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아침햇살264] 북중, 북러관계의 변화와 우리의 과제 ③

- 작게+ 크게sns공유 더보기

문경환 기자
기사입력 2023-09-01

(이어서)

 

3) 국제 위상을 높인 외교술

 

2018년 북미가 사상 첫 정상회담을 한다고 발표하자 세계가 술렁거렸다. 북미정상회담은 마지막 남은 냉전의 잔재를 청산하는 의미에서도 뜻깊다고 할 수 있지만 더 중요하게는 미국이 그토록 인정하지 않았던 북한을 인정하고 존중하게 됐다는 점에서 국제 사회에 놀라움을 주었다. 

 

 

그동안 미국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았다. 국교도 맺지 않고 회담도 회피했다. 2000년대 진행된 6자 회담도 미국이 북한과 양자 회담을 하지 않으려다 고안해 낸 것이며, 버락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도 마찬가지다. 협상을 할 때마다 북한에 유리한 결론이 나오기 때문에 회담을 기피한 것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대화 자체가 상대를 인정하는 것이며 특히 북한의 핵개발, 핵보유를 인정하는 것으로 되기 때문에 양자 회담을 피한 것이다. 

 

2018년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을 할 때도 이 부분이 논란이 되었다. 그간 북미 양자 대화는 북한의 핵개발을 인정하는 꼴이라서 하지 않았는데 인제 와서 다른 것도 아니고 정상회담을 해버리면 어떡하느냐는 논리였다. 

 

BBC 코리아는 2018년 3월 9일 자 보도 「김정은과 트럼프의 정상회담에 걸린 5가지 난제」에서 “두 나라의 정상이 협상 테이블에 앉기도 전에 부각될 문제는 바로 두 정상이 만나는 행위 자체에 대한 비판”이라면서 “미국이 북한을 인권 탄압 및 독재 국가 그리고 테러지원국으로 규정해 왔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테이블에서 만나는 것만으로도 이미 정상회담의 주요 목적 하나를 달성하게 된다. 전 세계에 그리고 북한 내부에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 대통령에게도 인정을 받은 지도자라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였다. 

 

이런 논란은 정상회담 후에도 계속됐다. 정상회담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극찬하고 우호 관계를 강조하면서 북한을 ‘핵개발을 한 불량 국가’에서 ‘미국과 대등한 좋은 국가’로 만들어 주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2020년 미국 대선 과정에서도 조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가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에 정당성을 부여해 줬다”라고 비판했다. 

 

 

2019년 2차 북미정상회담도 마찬가지였다.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은 2019년 2월 28일(현지 시각)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세계에서 가장 강한 사람과 얼굴을 마주하고 앉을 기회를 얻은 큰 승리자였다”라고 했다. 미국과 정상회담을 한 것 자체로 북한이 핵보유국으로서 국제 위상을 높였기 때문에 이미 승리자가 됐다는 것이다. 

 

특히 2차 북미정상회담에 관한 미국 내 평가가 매우 특이했다. 회담이 합의 도출에 실패했기 때문에 어찌 보면 회담 실패로 평가할 수 있지만 공화당, 민주당을 막론하고 모두 트럼프 대통령이 잘했다고 평가했다. 펠로시 하원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무것도 주지 않은 것은 잘한 일”이라고 하였다. 다시 말해 미국 내에서는 북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요구를 관철하지 못한 것은 당연한 일이고 북한의 요구를 막아낸 것만 해도 잘한 일이라고 여긴 것이다. 매우 수세적이고 방어적인 태도다. 누가 보면 북한이 강대국이고 미국이 약소국이라고 여길 만한 평가다. 

 

게다가 다수의 언론과 전문가들이 2차 북미정상회담 합의 도출 실패가 미국의 무리한 요구, 잘못된 협상 태도 때문이라고 분석하면서 북한의 핵보유에 정당성을 실어주었다. 이후 북한에 핵폐기를 요구하는 주장은 현저히 줄어들고 ‘미국이 잘못해서 북한이 핵폐기를 안 한다, 미국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급증했다. 

 

2022년 10월 9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 보도 「북한이 이미 이겼다」에서 안킷 판다 카네기국제평화기금 선임연구원은 “(북한) 비핵화는 이제 실패한 정도가 아니라 웃음거리가 됐다”라며 “이제 북한이 이겼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라고 하였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베리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센터 교수도 2022년 10월 13일 자 뉴욕타임스 기고문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에서 “미국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하는 노력이 실패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할 때”라면서 “워싱턴은 북한이 핵보유국임을 인정하는 것을 숙고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두 차례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은 국제 위상을 한껏 끌어올렸다. 반면 미국은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해 버린 꼴이 됐다. 그러자 다른 나라들도 마음 놓고 북한을 대할 수 있게 되었다. 베트남도 북한과 정상회담을 했고 러시아도 정상회담을 했다. 만약 미국이 ‘북한이 핵을 포기하기 전에는 대화할 수 없다’고 선언하고 회담을 거부했다면 다른 나라들도 미국 눈치를 보느라 북한과 관계 개선을 쉽게 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은 북한의 외교술이 높은 수준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을 맡고 있는 장성민 전 국회의원은 월간조선 2018년 7월호 기고 「미국 국내정치 측면에서 본 美北정상회담」에서 “이번 미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의 김정은은 모든 것을 달성한 승자로 보였다. 반면에 트럼프 대통령은 완패자로 보였다. 김정은은 디테일에 강했고 트럼프의 속내를 정확히 읽고 있었다. 트럼프의 마음을 김정은 자신의 의중대로 끌고 다니기 위해서 트럼프를 철저히 연구한 흔적들이 역력히 드러났다”라고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북미정상회담을 성사해 낸 북한의 외교술이 중국, 러시아의 태도를 바꾸었다고 할 수 있다. 

 

4) 북한의 원칙적 자세

 

고대 로마의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한 ‘분할하여 지배하라’라는 말은 상대를 분열시켜 약하게 만들어 지배하는 분할통치 전략을 뜻한다. 중국에는 오랑캐를 이용해 오랑캐를 제압한다는 ‘이이제이’라는 말이 비슷한 뜻으로 쓰인다. 분할통치 전략은 동서고금의 공통 전략이다.

 

냉전 시기부터 미국은 소련과 중국의 갈등을 부추겨 대립하게 했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수교를 하면서 소련을 고립시키는 방식을 썼다. 박차영 기자는 2022년 1월 10일 자 아틀라스뉴스 기사 「미중화해②…덩샤오핑, 미국 통해 경제도약 추진」에서 “미국은 중국을 끌어안음으로써 공산권의 분열을 유도하고 소련에 대한 포위망을 좁히게 되었다”라고 설명했다. 신범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도 2022년 2월 22일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냉전 시기 미국이 중공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며 냉전 구도에서 승기를 잡았다”라고 하였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베트남과도 손을 잡았다. 15년 동안 전쟁을 치른 미국과 베트남은 종전 20년 후인 1995년 수교를 단행하였다. 2016년 미국은 베트남에 무기 수출을 전면 허용했는데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하는 베트남을 지원하는 성격이 강했다. 2018년에는 미 항공모함이 베트남 다낭 항에 입항하기도 했다. 베트남은 이런 미국을 등에 업고 중국에 공세를 폈다. 

 

이처럼 미국은 사회주의 국가 사이를 이간질할 목적으로 중국에도, 베트남에도 손을 내밀었고 이들 나라는 거기에 이용당했다. 

 

미국이 2018년 북한과 정상회담을 단행한 중요한 목적도 바로 북중관계를 갈라놓자는 것이었다. 1972년 첫 미중정상회담이 중국을 포섭해 소련을 고립시키는 전략이었다면, 2018년 북미정상회담은 북한을 포섭해 중국을 고립시키는 전략이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북중관계를 충분히 이간질할 수 있다고 여긴 듯하다. 실제로 당시까지 북중관계는 매우 험악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북한은 2018년 3월 9일에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합의한 후 3월 25~28일 전격적으로 중국과 정상회담을 진행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중정상회담을 보며 충격을 받아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한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해 외교 망신을 자초하였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북중정상회담을 이유로 북미정상회담을 파기하려 한 것을 보면 미국에 ‘북핵 폐기’보다 북중관계 파괴가 더 중요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북한이 핵심 핵시설 단지인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겠다고 했는데도 미국은 받지 않았다. 북한이 요구한 일부 제재 해제는 미국이 언제든 뒤집을 수 있기 때문에 ‘북핵 폐기’를 하고자 했다면 북한의 제안을 받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런데도 북한의 제안을 거부한 것은 미국에 ‘북핵 폐기’보다 더 중요한 것, 바로 중국 고립이 있었기 때문이다. 

 

박후건 경남대학교 교수는 2018년 5월 28일과 10월 17일 자 프레시안 기고 글에서 “(2017년 4월 6~7일 미중정상회담 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조선[북한]을 미국 편으로 끌어들이고 조선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전략으로 선회”하였다고 분석했다. 더 구체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북한과 국교정상화를 하고 북한이 절실히 필요한 경제지원을 해주고 북한을 미국 편으로 만들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라고 하였다. 

 

북중관계를 흔히 순망치한(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의 관계라고 한다. 중국 처지에서 북한은 중국을 지키는 마지막 성벽이나 다름없다. 다수의 아시아 국가가 미국 편에 서서 중국을 견제하는데 미국의 구상대로 되어 북한마저 미국 편에 서면 중국은 상당히 곤란한 처지가 된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의 기대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북미가 정상회담을 하기로 합의하고 중국이 위기를 느낄 때 북한이 북중정상회담을 전격 추진했다. 중국은 북중정상회담을 쌍수 들고 환영하며 아무 조건 없이 즉각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했다. 북중정상회담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하게 진행됐으며 북중 사이엔 갈등 없이 서로 힘을 합치자는 이야기로만 채워졌다. 중국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황제급 의전을 선보였으며 엄청난 선물 공세를 폈다. 중국은 북중관계를 깨뜨리게 될까 봐 북한에 핵문제를 꺼낼 수 없었다. 자연스럽게 중국은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해 줘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렇게 북한은 격렬하게 대립하던 북중관계를 일거에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북한의 가장 중요한 외교 상대는 미국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이 아니다. 북한은 매년 신년사를 발표할 때 대외관계 분야에서 대미 외교보다 항상 사회주의 나라와의 외교를 먼저 배치하곤 한다. 북한은 사회주의 나라들의 단결·역량 강화를 대외관계의 최우선 과제로 본다. 북한은 두 차례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역으로 사회주의 나라 사이의 단결과 역량 강화를 이뤄냈다.

 

북한은 2차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베트남과의 관계도 개선했다. 북한과 베트남은 과거 베트남전 때 북한에서 전투기 비행사를 보내주면서 혈맹관계를 맺었다. 하지만 1990년대 북한이 ‘고난의 행군’을 겪을 때 베트남은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고 개혁개방을 추진하면서 북한의 도움 요청을 외면했다. 그때부터 북한과 베트남의 관계는 악화했는데, 2차 북미정상회담으로 관계를 개선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북한-베트남 관계가 좋아지면서 베트남 옆에 있는 라오스와 북한의 관계도 자연스레 좋아졌다. 베트남과 라오스는 북한이 노동당 제8차 대회를 열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노동당 총비서로 추대할 때 가장 빈번하게 축전과 서한을 보낸 국가가 되었다.

 

이처럼 북한은 미국의 이간질 정책에 휘둘리지 않고 오히려 미국을 이용해 사회주의 국가와 우호 단결을 강화하는 원칙적인 모습을 보였다. 만약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에만 매달리며 사회주의 국가, 반미 국가와의 우호 협력을 외면했다면 중국, 러시아가 북한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더욱 적대적인 모습을 보였을 것이다. 

 

(계속)

 

광고
광고
광고
광고
URL 복사
x

PC버전

Copyright 자주시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