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탈미’ 에르도안 재선 “국민의 승리‥우리 민족 얕잡아 보지 말라”

에르도안 대통령 승리의 의미

- 작게+ 크게sns공유 더보기

박명훈 기자
기사입력 2023-05-29

 

 

지난 28일(현지 시각) 대선 결선투표가 치러진 튀르키예에서 현직인 정의개발당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최종 승리했다.

 

▲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앞으로 5년간 튀르키예를 통치할 책임을 다시 맡겨준 모든 국민에게 감사하다.”

 

“튀르키예가 오늘 유일한 승자다. 8,500만 국민 모두가 승리했다.”

 

“이번 승리로 ‘튀르키예 세기’의 문이 열렸다. 이번 선거 결과는 아무도 튀르키예의 이익을 탐낼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이스탄불 자택에 머무르던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28일 오후 8시 15분께 지지자들 앞에서 한 승리 연설을 통해 위와 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번 선거 결과는 누구도 튀르키예의 이익을 탐낼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라며 “우리 민족을 얕잡아보면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탈미 행보를 펼쳐온 에르도안 대통령의 재선을 견제한 미국을 겨눈 발언으로 풀이된다.

 

결선투표 투표율은 85.62%에 이를 만큼 튀르키예 국민의 관심이 뜨거웠다.

 

29일 튀르키예 최고선거위원회는 국내외 투표함 99.43%를 개표한 결과 에르도안 대통령이 52.14%(2,751만 3587표) 득표로 승리했다고 밝혔다. 반면 6개 야당에서 단일한 후보로 뽑힌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는 47.84%(2,526만 109표)에 그쳤다. 두 사람의 격차는 대략 225만 표 정도다.

 

서구 주요 언론은 그동안 경제난, 대지진, 장기집권 우려 등을 이유로 에르도안 대통령이 불리하다는 관측을 쏟아냈다. 그러나 튀르키예 민심은 1차 대선 투표에 이어 결선투표에서도 에르도안 대통령을 선택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14일 치러진 1차 투표에서 49.5% 득표를 받아 아슬아슬하게 과반 득표를 하지 못했다.

 

이번 승리로 에르도안 대통령은 장기 집권의 발판을 다지게 됐다. 튀르키예 헌법은 대통령이 재선 임기(5년) 중 국회 의석 가운데 5분의 3이 찬성하면 대통령이 조기 대선을 실시해 한 번 더 연임을 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만약 에르도안 대통령이 재선 임기 막바지인 2028년에 조기 대선을 실시하고 또다시 승리하면 2033년까지 정권을 이어갈 수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2003년 당시 의원내각제였던 튀르키예에서 총리가 되면서 처음 집권했다. 국민의 높은 지지를 바탕으로 총리직을 이어가던 에르도안 대통령은 국민투표를 통해 튀르키예를 대통령중심제로 개헌했고 2017년에는 대통령에 당선된 바 있다.

 

중동 유력지 알자지라는 “이번 대선 결과로 20년을 집권한 에르도안 대통령이 임기를 연장하며 역사에서 위치를 확고히 했다”라면서 “튀르키예 공화국의 창시자인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의 대통령의 15년 임기를 넘어섰다”라고 평가했다.

 

이번 대선 결선투표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방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았다. 특히 대지진 피해로 5만 명이 넘는 인명 피해가 나온 카라만마라시 지역 유권자들도 에르도안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지진 피해 지역인 카라만마라시 마을의 주민 멜리하 카라뵈크 씨는 “지진이 발생한 뒤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은 제 역할을 하지 않았지만 우리의 지도자 에르도안 대통령은 우리를 위해 모든 것을 했다”라고 말했다.

 

에브렌 발타 이스탄불 외즈예긴 대학 교수(정치학)도 가디언과 대담에서 “튀르키예가 지금의 입지에 있는 것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지도력 덕분”이라며 “지금 우리나라는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에르도안만이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대선은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지정학적 요충지 튀르키예의 갈림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전 세계가 주시해왔다. 그동안 에르도안 대통령은 나토(북대서양 조약기구) 소속 국가인 튀르키예의 입지를 활용해 미국을 비판·견제하면서 러시아와 밀착하는 행보를 보여왔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에르도안, 친애하는 친구여”라면서 에르도안 대통령 앞으로 재선을 각별히 환영하는 축하 인사를 보냈다.

 

푸틴 대통령은 “당신의 선거 승리는 튀르키예의 수장으로서 이타적으로 노력한 자연스러운 결과이며 국가 주권을 강화하고 독립적으로 외교 정책을 시행하려는 노력에 대한 튀르키예 국민의 지지를 보여주는 증거”라면서 “우리는 우호적으로 양국 관계를 강화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호혜적으로 협력하려는 당신의 기여를 높이 평가한다”라고 했다.

 

반면 미국은 러시아와 달리 미묘한 반응을 나타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에르도안 대통령의 재선을 축하한다”라면서 “나토 동맹국으로서 양자 이슈와 공동의 글로벌 도전과제에 대해 협력을 이어갈 것을 기대한다”라는 글을 짧게 남겼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트위터에서 “튀르키예는 소중한 나토 동맹국이자 파트너”라며 “튀르키예 국민이 선출한 정부가 우리와 협력을 이어가기를 바란다”라고 했다.

 

미국은 튀르키예의 대선을 앞두고 미국 등 서방 각국과 관계 강화를 강조한 클로츠다로을루 후보를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4월 제프 플레이크 튀르키예 주재 미국 대사는 클로츠다로을루 후보를 접견했는데 이는 국제사회를 향한 ‘미국의 에르도안 반대’로 해석됐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바이든의 특사는 무엇을 했는가”라면서 “부끄러운 줄 알라”라고 미국에 강하게 항의한 바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결선투표에서 최종 승리를 거두면서 미국에 할 말과 쓴 소리를 하는 튀르키예의 행보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지진과 경제난 등으로 절대적으로 불리하다고 평가받던 에르도안 대통령이 국민의 선택을 받아 승리한 건 탈미·자주 노선의 승리이자 미국의 패배라는 평가가 나온다.

 

 

광고
광고
광고
광고
URL 복사
x

PC버전

Copyright 자주시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