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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회담 결산] 눈 뜨고 삼성전자 강탈당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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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준 기자
기사입력 2022-05-26

여러 전문가가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경제회담’이었다고 평가한다. 

 

두드러진 대북 대응책이 없다 보니 경제로 관심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에 들어오자마자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경제회담’ 성격을 부각했다. 

 

문제는 양국이 서로 주고받는 ‘호혜’ 성격의 경제협력이 아닌 일방적인 ‘강탈’ 성격의 회담이 되었다는 것이다. 

 

일단 바이든 대통령이 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했는지 배경부터 살펴보자. 

 

반도체 전쟁

 

지금 세계는 반도체 전쟁이 한창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정보처리 기술이며, 반도체 없이는 정보처리도 없다. 

 

즉, 반도체 산업을 틀어쥔 나라가 4차 산업혁명의 승자가 된다는 말이다. 

 

반도체 산업은 크게 메모리 반도체와 비메모리 반도체로 나뉘며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2~3배 정도 된다.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1, 2위로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반면 비메모리 반도체는 미국이 50% 이상 압도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비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설계, 장비, 생산을 주로 담당하는 나라가 제각각인 전형적인 ‘글로벌 공급망’(global supply chain) 산업이다. 

 

미국이 설계하면 네덜란드 장비로 대만이 생산하는 식이다. 

 

반도체 설계도를 받아서 생산만 전문으로 하는 업체를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라 부르는 데 대만의 TSMC와 한국의 삼성전자가 각각 파운드리 업계의 1, 2위를 차지한다. 

 

특히 5나노미터급 최첨단 반도체 생산은 두 업체만 할 수 있다.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장비는 네덜란드의 ASML이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반도체 공급망 재구축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 세계 반도체 공급망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행정명령을 내렸다. 

 

또 세계적 반도체 기업 대표를 불러 모아놓고 공급망 재구축도 주장했는데 삼성전자도 이 자리에 세 번이나 불려 갔다고 한다. 

 

미국이 구상하는 반도체 공급망 재구축의 핵심은 ‘중국 왕따’다. 

 

중국에 반도체 기술도 전하지 말고, 반도체 장비나 원료도 팔지 말고, 반도체도 팔지 말고, 중국산 반도체도 사지 말라는 것이다. 

 

이런 반도체 전쟁은 미-중 경제전쟁을 선포한 트럼프 정권 시기에 이미 진행 중이었다. 

 

중국이 자체 반도체 개발에 집중 투자를 시작하자 위기를 느낀 트럼프 정부는 2018년 미국 반도체 기술이 10% 이상 들어간 소재·부품·장비·제품의 대중국 수출 금지 결정을 내렸다. 

 

2019년 찰스 커퍼먼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네덜란드 외교관들을 백악관에 불러 모아놓고 ASML이 생산하는 장비를 두고 “좋은 동맹은 이런 종류의 장비를 중국에 팔지 않는다”라며 협박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ASML의 장비가 중국에 들어가지 않으면 5~10년 정도 중국의 반도체 개발이 늦춰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이번 바이든 순방 일정 중에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출범시켜 이런 반도체 전쟁에 더욱 불을 붙였다. 

 

IPEF에 창립국가로 뛰어든 한국 역시 미-중 반도체 전쟁에서 확실한 미국 편을 선택한 셈이다. 

 

삼성전자 강탈

 

미-중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반도체 전쟁에 삼성전자는 자동으로 참전하게 됐다.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삼성전자 방문은 그 정점이 될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삼성전자에서 연설을 통해 “삼성이 지난해 5월 170억 달러 투자를 발표해 주신 것에 대해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미국에도 그 투자로 인해서 이 같은 시설이 들어서게 됩니다”라고 하였다. 

 

삼성전자가 평택 반도체 공장과 같은 최첨단 파운드리 반도체 공장을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하기로 한 것을 언급한 것이다. 

 

미국은 향후 10년 안에 미국산 반도체를 전 세계 생산량의 6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에 따라 TSMC, 삼성전자 등의 미국 공장 건설을 압박해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에서 “삼성에서 170억 달러를 투자하시면서 사업성을 따지지 않으셨을 리가 없습니다”라고 하였지만,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식 결정이었다.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의 압력을 막아낼 의지도, 힘도 없는 데다 아직 재판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입장에서도 다른 선택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황정수 한국경제 기자는 2020년 5월 16일 기사 「미·중 다툼에 새우등 터지게 생긴 삼성전자의 선택은」에서 “굳이 미국에 막대한 자금을 퍼부어 가며 공장을 지을 유인이 크지 않다”라고 꼬집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에서 “(미국은) 숙련도가 높고, 헌신적인 노동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랑했지만, 인건비를 생각하면 중국에 공장을 추가하는 게 누가 봐도 이득이다. 

 

다만 미국의 대중국 제재로 인해 반도체 생산 장비를 중국에 반입할 수 없기 때문에 중국 공장 증설에 어려움이 있을 뿐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반도체 공장은 미국의 제재로 ASML의 반도체 생산 장비 구입에 비상이 걸려있다. 

 

즉,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코앞에 좋은 공장 부지를 놔두고 억지로 지구 반대편 미국에 공장을 지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렇게 보면 미국이 자국의 반도체 전쟁 승리를 위해 삼성전자에게 170억 달러, 무려 20조 원을 강탈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SBS는 22일 뉴스에서 “일단 미국 입장에서 자신들이 구상하는 인도태평양 질서에 한국의 참여를 한 발 더 이끌어냈고 삼성, 현대차의 미국 내 투자라는 구체적인 성과를 얻었습니다. 반면에 우리는 경제 분야에서의 당장 눈에 띄는 결과물은 미국에 비해 좀 적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라고 소개하였다. 

 

그러면서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가 “우리 기업들이 미국 투자를 확대하는 만큼, 미국 측도 투자를 많이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포함돼 있다”라며 “다소 군색한 설명”을 했다고 전했다.

 

암울한 전망

 

그렇다면 삼성전자는 미국에 투자한 만큼의 이익을 건질 수 있을까?

 

일단 TSMC와 삼성전자의 미국 반도체 공장은 2025년께 본격 가동될 전망이다. 

 

두 업체 모두 기본적인 물량을 생산하는 가운데 미국의 압박을 받아 미국에 추가로 공장을 짓는 것이라서 2025년 이후 엄청난 공급 과잉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미국 정부의 압력을 받은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인 미국의 인텔도 TSMC, 삼성전자를 제치기 위해 미국에 무려 119조 원을 들여 초거대 파운드리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어 공급 과잉에 한몫할 전망이다. 

 

한겨레 5월 22일 기사 「통상·산업도 미국 쏠림…ICT 수출 등 중국 리스크 커질 듯」에 따르면 한 반도체 부품업체 대표는 “미국의 칩셋 고객사들이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물량을 발주한다는 아무런 담보가 없다. 상대적으로 국내 생산기지의 역할은 줄고, 자칫 반도체 강국의 지위도 빼앗길 수 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기껏 미국에 공장을 지었는데 제대로 주문이 안 들어오면 미국 공장만 문제가 아니라 국내에 있는 삼성전자 본사도 타격을 입는다는 얘기다. 

 

특히 아직은 삼성전자가 기술 면에서 TSMC를 따라잡기 어려운 수준이기에 공급 과잉 상황에서 미국 기업의 주문이 1순위 기업인 TSMC에서 끝나고 2순위 기업인 삼성전자까지 오지 않을 수 있다. 

 

사실 지금도 삼성전자는 TSMC와의 경쟁에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반도체 하청을 주는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경쟁사인 삼성전자보다는 순수 하청만 전문으로 하는 TSMC를 선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파운드리 업계의 세계 최대 ‘큰손’인 애플의 경우 삼성전자와 스마트폰 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아닌 TSMC에만 반도체 주문을 한다. 

 

▲ 삼성전자 파운드리 반도체 평택 공장     ©삼성전자

 

게다가 한국의 IPEF 참여로 중국 내 반도체 시장에서도 밀려난다면 삼성전자는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2020년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약 1,326억 달러인데 이 중 메모리 반도체는 284억 달러로 전체의 21.4%에 달한다. 

 

여기에 홍콩 수출 물량 약 137억 달러를 더하면 우리나라 대중국 수출의 약 31.7%가 메모리 반도체라는 소리가 된다. 

 

또 2021년 전체 메모리 반도체 수출액(약 524억 달러)의 80%(중국 284억 달러 + 홍콩 137억 달러)가 중국에서 나온다. 

 

그런데 이런 중국 시장에서 쫓겨난다면 삼성전자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경제가 무너질 수 있다. 

 

현재 중국은 반도체 설계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렀지만, 장비나 제조 기술은 TSMC, 삼성전자에 비해 5년 정도 뒤떨어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런데 미국이 IPEF 등을 통해 반도체 전쟁을 가속한다면 중국은 반도체 기술개발과 자급자족에 더욱 사활을 걸고 투자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제 미국의 통제가 없어도 더 이상 중국에 반도체를 팔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ASML 페터르 베닝크 대표이사는 올해 4월 미국 폴리티코와 인터뷰에서 “수출통제 조치로 중국과 단절하면 중국은 기술주권을 향한 노력을 가속화할 것이다. 15년 안에 중국은 스스로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기업들의 중국 시장은 사라져버릴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종합해보면 삼성전자는 미국의 압력에 못 이겨 무려 20조 원을 미국에 투자하는 ‘강탈’을 당했는데 그에 비해 투자한 만큼 수익을 낼 수도 없고, 거대한 중국 시장마저 잃을 거란 불안이 팽배하다고 하겠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삼성전자뿐 아니라 현대자동차도 2025년까지 미국에 100억 달러를 투자하게 되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24일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주가가 동반 하락했다. 

 

머니투데이 24일 기사 「삼성전자·현대차 주가 ‘뚝뚝’..‘역대급’ 투자 발표도 안 통했다, 이유는」의 다음 포털 댓글 찬반 순 1, 2위는 각각 “한국에서 돈 빼서 채산성 나쁜 미국에 공장 투자한다는데 주가가 내려가지 오를 수가 있겠나? 기사 보면 한국에다 짓는 줄 알겠네”, “천문학적 돈 투자 하는데 호구 된 느낌이 드는 이유는 남북한의 화해무드 기조가 깨진 거 같고 미국에 목줄 잡혀 끌려가는 모습에 대중국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인데 의미심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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