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아침햇살266] 북중, 북러관계의 변화와 우리의 과제 ⑤

- 작게+ 크게sns공유 더보기

문경환 기자
기사입력 2023-09-12

(이어서)

 

2) 경제 분야

 

북중, 북러는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다양한 경제 협력을 할 수 있다. 오래전부터 논의되던 두만강 유역 북·중·러 개발계획(TRADP), 연해주와 시베리아 개발, 러시아 가스관 연결, 철도 연결, 라선항 이용은 물론 공동 우주개발, 돈바스 지역 복구 사업 등도 함께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나서는 문제가 바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경제 협력은 거의 불가능하다. 지금 중국, 러시아는 대북 제재를 무력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첫째, 중러는 대북 제재를 무력화할 법적인 명분이 있다. 

 

원래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의 궁극적인 목표는 북한 경제를 무너뜨리는 게 아니라 북한의 핵개발을 막는 것이다. 그래서 북한의 핵개발을 막기 위해 제재를 하면서 동시에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도 명시하였다. 예를 들어 2017년 12월 22일 유엔 안보리 결의 2397호의 26항은 “6자 회담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한다면서 “미국과 북한이 서로의 주권을 존중하고 평화롭게 공존하기로 약속한 점, 6자가 경제 협력을 증진하기로 약속한 점”을 강조했다. 또 27항은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전반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고, 한반도 상황에 대한 평화적·외교적·정치적 해결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며, 대화를 통한 평화적이고 포괄적인 해결을 촉진하기 위한 안보리 이사국들과 다른 국가들의 노력을 환영하고 한반도와 그 너머의 긴장 완화를 위한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라고 하였다. 

 

그런데 미국은 대북 적대 정책을 유지하면서 북한을 겨냥한 핵공격 훈련을 지속하는 등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았다. 북한의 주권을 존중하지도 않고 종전선언 약속도 지키지 않는 등 미국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지키지 않았다. 

 

또 위 결의 25항은 “(대북 제재가) 북한 민간인에게 인도주의적으로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거나 …중략… 금지되지 않은 경제 활동과 협력, 식량 지원과 인도적 지원을 포함한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제한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하였다. 그러나 미국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 인도적 지원을 가로막았다. 대표적으로 코로나19 사태 당시 대북 의약품 지원을 방해했다. 

 

결정적으로 위 결의 28항은 “북한의 조치를 지속적으로 검토할 것이며, 필요에 따라 조치를 강화·수정·중단 또는 해제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확인한다”라고 하였다. 따라서 2018년 북한이 핵시험 중단,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 중단을 선언하고 실제로 핵시험장을 폭파하였을 때, 2019년 북미정상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폐쇄를 제안했을 때 이에 따라 대북 제재를 수정·중단·해제하는 절차에 들어갔어야 했다. 하지만 미국은 이를 거부하였다. 

 

이처럼 미국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취사선택하면서 온전히 지키지 않고 있으며 특히 대북 제재를 완화해야 할 확실한 근거가 있음에도 이를 거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러만 유엔 안보리 결의에 얽매일 이유는 없으며 오히려 안보리 결의에 따라 대북 제재를 수정·중단·해제하는 게 옳다. 

 

둘째, 중러는 실리적 측면에서도 대북 제재를 무력화하게 되어 있다. 

 

과거 중러는 미국과 마찰을 피하고자 눈치를 보았다. 미국은 대북 제재를 지키지 않는 나라에 보복을 가했으며 심지어 유엔 안보리 결의가 아닌 미국 국내법에 따른 대북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나라와 기업에까지 ‘2차 보이콧(secondary boycott)’ 보복을 가하였다. 

 

그런데 지금은 중러도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다. 이미 미국과 격렬한 마찰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미국의 눈치를 볼 이유가 없다. 또 함께 제재받는 처지에 북한을 또 제재하는 것도 우스운 모양새다. 

 

그러니 중러는 앞으로 대북 제재를 무력화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셋째, 실제로 중러는 대북 제재를 무력화하고 있다. 

 

중러는 국제무대에서 대북 제재 완화를 주장하고 있다. 2018년 브릭스 회의에 참석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북한의 무장 해제 행보에 대한 화답으로 대북 제재를 점진적으로 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주장했다. 2019년 12월 중러는 유엔 안보리에 대북 제재 완화 결의안 초안을 제출했다. 2021년 11월 2일 중국 외교부는 “안보리가 대북 결의안의 가역 조항을 적시에 가동하고 경제와 민생 분야의 일부 제재를 조정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2022년 11월 21일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도 장쥔 유엔 주재 중국 대사는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고 대북 제재를 완화하는 등 구체적인 조처를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올해 3월 21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중러정상회담 이후 발표한 공동성명에는 “양측은 줄곧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포함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고 한반도 평화와 안보체제 구축을 함께 주장해 왔으며, 제재와 압박은 바람직하지도 실현 가능하지도 않다고 믿는다”라는 문구가 들어갔다. 

 

이처럼 중러는 대북 제재 무력화 행보를 하고 있으며 조만간 전면적인 제재 거부에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북중, 북러 경제 협력을 위해서는 북한도 중러에 부과된 경제 제재를 거부해야 한다. 그런데 북한은 애초에 미국 주도의 대중, 대러 제재를 부정했기 때문에 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최근 북한이 코로나19 사태로 폐쇄한 국경을 점진적으로 개방하고 있기에 북중, 북러 경제 협력은 갈수록 속도를 낼 전망이다. 

 

3) 외교 분야

 

외교 분야에서 북중, 북러의 기본 방향은 일극 체제를 다극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22년 9월 8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7차 회의 시정연설에서 “현 국제정세는 정의와 부정의, 진보와 반동 사이의 모순, 특히 조선반도[한반도]를 둘러싼 세력 구도가 명백해지고 미국이 제창하는 일극 세계로부터 다극 세계로의 전환이 눈에 뜨이게 가속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라고 하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23년 3월 20일 중러정상회담을 위해 모스크바를 방문하면서 리아노보스티 통신 기고문에서 “평화·발전·협력·공영의 역사적 흐름은 막을 수 없고 세계 다극화, 경제 글로벌화, 국제관계 민주화의 대세는 되돌릴 수 없다”라고 하였다. 푸틴 대통령도 2021년 1월 27일 다보스포럼 기조연설에서 “분명히, 중앙집권적이고 일극화한 세계 질서를 구축하려는 시대는 끝났다”라고 선언했다. 

 

이 방향에서 북·중·러는 국제무대에서 이미 공조를 실현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유엔 안보리에서 미국의 대북 공세는 중러에 의해 번번이 가로막혔다. 북한이 아무리 탄도미사일을 쏴도 유엔 안보리는 규탄 성명 하나 채택하지 못하고 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지난 8월 17일에도 미국이 북한 인권 문제를 규탄하기 위해 유엔 안보리 공개회의를 소집했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한·미·일을 향해 한반도 전쟁 위기를 높이지 말고 대북 제재를 해제하라며 역공을 펴 성과 없이 끝났다. 겅솽 유엔 주재 중국 부대사는 “(미국이) 진짜 북한 인권 문제에 신경을 쓴다면 북한에 대한 제재를 풀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드미트리 폴랸스키 유엔 주재 러시아 차석대사도 “미국과 일본, 한국이 동아시아 지역에서 군사력을 강화”하면서 한반도의 위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8월 25일에는 북한과 중국이 공조해 일본을 규탄하기도 했다. 원래 전날 있었던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를 규탄하기 위해 소집된 유엔 안보리 공개회의였지만 북한이 “일본이 대량의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핵오염수 해양투기 결정으로 인류의 안전과 안보, 생태 환경을 극도로 위협하고 있다”라면서 “일본의 극악무도한 반인륜적 범죄를 규탄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회의 주제가 핵오염수 문제로 넘어갔다. 일본 측이 주제와 관련 없다며 항의했지만 겅솽 유엔 주재 중국 부대사가 “중국은 일본이 국제사회의 반대를 무시하고 여론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원전 오염수를 해양에 투기해 전 세계에 핵 위협을 전가하는 것에 강력히 반대한다”라고 북한을 거들었다. 일본이 당황해했지만 미국과 한국은 돕지 않고 침묵했다. 국제사회 앞에서 핵오염수 방류를 두둔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사회에서 입지가 줄어든 러시아를 적극 지원하기도 했다.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가 8월 23일 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야와 대담에서 “북한은 우크라이나 특별 군사작전 초기부터 조건 없이 러시아 편을 들어주었다. 북한은 크림반도와 돈바스, 노보로시야(자포로지예주와 헤르손주) 지역의 러시아 귀속을 인정했고 대러 제재에 반대투표를 했다”라며 “자신들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서방의 경제·정치적 압박을 견뎌내는 용기 있는 나라는 거의 없다. 그러나 북한은 협박, 압력, 위협이 어디에서 왔든 맞대응할 수 있는 여유가 있는 국가 중 하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전승절을 맞아 북한 지도자에게 직접 감사를 전하고 싶은 열망이 쇼이구 장관 방북의 주된 동기였다”라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북·중·러는 국제사회에서 서로를 엄호, 지지하고 미국을 반대하는 공동의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4) 체제 강화

 

북·중·러는 서로의 체제를 강화하는 데도 도움을 주고받고 있다. 정상회담과 고위급 회담들은 상호 체제를 인정하고 지지하는 성격을 갖는다. 또 상대국의 주요 계기마다 상호 방문하고 정상 간 친서, 축전을 주고받는 행위도 같은 의미를 지닌다. 

 

이번에 북한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창건 75돌’을 계기로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보낸 축전을 보면 각각 “총비서 동지와 조선노동당의 영도 밑에 형제적 조선인민이 반드시 조선의 사회주의 위업을 추동하여 끊임없이 새로운 발전을 이룩하며 새로운 단계에 올려 세우게 되리라고 믿습니다”, “나는 당신이 건강하고 성과를 거둘 것을 진심으로 축원하며 아울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모든 공민들에게 평화와 번영이 있기를 바랍니다”라고 하였다. 북한 체제가 강화되기를 바라는 내용들이다. 

 

또 북한 ‘전승절’을 계기로 북한을 방문한 리훙중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 일행을 접견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중국 당과 정부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를 전면적으로 건설하는 새로운 여정에서 세계에 괄목하는 성과들을 이룩하고 있으며 또한 날로 중화인민공화국의 국제적 지위가 높아지고 있는데 대하여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라면서 “형제적인 중국 당과 인민이 시진핑 동지의 현명한 영도 따라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의 꿈을 반드시 실현하리라는 확신”을 표명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과 ‘무장장비전시회-2023’을 관람하면서 “러시아 군대와 인민이 강력한 국가 건설을 위한 투쟁에서 커다란 성과를 쟁취하리라는 확신”을 표명하였다. 

 

이런 발언들은 단지 말로 그치는 게 아니라 실제로 서로 지지하고 협력하는 행동을 통해 더욱 힘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계속)

 

광고
광고
광고
광고
URL 복사
x

PC버전

Copyright 자주시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