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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제르 쿠데타 연재] ② 흔들리는 서방 제국주의, 전망은?

흔들리는 서방 제국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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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훈 기자
기사입력 2023-08-09

머리말

 

7월 26일(현지 시각) 서아프리카의 중요한 길목에 있는 국가 니제르에서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켰다. 그동안 니제르에서 권력을 잡아온 친서방 정권이 뒤집히면서 아프리카를 둘러싼 정세가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본지는 2편의 연재를 통해 니제르에서 쿠데타가 일어나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번 쿠데타의 특징은 무엇인지, 전망은 어떻게 될지를 분석한다.

 

1. 흔들리는 서방 제국주의

 

 

7월 26일 니제르에서 쿠데타가 발발한 이후 프랑스를 시작으로 서방 각국은 자국민 탈출 작전에 나섰다. 

 

이에 관해 프랑스 등 서방에서는 니제르의 이번 쿠데타를 자신들의 힘으로 뒤집기는 어렵다고 보고 자국민을 빼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박영서의 글로벌 아이] 니제르 국민이 쿠데타 지지하고 “푸틴 만세” 외친 이유」, 디지털타임스, 2023.8.3.)

 

쿠데타 이후 친서방 세력의 대응은 다음과 같다.

 

서방을 편드는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는 7월 30일 긴급정상회의에서 니제르 군부에 1주일(8월 6일) 안으로 바줌 대통령을 복권시키지 않으면 니제르에 군사력을 투입하겠다고 압박했다.

 

8월 4일, 압델 파타우 무사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 정치·평화·보안 집행위원은 “필요한 자원을 비롯해 우리가 언제 군대를 배치할 것인지 등 군사 개입에 투입될 모든 요소가 논의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8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국인 미국은, 8월 3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이 주재한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우리(미국)는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가 요구한 바줌 대통령 석방과 니제르 헌법 질서 회복이 실제 효력을 발휘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믿는다”라며 “우리는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의 노력을 지지한다”라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다음날인 8월 4일에는 성명을 통해 니제르 군부를 제재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를 제재하겠다는 것인지조차 설명하지 않으면서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서방 세력의 별 효과 없는 ‘말잔치’가 이어지는 분위기에서 니제르 군부는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가 무력으로 위협하면 자신들 역시 무력으로 맞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기에 인접국인 말리, 부르키나파소도 니제르를 겨눈 제재 조치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며 외세가 니제르에 들어오면 자신들도 니제르 군부를 도와 무력을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아프리카와 경제·정치적으로 활발하게 교류해온 중국 역시 니제르와 인근 국가들이 정치적 해결책을 찾을 지혜와 능력을 갖췄다고 믿는다며 사실상 니제르 군부의 손을 들어줬다.

 

결과적으로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가 니제르 군부를 향해 바줌 전 대통령을 복권시키지 않으면 군사 개입을 하겠다고 통보한 8월 6일이 지났지만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그동안 프랑스는 니제르를 ‘우라늄 공급국’이자 서아프리카에서 자국의 영향력을 발휘할 군사요충지로 활용해왔다. 여기에 미국 등 서방 각국은 프랑스에 숟가락을 얹어 아프리카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강화하려 했다.

 

2000년대 들어 서방 각국은 프랑스와 함께 니제르에 개입했다. 미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서방 각국은 알카에다 등 이슬람 무장세력 소탕을 명분으로 니제르에 군대를 파병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특히 프랑스에 기대 아프리카에서 영향력을 키우려 한 미국의 야욕이 두드러졌다.

 

미국은 2011년 10월 자신과 엇서는 북아프리카 리비아를 침공해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을 무너뜨린 뒤 프랑스의 묵인 아래 니제르 등 서아프리카로 눈을 돌렸다.

 

2013년 1월, 당시 니제르 정부는 미국과 주둔군지위협정(SOFA)을 체결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의 문화일보는 “니제르에 주둔 중인 미군이 한 명도 없는 상황에서 양국 정부가 이 같은 협정을 체결했다는 것은 향후 이곳에 미군기지가 건설된다는 의미”라고 보도했다. (「美, 對이슬람 무장조직 군사력 강화」, 문화일보, 2013.1.29.)

 

미 국영 방송인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미 아프리카 사령부는 2019년 11월 니제르 중부 아가데즈에 새로운 공군기지를 건설했다. 미국은 공사비용으로 1억 1,000만 달러가 들어간 기지에 무인 정찰기 등을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티븐 타운센드 당시 미 아프리카 사령부 사령관은 미국의소리에 “우리(미국)는 서아프리카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아프리카와 협력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미 국방 당국자는 미군이 니제르 등 불안정한 서아프리카 각국의 치안을 지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아프리카 문제를 전공한 조에바 로크 아메리칸대 국제정치학 박사는 2014년 5월 14일 「외교정책포커스」에 실은 글에서 아프리카에 군대를 주둔하려는 미국의 속내를 고발했다.

 

로크 박사는 “미 아프리카 사령부의 활동을 인도주의로 포장하는 건 기만적이다. ...중략... 아프리카 대륙 어느 곳에서건 진입을 위한 발판을 구축하는 것이 (미국의) 진짜 속셈”이라면서 “인도주의를 표방한 미 아프리카 사령부의 임무를 미국의 선의나 (아프리카의) 갈등 방지를 위한 활동으로 볼 것이 아니라 미국의 외교정책이 아프리카에서 군사화한 형태로 추진되는 징후로 봐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미 군부의 인도주의적 활동, 진짜 속셈은?」, 프레시안, 2014.5.19.)

 

 

2. 전망

 

▲ 왼쪽부터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 빅토리아 눌런드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부장관 직무대행). 

 

이번 니제르 쿠데타는 국제 정세에 큰 파장을 미치는 사건으로 주목받고 있다.

 

니제르에서 발생한 쿠데타로 서아프리카의 정세가 바뀌면서 서방 세력이 곤경에 처하게 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8월 1일 한국 YTN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최악의 에너지난을 겪은 EU는 니제르의 쿠데타 사태가 가져올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세계 최대 우라늄 생산국 중 하나인 니제르의 정국 혼란이 이어질 경우 에너지 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라면서 “EU는 원전 원료인 우라늄의 20%가량을 니제르에서 수입하고 있다. 앞으로 상황이 악화되면 그동안 논의돼왔던 러시아산 우라늄 제재도 힘들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며 EU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라고 짚었다.

 

니제르에는 아직 제대로 개발되지 않은 원유, 천연가스 등도 풍부한데 서방 각국은 여기에도 관심을 보여왔다.

 

7월 28일 한국 매일경제는 이번 쿠데타로 “서아프리카에서 프랑스 세력의 몰락이 재확인됐다. 니제르에 드론기지를 둔 미국도 전전긍긍하고 있다”라면서 “서방의 서아프리카 정책이 큰 타격을 받았다”라고 진단했다.

 

매일경제는 니제르가 “사헬지역에서 서방의 보루 역할을 해온 전략적 요충지였다”라면서 “글로벌 영향력을 지키려는 미국과 식민시대 때 서아프리카 위주로 식민지를 운영했고 이후에도 지역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던 프랑스는 니제르 정변에 특히 더 민감하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니제르 쿠데타라는 “대형악재”를 맞닥뜨린 미국과 프랑스가 “상당한 불안감”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서아프리카 거점 잃나…니제르 쿠데타에 미·프랑스 ‘타격’」, 매경LUXMEN, 2023.7.28.)

 

여러 보도를 종합하면 현재 니제르에는 프랑스군 1,500명을 비롯해 미군 1,100여 명과 독일 등 유럽 각국의 외국군이 대략 2,000여 명 이상 주둔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니제르 군부는 8월 4일 “니제르가 처한 상황에 대한 프랑스의 실망스러운 반응을 보고 군사 협력을 종료하기로 했다”라면서 “1997년부터 2020년까지 프랑스와 맺은 5개의 군사협정을 파기한다”라고 밝혔다. 

 

니제르 군부가 프랑스와 맺은 군사협정을 모두 파기하면서 프랑스군의 철수는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또한 니제르 군부는 별도의 성명에서 미국, 나이지리아, 토고 주재 대사를 해임하고 소환한다고 발표했다. 나이지리아와 토고는 친서방 정권이 들어선 서아프리카 국가다. 이번 주요국 대사 해임은 그동안 친서방 중심이었던 니제르의 대외 정책을 바꾸려는 니제르 군부의 기류를 보여준다.

 

이런 분위기에서 8월 7일 미 국무부에 따르면 빅토리아 눌런드 미 국무부 부장관 직무대행이 비밀리에 니제르를 방문했다. 미국 AP통신 등은 눌런드 대행이 니제르 군부 지도자 3명을 만나 압두라흐마네 티아니 니제르 군부 수장, 모하메드 바줌 전 니제르 대통령을 만나게 달라고 요구했지만 모두 거부당했다고 전했다. 

 

또 눌런드 대행은 쿠데타를 철회하지 않으면 니제르에 하던 지원을 끊겠다고 경고했지만 니제르 군부는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니제르 군부의 ‘반서방’ 행보는 프랑스군을 따라 니제르에 들어온 미군, 독일군, 이탈리아군 등 서방 각국 군대의 연쇄 철수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한때 친프랑스 군부 세력이 득세했던 말리와 부르키나파소는 2022년 8월, 2023년 2월 프랑스와 맺은 방위협정을 파기했다. 이에 따라 프랑스군 등 서방 각국은 도망치듯 인근 니제르로 군사 거점을 옮겼는데 이마저도 철수를 해야 하는 지경이다.

 

구도로 볼 때 러시아와 긴밀한 것으로 보이는 니제르 군부와 말리·부르키나파소 등 각국이, 미국 등 서방을 앞세운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와의 신경전에서 일단 승리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와 미국은 ‘이슬람 테러 세력 박멸’을 명분으로 니제르에 군사를 들였지만 본래 목표는 니제르의 광물자원 확보와 영향력 확대에 있었다. 그런데 이번 쿠데타를 기점으로 새로운 니제르 정부가 러시아와 협력을 강화한다면 러시아의 바그너 그룹이 서아프리카에서 군사 활동을 할 발판을 마련하게 되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디지털타임스, 위의 기사.)

 

서방은 바줌 전 대통령이 복귀해야 니제르의 민주주의가 회복된다고 주장하지만, 앞서 살펴봤듯 프랑스 등 서방 세력이 개입한 니제르는 세계 최빈국이었고 민주주의도 기능하지 않았다. 

 

현재 서방 주요 언론에서는 니제르의 이번 쿠데타로 부르키나파소, 말리, 니제르, 수단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서아프리카의 친러 벨트가 완성됐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이는 일정 부분 사실일 수 있겠지만, 프랑스 등 서방의 착취에서 벗어나려는 니제르 국민의 열망을 제대로 짚지 않았다는 점에서 제대로 된 평가는 아니다.

 

니제르 국민의 시선에서 보면 이번 쿠데타는 그동안 자신들을 수탈하고 고통에 빠트린 프랑스 등 ‘서방 제국주의’를 몰아내고, 자신들의 힘으로 나라를 바로 세우겠다는 의지를 높이는 과정으로도 볼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 정세와도 긴밀하게 얽힌 니제르의 상황을 앞으로도 예의주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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