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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수 정유진의 시 ➀ 「왜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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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
기사입력 2023-10-16

 

▲ 2023년 8월 29일 첫 재판을 마친 뒤 정유진 씨가 그린 그림.  [출처- 공안탄압 저지, 국가보안법 폐지 대책위원회]



왜 나는

 

- 정유진

 

 

완전한 고요가 찾아오는 시간

나는 묻는다

 

왜 나는 0.52평 방도 아닌 이곳

구치소 독거실에 우두커니 앉아 있는가?

 

왜 나는 한 평생

성실한 노동으로 자식을 키우고도 

자신의 삶을 물려주고 싶지 않았던

노동자의 딸이 되었는가?

나는 왜 전쟁의 비극을 끝내지 못한

분단된 조국의 국민이 되었는가?

나는 왜 식민지 조선의 역사를 가진

서글픈 땅에 후손이 되었는가?

 

왜 나는 이러한 것을 질문하는가?

나를 이루는 것들을 들여다 보며

나답게 살아나가기 위해

나를 이루는

무수한 것들에 물음표를 붙여본다.

 

‘왜’라는 무수한 우연은

피할 수 없었지만

선택의 순간 필연이 되고 길이 되어

나를 사람답게 회복시킨다.

 

세상을 창조하는 노동자의 딸

가장 멋진 통일을 만들어낼 조국의 국민

자주독립을 위해 투쟁하는 역사를 새긴 민족

억압의 사슬 끊어내고 

광장에 다시 서는 날

그래서 나는 여기 있다고

당당히 외치리라

 

 

2023.6.25.

 

*정유진 씨는 이른바 ‘창원 간첩단’ 사건으로 현재 서울구치소에 갇혀 있습니다. 지난 9월 14일이 구속기한 만료일이었으나, 재판부 기피 신청으로 1심 재판이 현재 중단돼 있습니다.

정유진 씨를 비롯한 4명의 구속자는 ‘변호인단의 정당한 이의 제기를 무시하고, 검찰의 방패막이 되는 재판부를 신뢰할 수 없다’라며 재판부 기피 신청을 했습니다. 

구치소에서 정유진 씨가 쓴 시를 가족의 동의를 얻어 본지에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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