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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207] 최근 전쟁 위기 정세에 관한 사회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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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환 기자
기사입력 2022-11-30

1. 심각한 전쟁 위기

 

최근 한반도에 전례 없는 전쟁 위기가 찾아왔다. 김진향 한반도평화경제회의 상임의장은 26일 윤석열 퇴진 16차 촛불대행진에서 “일촉즉발 한반도 전쟁 위기는 엄존하는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도 27일 한겨레 칼럼에서 “한미와 북한의 강대강 대결 구도가 출구를 찾지 못한 채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라고 하였다.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은 20일 한겨레 칼럼에서 다음과 같이 구체적인 전쟁 위기 양상을 설명했다. 

 

“한반도는 최근 아찔한 국면을 통과했다. 한미 양국의 군사훈련이 5년 만에 규모도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고, 내용도 공격적으로 변했다. 북한의 대응도 달라졌다. 북한은 과거 한미 군사훈련에 대해, 대화를 중단하거나 비난을 강화하거나 몇 발의 미사일 발사로 대응했다. 그러나 이번에 북한은 ‘대남 군사작전’이라는 이름으로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대응훈련에 나섰고, 며칠 사이에 35발의 각종 미사일을 발사했다.”

 

실제로 최근 한두 달 사이에 한미와 북한은 실전을 방불케 하는 군사 행동을 보였다. 한 번에 수백 발의 포탄이 날아가고, 수백 대의 전투기가 날아다니는 건 예사고 심지어 북방한계선 너머로 서로의 미사일이 날아가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런 와중에 한국이 강릉에서 발사한 현무 미사일이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만약 그 미사일이 북쪽으로 날아가 북한 영토에 떨어졌다면 곧바로 전면전이 발발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현재 유럽의 우크라이나는 9개월 넘게 전쟁을 하고 있다. 올 초만 해도 긴장은 고조되지만 그렇다고 설마 전면전까지 가겠냐는 예상이 많았다. 전쟁 발발을 불과 10여 일 남겨둔 시점에 엄구호 한양대 교수는 “러시아가 지금 전면전 가기 어렵다”라며 그 이유를 3가지나 들었다. 정재원 국민대 교수도 “우크라이나를 점령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설사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더라도 “최악의 상황은 국지전이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전면전은 힘들다”라고 장담하였다. (「러시아, 정말로 우크라이나 침공할까…2월 16일 도발설, 실체는?」, 시사오늘, 2022.2.15.)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21세기가 시작되고 20년도 더 지난 오늘날에도 전쟁은 그리 멀리 있지 않았다. 

 

대만도 마찬가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중국과 대만 사이에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이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는 걸 보며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었다. 6월 29일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부 장관은 “중국이 대만 침공과 같은 파국적 오판을 하게 될 실질적 위험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마이클 길데이 미 해군 참모총장도 10월 20일 “2022년이나 잠재적으로 2023년에 중국이 대만을 통일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와 대만을 놓고 보면 조만간 한반도에도 충분히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주변을 보면 전쟁을 걱정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왜 전쟁 위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지 살펴본다. 

 

2. 전쟁 위기가 느껴지지 않는 사회 분위기

 

1994년 3월 이른바 ‘서울 불바다’ 발언이 언론에 나오자 사람들은 전쟁 위기를 심각하게 느꼈다. 그러다가 6월 13일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탈퇴하자 식료품 사재기 열풍이 불었다. 6월 14~16일 3일 동안 전국에 모두 5,400만 개의 라면이 팔렸다. 서울 압구정동 아파트단지 부근의 한 은행에서는 평소 3만 달러에 불과하던 환전 규모가 14일 5만 달러, 15일 12만 달러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전쟁 가능성으로 보면 당시보다 지금이 훨씬 심각하다. 1994년 당시엔 한미나 북한 모두 군사 행동보다는 위협적 발언이나 비군사적 조치들 위주였다. 게다가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협상도 유지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대규모 군사 행동이 수시로 진행되고 협상도 전혀 없다. 

 

그런데 사회 분위기는 정반대다. 전쟁 위기가 심각하다는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그다지 심각하지 않다. 사재기 같은 것도 전혀 없다. 서울 광화문에는 몇만 명의 시민들이 나와 월드컵 거리 응원을 한다. 이런 현상의 요인으로 크게 3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1) 심리적 요인

 

주식이나 암호화폐에 투자를 한 사람은 주변 사람에게도 자기가 산 주식, 암호화폐 전망이 좋다며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사람들이 많이 사야 자기가 산 주식, 암호화폐 가격이 오르기 때문이다. 심지어 주가, 암호화폐 가격이 폭락하는 중에도 ‘앞으로 오를 거니까 지금이 기회다’라고 말한다. 자기 전 재산을, 나아가 대출까지 받아서 말 그대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로 투자를 했기 때문에 스스로 이런 확신을 갖지 않으면 좌절감에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아무 일 없을 거야, 조금만 지나면 오를 거야’라고 끊임없이 자기 최면을 걸면서 현실을 회피하는 것이다. 

 

전쟁 위기에 관한 인식도 마찬가지다. 지금 심각한 전쟁 위기를 인정하면 일상이 완전히 파괴되고 만다. 만약 전쟁이 나면 주가도 폭락하고 부동산 시장도 붕괴할 테니 사전에 다 팔아치워야 한다. 집에는 생필품을 잔뜩 준비해놓고 언제든 대피소로 옮길 준비를 해야 한다. 가족과도 비상 연락망을 갖춰야 하고 한시도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 이처럼 경제가 무너지고 일상이 파괴되는 끔찍한 상황을 개인은 감당할 수가 없다. 게다가 요즘은 전쟁이 나면 핵전쟁, 미사일 전쟁이라 전후방이 따로 없고 도망갈 곳도 없다고 하니 뭘 준비해야 할지도 알 수 없다. 한마디로 망연자실이다. 그래서 눈앞에 보이는 전쟁 위기를 인정하지 않고 현실을 회피하게 된다. 

 

또 요즘은 전쟁 위기가 아니라도 사회에 온통 불안이 만연해있다. 특히 ‘N포 세대’라고 부르는 젊은 세대는 미래가 불투명하고 모든 것이 불안하다. 경제가 어려워도 열심히 노력하면 잘 살 수 있을 거란 희망이 있던 시절도 있고, 비록 못 살지만 가족과 이웃이 서로 돕고 사는 공동체 문화가 남아있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도 없다. 

 

그래서 요즘 젊은 세대 사이에 점이 유행이다. 과거 같으면 미신이라며 거들떠보지도 않고 나이 든 사람, 교육을 못 받은 사람이나 하는 것이라고 조롱했을 텐데 지금은 대학생들이 너도나도 점을 치러 다닌다. 취업 걱정, 시험 걱정, 주식과 암호화폐 걱정도 점을 치고 나면 사라진다고 한다. 

 

언젠가부터 대학가에서 박스 모양 점집이 수십 개씩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장면을 흔히 보게 되었다. 요즘은 코로나19로 인해 ‘출장 사주’, ‘비대면 타로’ 같은 새로운 형태의 점술도 등장했다. 네이버의 유료 전문가 상담 서비스인 ‘엑스퍼트’의 올해 1분기 ‘운세’ 분야 상담 수요는 전년 동기 대비 123.4%나 늘었으며 전체 이용자 가운데 20~30대 비율이 77.9%에 달했다. 또 유명 점집은 대기 기간만 1년이 넘는다고 한다. 

 

흥미로운 점은 과거 강북 지역에 흔하던 점집이 강남에도 우후죽순 들어섰다는 것이다. 큰길 안쪽으로 살짝만 들어가도 xx철학관, oo보살 같은 점집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사회 현상을 두고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단순한 사행으로 치부하기보다는 사회·경제적으로 불안하니까 비대면으로라도 확인하고 어딘가에 기대고 싶은 심리가 발현된 것으로 봐야 한다”라고 분석했다. (「“올해는 붙을까”…답답한 취준생 공시생, 너도나도 신청한 곳은」, 매일경제, 2021.3.16.)

 

이처럼 사회가 너무 불안하다 보니 전쟁 위기로 인한 불안을 감당할 수 없어 애써 외면하는 것이다. 

 

2) 인식 변화

 

한반도는 한국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은 ‘정전’ 상태에 있다. 그러다 보니 전쟁 위기가 일상적으로 존재한다. 거의 매년 전쟁 위기가 심각하다는 뉴스 보도를 볼 수 있다. 21세기 들어서도 2002년 이른바 ‘제2연평해전’, 2009년 이른바 ‘대청해전’, 2010년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전, 2015년 비무장지대 지뢰 사건 등 실제 사격과 충돌로 이어진 사건이 한두 개가 아니며, 2017년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화염과 분노’, ‘북한 완전 파괴’ 같은 발언으로 전쟁 직전까지 갔다. 

 

문제는 수십 년째 이런 심각한 전쟁 위기가 반복되다 극적인 협상으로 넘어가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국민의 위기의식이 무디어졌다는 점이다. 일종의 ‘양치기 소년’ 효과인 셈이다. 그래서 이제는 많은 국민이 전쟁 위기 보도를 보고 당황하기보다는 ‘저러다 또 협상하고 말겠지’라고 여긴다. 한반도 전쟁 위기 보도가 전 세계에 타전되면 외국인들은 한국인이 침착하게 일상생활을 하는 것을 보며 놀란다고 한다. 그들은 어쩌다 한번 한반도 전쟁 위기 보도를 보겠지만 한국인은 매년 보는 일상임을 몰라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한반도 위기의 배경이나 국제 질서에 관한 정보가 사람들 속에 널리 퍼지면서 전쟁 위기에 대한 인식 수준이 올라간 측면도 있다. 특히 북한이 국가 핵무력을 완성한 이후 많은 이들이 ‘핵보유국 사이에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상식을 갖게 되었다. 북미가 서로 핵미사일을 겨누고 있는 이상 ‘공포의 핵균형’이 작동할 테니 일시적으로 전쟁 위기가 고조되어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3) 보수 세력의 태도 변화

 

일반적으로 안보 불안은 보수 세력에 유리하다. 색깔론으로 공격받는 민주개혁 세력보다 반공·반북을 내세우는 보수 세력이 안보 문제를 더 잘 해결하겠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안철수 의원이 정치에 입문할 때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를 표방한 것도 이런 이유다. 

 

그래서 보수 세력은 필요에 따라 일부러 안보 불안을 일으키기도 하였다. 대표적인 사건이 총풍 사건이다. 총풍 사건이란 1997년 15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지금의 국힘당) 이회창 후보 측에서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북한에 무력 시위를 요청한 어처구니없는 사건이다. 그만큼 보수 세력은 안보 불안이 자신들의 지지율을 끌어올릴 비책이라 여겼다. 

 

이처럼 보수 세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안보 불안을 조장하거나 과장하였다. 북한의 군사 행동이 하나라도 나오면 침소봉대(작은 일을 크게 부풀려 말함)해서 사골국 우려먹듯 두고두고 반복 보도하였다. 

 

1994년 사재기 열풍도 김영삼 정부와 언론이 만든 합작품이었다. 사실 이른바 ‘서울 불바다’ 발언이 나왔을 때도 사재기는 없었다. 그러자 언론은 국민의 안보불감증을 질타하며 전쟁 특집을 연일 보도했고 정부는 일전불사의 각오를 쏟아냈다. 이홍구 당시 통일원 장관은 6월 7일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북한의 전쟁 기도를 응징할 것”이라고 결의를 밝혔고 민방위 훈련을 전시 대비 훈련으로 바꿨다. 거리에는 한동안 보이지 않던 ‘멸공 차량’이 등장하기도 했다. (김연철, 「전쟁 문턱까지 갔던 94년 6월」, 『한겨레21』, 2009.3.4.)

 

그런데 요즘은 보수 언론이 전쟁 위기를 크게 조장하지 않는다. 물론 아예 숨기는 것은 아니다. 반북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북한의 군사 행동을 보도하기는 하지만 단기성 보도만 하고 확대하지는 않는다. 과거처럼 뉴스만 틀면 미사일 발사 장면을 무한 반복해서 보여주는 일은 없다. 안보 불안을 일으켜봐야 보수 세력에게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최근 안보 불안을 두고 사람들은 ‘윤석열이 선제타격 같은 소리를 하는 바람에 위기가 커졌다’, ‘윤석열 하는 걸 보니 전쟁 위기관리도 엉터리로 하겠다’, ‘윤석열이 과연 전쟁통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제대로 지킬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니 안보 불안이 오히려 보수 정부의 지지율 하락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3. 변화의 배경

 

1) 북한에 관한 인식 변화

 

전쟁 위기를 대하는 사회 분위기 변화의 근저에는 북한에 관한 인식 변화가 있다. 

 

과거 정부와 언론은 국민의 머릿속에 북한에는 ‘머리에 뿔 달린 괴물’이 살고 있으며 이들이 호시탐탐 남침 기회를 노린다고 주입하였다. 그래서 실제로 북한 사람을 만나고 온 사람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 ‘머리에 뿔이 없더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남북 교류를 하면서 북한을 있는 그대로 본 사람들이 늘어나며 ‘남침야욕’이 허구라는 게 드러났다. 2015년 8월 22일 자 동아일보 기사 「1994년 北“서울 불바다” 협박땐 사재기 ‘광풍’」은 “…남북 간의 긴장 상황에 대한 국민 인식도 달라졌다. 1990년대 후반 이후 ‘남북이 교류도 하고 가깝게 지내는데 설마 전면전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1999년 6월 15일 서해 연평도 부근 해상에서 제1연평해전이 발발했을 때에도 금강산관광 예약자 중 97%가 예약을 그대로 유지했다”라고 분석했다. 

 

이런 변화의 결정적인 계기는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이다. 이때를 계기로 남북 교류가 폭발적으로 늘었고 우리 국민은 북한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게 되었다. 북한에는 ‘남침야욕’ 분위기가 없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북한을 ‘적’으로 인식하던 사람들이 ‘함께 살아야 할 동포’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6.15남북공동선언 5주년]남북의식과 사회상 변화」, 세계일보, 2005.6.13.)

 

민족통일연구원에서 1995년과 2005년에 각각 여론조사를 한 결과를 비교해보면 지원대상+협력대상은 36.9%에서 64.9%로 많이 늘어났지만 경계대상+적대대상은 59.6%에서 31.1%로 대폭 줄었다. 또 북한이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에 관한 중앙일보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1995년에 65.2%, 2000년 53.3%, 2001년 47.4%, 2005년 42%, 2020년 39.8%로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이처럼 사람들은 ‘북한의 남침야욕’이 허구임을 깨달아가고 있다. 

 

2) 전쟁 나도 못 이긴다

 

만약 전쟁이 나더라도 우리의 패배가 예상되면 더욱 전쟁이 나지 않기를 바라고 그 방향으로 생각하게 된다. 예나 지금이나 정부와 언론은 국군이 북한군을 압도한다, 주한미군이 지켜주니까 북한군을 물리칠 수 있다고 선전한다. 그리고 과거에는 이게 어느 정도 먹혀든 것도 사실이다. 많은 이들이 북한군은 숫자만 많지 구식 무기밖에 없어서 한미가 충분히 이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2010년에 연평도 포격전을 거치며 이런 고정관념은 산산이 깨져버렸다. 그해 12월 이상우 전 국방선진화추진위원장은 38회 한국국방연구원 국방포럼에서 다음과 같이 고백했다. 

 

“(북한은) 전쟁 기획, 훈련, 전투계획, 병력 운용, 교리에 이르기까지 제4세대 전쟁 개념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중략… 높은 정보전 능력과 전쟁 계획의 치밀성도 북한의 강점입니다. 이번 천안함과 연평도 포격 도발에서도 우리는 정보전에서 패했습니다. 우리나라는 북한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 첩보도 부족합니다. …중략… 이다음에 통일이 되어서 좋은 세월이 오면 이번 연평도 포격 도발을 기획한 사람을 만나서 소주 한 잔 사주고 싶습니다. 치밀하고 완벽하게 준비했습니다. 시기 고르는 것, 무기체계 고르는 것, 그리고 타깃 고르는 것, 포탄 고르는 것, 전부가 치밀했습니다. 제가 간담이 서늘했었습니다. 연평도 하나여서 그렇지 만일 전면적 도발이었으면 어떻게 했을 것인가? 북한이 이번에 연평도에서 한 것처럼 치밀하게 전면전을 시도한다면 우리 국군이 충분히 대응할 수 있겠는가? 여기 군에 오래 계신 분들이 많기 때문에 외람됩니다마는 합참에서 자신 있다고 대답하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입니다.”

 

이후 북한이 국가 핵무력을 완성하고 그 뒤로도 각종 최신 무기들을 공개하면서 북한을 이길 수 없다는 인식은 더욱 굳어졌다. 미국도 실패한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에 성공하지 않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열차 발사 탄도미사일, 수중 발사 탄도미사일, 초대형 방사포(다연장로켓포) 같은 무기들이 쉴 새 없이 등장하였고 열병식 때 나오는 군인들의 무장 상태도 과거와는 사뭇 달랐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의 신무기가 등장할 때마다 ‘게임 체인저(전쟁의 판도를 바꾸는 무기)’라며 비명을 질렀다. 지금 북한에 ‘게임 체인저’가 한두 개가 아니다. 

 

북한은 신무기뿐 아니라 훈련을 통해 새로운 전술도 공개해왔다. 이에 맞춰 미국도 끊임없이 새로운 대비책을 마련해야 했다. 2015년 비무장지대 지뢰 사건 당시 북한이 대규모 잠수함 기동작전을 선보여 미군이 작전계획을 다시 짜도록 만들었다. 2021년 53차 한미안보협의회의는 기존의 작전계획 5015가 북한의 국가 핵무력 완성 전에 만들어져 북한의 최첨단 전략무기에 대응할 수 없다며 새로운 작전계획 수립을 결정하였다. 

 

이 밖에도 여러 종류의 미사일과 초대형 방사포를 섞어 쏘는 작전, 열차 발사 탄도미사일과 수중 발사 탄도미사일 때문에 우리 군이 ‘한국형 3축 체계’ 같은 기존 대응책을 모두 수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최근 있었던, 수백 대의 전투기가 동시에 출격하는 대규모 공군 기동작전 역시 한국 공군에 새로운 과제를 떠안겼다. 

 

이에 반해 미국은 새롭게 보여주는 게 별로 없다. 미국이 북한을 위협하기 위해 보여주는 대표적인 무기가 전략폭격기 B-52H 스트래토포트리스(하늘을 나는 요새)와 초음속 폭격기 B-1B 랜서(창기병)인데 각각 1955년, 1986년부터 운용하기 시작한 무기들이다. 이 밖에도 핵항공모함 전단을 끌고 와서 훈련하거나, 대형 강습상륙함을 동원해 상륙 훈련을 하는 것도 수십 년째 반복하고 있다. 

 

손자병법에 따르면 ‘지피지기면 백전불태(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라고 하는데 미군의 작전은 뻔히 보이지만 북한의 작전은 계속 새로운 게 나오는 상황에서 과연 한미가 북한을 이길 수 있겠는지 의문을 품는 건 당연하다. 

 

현실에서도 북한은 미국에 고압적인 자세로 호통을 치고 위협을 하는데 미국은 말끝마다 대화하자고 한다. 그런데 그마저도 북한은 대화에 관심 없다며 매몰차게 거절해버린다. 

 

여기에 더해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에 쫓기듯 도망친 일이랄지, 우크라이나가 공격받는데 무기만 지원할 뿐 참전은 절대 하지 않겠다고 선을 긋는 모습을 보며 만약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면 미국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 분명히 알 수 있다. 

 

3) 천안함 사건과 지방선거의 교훈

 

한국 사회의 분위기가 전환되었음을 결정적으로 보여준 것은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사건과 그해 6월 2일 있었던 5회 지방선거다. 

 

당시 이명박 정권의 주장에 따르면 한미연합훈련 키리졸브 마지막 날인 3월 26일 저녁 백령도 남서쪽에서 초계 임무를 수행하던 포항급 초계함 천안함이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을 받아 배가 두 동강이 나면서 침몰했다고 한다. 

 

초계함이란 초기경계함을 줄여서 부르는 말로 적의 기습 공격에 대비해 연안에서 해상경계 임무를 수행하는 군함이다. 포항급 초계함은 폭뢰(잠수함 공격용 수중 폭탄)와 어뢰발사기를 장착해 대잠수함 능력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 

 

초계함이 경계에 실패했다는 논란이 일자 국방부는 천안함에 달린 음파탐지기는 애초에 잠수함도, 어뢰도 탐지할 수 없는 구형이었다고 주장했다. 김태영 당시 국방부 장관은 “북한이 소나(음파탐지기)에 탐지되지 않는 스텔스 기술을 개발했을 가능성도 있다”라는 억지까지 부렸다. 당시까지 스텔스 어뢰는 세계 어느 나라도 개발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국방부 장관이 북한의 군사기술 수준을 세계 최고로 찬양했다고 비아냥거렸다. 

 

이명박 정권의 주장대로라면 대규모 훈련 기간에 경계 임무를 하던 배가 경계에 실패하고 격침된 것이다. 그런데 책임자 대다수가 징계를 면했고 그나마 받은 징계도 감경, 취소되었으며 나중에 대다수는 진급하였다. 비유하자면 부대를 작전에 투입했는데 기습당해 부대원이 몰살되고 겨우 살아 돌아온 지휘관들을 승진시켜준 꼴이다. 이런 엉망진창 군대를 보고 누가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할까 싶다. 

 

아무튼 이명박 정권은 천안함 사건 직후 북한 연계설을 부인하다 어느 시점부터 갑자기 북한 소행으로 몰고 가기 시작했다. 얼마 남지 않은 지방선거를 의식한 것이었다. 이명박 정권은 안보 문제가 불거지면 보수 세력이 선거에서 유리하다는 점을 이용하려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선거를 불과 10일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인 2010년 5월 24일 전쟁기념관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해 천안함 사건을 북한 소행으로 규정하고 북한과 관계를 전면 차단하는 5.24조치를 선언하였다. 언론은 온통 ‘천안함 북한 소행’으로 도배가 되었고 한나라당도 반북 선전에 집중하면서 지방선거를 북풍 선거, 안보 선거로 몰아갔다. 언론은 한나라당의 압승을 점쳤다. 실제로도 예전 같으면 보나 마나 보수 여당의 압승으로 끝날 판이었다. 

 

그런데 5월 27일쯤 갑자기 야당에서 ‘1번 전쟁, 2번 평화’라는 구호를 전면에 내걸었다. 당시는 한나라당이 기호 1번이고 민주당이 기호 2번이었다. 지방선거를 전쟁 세력 대 평화 세력의 대결 구도로 만든 이 구호를 처음 든 건 유시민 경기도지사 후보였다고 한다. ‘1번 전쟁, 2번 평화’ 구호가 나오면서 민심은 요동쳤다. 한나라당 안에서는 ‘북풍이 역풍’으로 변했다며 정부·여당이 천안함을 그만 언급해달라는 하소연이 나왔다. 

 

결국 선거는 한나라당의 참패로 끝났다. 민주당의 무덤이었던 강원도지사, 경상남도지사에 민주당과 민주당 계열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었고, 참패를 예상했던 서울시장 선거는 1% 미만의 박빙 승부가 되었다. 경기도지사도 민주개혁 후보로는 역대 2위의 득표를 보였다. 동아일보는 “여당 찍으면 전쟁 난다”라는 야당의 공세가 먹혔다고 분석했고(「한나라 예상밖 참패...원인과 파장」, 동아일보, 2010.6.3.) 외신들도 천안함 역풍으로 한나라당이 완패했다고 분석했다. (「주요 외신 “한나라당, 천안함 역풍으로 선거 패배”」, 노컷뉴스, 2010.6.4.)

 

2010년 천안함 사건과 지방선거는 안보 문제를 대하는 국민의 인식, 사회 분위기가 바뀌었음이 극명하게 드러난 계기였다. 

 

4. 평화·번영·통일 여론이 대세로 굳었다

 

과거에는 북한이 한국이나 미국을 겨냥해 군사 행동을 하면 반북 여론이 들끓고 대북 강경 정책에 힘이 실렸다. 그래서 정부의 대북 군사 행동을 지지하였다.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전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확전을 각오하고 강력한 군사 대응을 하자는 의견이 44.8%, 군사 대응은 하되 확전은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33.5%로 군사 대응 찬성 의견이 78.3%나 되었다. 반면 외교적, 경제적으로 대응하자는 16.2%에 불과했다. 

 

2016년 1월 북한의 4차 핵시험 이후 3월 여론조사에도 박근혜 정권의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조치에 대해 찬성 54.4%, 반대 41.2%가 나왔다. 또 경제 제재와 군사 대응 등 강경 대응을 지지하는 의견이 48.9%, 대화하거나 북핵을 인정하자는 의견은 47.8%가 나왔다. 

 

최소한 절반 정도는 대북 강경 대응을 지지한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런 여론도 바뀌고 있다. 11월 1~3일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을 찬성하는 의견은 33%, 반대 의견은 48%로 나왔다. 윤석열 정부의 대북 강경 정책에 동의하는 비율이 딱 정부 지지율 수준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33% 가운데도 실제 대북 강경 정책에 동의한다기보다 그냥 윤석열 정부를 지지하니까 대북 정책도 지지한다고 답한 이가 꽤 될 것이다. 

 

예를 들어 2018년 4.27남북정상회담 직후 여론조사를 보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지지하는 의견이 88.4%, 반대가 7.7%로 압도적인 찬성 의견이 나왔다. 윤석열 정부의 대북 강경 정책을 지지한다고 답한 이의 절반 정도는 판문점선언을 지지했던 셈이다. 

 

이를 보면 우리 국민은 10명 중 9명꼴로 평화, 번영, 통일에 찬성한다고 할 수 있다. 나머지 1명은 극우 태극기부대, 토착 왜구 정도가 아닐까 싶다. 

 

여론이 바뀌었다는 것은 사회가 바뀌었다는 뜻이다. 국민은 평화, 번영, 통일을 확고히 바란다. 우리 사회는 평화, 번영, 통일을 지향하는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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