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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사라지는 미국’…범죄자도 경찰이 될 수 있다?

미국인들이 경찰을 외면하는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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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훈 기자
기사입력 2023-06-01

최근 ‘경찰 부족 사태’가 계속되는 미국에 비상이 걸렸다. 미 경찰 당국은 새로운 인력을 보충하기 위해 온갖 수를 내고 있지만 미국인들은 그런 경찰을 외면하고 있다.

 

 

지난 5월 25일(미국 현지 시각) 뉴욕타임스는 미 경찰 당국이 경찰에 지원하는 미국인들에게 상여금과 각종 특전을 제공하는 등 인력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다고 보도했다. 예를 들어 시애틀 경찰청에선 신임 경찰관에게 약 8만 3,000달러(대략 1억 950만 원), 시애틀 경찰청으로 옮겨오는 다른 지역 경찰관에게는 약 9만 달러(대략 1억 1,885만 원)를 주겠다고 했지만 지원자는 거의 없다고 한다.

 

지난 5월 27일 워싱턴포스트도 일리노이주, 애리조나주 등 미국 주요 주에서 경찰의 신규 채용이 적어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리노이주 경찰 당국은 지원자의 범죄 전력 일부를 보지 않겠다며 무리하게 합격 기준을 낮췄지만, 여전히 최소한의 인력 확보조차 되지 않는 실상이라고 토로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필라델피아 경찰국에서 인턴으로 일한 에일린 맥모니글의 말을 인용해 “SNS에 경찰이 되겠다는 글을 올리면 즉시 ‘당신은 나쁜 사람’이라는 반응이 나온다”라면서 “SNS의 영향력이 지금처럼 크면 (젊은 층은) 아무도 경찰관이 되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미국 경찰이 이런 지경이 된 건 미국 사회에서 경찰을 향한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5월 미국 미니애폴리스에서는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관 데릭 쇼빈에 의해 9분 29초 동안 목을 무릎으로 짓눌려 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플로이드는 “숨을 쉴 수 없다”라고 호소했지만 쇼빈은 멈추지 않았다. 

 

안 그래도 그동안 미국에서는 경찰이 흑인과 유색인종을 범죄자로 단정해 살해한다는 비판이 많았는데, 플로이드 사건을 계기로 ‘경찰을 믿을 수 없다’는 여론에 불이 붙었다. 미국 곳곳 140여 개 주요 도시에서는 플로이드를 추모하며 경찰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빗발쳤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지난 2021년 9월 27일 ‘2020년 범죄 통계 보고서’를 발표했다

 

저스틴 닉스 네브래스카 대학 범죄학 부교수는 보고서를 통해 조지 플로이드 살해 사건으로 경찰 공권력의 정당성에 위기가 생기고 시민들은 경찰을 덜 신뢰하게 됐다면서 “(미국인들이) 경찰이 신뢰를 잃어 도움을 요청하거나 살인 사건에 대한 정보를 수사관들에게 제공하려 하지 않고 있다”라고 짚었다. 그 결과 “공공장소에서 더 많은 사람이 총을 소지하고 사용해 더 많은 살인이 발생할 수 있다”라고 닉스 교수는 경고했다.

 

미 정부는 플로이드 사건 이후 경찰이 시민을 범죄자로 단정 지어 함부로 총을 쏘거나 제압하지 못하도록 제한했지만, 플로이드 사건과 비슷한 사건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21년 4월, 시카고에서는 “아내가 내 목에 흉기를 들이대고 살해 위협을 했다”라는 피해 남성 마이클 크레이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크레이그를 범죄자로 단정 짓고 총으로 즉각 사살한 어처구니없는 사건도 있었다. 이 내용은 시카고 경찰의 위법행위를 조사하는 독립 수사기관 ‘COPA’가 2021년 11월 4일에 공개한 911 신고 내용과 경찰이 찍은 현장 영상에 나온다.

 

이처럼 미국에서는 경찰이 시민의 생명을 지켜주기는커녕 위협하면서 신뢰가 나날이 추락하고 있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죄 없는 사람들이 경찰에 의해 살해당했는지를 보여주는 공식 통계조차 없다.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부총재와 청와대 치안비서관을 지낸 김중겸 씨는 지난 2021년 10월 18일 매체 ‘더아시안’에 쓴 기고에서 “경찰에 의해 죽은 사람에 대한 통계는 미국에 없다. 연방정부에서 관리하지도 않는다”라며 미국의 실태를 꼬집었다.

 

다만 얼마나 많은 미국인들이 경찰에 의해 부당하게 살해당하는지 추정해 볼 수 있는 실마리는 있다.

 

2005년 이후 ‘공무집행 중 살인’으로 기소된 경찰은 100명에 이르는데 대부분 무죄 판결을 받았다. 경찰은 ‘공격받을 수 있기 때문에 먼저 공격했다’는 논리를 들었고 판사들은 ‘경찰이 느꼈을 생명의 위협이 더 크다’며 대부분 경찰의 손을 들어줬다. (서믿음, 「경찰 공권력에 살해된 흑인…그 속에서 우리가 봐야 할 것」, 독서신문, 2020.6.3.)

 

2021년 10월 31일 뉴욕타임스는 “미국에서 교통 단속 중이던 경찰의 손에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운전자나 차량 동승자가 지난 5년간 400여 명에 달한다”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검찰·법원은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라는 경찰의 주장을 받아들여 400여 명 중 고작 32명을 기소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미국인을 살해해 유죄 판결을 받은 경찰은 32명 중에서도 불과 5명뿐이었다. 

 

미국에서는 2005년 이후 공무집행 중 살인으로 기소된 경찰이 100여 명, 2017년~2021년 동안 교통 단속을 받던 중 살해당한 미국인들이 최소 400여 명으로 확인된 셈이다. 적어도 이보다 많은 미국인들이 경찰에 의해 살해당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지난 2021년 4월 21일 미국 매체 ‘애틀랜틱’은 플로이드를 살해한 쇼빈이 유죄 판결을 받은 것과 관련해 “경찰이 자행한 폭력으로 인한 재판 가운데 지난 수십 년간 가장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지켜본 배심원단의 평결이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동시에 경찰 폭력으로 목숨을 잃은 시민에 관한 사건이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은 적이 또 있었나를 생각해보면, 역설적으로 이번 사건이 얼마나 예외인지 알 수 있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역사적으로 경찰이 공무 중 살해 혐의로 기소되는 일은 정말 드물다. 기소 자체도 많지 않고, 유죄 판결이 나는 경우는 정말 손에 꼽을 만큼 잘 없다”라면서 “검찰이나 배심원도 사건을 재구성해봤을 때 경찰이 정당방위 차원에서, 또는 공무집행을 위해 그럴 수 있었다며 정상을 참작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라고 짚었다.

 

플로이드를 살해한 쇼빈은 ‘이례적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미국 곳곳에서 플로이드의 죽음을 둘러싼 대규모 시위가 없었다면 쇼빈도 무죄를 받았을지 모른다.

 

지난 2021년 6월 21일 미국 콜로라도주의 한 경찰관은 40대 남성 조니 헐리를 총격범으로 오인해 총으로 사살했다. 하지만 콜로라도주의 해당 경찰서는 헐리를 살해한 경찰관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이와 같은 사례가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 미국은 세계의 질서를 다잡고 평화를 유지하는 ‘세계 경찰’을 자처해왔다. 하지만 그 실상은 이라크, 리비아, 아프가니스탄 등을 침공해 수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학살하고 괴롭히는 것이었다. 미국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서 주민들의 신뢰를 잃었고 결국 야반도주하듯 철수했다.

 

그런데 이제는 미국 내부에서마저 공권력, 경찰의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 자국민조차 외면하는 미국 경찰의 모습은 오늘날 미국이 안팎으로 맞닥뜨린 심각한 처지를 보여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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