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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위 정론] 북한 시정연설에서 주목할 몇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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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섭 통신원
기사입력 2024-01-22

<순서>

1. 종지부

2. 적대국, 교전국

3. 최고 위험 요소

4. 우리가 갈 길

 

 

1. 종지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시정연설이 화제입니다. 그중에서도 80년간의 남북관계사에 종지부를 찍고 새로운 대남정책을 내놓은 것이 세간에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주목할만한 몇 가지 지점을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북한은 그동안 동족과 동포라는 관점을 가지고 포용력과 인내력, 성의 있는 노력을 기울여 통일의 길을 모색해왔으나, 그 결과가 기대와는 달랐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위 대한민국이 채택한 대북정책이 ‘정권붕괴’와 ‘흡수통일’을 기본으로 하는 대결과 적대에 기반해 있었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동족 의식이 거세된 대한민국 족속들”과는 통일의 길을 함께 갈 수 없다는 것이 남북관계사의 최종결론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윤석열 집권 이후 남북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전쟁 위기는 전례 없이 심화되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이번 판단은 윤석열 정권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분단 이후의 남북관계사를 총괄하는 평가라는 점에서 특이합니다. 민주당 정부의 대북 정책 역시 본질에서 대북 적대 정책이라는 것입니다. 

 

실제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진행한 문재인 정부는 어땠을까요.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흡수통일의 상징인 독일에서 한반도 평화에 대한 구상을 발표하며, “국제사회의 응징을 자초”,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하는 등 북한을 일방적으로 규탄했습니다. 또한 “우리 정부가 실현하고자 하는 것은 오직 평화”라며 통일이 아닌 평화만을 강조하는 모양새를 보였습니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있었던 한국전쟁 70주년 기념 연설에서는 우리의 GDP는 북한의 50배가 넘고 무역액은 북한의 400배를 넘었다며, 남북 간 체제경쟁은 이미 오래전에 끝났다고 공언했습니다. 체제 대결의식과 대북 우월의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입니다.

 

윤석열 정부가 민주당 정부로 교체된다고 하더라도 북한의 입장이 쉬이 전환되지 않으리라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지난 남북관계에 대한 우리의 냉철한 평가가 필요해 보입니다.

 

 

2. 적대국, 교전국

 

그동안 남북은 <남북기본합의서>에 입각해 서로를 국가 대 국가의 관계가 아니라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하고도 잠정적 관계로 규정해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시정 연설을 통해 북한은 남북관계를 더 이상 ‘동족’과 ‘동질’관계가 아니라 두 국가관계, 나아가서는 적대적인 교전국 관계로 재정립했습니다. ‘삼천리 금수강산’, ‘8천만 겨레’라는 표현이나 ‘통일’, ‘화해,’ ‘동족’이라는 개념 자체를 없애야 한다고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이 말이 갖는 의미는 여러모로 무겁습니다. 통일은 ‘동족’ 관계를 전제로 합니다. 같은 민족이 아닌 두 국가가 다른 체제와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고 통일을 모색할 이유가 없습니다. 통일의 가장 기본 전제가 사라지는 것입니다. 이제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두 개의 국가로, 각자 갈 길을 가자는 것입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조국통일3대헌장기념탑>을 철거하라고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이 기념탑은 조국통일 3대 원칙, 민족대단결 10대 강령, 연방제 통일 방안의 ‘조국통일 3대 헌장’을 기리기 위해 세운 것으로, 남과 북, 해외동포의 기부금으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조국 통일 정책과 노선의 상징이자, 조국 통일에 대한 전민족적 염원을 나타내고자 한 기념물이었던 것입니다. 북한에서는 선대 지도자의 뜻을 계승, 발전시켜나가는 ‘유훈’ 관철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에서, 이번에 나온 이야기들이 그냥 해보는 말이나 즉흥적 결정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북한에서 여러 위기 속에서도 고수해왔던 남북 협력과 관련한 대남 기구들과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북측본부, 민족화해협의회, 단군민족통일협의회 등 민간 분야의 통일 기구들을 모두 정리한 것을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또한 ‘동족’이 아니라는 말은 북한 입장에서 ‘동족’이기 때문에 고려되었던 모든 것들을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입니다. 이를테면 개성공단 같은 경우 북한에서 전방의 군부대까지 이동시켜 광활한 부지와 값싼 노동력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통일을 위한 북한의 노력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더는 남북 사이에 이런 ‘특혜’는 없을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북한은 그동안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 정권 말살 정책에 맞서 자위적 차원에서 핵을 개발해왔다고 강조하며 동족을 향한 핵 공격 가능성에는 선을 그어왔습니다. 그런데 이제 대한민국이 동족이 아니라 선포했으니, ‘동족’도 아닌 전쟁 중인 적대국과의 대결에서 북한이 핵 공격을 주저할 이유가 없습니다.

 

다방면으로 핵 무력을 강화해온 북한이 이제는 그 어떤 민족적 관점도 없이 남한을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으로 대할 때, 과연 그 양상이 어떻게 될까요? 

 

 

3. 최고 위험 요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시정 연설에서 “명백히 하건대 우리는 적들이 건드리지 않는 이상 결코 일방적으로 전쟁을 결행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습니다. 굉장히 중요한 대목입니다. ‘우릴 먼저 건들지만 않으면 된다’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이것을 나약성으로 오판해선 안 된다고, 전쟁을 바라지 않지만 결코 피할 생각도 없으며 그런 상황에 직면했을 때는 완벽하고 신속하게 임할 것임을 강조했습니다. 북한은 유사시 핵의 선제적 사용을 헌법에 명기했습니다. 세계적으로 가장 공세적인 핵 정책을 보유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전쟁을 결심하게 되면 그것은 국지전 정도가 아니라 전면전, 그것도 핵전쟁일 것입니다. 

 

이번 시정 연설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쟁이 발발하게 될 경우,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 평정, 수복하고 공화국 영역에 편입”시킬 것에 대해 언급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최고의 위험 요소, 전쟁광 윤석열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 있다는 것입니다. 윤석열은 ‘선제타격’, ‘주적은 북한’, ‘일전 불사’, ‘확전 각오’, ‘북한 정권 종말’ 등 전쟁 망언을 일삼는 것은 기본이고 2023년 연말에는 전방부대를 찾아 ‘선조치 후보고’하라고 하는 등 군사적 충돌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2017년 문재인 정부 당시 29건 진행된 한미연합훈련이 2023년만 281건으로 10배 가까이 증가한 것을 보더라도 윤석열의 호전성을 알 수 있습니다. 반북대결주의자 신원식과 체제 흡수 통일론자인 김영호를 각각 국방부, 통일부 장관에 등용해 갖은 대북 적대 정책을 강행하고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위기에 내몰릴수록 시야는 좁아지고 극단적 선택은 쉬워집니다. 윤석열의 전쟁 폭주가 충분히 예견됩니다.

 

무엇보다 서해 상에서의 충돌이 우려됩니다. 한반도 전체를 영토로 규정한 대한민국 헌법과 달리 그동안 북한은 헌법에 주권 행사 영역, 영토나 영해, 영공에 대해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분단이라는 특수 상황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이를 헌법에도 명기하고 북한의 영토, 영공, 영해를 단 0.001mm라도 침범 시 전쟁 도발로 간주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서해를 살펴보면 북한이 국제법에 근간해 주장하는 해상 군사분계선과 대한민국이 임의로 설정한 북방 한계선 사이에 겹치는 부분이 발생합니다. 만약 북한이 이에 대해 주권 행사에 나선다면 어떻게 될까요? 한국군이 서해 5도 섬들에서 포를 쏘면 북한이 주장하는 해상군사분계선 안쪽(북한 영해)으로 떨어질 확률이 대단히 높습니다. 이에 대해 북한이 대응하면 어떻게 될까요?

 

 

4. 우리가 갈 길

 

우리가 갈 길은 명약관화합니다. 우선 한반도 전쟁을 현실로 만들 가장 큰 위험 요소를 제거해야 합니다. 윤석열 탄핵은 우리의 생존을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광장에서의 촛불로 의회를 추동, 압박하여 하루빨리 전쟁으로 폭주하는 윤석열 정권을 갈아엎어야 합니다. 

 

또한 대북 적대 정책을 폐기해야 합니다. 윤석열 정권이 끝나더라도 대북 적대시 행위가 끝나지 않는 이상 전쟁의 위험은 그대로 존재하게 됩니다. 국민을 그대로 핵전쟁 참화로 내몰 것이 아니라면 북한을 적대시하는 그 어떤 군사 훈련, 외교적 언사나 행보도 더는 있어서는 안 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대북 정책과 통일에 대한 진지한 돌아봄이 필요합니다. 북한은 무력이냐, 평화냐 통일의 방법론을 바꾼 것이 아니라 애초에 통일을 해야 할 전제, 같은 민족이라는 개념을 없애겠다고 합니다. 통일의 상대가 사라져버린 엄중한 상황, 그저 북한 탓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남북관계사가 진정 어땠는지, 앞으로 어때야 하는지 등에 대해 광범위하고 심도 있는 토론이 필요합니다. 대한민국의 국가 정책을 진정으로 통일 지향적이고, 평화 지향적으로 바꿀 주체는 결국 우리 국민입니다. 평화를 사랑하고 통일을 염원하는 우리 국민의 중지를 모아 이 난국을 타개해가야 합니다.

 

 

‘민족위 정론’은 당당한 나라, 하나된 겨레, 민주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 활동하는 <자주민주평화통일민족위원회>(약칭 민족위)에서 한 주에 한 번 발표하는 논평 형식의 글입니다. 민족위 소식지 ‘피움’에 실리며 자주시보에도 기고 형태로 싣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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