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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다방 오면 참가 사진 담은 열쇠고리 선물 드려요!”

이태원 참사 유가족에게 '키링' 200개 전달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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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훈 기자
기사입력 2023-04-22

매주 토요일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촛불대행진이 열리는 태평로 일대에는 늘 촛불다방 부스가 있다. 촛불다방은 시민 누구나 따뜻한 차로 목을 축일 수 있는 ‘촛불대행진의 옹달샘’ 같은 곳이다. 

 

  © 박명훈 기자

 

22일 촛불다방 관계자는 “평소에는 차가 700~800잔이 나가는데 지난주 전국 집중 촛불대행진 때는 1,500잔이 나갔다. 엄청 바빴다. 이제 날씨가 더워지면 아이스커피 등 차가운 차를 준비해야 하는데 어떤 차를 준비하면 좋을지 고민이다”라고 귀띔했다. 

 

촛불다방에서는 따뜻한 차와 함께 공방에서 직접 만든 키링(가방이나 휴대전화에 매다는 열쇠고리)도 시민들에게 건넸다.

 

“오늘도 개업하셨나?” 

 

단골 시민이 시원한 사이다를 촛불다방 관계자에게 건네며 반갑게 인사했다. 따뜻한 차를 받아든 이 시민은 “하나밖에 없는 작품이네”라며 촛불다방에서 직접 만든 키링을 손으로 매만졌다.

 

“세월호 참사 이후 희생자분들을 기리는 리본이나 관련 물품 같은 상징물이 사람들 사이에서 문화가 됐잖아요. 촛불집회에서도 관련 상징물을 소개하고 알리는 집회 문화가 생기면 좋겠습니다.”

 

촛불다방에서 키링을 만들고 사진도 찍는 김보연 씨는 지난해 9월 처음 촛불에 나왔고 11월부터 키링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전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 김보연 씨.  © 박명훈 기자

 

김 씨는 경기도 군포에서 공방 ‘갬성포토 메이드샵 베카아트’를 운영하면서 매주 토요일마다 서울로 올라온다. 김 씨가 보여준 공방 창문 사진에는 촛불대행진 현장에서 나눠주는 자주독립 단지기가 붙어 있었다.

 

키링은 100년을 넘을 만큼 오래 가는 특수한 알루미늄판으로 만들어졌다. 촛불대행진에서 함께하는 시민들과 ‘촛불로 함께한 소중한 기억’을 나누면 좋겠다는 김 씨의 정성이 담겼다.

 

▲ 촛불다방 입구에 있는 키링을 정돈하는 김보연 씨.  © 박명훈 기자

 

처음에는 김 씨 혼자서 키링을 만들었지만 점점 같이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당시는 시민들의 사진이 아니라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우리는 촛불독립군” 등의 글귀와 관련 사진을 담아 키링을 만들었다.

 

김 씨는 “처음 남원촛불행동이 사진을 주고 주문의뢰를 해서 키링을 만들었는데 너무 예뻤다”라며 이후 촛불대행진에 함께하는 시민들의 표정을 담은 키링을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 촛불대행진 참가자들의 모습이 담긴 키링.  © 박명훈 기자

 

  © 박명훈 기자

 

촛불다방은 각 키링마다 일정한 가격을 매겨 판매하고 있다.

 

“저한테 사진을 보내주시면 키링을 만들고 다음 촛불대행진에 오실 때 찾으러 오라고 하는 거죠. 사진을 주시는 분들은 재료비 같은 소정의 비용을 지불하셔야 해요.”

 

김 씨는 알루미늄판 등 재료비에 간신히 맞춘 가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 남성이 활짝 웃는 사진을 담은 키링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이분 사진을 제가 촛불행동 네이버 카페에서 가져와 키링으로 만들었는데 이분은 자기가 찍혔는지 잘 모르실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깜짝 선물로 드리는 거예요. 촛불행동 카페에 올려서 ‘선물해드리고 싶어서 만들었다’면서 찾으러 오라고 하는 거죠. 그러면 이분은 다음 촛불에 오셔서 선물을 받아가시는 거예요.”

 

이날 촛불다방을 찾은 자리에서 김 씨와 번호를 교환하고 키링 제작을 요청한 뒤 다음에 찾으러 오겠다고 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김 씨는 “(재료비에 들어가는 비용 외에도) 매주 시민들이 주시는 후원금도 점점 늘고 있다”라면서 이 후원금으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에게 전할 키링을 만들려 한다고 전했다. 후원금으로 키링을 200개 정도 만들어 근처 시청광장 합동분향소에 있는 유가족에게 전달할 예정이라고 한다.

 

키링을 가방에 달고 다니는 시민분들을 봤냐는 물음에 김 씨는 많이 봤다며 “지난주 전국 집중 대회 때 대박이 났다”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 키링을 구경하는 시민.  © 박명훈 기자

 

▲ 키링을 구경하는 시민.  © 박명훈 기자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 김 씨는 “힘을 내시라. 전 9월부터 촛불대행진에 참여했는데 7~8개월 정도 됐다. 이제 총선도 다가오고 여름인데 얼른 윤석열을 끌어내리자”라고 시민들에게 당부를 전했다.

 

마지막으로 김 씨는 키링이 햇빛을 받으면 반짝반짝 빛나니 꼭 바깥에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신신당부했다.

 

▲ 촛불다방 입구에 걸린 여러 종류의 키링.  © 박명훈 기자

 

촛불다방 입구에서 햇빛을 받으며 매달린 키링도, 설명을 들으며 키링을 매만지는 시민들의 표정도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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