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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북러정상회담의 의의와 전망, 주목점 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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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 기자
기사입력 2023-09-27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9월 12~18일 러시아를 방문했다. 북러정상회담을 포함해 방러 일정 전반을 봤을 때 국제 정세에 심각하고도 근본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특집을 6편으로 준비하였다. 

 

(이어서)

 

  

세계가 주목한 정상회담

 

 

뉴욕타임스는 지난 9월 4일(미국 현지 시각) 미국 정부 관계자 등을 인용해 북러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때는 북러 양국이 정상회담을 공식화하기 전이었다. 뉴욕타임스의 보도 이후 전 세계의 언론들은 매일 북러정상회담의 개최 여부, 회담 장소 등 다양한 추측성 기사를 쏟아냈다. 

 

세계의 언론들은 북러 양국이 지난 9월 11일 정상회담을 공식화하자, 이 소식을 긴급히 타전했다. 그 후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을 언제 떠났는지, 전용 열차가 어디를 통과했는지 등의 세세한 기사까지 냈다. 특히 9월 13일(러시아 현지 시각) 오후 1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극동 아무르주 치올콥스키시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연 정상회담 소식은 거의 실시간에 가까울 정도로 보도했다.

 

그런데 올해 열린 중러정상회담과 한·미·일 정상회의를 돌아보면 관련국의 언론은 정상회담을 주요하게 다뤘어도 전 세계의 언론이 속보 경쟁하듯이 보도하지 않았다.

 

세계는 왜 북러정상회담에 주목했을까. 

 

   

1) 강국과 강국의 만남

 

두 나라는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강국이다. 

 

세계적으로 전략적인 강국이 되려면 전 세계적 차원에서 군사적으로 압도적인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 

 

북한의 경우 2017년 11월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5형 시험발사 성공 이후에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그 이후로도 북한은 줄기차게 군사적인 힘을 강화했다.

 

미국은 현재 북한이 화성포-17형을 정상 각도로 발사할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이 군사적인 행동을 하면 북한의 행위를 비판하면서도 늘 마지막에는 북한과 대화하고 싶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는 북한의 군사행동에 대응하기 어려운 미국의 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러시아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비롯해 이미 막강한 군사력을 보유한 나라이다. 러시아와 미국의 대리전이라 할 수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는 미국에 쓴맛을 안겨주고 있다.

 

이처럼 북한과 러시아가 군사 강국을 자처하는 미국을 압도하고 있다는 것이 현실에서 드러나고 있다. 

 

여기에 북한과 러시아는 정치적인 측면에서 있어서도 다른 나라의 눈치를 보지 않고 줏대 있게 자국의 견해를 밝히는 나라다.

 

북한은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를 한결같이 지지하며 우크라이나를 자극한 미국의 행태를 초지일관 규탄하고 있다. 

 

러시아 역시 최근년에 자국의 견해를 명확히 밝히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의 군사적 행동을 문제 삼는 미국을 겨냥해 중국과 공조해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 또한 세계에서 패권을 부리는 미국을 강한 어조로 비판하고 있다. 

 

대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국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국제질서에서 쉬운 일은 아니다. 강국이라는 영국도 미국의 푸들이라는 자조적인 비판이 나올 정도이다. 영국 하원 외교위원회는 2010년 3월 28일 펴낸 「세계안보: 영국-미국 관계」라는 보고서에서 “영국은 공손함을 줄이고 우리와 이익이 다른 부분에서는 좀 더 기꺼이 ‘아니오’라고 말할 필요가 있다”라면서 영국이 미국의 2003년 이라크 침공에 동참한 뒤 “영국 정부가 미국에 복종하는 푸들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현실과 상관없이 영국에 대한 평판과 이익에 깊은 손상을 끼치고 있다”라고 스스로 지적했다.

 

세계는 군사·정치적으로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오히려 압도하는 강국인 두 나라의 만남 자체에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2) 중심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있다

 

가)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타전된 소식  

 

전 세계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실시간으로 전했다. 전 세계의 눈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발걸음이 닿는 곳을 향했다. 

 

그리고 9월 13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열린 북러정상회담 소식을 러시아 언론은 물론 미국·일본·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언론이 속보처럼 보도했다.

 

▲ 언론 보도 화면 갈무리.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북러정상회담을 마치고 러시아의 여러 곳을 돌아봤다. 세계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15일 유리 가가린 공장 방문, 16일 크네비치 공군 비행장과 러시아 태평양함대 방문, 발레공연 관람 그리고 17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평양으로 출발한 소식 등 모든 행보를 자세히 전했다.

 

만약 세계가 북러정상회담만을 주목했다면 정상회담 이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행보를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았을 것이다.

 

이는 세계가 주목한 것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행보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라 할 수 있다. 

 

나) 이번에도 먼저 기다린 푸틴 대통령

 

푸틴 대통령이 30분 먼저 나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환대했다.

 

푸틴 대통령은 다른 국가의 정상과 회담할 때마다 적게는 몇십 분 길게는 몇 시간씩 지각해 상대를 기다리게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정상회담에서 우위를 점하려고 일부러 늦게 간다는 의견이 나온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북러정상회담을 할 때마다 먼저 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기다렸다.

 

▲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기다리는 푸틴 대통령.  © 크렘린궁

 

2019년 4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1차 북러정상회담에서도 푸틴 대통령은 30분 먼저 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기다렸다.

 

당시 한국의 많은 언론은 “‘지각대장’ 푸틴 대통령이 30분 먼저 나와 김정은 위원장을 극진히 예우했다”라면서 이례적이라고 표현했다.

 

이번에도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담 장소인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 13일 낮 12시 30분에 도착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기다렸다. 한 번이면 우연이라 할 수 있지만 두 번 모두 먼저 온다는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성의있게 맞이하고 정성을 다하고자 하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노컷뉴스는 지난 14일 「‘지각대장’ 푸틴 30분 기다렸다…10월 한반도 외교전 치열」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우주기지라는 회담 장소와 푸틴 대통령의 깜짝 의전은 북러 밀착을 세계에 알리기에 충분했다”라고 보도했다. 

 

다) 지적인 모습을 보인 김정은 국무위원장

 

어떤 시설을 방문할 때 일반적으로 다른 나라의 정상들은 대부분 의례적인 질문을 하거나 자기가 준비한 연설을 하는 경우가 많다. 

 

2022년 5월 한미정상회담 차 한국에 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가장 먼저 평택의 삼성 반도체 공장을 방문했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공장 시설을 둘러본 뒤에 준비한 연설을 하고 떠났다. 

 

하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모습은 달랐다. 

 

앞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이 ‘7.27 전승절 70돌 경축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방북했을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무장장비 전시회-2023’에 함께 가서 북한 무기를 직접 설명했다.

 

북러정상회담이 열렸던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푸틴 대통령은 별로 말이 없었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적극적이며 세세한 질문을 던졌다. 러시아 측 해설은 푸틴 대통령이 하지 않고 그곳의 전문가가 했다.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로켓에서 분리된 물체의) 첫 번째 부분은 땅에, 두 번째 부분은 바다에 떨어지는가”, “보조 부품까지 포함해서 직경이 8미터인가” 등의 구체적인 질문을 했다. 이를 보고 푸틴 대통령은 “당신은 전문가”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또한 미국 CNN 방송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 우주기지에서 발사 가능한 가장 큰 로켓의 추진력은 얼마인가”를 비롯해 매우 상세한 질문을 많이 했다고도 보도했다.

 

이로 봤을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로켓과 관련해서 상당한 지식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첨단 다목적 전투기 Su-57 등을 생산하는 유리 가가린 공장을 방문했을 때 전투기 조종석에 직접 올랐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투기 조종석을 직접 살피면서 여러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투기에도 상당한 관심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봤을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단히 재능이 많고 영리하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평가가 맞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의 모든 분야에서 자기 실력을 기반으로 해서 국가의 정책과 방향을 제시하며 구체적으로 지도하고 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3)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유롭고 당당한 모습

 

푸틴 대통령은 카리스마가 매우 강한 사람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국민은 푸틴 대통령의 강력한 카리스마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도 자신의 카리스마를 활용해 상대방을 압도하는 경향성이 있다. 푸틴 대통령의 카리스마에 다른 나라의 정상들은 압도당하며 위축되기도 한다. 

 

하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번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4년 5개월 만에 푸틴 대통령을 만나면서 위축되거나 긴장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자신을 기다리던 푸틴 대통령에게 성큼 다가가 웃으며 악수를 하고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유로움은 아래의 두 사진에서도 느껴진다.

 

▲ 첫 번째 사진.  

 

▲ 두 번째 사진.  

 

첫 번째 사진은 활짝 웃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심각한 표정으로 무엇인가 말하는 푸틴 대통령의 모습이다. 두 번째 사진은 활짝 웃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살며시 웃음을 띤 푸틴 대통령의 모습이다. 푸틴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여유롭게 웃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걱정하던 문제를 조금은 던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푸틴 대통령도 살며시 웃지 않았을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유로운 모습은 정상회담의 주제를 비롯해 방러 기간 활동 전반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고 준비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잘 준비되어 있지 못하면 대부분 사람은 일정에 쫓겨 여유를 부리기도 힘들고 당당하기도 어렵다. 

 

올해 북러정상회담의 개최 여부로 세계의 눈이 북한과 러시아로 향한 지난 8일(미국 현지 시각) 트럼프 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스마트하고 터프한 남자”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모든 것을 최상으로 갖춘 최고의 남자’를 뜻할 때 이 말을 사용한다고 한다. 

 

그리고 한설 전 육군군사연구소 소장도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가의 발전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지도자다. 지도자가 국가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가면 국가는 발전할 수밖에 없다”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높이 평가했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이 북러관계를 새로운 전략적 높이로 올려세웠고, 세계 정치 지형에서 근본적 변화를 일으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유심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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