행동이었다.

 

조선중앙통신, 《로동신문》, 《조선인민군》, 조선중앙방송, 등 내신 기자들 외에 재일총련 기관지 《조선신보》 그리고 중국의 신화통신과 러시아의 타스 통신 기자들이 모인 기자회견의 주역은 국방위원회 정책국 국장 박림수 소장이었는데 웃음제조기는 1시간 16분가량 길이의 동영상에서 17분 15초경부터 등장한 정책국 리선권 대좌였다.

 

리선권 대좌의 16분 정도 발언은 경어로 했으나 《조선신보》거 정리한 요지는 물론 경어를 없애고 간추려서 200자 원고지로 20매 정도 분량이다. 그중에서 발언의 시작 부분에 있는 “1번 어뢰” 부분을 그대로 전한다. 

 

“리선권 대좌: 남측은 이번에 북의 어뢰 공격을 립증하기 위한 각양각색의 물증들을 내놓았다. 여러분들의 리해를 돕기 위해 투영도를 통한 직관물을 보기로 하겠다.

이것이 현재 남측이 북의 어뢰 공격의 결정적 증거라고 내놓은 어뢰 추진체이다. 다시 말하여 《천안》함을 두 동강으로 낸 그 어뢰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말하기 전에 이 어뢰가 어떻게 나타났는가 하는 것부터 알아볼 필요가 있다. 지난 3월 26일 밤 9시경에 《천안》호가 침몰된 이후에 남측은 그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최첨단 탐지 장비들을 적재한 수많은 함선들을 침몰 수역에 동원하였다. 여기에는 2~3mm라는 가장 작은 파편조각도 다 수거하는 장비 수단들도 있다. 이러한 함선들이 50여 일 동안 그 수역을 샅샅이 뒤지면서도 찾아내지 못한 것을 한 민간 어선이 침몰 수역에 나타나서 고기 그물로 이 어뢰 추진체를 건져 내었다.

  그다음에 이 어뢰 추진체가 북의 어뢰공격을 립증하는 가장 결정적이며 절대적인 증거물로 공개되었다. 군사복무를 한 사람들은 아시겠지만 1,400t급이라는 군함, 길이가 88m에 너비가 10m라는 크기의 배를 두 동강 내는 정도로 폭발된 어뢰는 산산조각이 나서 형태도 나타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어뢰는 축으로부터 구동축, 뒤쪽 추진축의 날개에 이르기까지 그대로 남아있다. 이 어뢰를 가지고 《천안》호를 두 동강 내었다고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

남측은 어뢰 추진체를 보다시피 유리관에 넣어서 기자회견장에 내놓았다. 이 어뢰 추진체를 가지고 사람들을 납득 시킬 수 없게 되자 남측은 또다시 어뢰 추진체가 북의 것이라고 인정시키기 위해서 우리의 글씨체로 된 《1번》이라는 수자를 내놓았다. 다 녹이 슬고 있는데 《1번》필체가 있는 부분은 마치 누가 손질하고 닦아 놓은 것처럼 깨끗하다. 그런데 문제는 《1번》이라는 수자이다. 우리는 무장 장비에 번호를 매길 때 우선 기계로 새긴다. 이것은 파란색 마지크(매직)로 썼는데 《1번》이라고 하였는데 우리나라의 위력한 타격수단인 105땅크사단의 《105호땅크》, 미국의 EC-121대형정찰기를 단번에 격추시킨 《415호전투기》, 인공지구위성도 광명성 1호, 2호라고 한다.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105번땅크》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단지 쓴다면 《번》자는 체육선수들에게 쓴다. 그렇다면 이 어뢰 추진체가 축구선수인가, 아니면 농구선수인가. 상대방에 대하여 무엇인가 날조를 한다고 해도 조금은 알고 날조를 해야 한다.

다음으로 이 《1번》이라는 표기가 너무 또렷하고 파란색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많은 의혹이 제기되었다. 그래서 남측 조사단 단장이 《당신이 파란색 마지크로 씌여진 이 글을 분석하였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 질문은 타당하다. 과학과 기술의 시대인 지금 이 파란색 잉크를 검사하면 이 어뢰가 언제 생산되었으며 이 어뢰로 군함에 타격을 가했다면 언제 타격했는가 그 날짜가 나오게 된다. 남측은 대답을 못 했다. 이것만 놓고 보아도 남측이 북의 어뢰 공격의 가장 결정적이고 절대적인 증거로 내놓은 어뢰 추진체가 얼마나 황당무계하고 터무니없고 엉터리인가 하는 것을 여러분들은 다 알 것이다.

 

필자는 그때 “우리민족끼리” 사이트에 오른 조선중앙텔레비전방송의 기자회견 동영상을 보면서 리선권 대좌의 말에 웃음을 터뜨렸고 깊은 인상이 남았다.

 

“번”자가 조선에서 어떻게 쓰이느냐는 한국에서 한동안 논쟁거리로 되었고 뒷날 어떤 사람들이 평양의 어느 맥주 집에서 몇 번 맥주 몇 번 맥주하고 적은 것을 놓고 “번”자가 체육선수들에게만 쓰이지 않는다는 식의 반론을 펼치기도 했는데 왜서인지 “1번 어뢰”가 어뢰 추진체가 축구선수인가, 아니면 농구선수인가고 풍자한 발언과 발언자 신분은 한국에서 전파범위가 좁았던지 그가 국제적인 중요 배역으로 나설 수 있는 지금 시점에서마저 언론들에 오르내리지 않는다. 

 

“상대방을 알고 자신을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知己知彼,百战不殆)”는 말이 늘 백 번 싸워서 다 이긴다고 잘못 알려져 쓰이곤 하는데 싸움에서 이기기를 바라서든지 위태롭지 않기를 바라서든지 아니면 교섭과 협상에서 서로 만족하는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서든지 상대방을 잘 아는 건 필수적인 요구이다. 이런 의미에서 2010년 5월 28일 리선권 대좌의 발언을 곧이곧대로 전하는 게 의미 없는 일은 아니겠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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