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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2차 시민추모제 “끝까지 싸우겠다. 함께 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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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윤 기자
기사입력 2022-12-31

“오늘 저희가 2차 추모제를 여기서 하고 있습니다. 저희 아이들은 녹사평에 있습니다. 그런데 왜 저희는 여기 와서 추모제를 해야 할까요. 녹사평에는 저희를 끊임없이 조롱하고 방해하는 정말 인간이길 포기한 그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중략) 

그들은 왜 그렇게 저희를 적처럼 조롱하고 방해를 할까요. 그건 그들이 정치적으로 오염됐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저는 처음에는 너무나 분노했지만 그들이 불쌍하기 짝이 없습니다. 일부 세력이 이용하고 끊임없이 그들을 자극해서 이렇게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이정민 부대표(고 이주영 씨 아버지)

 

올해 마지막 금요일인 지난 30일,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10.29 이태원 참사 2차 시민추모제 「기억과 애도의 2022년 우리를 기억해주세요」가 열렸다. 

 

 

 갑작스레 차디찬 칼바람이 분 날이었지만 유가족 수십여 명을 비롯해 시민 수백여 명이 함께 했다. 손에 든 촛불을 서로 옮겨붙인 참가자들은 추모와 묵념으로 시민추모제를 시작했다.

 

▲ 촛불을 들고 추모하는 시민.  © 강서윤 기자

 

▲ 촛불을 들고 손선전물을 바라보는 시민.  © 강서윤 기자

 

 © 강서윤 기자

 

“왜 법과 원칙은 그리고 공정과 상식은 우리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것일까요. 우리는 감당이 안 되는 분노와 지금도 진정되지 않은 가슴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위처럼 운을 뗀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여는 말에서 “현실은 참혹했고 대통령실, 행안부, 서울시, 경찰청, 용산구청, 그리고 소방청 같은 정부 기관은 은폐·조작하기에 바빴습니다. 우리는 이제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봐야 합니다”라면서 “우리 유가족들은 10월 29일 이후 (정부로부터) 철저히 버려졌습니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가 시민추모제를 시작하는 여는 말 발언을 하고 있다.  © 강서윤 기자

 

고 이주영 씨 오빠 이진우 씨는 “명확한 진상을 알고 책임자가 처벌받는 모습을 봐야 저희의 새로운 일상을 제대로 만들어나갈 수 있습니다”라면서 “중요한 것은 시민 여러분들의 꺾이지 않는 관심, 저희와 함께하는 마음입니다. 많은 시민 여러분들이 저희와 같은 곳에 서주신다면 유가족에게는 너무나 힘이 됩니다. 기억해주세요. 그리고 함께 해주세요”라고 호소했다.

 

▲ 고 이주영 씨 오빠 이진우 씨가 시민들에게 함께 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 강서윤 기자

 

희생자 조모 씨의 언니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대체 어떤 명단을 가지고 연락을 하는 겁니까. 왜 전체 유가족이 아닌 개인별, 사적으로 접촉하려 하셨습니까”라며 “제가 들은 것만 해도 3건이 넘습니다. 녹취록, 문자, 증거 다 있습니다. 왜 국정조사에서까지 거짓 증언을 하고 책임을 회피하십니까. 장례조차 제대로 할 수 없게 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렇게 찾은 시신의 얼굴만 확인하게 하고 몸은 확인하지 못하게 한 이유는 무엇입니까”라고 분노했다.

 

자신을 ‘한나 언니 동생’이라고 소개한 초등학생 ㄱ 양은 “아무도 책임이 없다고 회피하고 있어. 대참사가 일어났는데 축소하기 급급하고 은폐하려 하고 있어”라면서 “유가족들을 향한 1차, 2차, 3차, 4차 가해를 하고 국민을 기만하고 돌아가신 언니·오빠들, 가족들까지 조롱하고 있는데 어린이들이 다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아. 말로는 공정과 상식이라면서 말만 떠들고 있어”라고 세상을 떠난 언니에게 편지를 전했다.

 

▲ 희생자의 동생인 초등학생 ㄱ 양이 세상을 떠난 언니에게 쓴 편지를 읽고 있다.  © 강서윤 기자

 

고 정주희 씨 아버지 정해문 씨는 극우세력이 시민분향소에서 유가족들을 모욕하는 것에 관해 “젊은 영혼들을 추모하는 공간을 유가족이 마음 편하게 사랑하는 아들딸들을 보낼 수 있도록 만들어주세요”라며 “희생자 죽음에 행정 당국은 진심으로 애도를 표하라, 희생자의 유족과 국민에게 정식으로 진상을 밝히고 사과하라”라면서 진상을 꼭 밝혀내겠다고 강조했다.

 

▲ 고 정주희 씨의 아버지 정해문 씨가 진상규명을 다짐하며 발언하고 있다.  ©강서윤 기자

 

아래는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가 정부·국힘당의 방해로 지지부진한 것에 관해 이종민 유가족협의회 부대표가 무대에 올라 특히 강조한 말이다.

 

“국정조사가 파행의 길로 가고 있습니다. 저희는 국정조사가 시작할 때 분명히 경고했습니다. 국정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우리 유가족들을 또다시 기만한다면 절대 우리는 좌시하지 않고 이제는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밖으로 나가서 우리 가족들이 그 어떤 고난이 있더라도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그렇게 공개적으로 이야기했습니다. 이제 경고합니다. 또다시 이 파행을 바로잡지 못한다면 결코 용서하지 않겠다는 것을 분명히 밝히겠습니다. 여러분 다 같이 함께 해주십시오.”

 

유가족들과 끝까지 함께 하겠다는 참가자들의 다짐과 결의도 있었다.

 

‘이태원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태원 상인 김현경 씨는 유가족들을 모욕하는 극우세력을 비판하며 “이태원 사람들이 유가족들을 사랑으로 품고 갈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들도 도와주십시오”라면서 “현명한 우리 국민은 모두 똑똑히 지켜보시고 판단하실 겁니다. 나부터 시작합니다. 나부터 위로와 사랑을 전합니다”라고 발언했다.

 

산재로 사망한 노동자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는 “유족을 위로하고 책임져야 할 정부가 책임 면피에 급급한 것도 모자라 더러운 말로 욕보일 수 있는지 한없는 분노가 치솟습니다”라면서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해야만 그에 합당한 책임자 처벌과 재발 방지 대책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유족들이 끝까지 싸운다면 저도 그 길에서 끝까지 함께 하겠으니 용기 잃지 마시기 바랍니다”라고 강조했다.

 

“지금 우리가 위로하는 방법은 함께 싸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처럼 발언한 가수 지민주 씨는 감정이 복받친 듯 울면서 “지지 말고 싸워서 봄날을 가져오자”라고 노래했다.

 

▲ 대통령집무실을 바라보며 손선전물을 든 유가족.  © 강서윤 기자

 

▲ 대통령집무실을 향해 외치는 시민들.  © 강서윤 기자

 

모든 발언과 추모 공연이 끝나고 유가족과 시민들은 대통령집무실 쪽을 향해 “대통령은 사과하라”, “진실을 규명하라”, “책임자를 처벌하라”, “2차 가해 중단하라”, “유가족 공간, 추모 공간 마련하라”라고 외쳤다. 이후 유가족들이 시민분향소로 앞서 돌아가는 길을 시민들이 뒤따르며 시민추모제가 마무리됐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1월 14일에 3차 시민추모제가 열린다.

 

한편 본래 2차 시민추모제는 사전행사와 본행사 모두 이태원광장 시민분향소(녹사평역 3번 출구 근처) 앞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시민분향소 근처에 몰려든 김상진 신자유연대 대표 등 극우 유튜버들이 유가족들을 모욕하면서 본행사 장소가 용산 전쟁기념관 앞으로 바뀌었다.

 

앞서 지난 29일 유가족협의회는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을 모욕하는 김상진 대표 등 극우단체의 시민분향소 접근을 막아달라며 서울 서부지법에 분향소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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