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과 자주를 중심으로 각성한 민중의 행동이 함께 따라줘야만 우리 자신을 지킬 수 있습니다. 또 앞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통일이라는 민족적 과제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위는 지난 29일,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37차 촛불대행진에서 자신을 ‘정의의 단칼’(아래 단칼)이라는 활동명으로 소개해달라고 한 조모 씨가 특히 강조한 말이다.
매주 토요일마다 서울 태평로 일대에서 열리는 촛불대행진에는 한 달 전부터 손 선전물이 구겨지지 않게 코팅해주는 촛불 부스가 등장했다. 이날 단칼 씨가 코팅을 돕는 동료 시민 세 명과 부스를 맡고 있었다.
![]() ▲ 코팅된 선전물에 끈을 다는 구멍을 내는 단칼 씨와 선전물을 받은 시민. © 자주시보 |
그리 크지 않은 탁자에 코팅기가 올려진 천막이 없는 단출한 부스였지만 선전물 코팅 작업과 단칼 씨의 거침없는 발언이 시민들의 발걸음을 이끌었다.
![]() © 이인선 객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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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마이크를 입가에 댄 단칼 씨의 목소리는 꽤 멀리서도 들릴 만큼 컸다. 단칼 씨는 기자와 대담을 하면서도 동시에 지나가는 시민들과 눈을 맞추며 즉석연설을 했다.
![]() ▲ 단칼 씨가 시민들을 향해 즉석연설을 하고 있다. © 박명훈 기자 |
단칼 씨는 대담 겸 즉석연설에서 외세의 간섭을 받지 않는 한반도의 자주·민주·통일을 바라며 반세기 동안 민주화운동을 해왔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단칼 씨가 “왜 한국 국민이 수난을 당했는지 분석한 책을 썼다”라며 보여준 책 표지에는 통일된 한반도 그림이 크게 그려져 있었다.
코팅을 신청하는 시민들의 반응이 어떻냐는 질문에는 바로 “좋습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 ▲ 코팅된 선전물을 받은 시민. © 이인선 객원기자 |
![]() ▲ 코팅된 선전물을 받은 시민. © 이인선 객원기자 |
“전쟁 부르는 윤석열을 몰아내자!”, “특등매국노 윤석열 퇴진!”, “매국노 윤석열 퇴진을 명한다!”
위와 같은 구호가 적힌 선전물이 쉴새 없이 코팅돼 시민들에게 넘겨졌다. 1~2분 정도 걸리는 시간 동안 기다려야 했고 돌풍도 불었으나 줄은 갈수록 늘어났고 호응이 뜨거웠다.
“잠깐만요.”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시민들이 계속 찾아와서 대담이 잠시 중단됐다. 단칼 씨는 시민들이 코팅된 선전물을 걸 수 있도록 구멍을 뚫어 끈을 다는 작업을 했다.
다시 진행된 기자와의 대담에서 단칼 씨는 코팅 작업을 하게 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선전물을 코팅할 곳이 별로 없습니다. 종이는 바람이 불면 찢어져 버리고 또 일회용으로 버리게 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런 문제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촛불집회를 일반 시민들이 모르고 있다는 거예요. 여기에 나오는 사람은 늘 현장에서 보니까 알고 있지만 촛불집회를 모르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왜냐하면 언론이 민주주의와 정의, 양심을 포기하고 너무나 편파적으로 보도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래서 시민들이 코팅한 선전물을 몸에 부착해서 촛불집회를 알려야 합니다.”
코팅에는 재료비가 들 텐데 어떻게 준비하냐는 물음에 단칼 씨는 이렇게 말했다.
“처음에는 내 돈으로 재료를 샀고요. 지금은 시민들이 주시는 후원금도 받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후원함에 천 원, 만 원짜리를 넣어주시는데 매번 후원금을 얼마나 받았는지 영수증 기록을 남깁니다. 촛불 시민이 우리 동지들이고 이 나라의 희망은 촛불 시민밖에 없는데 시민들이 후원해주신 돈을 허투루 쓸 수 없습니다. 진정으로 이 나라를 생각하는 건 시민밖에 없습니다.”
단칼 씨는 “전철에서 휴대용 LED 전광판과 카메라를 들고 있으면 나를 빨갱이라고 욕하던 사람들이 꼼짝하지 못합니다”라면서 촛불집회를 널리 알릴 수 있는 자신만의 비법도 소개했다. 단칼 씨가 보여준 휴대용 LED 전광판에는 “민생파탄 전쟁공포 안보위기 윤석열을 탄핵하라”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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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팅 부스에 있는 휴대용 LED 전광판 화면. © 박명훈 기자 |
토착왜구 박멸 시민행동에서 활동하는 단칼 씨는 ‘보수’에 관한 자신의 견해도 밝혔다.
단칼 씨는 “지금 양민학살을 부정하는 반통일세력인 ‘국민의암’ 국힘당과 친일·반역·매국 언론이 있는데 이건 보수 우익이 아닙니다. 보수라고 하면 기존의 가치를 지키고 애국·애족·민족주의 같은 요소들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전혀 없습니다”라면서 “어느 나라 보수가 외세에 의존해서 친일·친미로 권력을 유지하고 독재와 부정부패를 하고 통일을 반대합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촛불 시민들을 향해 “지금 여기 있는 사람들은 민족주의를 추구하고 민족의 자주와 통일, 민주주의를 원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단칼 씨는 윤석열 대통령을 “민족 반역자 박정희, 광주 학살의 원흉 전두환, 사기꾼 이명박, 국정농단 박근혜를 하나로 합쳐놓은 최악의 대통령”으로 규정했다. 또 윤 대통령의 아버지인 윤기중 씨가 일본 문부과학성(교육부) 1호 출신이고, 윤 대통령 역시 일본 제국주의가 한반도의 근대화를 시켜줬다는 친일 교육을 받았다고 했다.
“분단된 조국에서 분열과 대립이 이어지고 있고 남쪽(한국)마저 하나의 나라라고 볼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건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렇게 말하며 심각한 표정을 지은 단칼 씨는 깨어있는 민중이 주도하는 한반도의 자주·민주·통일만이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촛불대행진에 오면 코팅 작업용 망치질과 즉석 사자후 연설을 하는 단칼 씨를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