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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죽음마저 차별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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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 기자
기사입력 2021-01-07

“촘촘하게 그물코를 짜도 모자랄 판에 숭숭 구멍을 낸 중대재해기업처벌법도 모자라 이젠 죽음마저 차별한단 말인가?”

 

이는 7일 오전 국회 앞에서 나온 한탄의 목소리이다.

 

▲ 민주노총이 7일 국회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법사위 법안심사소위 논의 규탄 및 온전한 법 제정 촉구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출처-노동과 세계]  

 

민주노총은 이날 국회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에 온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1소위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 내용을 합의했다. 

 

두 당이 합의한 법안은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을 대폭 축소한 법안이다. 두 당은 50인 미만의 사업장에 법 적용을 유예하고 5인 미만의 사업장은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또한 발주와 임대와 관련된 조항, 인과관계 추정 조항은 여야 합의로 삭제됐다. 공무원 처벌 내용 역시 인허가 감독 행위와 중대재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 법안에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책임자 처벌 수위도 대폭 낮췄다. 

 

결국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합의한 법안은 국민과 노동자의 요구를 무시한 채 정부와 재계의 입장만을 반영했다.

 

민주노총은 기자회견에서 재계의 요구만 대폭 수용하며 후퇴에 후퇴를 거듭하는 이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필요 없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두 당의 합의한 법안이 중대재해를 막을 수 없고 노동자의 죽음을 막을 수 없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두 당에 “더 이상 일하다 죽지 않게, 모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지켜질 수 있게 온전하게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들어가라”라고 촉구했다. 

 

이어 민주노총은 “허투루 듣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는 국민의 뜻을 저버린 정치가 끝내 어떻게 되는지 역사적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꼭 그 결과를 확인하고 싶은가? 감당할 자신이 있는가? 절규와 호소는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밝혔다.

 

진보당도 6일 논평을 통해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진보당은 “양당은 도대체 누구를 위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려 하는가. 지금까지 법안 제정에 꿈쩍도 안 하던 양당이, 단식 중인 유족 앞에선 법 통과를 이야기하면서 뒤에선 흥정하듯 법안을 누더기로 만들고 있으니 참담하다”라고 짚었다. 

 

이어 진보당은 “사람의 목숨값이 기업의 안전 유지비용보다 저렴하니 사람이 죽고 있는 것인데, 벌금의 하한을 없애고 기업 책임자의 처벌 수위를 낮추겠다는 것은 결국 이 잔인한 사회를 유지하겠다는 선언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는 7일 정의당 기자회견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합의한 법안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강 원내대표는 “이 법으로는 우리 국민의 목숨과 안전을 지킬 수가 없다”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흥정 대상이 아니다. 양당의 원내대표는 이 법을 이대로 통과시켜서는 안 된다. 당장 지적되고 있는 문제를 수용하고 다시 논의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8일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법안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아래는 민주노총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아래---------------------

 

기자회견문

 

촘촘하게 그물코를 짜도 모자랄 판에 숭숭 구멍을 낸 중대재해기업처벌법도 모자라 이젠 죽음마저 차별한단 말인가? 국회 법사위는 지금까지의 합의를 폐기하고 노동자의 생명, 국민의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온전한 법 제정을 논의하라.

 

우리는 이미 몇 차례의 입장을 냈다. 모두 동일한 입장이다. 노동자, 시민 10만이 직접 발의한 취지가 온전히 담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라는 일관된 입장이다. 또한 온전한 법 제정을 요구하며 산재사망 유가족이, 노동자 대표와 비정규직 노동자가 스스로 뼈와 살을 태워가며 단식으로 우리의 요구를 전달하고 있고 뜻을 함께 하는 국민들이 500인, 1천인, 1만인을 넘어 10만인 동조단식으로 호소했다.

 

하지만 국회에서 논의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원안보다 후퇴한 결과만 들려온다. 원청과 발주처, 실질적 경영책임자의 책임은 사라지고 공무원 처벌도 사라졌다. 인과관계 추정이 사라졌고 하한이 있는 처벌은 반토막 났고 중대재해에 대한 처벌도 후퇴했다.

 

화려한 말잔치의 결과가 고작 이것이었나? 심지어 사업장의 규모에 따라 적용유예 얘기가 나오더니 결국 어제 논의로 50인 미만 사업장의 적용유예와 5인 미만 사업장의 적용배제가 결정났다. 정말 나라가 돌아가는 꼴을 알고는 있는가? 도대체 정치는 무엇이고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

 

전체 사업장의 80%를 차지하는 5인 미만 사업장. 그곳에서 노동하는 노동자가 600만 명에 달한다. 이 작은 사업장에서 벌어지는 재해사망이 전체사망의 20%를 차지한다. 이들 사업장은 근로기준법도 적용받지 못해 고용, 임금, 복지 등 모든 노동조건에서 차별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 죽음마저도 차별을 당할 처지에 내몰렸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자금과 인력 등 제도와 정책적 지원을 통해 해결할 생각은 없는가? 고질적인 불공정 하청구조를 깨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사회적 구조를 만들 생각은 하지 못하고 적용배제를 결정하는 국회의원들의 머릿속을 들여다 보고 싶다.

 

국회는 사업장의 규모에 따른 유예와 배제가 아닌 전면적인 적용과 시행을 결의하라. 법 앞에서의 평등을 말로만 떠들지 말고 진정성 있게 법안을 준비하라.

 

재계의 요구만 대폭 수용하며 후퇴에 후퇴를 거듭하는 이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있으나 마나다. 그것도 정부 부처에서 작은 사업장에 대한 차별과 배제를 강력하게 주장했다고 하니 정부의 의지도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노동자, 국민 모두가 안전한 세상을 위해 다시 논의하라. 해마다 500여 명이 일터에서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는 이 지옥같은 현실을 들여다보라. 일터 괴롭힘에 대한 처벌이 포함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라.

 

다시 절절하게 호소한다. 온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해 재논의 절차에 들어가라. 숭숭 구멍이 뚫린 그물 사이로 중대재해를 유발하고 발생시킨 주범이 유유히 빠져 달아나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더 이상 일하다 죽지 않게, 모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지켜질 수 있게 온전하게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들어가라.

 

허투루 듣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는 국민의 뜻을 저버린 정치가 끝내 어떻게 되는지 역사적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꼭 그 결과를 확인하고 싶은가? 감당할 자신이 있는가? 절규와 호소는 이번이 마지막이다.

 

2020년 1월 7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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