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1월 18일은 이창기 기자의 5주기입니다. 이창기 기자를 추억하는 사람들이 보내온 추모 글과 시를 소개합니다. 여덟 번째는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의 글입니다. (편집자 주)
![]() ▲ 푸른 소나무. |
저 언덕에 서 있는 푸른 소나무
20년이 지난 지금도 첫 만남을 잊을 수 없습니다. 2003년 어느 날 뉴욕을 방문한 이창기 동지가 플러싱(미국 뉴욕의 주거 지역 -편집자 주)에 있는 통일학연구소에 찾아왔습니다. 그와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그는 자기가 쓴 시집을 나에게 선물로 주었습니다. 시집 한 권을 받으면서 내가 받은 그의 첫 인상은 어쩐지 시인과는 동떨어진, 좀 우락부락한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만남이 이어질수록 나는 그에게서 다심한 인간미를 느꼈습니다. 내가 이창기 동지와 더 가깝게 지내게 된 계기는 2012년부터 개벽예감이라는 제목으로 매주 월요일마다 자주민보(당시 명칭)에 글을 발표한 것입니다. 이창기 동지는 내가 전자우편으로 보낸 원고를 읽다가 오류를 발견하면, 자주민보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기 전에 내게 국제전화를 걸어 자기 의견을 말했습니다. 듣고 보니 그의 의견이 옳았습니다. 그래서 오류를 바로잡은 적이 몇 차례 있습니다.
언젠가 이창기 동지는 내가 매일 같이 컴퓨터 책상 앞에 앉아서 정보자료를 검색하고, 정리하고, 분석하고, 글을 집필한다는 말을 듣고, “그렇게 오랜 시간 앉아서 생활하다가 건강을 잃으면 안 됩니다”라고 하면서 나의 건강을 진정으로 염려해주었습니다. 그의 다심한 목소리를 기억하면,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사악한 종미우익 세력이 자주민보를 폐간시키려고 미쳐 날뛰고 있었던 2014년 12월 31일 이창기 동지는 「자주민보 어제 오늘과 내일」이라는 제목의 글을 발표했습니다. 그는 소나무 사진 한 장을 자기의 글에 싣고 그 사진 밑에 “자주민보는 늘 애독자들 곁에서 소나무처럼 함께 하겠다”라고 썼습니다.
언제나 소나무처럼 살고 싶어 한 이창기 동지가 우리 곁을 떠난 지 벌써 다섯 해가 되었지만, 그가 유산으로 남긴 소나무 한 그루는 오늘도 푸른빛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그가 남긴 소나무 한 그루는 예속과 굴종을 버리고 자주와 존엄을 선택한 청맥의 유산입니다.
세월의 모진 비바람을 이겨낸 푸른 소나무는 오늘도 청맥의 기상이 넘치는 모습으로 저 언덕 위에 서 있습니다. |
진보통일운동가 민족언론인 이창기 동지 5주기 추모행사 추모위원 모집
◆ 기간: 11월 17일까지
◆ 추모위원비: 2만 원 이상 (계좌: 우리은행 1002-240-084597 예금주-김영란)
◆ 추모위원 가입 링크: https://bit.ly/이창기추모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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