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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시민추모제 “우리 아이들을 두 번 죽이지 말라. 진상을 규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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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윤 기자
기사입력 2022-12-17

▲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49재인 16일 오후 6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가 ‘우리를 잊지 말아주세요’ 시민추모제를 개최했다.  ©김영란 기자

 

“우리를 기억해주세요.”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대통령은 사과하라!”

“진실을 규명하라!”

 

10.29 이태원 참사 이후 49일째인 16일, 참사 현장인 해밀톤호텔 옆골목 근처에서 희생자들을 기리는 10.29 이태원 참사 49일 시민추모제가 열렸다. 뼈까지 시린 강추위가 불어닥쳤지만 시민 8천여 명은 오후 6시부터 8시를 훌쩍 넘는 때까지 유가족들과 함께했다.

 

시민추모제에 앞서 오후 5시쯤 유가족들은 녹사평역 3번 출구 근처에 있는 시민분향소를 찾았다. 붉은 목도리를 두르고 ‘우리를 기억해주세요’라고 적힌 검은 마스크를 쓴 유가족들은 오후 5시 30분께 추모를 마치고 시민추모제가 열리는 장소로 행진했다.

 

유가족들을 뒤에서 조심스럽게 따라가다가 서로 부둥켜안고 흐느끼며 위로를 나누는 유가족들의 모습을 본 시민들의 눈가도 촉촉해졌다.

 

▲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  ©김영란 기자

 

“우리가 왔다!”

 

유가족들의 행렬이 무대가 마련된 참사 현장에 가까워지자 한 유가족이 위처럼 외치며 흐느꼈다. 유가족들이 자리에 착석하고 오후 6시께부터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가 함께 주관하는 시민추모제가 시작됐다.

  

고 이지한 씨의 아버지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우리 아이들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해 주기 위해 추운 날씨에도 참석해주신 유가족 여러분과 시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라며 “오늘 이후 우리 아들딸들은 새로운 더 좋은 세상에서 더 좋은 부모의 부모님들의 아들 딸들로 다시 태어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추모제를 시작하겠습니다”라고 알렸다.

 

▲ 이종철(고 이지한 씨 아버님)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가 눈물을 머금고 말하고 있다.  ©김영란 기자

 

“애도는 기억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애도는 결코 잊지 않겠다는 다짐입니다. 우리를 기억해주세요.”

 

참가자들은 이태원 참사 당시 ‘압사 상황’이 처음 경찰에 신고된 오후 6시 34분에 맞춰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김영란 기자

 

 ©김영란 기자

   

 ©김영란 기자

  

전광판에는 ‘강민지, 김단이, 김도은’ 등 희생자의 이름과 영정사진, 유가족들이 희생자들에게 남긴 떠나보내는 말도 차례차례 나왔다. 고인의 영정과 이름이 화면에 나오자 “가지마!”라고 오열하는 유가족들도 있었다.

 

▲ 눈물을 흘리는 시민들.  ©김영란 기자

 

 ©김영란 기자

 

세월호 참사 유가족인 ‘수진 아빠’ 김종기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이 상황이 너무나도 화가 납니다. 엄동설한 도로 한복판에서 49재를 해야 하는 이 상황이 무슨 경우입니까. 세월호 참사 때와 10.29 이태원 참사 때와 똑같습니다. 이게 나랍니까”라면서 “그 억울함과 분노로 끝까지 싸워나가십시오. 여러분 뒤에는 똑같은 아픔을 가진 우리 유가족과 피해자들 그리고 시민들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고 함께하고 있습니다. 힘내십시오”라고 강조했다.

 

시민대책회의 피해자권리위는 이태원 주민인 ‘최초 신고자’ ㄱ 씨의 편지를 대신 읽으며 “10월 29일 토요일 믿었던 국가의 안전 경비는 없었습니다”라며 “지난 49일 동안 이 평범한 대한민국 아줌마는 매일 화가 끓어오를 때 ‘국가는 국민의 안전을 지킬 의무가 있다’를 를 주문처럼 되뇌이며 원통함과 원망을 쏟아내며 숨죽여 울었습니다”라며 “2022년 10월 29일 토요일 14만 국민의 안전을 방치했던 정부를 절대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전했다.

 

고인이 된 오스트리아 교민 김인홍 씨의 어머니는 “한국 정부는 왜 가족들 사이에 의사소통을 막습니까. 숨기는 것도 모자라 막기까지 하십니까”라며 “우리가 겪고 있는 고통에 정말로 공감할 수 있는 유가족을 연결해 달라는 것은 무리일까요. 우리는 서로 대화하고 위로할 수 있도록 의사소통을 주선할 것을 요구합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포기하지 맙시다. 여러분 힘냅시다. 우리의 억울한 아이들을 위해서. 비엔나에서 김인홍 엄마”라고 영상 편지를 마무리했다.

 

무대에 오른 가수 하림 씨는 "슬퍼도 울 수도 없는 많은 분들이 여기 모여 계신 것 같습니다"라며 위로하는 마음을 담아 노래했다.

 

▲ 가수 하림 씨의 추모 공연.  ©김영란 기자

  

4.16합창단 단원인 세월호 유가족 ‘창현 엄마’ 최수아 씨는 “제발 제발 더 이상 좀 죽이지 마십시오. 얼마나 더 죽어야 이 죽임의 정치를 멈추시겠습니까”라며 “끝나지 않는 158명의 아름다운 삶의 이야기들로 또 끈질긴 기억으로 우리는 그들을 살려낼 것입니다. 기억은 힘이 셉니다”라고 강조했다.

 

▲ 4.16합창단의 추모 공연.©김영란 기자

  

유가족과 생전 희생자와 친하게 지낸 지인 등 10여 명이 무대 위에서 순서를 기다리며 하루아침에 세상을 떠난 고인을 떠나보내는 심정을 담아 편지를 낭독했다.

 

▲ 유가족들의 눈물.  ©김영란 기자

 

▲ 고 김용균 씨 어머니가 유가족들의 편지 낭독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영란 기자

 

유연주 씨 언니, 이상은 씨 아버지, 이경훈 씨 어머니, 진세은 씨 언니, 조한나 씨 어머니, 최정민 씨 동생, 김용건 씨 숙모, 신한철 씨 누나, 김지현 씨 어머니, 이주영 씨 아버지, 이지한 씨 어머니, 이지한 씨 동료가 편지를 읽었다. 이 가운데 내용 일부를 아래에 소개한다.

 

“연주야 안녕. 언니야. 갑자기 떠날 준비 하려니까 많이 정신 없지. 떠난 뒤로 무너진 언니의 세상에 물음표만 가득해. 왜 분향소에 너와 세은이의 이름이 있는 건지 응급실에서 너를 붙잡고 울부짖을 때 ‘많이 사랑한다’고 ‘이제 편히 쉬라’는 마지막 인사는 듣고 간 건지.

 

고통스럽게 세상을 떠난 158명의 사람들을 두고 왜 편을 갈라 싸우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아.”

-유연주 씨 언니가 한 말.

 

“우리 딸 취업하면 퇴근길에 서로 만나 맥주 한 잔 하고 싶어 하던 엄마의 소망은 이제 이룰 수가 없겠구나. 사진 속에 우리 딸 저렇게 환하게 웃고 있는데 이러고 싶은 인생 계획은 참 많은데.

 

작별 인사도 못 하고 가는 길 원통해서 어찌하나. 별이 된 우리 딸 사진을 보며 아침엔 힘내서 ‘잘 가라’ 울면서 기도하고. 밤에는 보고 싶은데 왜 없냐고 울면서 찾고 있구나.”

-이상은 씨 아버지가 한 말.

 

“사랑하는 아들 경훈아. 하고 싶은 것도 꿈도 많은 따뜻하고 한없이 다정했던 내 아들 스물여덟의 짧은 삶이라 그렇게 열심히 살았었나 싶구나. 엄마의 아들로 와서 함께했던 소중한 시간은 내가 받은 최고의 선물이었다.

 

엄마는 네가 있어 행복해 어려운 시간도 이겨낼 수 있었다. 너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사랑스러운 나의 아들이다. 그날 엄마는 널 지키지 못해 너무너무 미안하구나.”

-이경훈 씨 어머니가 한 말.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엄마는 아직도 믿어지지가 않아. 10월 29일 한나는 핼러윈데이 놀러 갔다 오겠다고 나갔는데 한나가 지금 집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어. 젊은 사람들이 158명이나 집에 돌아오지 못했대. 

 

엄마는 다음 날 10시쯤 알게 됐어. 아직도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체감이 되지 않는단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거니. 내 딸이 왜 이태원 골목길에 지나가는 길인데 사진 찍으러 갔는데 왜 그곳을 못 나오고 갇혀 있는 거니.”

-조한나 씨 어머니가 한 말.

 

“단단한 마음을 가졌던 언니야. 찬바람이 불어오는 계절이면 언니 생일이 다가와. 겨울에 태어났지만 추위를 잘 타던 우리 언니. 이번 년 가족 생일은 모두 챙겨주고 막상 왜 3일 뒤 언니의 생일은 주인공이 공석이 됐을까.

 

언니의 빈자리에 대한 슬픔은 그 어떤 것으로도 채울 수 없지만 우리는 언니에 대한 기억을 밝은 ‘흥부자’의 모습으로 채우기로 했어.”

-최정민 씨 동생이 한 말.

 

“한 달을 훌쩍 넘기고 영정과 위패가 있는 분향소가 이제야 차려지는 우스꽝스러운 일이 자행되고 있는 이 상황에 할 말을 잃고 참담함을 느낍니다. 이런 상황에도 아직도 그 날의 일을 일반 사고라고 하실 건가요? 정말 사고라는 단어를 알고는 있나요?

 

우리 아이들을 두 번 죽이지 마십시오. 저는 정치를 잘 알지도 못하고 알려고 하지 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단지 우리 젊은 청춘들의 안타까운 죽음 앞에  씌워진 참혹한 오명을 벗겨주는 것이 우리들의 남겨진 숙제이기 때문에 용기를 내서 나온 것뿐입니다.” 

-김용건 씨 숙모가 한 말.

 

“무뚝뚝한 누나들에 비해 정 많고 애교 많던 너는 늘상 엄마 아빠 심지어 이모 삼촌들을 따스하게 안아주고 예쁜 미소로 사랑한다고 말하고 다녔어.

 

나는 너의 그런 따스함이 내 곁에 오래오래 있을 줄 알았는데 2022년 10월 29일 아니 30일이었을 수도 있는 그 시간에 따뜻했던 너는 차갑게 변하고 있었더라. 그리고 넌 그렇게 차갑게 돌아왔어. 모든 가족이 그렇겠지만 우리의 시간은 그날에 멈춰 있다.“

-신한철 씨 누나가 한 말.

 

각 유가족의 발언이 끝나고 다른 발언이 나오기 전 틈마다 시민들은 “힘내세요!”, “함께하겠습니다!”라고 외쳤다.

 

끝으로 이종철 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고통과 그리움이 조금씩 나아지겠지’라고 우리 스스로 위로했지만,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그리움과 고통은 더욱 커져만 가고 있습니다. 아직도 하지 못한 아들의 사망 신고는 아마도 영원히 하지 못할 거 같습니다”라며 “너무나도 많은 억울함이 있습니다. 호소할 것이 분노할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러나 오늘 이 순간만큼은 오직 우리의 아들딸 형제자매 우리 모두가 사랑했던 평생 사랑할 이들만을 생각하려 합니다”라고 말했다.

 

시민대책회의는 공동호소문에서 윤석열 정부가 국민을 지키지 못한 책임을 외면하고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가의 책임 인정과 윤석열 대통령의 공식 사과, 성역 없는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생존자 지원, 추모 공간 마련, 피해자 종합 지원 대책, 2차 가해 방지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을 강하게 촉구했다.

 

이후 유가족들과 시민들은 용산 대통령집무실 방향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경찰과 도로에 들어찬 ‘버스 차벽’에 의해 가로막혔다. 주최 측에 따르면 본래 경찰은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에 있는 전쟁기념관까지는 길을 열어주겠다고 했지만 갑자기 말을 바꿔 길목을 통제했다고 한다.

 

▲ 행진의 맨 앞장에 선 유가족들.  ©김영란 기자

  

 ©김영란 기자

 

 ©김영란 기자

 

▲ 유가족을 가로막는 경찰들.  ©김영란 기자

 

▲ 경찰차를 두겹, 세겹 쌓은 경찰들.  ©김영란 기자

 

이날 행진은 한동안 대치 상황이 이어지다가 유가족 대표단 일부가 대통령실에 6가지 요구사항이 담긴 서류를 전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유가족들은 지난 11월 22일 첫 기자회견을 열고 ▲진정한 사과 ▲성역 없는, 엄격한, 철저한 책임규명 ▲피해자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진상 및 책임규명 ▲참사 피해자의 소통 보장, 인도적 조치 등 적극적인 지원 ▲희생자들에 대한 온전한 기억과 추모를 위한 적극적 조치 ▲2차 가해를 방지하기 위한 입장 표명과 구체적 대책의 마련을 촉구했지만 윤석열 정부는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다.

 

한편 이날 윤 대통령은 ‘금요일(16일)까지 직접 찾아와서 진심으로 사과하라’는 유가족의 외침에도 끝내 분향소를 찾지 않았고 사과도 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오히려 시민추모제가 열린 같은 시간에 그리 멀지 않은 종로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트리 점등 행사’에만 참가해 시민추도제를 일부러 외면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자초했다.

 

▲ 참사 현장에는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글들이 적혀 있다.  ©김영란 기자

 

 ©김영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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