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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발령 공포의 반 시간으로 얻은 값진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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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흥노 재미동포
기사입력 2023-06-03

지난 5월 말 새벽, 대부분 서울 시민은 전쟁이 터진 줄 알고 잠이 깨고 벌떡 일어났다. 결국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면서 피난 봇짐 싸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미 발 빠른 사람은 라면이 든 피난 보따리를 등에 메고 문밖으로 뛰어나갔다. 아이들을 가진 부모들은 잠든 아이들을 깨우느라 소리를 크게 질러야 했다. 일찍 출근길에 나선 사람들은 가족들을 피난시키려 집으로 발길을 되돌렸다. 집 밖으로 탈출한 주민들은 발만 동동 굴리는가 하면 있지도 않은 방공호를 찾느라 분주했다. 이렇게 근 반 시간이나 불안과 공포에 떨어야만 했다.

 

5월 31일 오전 6시 32분에 서울 상공에 뜬금없이 사이렌 소리가 매우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그리고 약 10분 후, 휴대전화로 서울 지역에 경계경보 발령이 내려졌다. 서울시가 내보낸 경보 내용은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피할 준비를 하시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짤막한 문자였다. 무작정 대피만 하랬지, 왜 대피해야 하고 어디로 대피하라는 안내문도 전혀 없다. 시민들은 소식을 알고자 온갖 노력을 다했으나 실패했다. 네이버마저도 먹통이었다. 

 

오전 7시 3분에 서울시는 발령한 경계경보가 오발령이라는 걸 휴대전화로 알렸다. 그러니까 위기 발령에서부터 해제 시점까지 29분이 소요됐으니 반 시간이나 시민들은 생사가 오가는 공포에 떨어야 했다. 정부가 주민들을 무려 반 시간이나 새파랗게 질리게 내버려 둔 이번 사건을 그냥 넘기기에 너무나도 심각한 사항이다. 많은 문제점이 노출됐다. 서울시와 행안부 간에 견해차로 시비가 벌어져 빈축을 사고 있다. 또, 오세훈 서울시장은 과잉 대응 조치가 옳았다고 우긴다. 

 

도대체 무슨 위급 재난인지 사연을 알리지 않고 구체적 대피요령 안내도 없었다. 북의 미사일이 2분 안으로 서울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런데 당국에서 9분이 지나서 시민들에게 알렸으니 뒷북 친 꼴이다. 지구상 가장 지리적 안보 환경이 취약한 곳이 한국이다.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핵발전소가 동해에 나란히 집중돼 있어서다. 그런데도 미 전략자산 배치에 목을 매고 있는 윤 정권의 안보태세 단면이 이번에 여지없이 들통났다. 

 

평양은 이미 위성 발사에 대한 정보를 세상에 공개했다. 인공위성 발사를 굳이 전쟁이 발발한 것으로 확대 과장하고 공포를 조장하는 행위는 결코 우연이나 실수라 보긴 어렵다. 의도된 모종의 불길한 공작 냄새가 풍겨서 하는 말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윤 정권은 말과 행동으로 전쟁을 결행하려는 의도를 보여왔다. 지금 한반도는 임의의 시기에 전쟁이 터질 수가 있다는 것이 일반적 국제적 평가다. 희극인지 비극인지 아무튼 시민들을 반 시간 동안이나 기절시킨 이 기막힌 사연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운동에 떨쳐나서는 게 절박하다는 걸 철저히 깨닫게 했다는 점에서 ‘불행 중 다행’ 또는 ‘전화위복’이라고 해도 지나칠 것 같질 않다. 한반도에 평화가 존재한다면 긴급 재난 위기 발령이 있을 수도 없고 대피할 필요도 없다는 건 상식이다. 역대 남북 정상들의 합의 선언을 고수 이행하지 못한 책임을 따지면 남측 책임이 절대적으로 더 크다. 이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한미동맹 주술’에 빠진 사람이고 ‘핵미사일 도발’ 소동을 피우는 사람은 한미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배후라는 걸 모르고 있다. 

 

쉽게 말하면, 북핵은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 산물이다. 그런데 이 적대 정책에 남측이 뛰어올라 미국보다 더 집요하고 요란하게 대적 굿판을 벌이고 있다. 따라서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책임에서 한국이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북한의 위성 발사에 안보리를 들먹이며 불법이라고 목청을 높이는 사람일수록 북한 핵미사일 개발을 적극 부추긴 당사자가 바로 자신이라는 걸 까맣게 모르고 있다. 당시 대북 제재에 참여했던 중러 두 이사국이 제재 일부 해제 불가피론을 줄기차게 제기한 지 오래지만 미국의 반대로 진전이 없다.

 

우리로선 제재가 민족의 이익에 도움이냐 손해냐의 관점에서 평가하는 게 바람직하다. 미국은 유엔 제재를 식은 죽 먹기보다 쉽게 무시, 위반하고 있다. 좋은 예로 유엔 조사팀의 이라크 조사 활동 종료 전에 2003년 미국은 대량살상무기가 있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이라크 침략을 감행했다. 또, 유엔은 두 번이나 한국의 미 유엔사 해체를 요구했다. 유엔과 무관한 서울 주둔 유엔군은 유엔기를 절대 사용할 수 없다고 명령했지만, 미국 주도 유엔사는 사실상 일제 총독 행세를 하고 있다.

 

이번 위기 경보는 뭔가를 노린 수상한 공작 냄새가 난다는 것을 실토하지 않을 수 없다. 윤 정권이 시범을 해보고 반응을 떠보자는 것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러나 되레 역풍을 맞은 윤 정권이 변명하느라 정신이 없다. 이건 ‘양치기 소년’을 떠올리게 한다. 진짜 긴박한 위기에 직면해 경계경보가 하달돼도 국민은 신뢰하기 어렵지 않겠는가. 눈만 뜨면 안보 소동을 피우는 윤 정권의 안보가 뒷북 치는 안보로 드러났다. 오죽하면 BBC, NYT 등 서방 언론들이 “한국은 실제 비상사태에 대응할 준비가 안 됐다”라 했을까. 

 

시민들에게 잔인한 심적 고통을 안긴 정부 당국은 규탄받아야 마땅하다. 한편, 공포에 떨면서 많은 시민이 전쟁을 증오하고 평화를 절감하게 된 것은 한반도 평화 번영을 향해 큰 걸음을 내디딘 쾌거라 하겠다. 아마 이것을 ‘전화위복’이라 해도 무난하지 않을까 싶다. 국제문제 전문가들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젤렌스키와 윤석열은 빼닮은 데가 많다면서 젤렌스키의 전철을 윤석열이 걷고 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다. 

 

윤석열은 미중 대리전을 한반도에서 펼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하나는 나토 주술에 걸려있고 다른 하나는 한미동맹 주술에 걸려들어서 미국이 원하는 대리전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한다. 이미 작년에 미 전 국방부 장관 에스퍼가 대만 문제로 미중 전쟁이 붙으면 한국은 자동으로 전쟁에 뛰어들게 돼 있다는 발언을 했다. 하긴 전쟁하지 못해 환장하는 윤석열은 미국을 위한 전쟁이라면 미국의 입이 떨어지기도 전에 자진해서 특공대로 뛰겠다고 나설 게 뻔하다. 

 

박정희가 일본 천황에게 “사꾸라와 같이 산화할 것을 맹세한다”라고 했던 것 이상으로 윤석열은 미국에 맹세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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