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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의 ‘세 가지 범죄 의혹’을 파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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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 기자
기사입력 2023-04-02

 

▲ 지난 3월 30일 열린 태영호 정계 퇴출 촉구 기자회견 모습.  © 김영란 기자

 

노란 유채꽃밭이 붉은 피로 물든 4월이다.

 

분단된 조국이 아니라 하나의 조국을 염원했던 제주 민중들이 미군정과 이승만에 의해 학살당한 4월이다.

 

그런데 4.3항쟁 75주년인 2023년, 제주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이 역사 왜곡에 울분을 터뜨리고 있다. 

 

역사 왜곡의 주범은 바로 태영호 국힘당 최고위원이다. 태영호는 지난 2월 13일 제주 4.3평화공원에서 4.3항쟁이 북한의 지령에 따른 것이라는 망언을 했다. 이에 많은 단체가 태영호의 망언을 비판하며, 사과를 요구했으나 지금까지도 사과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극우 세력들은 제주도에 이런 내용의 현수막까지 부착하며, 4.3항쟁의 영혼과 유가족의 가슴에 비수를 꽂고 있다. 심지어 4.3항쟁 학살 행동대였던 ‘서북청년단’의 이름을 딴 극우 청년단체가 75주년 4.3추념식 당일 집회까지 예고하고 있다.

 

4.3항쟁 관련 단체뿐만 아니라 제주도 의회 그리고 시민사회단체까지 태영호의 망언을 비판하고 있으며, 정계 퇴출까지 요구하고 있다. 

 

시민사회 단체들은 태영호의 망언을 비판함과 동시에 그의 과거 행적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국가자금 횡령, 미성년자 강간 의혹, 국가기밀 누설’ 등의 의혹은 2016년 8월 17일 태영호가 한국에 발을 들인 순간부터 제기됐다.

 

왜 그런 의혹이 제기됐는지 살펴보자.

 

북한으로부터 소환 통보와 비슷한 시기에 ‘망명’을 결심한 태영호

 

먼저 태영호가 이른바 ‘망명’을 결심한 시기부터 짚어보자. 

 

2016년, 태영호가 한국으로 온 즈음 다수 언론은 그해 6월 북한이 ‘국가 기밀누설, 자금 횡령, 미성년자 강간’ 혐의로 태영호를 소환했고, 태영호가 소환에 불응하자 북한 중앙검찰소는 7월 12일 수사 시작 결정서를 발급했다고 보도했다. 

 

북한도 8월 20일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도주자[태영호]는 많은 국가자금을 횡령하고 국가 비밀을 팔아먹었으며 미성년 강간 범죄까지 감행한 것으로 하여 그에 대한 범죄 수사를 위해 지난 6월 이미 소환지시를 받은 상태에 있었다”라면서 “공화국[북한] 중앙검찰소는 이자의 범죄 자료를 요해[파악]하고 7월 12일 고의적 비밀 누설죄, 국가재산 횡령 범죄, 미성년 성교 범죄에 대한 수사 시작 결정서를 발급했다”라고 밝혔다. (「“태영호는 범법자..항일투사 아들은 거짓말” <北 통신>」, 통일뉴스, 2016.8.20.)

 

2016년 8월 21일 자 영국 ‘선데이 익스프레스’에 따르면 태영호가 비밀리에 영국 정보기관 관계자를 만난 시점도 6월이었다. 장소는 런던 북서부 왓퍼드의 골프장이었다. 만남 이후 태영호의 망명을 위한 영국과 미국의 작전이 준비됐다.

 

북한의 소환 통보 시기와 태영호와 영국 정보기관이 만난 시기가 비슷한 것은 우연이었을까?

 

소환돼 범죄에 대한 처벌을 두려워한 태영호가 ‘망명’이라는 이름 아래 한국에 온 것이라는 의혹이 당시에도 제기됐다.

 

빠듯한 월급으로 골프를 즐긴 태영호 

 

2016년 8월 19일 미국의소리(VOA)는 탈북자의 말을 인용해 태영호의 월급이 1,400파운드(200여만 원) 정도이며, 생활이 빠듯했다고 보도했다. 

 

그런 태영호가 골프를 즐겨 쳤다고 한다. 영국의 정보기관을 만난 곳도 골프장이었다. 태영호의 골프사랑이 어느 정도였는지 알 수 있는 사례가 있다. 태영호는 영국과 미국이 준비한 극비의 망명길에 올랐을 때도 골프채 세트를 꼭 가져가야 한다고 우길 정도였다. (「“태영호 망명 보따리엔 골프채, 테니스 라켓”」, 노컷뉴스, 2016.8.22.)

 

▲ 노컷뉴스 누리집 화면 갈무리.  

 

지금 골프가 많이 대중화됐어도, 골프를 치려면 비용이 많이 들어 서민들이 즐기기는 여전히 어려운 운동경기라 할 수 있다. 웬만한 사람이면 빠듯한 월급으로 골프를 즐겨 치지 않는다. 자녀도 교육시켜야 하는 처지라면.

 

그런데 태영호는 골프를 즐겼고, 테니스도 종종 쳤다고 한다. 그런 비용이 다 어디서 나왔을까. 

 

2016년 8월 18일 한국일보는 「[단독] “태영호, 580만 달러 통치자금 갖고 탈북”」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의 태영호 공사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통치자금 수백만 달러를 가지고 탈북한 것으로 전해졌다”라고 보도했다.

 

대북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한국일보는 대사관이 관리하던 580만 달러(당시 약 64억 원)를 갖고 태영호가 탈북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 이후에 이인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는 2016년 8월 19일 YTN에 출연해 “영국에서 고위급으로 근무하셨던 외교관들 몇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상황을 점검해 봤는데 우선 최근의 상황을 보면 대북 제재 때문에 북한 당국이 각 공관에서 쓰던 자금들이나 통치자금들을 현금으로 다 빼놨을 가능성이 있다. 금융망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태 공사[태영호]가 견물생심이라고 해서 그걸 가지고 다른 마음을 품을 개연성은 충분히 있다고 볼 수가 있다”라고 말했다.

  

즉 태영호가 북한 대사관의 공금을 유용하거나 횡령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다. 

 

이렇게 보면 태영호가 평상시에 골프비용도 대사관의 공금을 썼을 확률도 있다. 그래서 이런 행위를 인지한 북한이 태영호를 소환하려 했던 것이 아닐까.

 

성범죄 피해자, 영상으로 증언해

 

태영호는 2020년 총선에서 강남갑에 출마했을 당시, 시민사회단체로부터 고발당했다.

 

촛불국회만들기 4.15총선시민네트워크 회원들은 2020년 3월 25일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태영호의 미성년자 강간 의혹’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들은 태영호를 고발하면서 “비록 공권력이 미치지 않는 북한 지역에서 일어난 사건이라고 하더라도 성범죄 의혹이 제기된 이상 이를 조사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시민단체, “북한서 성범죄 의혹” 태영호 경찰에 고발」, 연합뉴스, 2020.3.25.)

 

▲ 2020년 3월 25일 시민단체 회원들이 태영호 미래통합당 강남갑 후보의 미성년자 강간 의혹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출처-4.15총선시민넷]  

 

이들의 고발에 앞서 북한의 매체 ‘메아리’는 태영호에 대해 “우리 공화국에서 국가자금 횡령죄, 미성년 강간죄와 같은 온갖 더러운 범죄를 다 저지르고 법의 준엄한 심판을 피해 도망친 천하의 속물, 도저히 인간 부류에 넣을 수 없는 쓰레기”라고 주장했다. (「북한 “태영호, 자금 횡령·미성년 강간하고 탈북”」, 서울신문, 2020.2.26.)

 

그런데 이 고발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은 2020년 6월, 이 사건의 각하결정을 내렸다. 각하결정은 기소 또는 수사를 이어갈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검찰이 판단했을 때 내리는 불기소처분이다. 그러더니 검찰은 고발인들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현재 2심까지 진행됐으며 3명에게 벌금형을 내렸다. 이유는 태영호를 낙선시킬 의도였다는 것이다. 

 

이런 검찰의 행태를 두고 일각에서는 태영호에게 이런 의혹을 제기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비판을 하기도 했다.

 

태영호의 미성년자 성범죄 의혹은 그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았다. 피해자의 증언 영상을 북한에서 공개했기 때문이다.

 

중학생(17세)인 시절에 외국어를 가르쳐 준다는 태영호의 꼬임에 빠져 태영호를 따라다니다 성폭행당했다고 피해자가 영상을 통해 증언했다. (「[단독] 태영호 미성년 강간, 피해 여성 영상 공개」, 민플러스, 2020.10.23.)

 

태영호는 이런 의혹을 부인하고 있고 피해자가 북한의 국민이기 때문에 사건의 전말을 파악하기 어렵지만, 피해자가 증언까지 나온 것으로 봤을 때 태영호의 성범죄 행위를 의심해볼 수 있다. 

 

▲ [사진출처-현장언론 민플러스]  

 

‘골프 외교’ 강조하는 태영호, 골프 치다 국가기밀 누설?

 

북한은 태영호가 국가기밀을 누설했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한 구체적 정황은 알려진 바가 없지만 태영호의 말을 통해 유추해볼 수 있는 정황이 있다.

 

태영호는 지난해 9월 7일 ‘골프 외교’라는 말을 쓰면서 “외교관들은 일상 업무로 정치인들과 식사도 하고 선물도 주고받으며 주말이면 의원들의 지역구라도 따라 내려가 골프도 쳐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국에서 있었던 자기의 경험을 덧붙였다.

 

태영호는 “영국에서도 골프를 통해 많은 정보가 오가고 로비가 진행됐다”라며 로비 차원에서 자신도 영국에서 골프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한국인 골프 프로에게 골프를 배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교는 사람과 친숙해지는 것에서부터 시작되고, 외교 업무 기본은 국익에 필요한 고급정보를 알아내고 사전에 필요한 로비활동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를 얻으려면 정보를 줘야 한다. 태영호도 ‘로비’라는 명목 아래 북한의 정보를 다른 국가의 정보원들에게 준 것은 아닌지 의심해볼 여지가 있다.

 

극비작전을 펼치며 태영호를 한국에 데려온 미국

 

제기된 의혹들이 사실이라면 태영호는 범죄자이다.

 

그렇다면 극비작전까지 펼치며 영국, 독일 그리고 한국까지 태영호 가족을 데려온 미국과 영국은 이를 몰랐을까?

 

미국과 영국은 다 알았을 확률이 높다. 

 

앞서 언급한 조선중앙통신은 논평을 통해 “사건 발생 초기부터 영국 측에 도주자가 감행한 범죄 행위들에 대하여 알려주고 조사를 위하여 범죄자를 넘겨줄 것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주장대로라면 영국은 태영호의 범죄 행위를 알고 있었다. 그런데 영국은 미국에 태영호의 ‘망명’ 의사를 알려주고 함께 이동 작전까지 펼쳤다.

 

영국 ‘선데이 익스프레스’에 따르면 영국 외무부는 2주간 고민 끝에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망명 의사를 알렸고 7월 초 워싱턴 고위 관계자가 영국으로 왔다고 한다. 7월 12일을 전후한 시점에 태영호의 ‘망명’ 작전이 감행됐다.

 

태영호 가족은 미국과 영국 정보기관 관계자들의 호위 속에 영국 옥스퍼드의 공군기지로 향했다. 그들은 30인승 영국 공군(BAe146)기를 타고 출발했다. 이 비행기는 영국 공군 타이푼 전투기 2대가 호위했다. 그리고 독일 람슈타인 미 공군기지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한국에 왔다. 

 

통일부가 태영호 가족이 한국에 왔다고 밝힌 시점은 8월 17일이다. 태영호 가족은 한국에 들어와서도 국가정보원의 안가에 머무른 것으로 알려졌다. 즉 태영호의 가족은 한 달여를 미국, 영국, 한국의 정보기관과 함께 있었다.

 

그리고 CIA는 이례적으로 태영호가 한국에 온 뒤에 수사를 한 바 있다. 

 

아래는 월간중앙이 2016년 9월 18일 보도한 기사 「 [월간중앙 10월호] 태영호 공사, 서울 안가(安家)에서 美 CIA 조사 받았다」의 내용 중 일부이다.

 

“특히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들이 우리 관계 당국의 양해 아래 태 공사[태영호]에 대한 조사를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북 정보 소식통은 ‘태 공사의 탈북·망명과 한국행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한·미 정보 당국 간 공조가 이뤄졌다’라며 ‘미국 측 사전 요청에 따라 태 공사에 대한 면담 형식의 조사가 진행된 것으로 안다’라고 밝혔다.”

 

“여기에는 서울 미 대사관에 외교관 신분으로 머물고 있는 CIA 서울 거점의 대북 정보 요원은 물론 일본과 미국 본토에서 파견된 대북 담당관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부분 우리 정보 관계자도 동석한 한미 공동 심문 형태지만, 일부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단독 조사도 진행됐다고 한다.”

 

미국이 영국과 함께 태영호 가족의 ‘망명’을 도왔고, 한국에 온 뒤에 태영호를 따로 만났다면 그의 범죄 행위에 대해 충분히 물어보고 전말을 파악했을 것이다. 

 

태영호의 범죄가 사실이라면 미국은 태영호의 큰 약점을 잡은 것이다. 

 

미국의 처지에서는 약점이 잡힌 태영호를 자기네가 원하는 순간에 반북 대결 책동에 충분히 이용할 수 있으리라 판단하고 범죄자를 망명객으로 둔갑시킨 것이 아닐까. 

 

태영호는 결국 한국에 온 지 4년 만에 미래통합당 소속으로 서울 강남갑에 출마해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당시 김종인은 태영호의 전략공천을 “국가적 망신”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강남갑이라면 국힘당 후보로 출마하면 무조건 당선된다고 봐도 무방한 지역이다. 그렇기에 많은 이들이 탐을 내는 지역이기도 하다. 그런데 태영호가 뜬금없이 전략 공천된 것이다. 여기에 그 어떤 세력의 힘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뒤 태영호는 북한에 대한 악의적인 발언들을 수없이 했다. 그러다가 급기야 이번에는 4.3항쟁을 북한의 지령에 따른 것이라는 망언까지 한 것이다. 이 망언이 논란이 되자 ‘북한에서 그렇게 배웠다’라는 말까지 했다.

 

▲ 국힘당 최고위원으로 당선된 태영호. [사진출처-국힘당 누리집]  ©

 

윤석열 정권 들어서 간첩 조작 사건이 여기저기 터지며, 종북몰이가 판을 치고 있다. 또한 한미 양국은 이른바 북한의 인권을 계속 문제 삼으며 반북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이 태영호의 범죄 행위를 알면서도 한국에 데려온 것이 반북 대결, 모략 책동에 태영호를 돌격대로 내세우려던 것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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