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별로, 세대별로 각 사람의 관심사에 맞게 ‘윤석열 퇴진’에 앞장서는 촛불시민이 있다. 경기도 군포에서 식당을 운영하며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촛불대행진’에 나오는 유기원 씨의 이야기다.
![]() ▲ 유기원 씨. © 촛불행동tv |
촛불행동 공식 유튜브 채널 ‘촛불행동tv’는 10월 13일 유 씨와 나눈 대담 「식당에서 밭갈이 하시다가 공인중개사 자격증까지?」를 공개했다. (영상 참조)
여기서 밭갈이란 밭을 갈아엎듯 상대의 정치성향, 의식을 갈아엎어 ‘윤석열 지지자’를 ‘윤석열 반대자’로 만드는 걸 뜻한다.
유 씨가 운영하는 식당의 자외선 소독기에는 ‘일본 후쿠시마 핵오염수 반대’ 선전물과 세월호 리본이 늘 붙어 있다. 사람들이 자주 찾는 곳에 일부러 둔 것이다. 이를 보고 웃으며 ‘엄지척’을 하는 손님들도 꽤 있다고 한다.
이런 유 씨의 ‘밭갈이 전략’은 눈에 잘 보이는 곳에 선전물을 두는 등 기본부터 충실해야 한다는 것으로 읽힌다.
대담에 따르면 유 씨의 전략은 세대별로 세세하게 나뉜다.
예를 들어 청소년이 식당에 오면 ‘지금 학생이 먹은 음식값에도 부가세가 붙어 있다. 윤 대통령이 외국에 나가서 술 마시면 거기에도 학생이 낸 세금이 들어간다’라고 말하는 식이다.
아이어머니들에게 유 씨는 핵오염수 해양투기를 옹호한 윤석열 정권 때문에 “앞으로 우리 엄마들이 아이들 점심 도시락과 남편 도시락을 아침마다 싸야 하는 일이 곧 닥칠 것 같은데 우리 엄마들 괜찮으시겠습니까”라고 묻는다고 한다.
그러면서 사랑하는 아이들과 가족에게 나쁜 일이 생길 수 있으므로 핵오염수 해양투기는 꼭 막아야 한다는 논리로 “오염수를 막아내는 건 생각보다 간단하다. 윤석열을 탄핵하면 된다”라고 말한다. 이렇게 하면 서명을 할지 말지 고민하던 어머니들이 서명에 동참한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서명을 엄청 많이 받았다”라고 유 씨는 전했다.
유 씨는 식당에서 시간이 나는 대로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서명’과 ‘윤석열 탄핵 100만 범국민 선언’ 서명을 함께 받고 있다.
청년들이 식당에 오면 유 씨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던, 국민에게 기본으로 제공하는 기본주택과 기본소득 이야기를 꺼낸다.
‘내 나이가 60이라 나한테 해당하는 건 없지만 청년들한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를 흘리는 식이다. 이를 통해 윤 대통령이 국민을 위한 정책을 펴지 않음을 부각할 수 있다는 게 유 씨의 생각이다.
유 씨는 이 대표가 대장동 개발로 사적 이익을 얻었다는 보도가 쏟아지자 부동산 공부를 하다가 공인중개사 시험까지 합격했다. 식당을 운영하면서도 대장동 개발의 진실을 알기 위해 틈틈이 열심히 공부한 것이다.
식당에는 유 씨의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잘 보이도록 걸려 있다. 이는 손님들에게 ‘공인중개사의 말이니 믿을 수 있겠다’라는 신뢰를 준다. 이와 관련해 유 씨는 윤 대통령 지지자에게 대장동 개발의 진실을 알리고 ‘윤석열 탄핵’을 설득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 ▲ 유 씨(왼쪽)가 대담을 하고 있다. © 촛불행동tv |
유 씨는 젊은이들이 촛불대행진에서 행진을 할 때면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잘 보이도록 도로 차선 가까이로 안내한다. 지나가던 젊은이들이 이 모습을 보고 촛불대행진에 함께할 수 있도록 호응을 이끌어내려는 것이다.
토요일마다 촛불대행진이 열리는 서울을 오가는 1호선 전철 안에서 유 씨는 ‘윤석열 퇴진과 탄핵’ 내용을 담은 선전물과 대자보를 든다. 그러면 ‘촛불집회에 나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며 호응하는 시민들이 있다고 한다.
8자매라는 유 씨는 “금요일이 되면 동생들과 집회가 많다고 서로 연락을 한다. 여기도 저기도 목표는 윤석열 탄핵”으로 같은데 함께 모이지 않아 안타깝다는 말을 주고받는다고 한다. 또 유 씨는 민주노총의 이메일과 전화번호로 윤석열 퇴진 촛불에 함께하자는 연락도 했다. 촛불대행진에 함께하는 이들을 늘리려면 그만큼 연락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유 씨는 촛불 밭갈이와 관련해 “처음엔 떨리고 쭈뼛쭈뼛했다. 그런데 나쁜 일을 하는 게 아니고 우리나라를 사랑”해서 하는 것이라고 마음을 바꾸니 태도가 달라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번 (촛불 밭갈이를) 해보는 게 중요하다. 시작이 중요하다. (저는) 지금은 우산과 모자에도 선전물을 붙이고 다닌다. 즐겁다”라면서 “빨리 윤석열을 탄핵해서 정상적인 나라로 만들어야 한다고 계속 밭갈이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유 씨는 “촛불집회에 나와서 단골손님도 만났는데 깜짝 놀랐다. 너무 감동했고 좋았다”라고 전했다.
유 씨는 국민이 총선에서 민주당을 180석 가까이 만들어줬지만 민주당이 개혁에 지지부진했던 이유에 관해 “(그동안) 민주당에 내준 숙제를 (국민이) 한 번도 검사해본 적이 없더라”라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촛불대행진을 통해 국민이 우리나라 정치의 주인이라는 자각이 생겼다고 밝혔다.
박근혜 탄핵, 서초동 검찰개혁 촛불집회에도 참여한 유 씨는 그때는 언론 보도를 보고 나온 사람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촛불대행진) 보도가 없어도 정말 (윤석열 탄핵이) 간절”해서 나오는 사람들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촛불대행진에서 ‘윤석열 퇴진과 탄핵’을 열심히 외치는 이유로 유 씨는 “기성세대로서 우리 아이들한테 어딜 가도 부끄럽지 않은 나라를 만들어주고 싶다”라고 밝혔다.
유 씨는 ‘윤석열 탄핵 범국민 항쟁’에 더욱 많은 국민이 함께 하려면 촛불행동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유 씨는 촛불행동 사회자가 촛불대행진에 처음 온 시민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등 촛불시민들 간 친근감을 높이는 방법을 제시했다.
촛불시민들을 향해 유 씨는 “너무 고맙다. 너무 존경하고 사랑한다. 지치지 말고 지금보다 좀 더 잘하자”라면서 “윤석열 탄핵하는 날 시청에서 호프(주점)를 하고 싶다”라며 웃었다.
유 씨의 사례는 촛불시민이 ‘윤석열 탄핵’을 앞당기기 위해 한계를 돌파하고 정치의 주인이 된 사례로 꼽을 수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