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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심에 싸인 우크라이나와 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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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선 기자
기사입력 2023-12-21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서방과 러시아 간의 전쟁이 날이 갈수록 러시아의 승리로 귀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상황은 어떨까?

 

▲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 인근 전선에서 돌아온 한 우크라이나 군인의 모습.  © 주북 러시아 대사관

 

우크라이나를 더 이상 지원하기 어려워진 서방

 

전 세계의 관심은 우크라이나에서 멀어지고 있다. 그리고 지난 6월부터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지원을 등에 업고 이른바 ‘대반격’ 작전에 들어갔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우크라이나는 서방의 지원이 계속되어야 한다며 호소하고 있지만 서방은 우크라이나 지원을 계속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조정소통관은 12월 18일 기자회견에서 현재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 1차례 분량만큼의 예산 밖에 남아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요청한 긴급 보충 예산안이 의회에서 조속히 통과되지 않는다면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은 이달로 바닥날 것이라고 밝혔다.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국방부 예산에서 우크라이나에 직접 무기를 제공할 수 있는 44억 달러(약 5조 7,300억 원) 규모의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 권한을 사용해도 미 국방부 예산을 다시 보충해야 하는데 그럴 수 있는 자금이 없어서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12월 6일 기준 미 국방부 예산 보충 자금이 11억 달러가량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미국 성인 1,500명 대상 갤럽의 여론 조사에선 응답자의 41%가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위해 너무 많은 일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43%는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를 포기하더라도 미국이 가능한 한 빨리 전쟁을 끝내게끔 노력해야 한다고 답했다.

 

유럽연합(EU)에서도 헝가리와 슬로바키아가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을 막아 나서면서 어려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상황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11월 1일 “사실을 말하자면 모든 면에서 많은 사람이 피로해 한다”라며 “문제는 국제법을 위반하지 않으면서 양측이 받아들일 수 있는 탈출구를 찾는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유럽연합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12월 13일 헝가리에 지급하지 않고 있던 유럽연합 기금 100억 2천만 유로(약 14조 3천억 원)를 주겠다고 발표했다.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500억 유로(약 71조 4천억 원)에 달하는 유럽연합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동의하려면 헝가리에 배정된 유럽연합 기금부터 받아야 한다고 주장해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영국 가디언도 이날 “유럽 지도자들이 이날 집행위의 결정을 통해 오르반 총리의 입장이 완화되기를 바라고 있다”라고 짚었다.

 

미국과 유럽의 지원이 모두 차질을 빚으면 우크라이나가 현재 진행하고 있다는 반격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우크라이나군은 미국과 유럽의 지원이 든든할 때도 전과를 얻기 위해 고군분투했는데 지원마저 끊기면 반격에 성공하기는커녕 기존 영토 방어도 어려워질 수 있다.

 

경향신문은 12월 17일 자 보도에서 한 유럽 외교관을 인용해 “미국의 지속적인 지원 없이 어떻게 우크라이나가 추가적인 영토를 확보하고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전했다.

 

특히 탄약 등 무기 부족은 문제로 지목된다. 미국의 지원이 불안해지자 우크라이나군은 탄약 소모를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선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서방 정보기관들은 우크라이나가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도움 없이 얼마나 이 전쟁을 버틸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의 미국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한다면 몇 달간 전쟁 수행에 심각한 차질이 이어지거나 심하면 내년 여름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패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불안과 내분이 커지는 우크라이나

 

이런 와중에 우크라이나 내부에선 불안과 갈등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영국 BBC 12월 14일 자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동부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군인들은 포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 놓여 서방의 추가 지원 없이는 러시아에 이길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결정적인 군사 작전 도중에도 포탄을 아껴야 해 목표물이 확인되면 단 한발에 공격을 성공시켜야 하는 정도라는 것이다.

 

바흐무트 근처에서 러시아군을 상대 중인 93여단 군인들의 여건은 특히 심각하다고 한다. 이 부대 소대장은 BBC에 “러시아군이 우리 쪽 방어선을 돌파하기 위해 매일 최소 두 차례의 공격을 퍼붓고 있다”라고 전했다. 다른 소속 대원은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국제사회의 지원이 필요한 때”라며 “서방의 군사 지원이 없다면 상황은 매우 나빠질 것”이라고 불안함을 드러냈다.

 

▲ 러시아 남부군 군인 2명이 부상당한 우크라이나군 군인을 구출했다고 한다. 그를 데리고 가는 동안 우크라이나군은 그 병사가 포로가 되지 못하게 하려고 계속 사격을 가했다고 한다.  © 주북 러시아 대사관

 

우크라이나 해병대 대원 올렉시는 12월 16일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에 “이건 생존을 위한 싸움도 아니다. 자살 임무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올렉시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최근 드네프르강 동부 강둑에 거점을 확보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는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올렉시는 “그곳에는 진지는 물론 관측 시설도 없다”라며 “거기에 거점을 마련하는 것도, 장비를 옮기는 것도 불가능하다”라고 꼬집었다. 그런 상황에서 신병들은 진흙 속에 엉켜 있는 동료들의 시신을 밟고 지나가야 한다며 현장의 참혹함을 전했다.

 

더 큰 문제는 드네프르강 전장으로 가는 신병들이 상황의 심각성을 미리 알지 못하기에 ‘심리적 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렉시는 “그들은 자신들이 어디로 가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아무것도 듣지 못한 채로 간다”라며 “이는 너무 큰 (전투력) 낭비”라고 비판했다.

 

전투에서 다친 후 병원에서 회복 중인 우크라이나 해병대 대원 막심은 러시아의 공습으로 혼란스럽고 비참한 퇴각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과 동료들이 어둠 속에서 강둑을 향하던 중 포격을 당했고 강둑에 도착해서도 자신들을 구출할 보트가 3시간 후에나 도착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막심은 “아직 죽지 않았지만 살아있는 느낌도 들지 않았다”라는 말을 남겼다.

 

그런데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2월 19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연말 기자회견에서 “군 지휘관들이 45~50만 명의 추가 병력을 모집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우메로프 국방부 장관도 다음날 우크라이나를 떠난 25~60세 남성들을 동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자국민이 죽어 나가도 일단 무작정 계속 모집해 전장으로 내몰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 간의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최근 현지 매체인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는 익명의 정부 당국자들을 인용해 젤렌스키 대통령과 잘루즈니 총사령관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12월 3일 잘루즈니 총사령관의 핵심 참모 중 한 명인 특수작전부대 사령관 빅토르 코렌코 장군을 아무런 설명 없이 해임했다. 루스템 우메로우 국방부 장관은 “적들에게 우크라이나를 약화할 명분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는 말 외에 명확한 해임 사유를 밝히지 않았다.

 

12월 17일에는 잘루즈니 총사령관의 예비 집무실과 측근의 사무실에서 도청 장치가 발견되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우크라이나 정부가 설치했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다음날인 18일에는 전국 병무청장들을 전원 해임한 젤렌스키 대통령의 조처에 맞서 잘루즈니 총사령관이 불만을 토로했다. 잘루즈니 총사령관은 이날 한 행사에서 해당 조처가 신병 모집에 영향을 미쳤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이들은 전문가들이었고, (모병을) 어떻게 하는지 알았다. 그런 그들이 사라졌다”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9일 본인과 잘루즈니 총사령관 사이에 갈등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지금까지의 상황을 볼 때 없다고 하긴 어려워 보인다.

 

▲ 2023년 12월 키이우국제사회학연구소 조사 결과. 우크라이나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응답.  © 이인선 객원기자

 

민심도 젤렌스키 대통령 지지에서 돌아서고 있다.

 

키이우국제사회학연구소(KIIS)가 12월 4~10일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민의 43%가 대통령과 총사령관 사이의 갈등이 있다고 답했고, 72%가 잘루즈니 총사령관 해임에 반대했다. 해임 찬성은 단 2%에 불과했다.

 

우크라이나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에 대해선 동의하는 응답이 54%, 동의하지 않는 응답이 33%였다. 물론 아직 상황을 낙관하는 사람들이 더 많지만 2022년 5월 조사에서 68%였던 것과 비교해 많이 줄어들었다. 확실히 잘하고 있다고 확신하는 비율도 32%에서 13%로 줄었다.

 

군민 단결로 기세 높은 러시아

 

▲ 크림공화국 대학생들이 2023년 12월 8~19일까지 헌혈 운동을 벌였다. 한 학생이 심페로폴 혈액센터에서 헌혈하고 있다.

 

러시아는 목표(우크라이나의 비나치화, 비무장화, 중립국 지위 달성)가 달성될 때까지 특별 군사작전을 진행하겠다며 기세 높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군사작전 복무자들에게 주거 지원, 의료 지원, 가족 지원 등을 해주며 좋은 대우를 해주고 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은 12월 19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주재한 국방부 이사회 회의에서 “2024년의 우선 과제는 모든 임무를 완수할 때까지 특별 군사작전을 계속하는 것”이라며 현재까지의 상황을 전했다.

 

쇼이구 장관은 “서방은 우크라이나에 탱크·보병전투차·장갑차 5,220대, 항공기 28대, 헬리콥터 87대, 무인기 2만 3,000대, 포병 시스템 1,300여 대, 122·155밀리미터 포탄 200만 발 등을 공급했다”라며 “특별 군사작전이 시작된 이래 우크라이나군 38만 3,000명이 죽거나 다쳤고 탱크·보병전투차·장갑차 1만 4,000대, 항공기 533대, 헬리콥터 259대, 총·야포·로켓발사기 7,500개 이상이 파괴되었다”라고 밝혔다.

 

쇼이구 장관은 우크라이나에서 현재 열 번째 동원이 진행 중이며 “특별 군사작전 초기부터 우크라이나에 가담해 활발히 활동하던 외국 용병들은 대부분 제거되었다. 폴란드 출신 1,427명, 미국 출신 466명, 영국 출신 344명 등 5,800명 이상의 무장 세력이 제거되었다”라고 주장했다.

 

쇼이구 장관은 이와 관련해 “우크라이나 편에 선 외국 용병 수는 초기보다 6배 줄어들었지만 진실의 편(러시아 편)에 서서 싸우려는 외국인 자원자의 수는 7배나 늘어났다”라고도 말했다.

 

쇼이구 장관은 또한 “특별 군사작전은 군대와 국민을 하나로 묶었다. 매일 1만 5,000명 이상의 사람들이 군 복무를 신청한다. 4천 명 이상의 러시아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학업을 중단하고 전투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라며 “대학생들은 지금까지 17톤이 넘는 헌혈을 했다. 덕분에 많은 군인의 생명이 구해졌다. 온 나라가 국군을 지지하고 국가 지도부를 중심으로 뭉쳤다”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전반 상황으로 미뤄볼 때 앞으로 우크라이나 관련 상황에서 러시아가 승기를 확실히 거머쥘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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