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비건은 왜 빈 보따리를 싸들고 왔을까?

가 -가 +

이흥노 재미동포
기사입력 2020-07-16

지난 7~9일 사흘 일정으로 방한한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이 큼직한 선물 보따리를 들고 올 가능성이 크다고들 많이 예측했었다. 그런데 그가 들고 온 보따리엔 선물은 없었고 다만 지겹게 듣던 그놈의 18곡 낡은 ‘대화 타령’ 유성기가 나왔을 뿐이다. 결국 그는 빈손으로 와서 한미동맹 자랑, 북미 간 대화 의지, 그리고 남북 협력 지지라는 줄곧 듣던 노래를 불러대고 떠났다. 그리고는 일본으로 건너가서도 외교 안보 수장들과 회동하고 북과 대화 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작년 방한 때도 그는 유연한 자세로 북미대화를 할 준비가 됐다고 북녘을 향해 손짓했으나 북측은 단칼에 거절한 바 있다.

 

지금 미국은 코로나 대재앙, 거덜 난 경제, 인종갈등, 계층 간 불만 누적 등이 쌓여 미국 민주주의가 백척간두에 서 있다. 거기에다 트럼프의 재선 가도에 빨간불이 켜져 나라 꼴이 천방지축 말이 아니다. 이 판국에 국무성 2인자가 해외 순방에 나설 형편이 못 되지만, 대선을 의식한 특별 순방인 것 같다. 북미 관계 ‘현상유지’로 대선을 치르려는 선거전략에 한·일이 장애를 조성하지 말아 달라는 신호, 즉 북측을 자극하는 언행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하기 위한 순방인 것으로 보인다. 원래 ‘현상 유지’가 초기 대선전략이었다. 허나 북측 협력 없이는 어렵고 ‘정면돌파전’에 따라 대선전에 무슨 일을 낼 것으로 본 것이다. 그래서 차라리 미국이 먼저 손을 쓰기로 한 것 같다.

 

북측이 새로운 첨단무기가 세상에 공개되기 전에 먼저 북측 도발을 유도(유인)하기로 한 것 같다. 이를 빌미로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면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고 믿은 것 같다. 북측의 도발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대북삐라 살포 전문가로 키워낸 극우 탈북단체들이 제격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미국의 후광을 업고 성장한 앞잡이 탈북단체들이 돌연 삐라를 살포했다. 북측이 도저히 보복성 도발을 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내용의 삐라를 대량 살포했다. 솔직히 말해, 이 탈북단체의 배후에 미국이 버티고 있어 역대 정권이 통제하기를 매우 꺼렸던 게 사실이다. 이 민감한 시기에 상전의 신호 없이 대량의 삐라살포가 강행되긴 어렵다.

 

이에 대해 지난 6월 16일, 북측은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응수했다. 그래서 일 단계 북측 도발 유인 공작은 성공한 셈이다. 그러나 기대했던 북측의 군사행동이 중단됐다. 김 위원장에 의해 보류됨으로써 미국은 전쟁 위기 조성을 접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그래서 다시 ‘현상 유지’ 정책으로 복귀한 것으로 보인다. 비건은 ‘유연성 발휘’라는 달콤한 말을 섞어가며 북과 대화 의지를 내비쳤다. 또한, 남북협력 지지라는 말을 하면서 문 대통령의 중재 역할을 은근히 기대하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웬일로 이번에는 남북협력이 비핵화에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말도 없다. ‘한미실무그룹’이 일제 총독부 행세를 한다는 국민의 원성을 의식한 듯 남북협력에 숨통을 터줄 모양이다.

 

비건 방한을 전후해 트럼프와 폼페오 국무 장관이 북미 대화 소리를 뻔질나게 해댔다. 아마 백악관에서 융통성 있는 대북정책 논의가 있었던 모양이다. 북미 대화 기미가 보이면 영락없이 북의 미공개 핵기지 발견 또는 모처에서 신무기 개발이 한창이라고 나팔 부는 게 관습이다. 주로 CSIS 같은 보수우익 연구소가 소동에 앞장서곤 한다. 그러나 이번엔 CNN이 평양 근교의 핵기지를 촬영한 상업용 위성사진이 근거라며 핵개발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는 보도를 내놨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를 신뢰하는 건 분명한 것 같다. 하지만 하노이에서 증명됐듯, 호전광 네오콘 세력의 높은 장벽을 뛰어넘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라고 파악한 것 같다.

 

난파선에 매달려 생과 사의 기로에 서 있는 트럼프가 대선 열세를 만회하고 재선에 성공해 노벨평화상을 거머쥘 구상을 않는다면 진짜 헛똑똑이다. <미국의 소리> 방송도 최근 대북전문가들이 북미 10월 서프라이즈 가능을 점친다고 보도한 바 있다. 배짱 있는 남아답게 트럼프가 새판을 들고 평양을 향해 날아 가야 한다. 평양시민의 열화 같은 대대적 환영 속에 트럼프는 “북미 간 적대 관계는 이 시간부터 청산됐으며 북미 양국의 친선, 평화, 번영을 위해 우리는 힘차게 전진할 것”이라는 연설을 하면 된다. 평양 방문만으로 대선 열세 만회가 어렵다면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을 평양으로 초대해 네 정상이 평화협정에 공동 서명하면 된다. 또, 중국과 마찰도 끝장내면 ‘금상첨화’다.

 

트럼프의 방북은 지구가 뒤집힐 특종 중 특종 뉴스다. 70년 적대관계를 끝장내고 평화를 심기 위해 적지의 수도 평양을 직접 방문한다는 건 위대한 용기 없인 불가능하다. 트럼프는 김정은 위원장이 자신의 대선 당락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걸 걸 모를 리 없다. 또, 북측이 어느 선이면 호응한다는 것도 꿰뚫어 알고 있다. 트럼프에겐 새로운 중대조치를 취할 시간이 앞으로 몇 주뿐이다. 시간이 없다. 그런데 행동 없는 대화 타령을 미국뿐 아니라 한국도 열창하고 있다. 미국이 취해야 할 일은 김여정 제1 부부장의 말과 같이 미국의 불가역적 중대조치가 동시에 실행될 때 북 비핵화는 가능하다.

 

남측이 해야 할 일은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와 남북 철도도로를 즉시 연결하는 거다. 주권 행사의 정상 국가라는 걸 보여야 한다. 중국서 납치된 12명 종업원들, 탈북 브로커의 꼬임에 넘어 입국한 김련희 여성, 그리고 형기를 마친 연로한 장기수들을 앞세우고 이인영 장관이 특사로 평양을 찾는다면 문제는 달라질 것이다. 북측에 쌓인 서운한 감정이 눈 녹듯이 사르르 녹을 것이다. 북측은 이미 차기 미 정권과 상대할 준비까지 완료했을 것이며 이미 설정된 정면돌파전’은 트럼프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다. 북측은 힘이 미국을 움직일 수 있다는 진리를 통감하고 있다. 경험을 통해 터득한 값진 교훈이다. 8월이 중대 고비다. 한미훈련이 있고, 트럼프가 새 카드를 내밀 마지막 기회다.

 

예정대로 한미훈련이 강행되면 북미 및 남북 관계는 대적 관계로 걷잡을 수 없는 위기로 치달을 것이다. 평양은 기절초풍할 새 첨단무기를 발사하거나 선보일 것이다. 한미훈련 재개는 미국이 전쟁 위기 조성으로 대선에서 재미를 보자는 걸로 볼 수 있다. 한미훈련이 취소된다면 적어도 8월까지는 북측이 조용하게 기다릴 것 같다. 8월이 지나면 북측은 트럼프의 재선을 고려치 않고 차기 정권까지 염두에 둔 ‘정면돌파전’을 가열차게 추진할 것이다. 이미 개발 완성된 최첨단 신무기들을 선보이는 날, 하늘이 놀라고 땅이 꺼질 정도로 천지를 진동시킬 것이다. 이제부터는 북측이 주도권을 쥐고 미국이 ‘싱가포르 조미선언’ 이행에 나서도록 압력을 세차게 해댈 것이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band naver URL복사

최신기사

URL 복사
x

PC버전 맨위로

Copyright ⓒ 자주시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