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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준29] 국민 불안만 키우는 미 당국자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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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환 기자
기사입력 2024-02-29

지난 22일 보니 젱킨스 미 국무부 군비통제·국제안보 차관이 코리아 소사이어티가 개최한 대담에 출연했습니다. 

 

젱킨스 차관의 발언을 통해 지금 미국이 무엇을 가장 우려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의문만 낳는 ‘북한 정권 종말’ 발언

 

젱킨스 차관은 “미국이나 그 동맹국에 대한 북한의 핵공격은 용납될 수 없으며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고 하면서 “이러한 미국의 정책을 떠올리는 게 중요하다”라고 하였습니다. 

 

이 발언은 정말 몇 가지를 떠올리게 합니다.

 

우선 북한의 핵공격 능력이 좋고 미국에 매우 위협적이라는 것을 떠올리게 합니다.

 

만약 북한의 핵공격 능력이 부족하거나 미국에 위협적이지 않다면 “정권의 종말” 같은 과격한 말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젱킨스 차관의 발언은 북한의 핵공격 능력이 미국이나 동맹국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수준임을 전제로 하는 말입니다.

 

또, 아프가니스탄과 우크라이나에서 보여준 미국의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미국은 2021년 7월 2일 아프간 바그람 공군기지에서 야반도주했습니다. 

 

20년간의 전쟁 끝에 탈레반에 패하고 친미 꼭두각시 정부를 버린 채 도망치듯 철수했습니다. 

 

미국에 버림받은 아프간 정부는 한 달 반 만에 탈레반에 항복했습니다. 

 

미국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지만 군대를 투입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26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파병을 검토한다는 투의 발언을 하자 미국은 곧바로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파병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라며 발끈했습니다. 

 

지금 미국을 대리해 전쟁하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패배하고 있으며 결국 패배할 것이라는 평이 다수입니다.

 

그런데도 미국은 절대 파병하지 않고 우크라이나가 패배하는 걸 지켜보겠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패배했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패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핵 선제공격, 첫 공격을 핵미사일로 하겠다는 북한과 미국이 전쟁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품게 됩니다. 

 

이러니 안타깝게도 젱킨스 차관의 ‘북한 정권 종말’ 발언이 의미 없는 공허한 메아리, 무한 반복음처럼 들리는 것입니다.

 

또, 젱킨스 차관 발언은 한반도 핵전쟁 가능성에 관한 전문가들의 말을 떠올리게 합니다.

 

여러 대북 전문가가 올해 한반도에서 핵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젱킨스 차관이 북한의 핵공격을 언급하니 대북 전문가들의 경고가 허언이 아니라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다시 느끼게 됩니다.

 

민망한 ‘내로남불’ 발언

 

젱킨스 차관은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에 대해 “심각한 우려이자 심각한 위협”이라고 규정했습니다. 

 

그러면서 북러 무기 거래가 한반도를 불안정하게 한다면서 유엔 안보리 결의를 확실히 이행해 이를 차단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일단 미국이 해명해야 하는 건 진짜 북러가 무기 거래를 했냐는 겁니다. 

 

북한과 러시아는 미국의 주장을 계속 부인하고 있습니다. 

 

양측의 주장이 다르면 결국 처음 주장한 측이 증거를 내놔야 결론이 납니다. 

 

그런데 미국이 내놓는 증거라는 게 속에 뭐가 들었는지 알 수 없는 컨테이너나 겨우 형체만 남은 무기 파편 사진 몇 장 정도인데 그걸로 어떻게 국제사회를 설득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미국이 러시아의 무기 거래를 비난하는 것도 민망한 일입니다. 

 

미국과 유럽 나라들, 한국과 일본은 공식적으로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는 것은 문제가 없고 북한이 러시아에 지원하는 것만 문제가 있다고 하는 것은 전형적인 ‘내로남불’입니다. 

 

한마디로 미국이 북러 군사 협력, 무기 거래에 대해 왈가왈부할 처지는 아니라는 말입니다. 

 

국민 불안을 키우는 발언

 

젱킨스 차관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발전에 대한 대응을 묻는 말에 “북한의 군사 능력 발전을 인식해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정기적으로 우리 자신의 억제 능력을 계속 평가하고 있다”라고 답변했습니다.

 

“면밀히 주시”한다는 답변을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계속 발전한다는 점을 미국도 인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만약 아니라면 “북한의 핵·미사일은 별것 없다”라는 식으로 무시하는 답변을 하면 그만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정기적으로 우리 자신의 억제 능력을 계속 평가”한다는 게 대체 무슨 말인가요?

 

미국의 국무부 차관이면 상당히 중요한, 책임 있는 당국자인데 말인지 막걸리인지 모를 흐리멍덩한 답변을 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 능력도 발전하지만 우리 미국의 억제력이 그걸 압도하니 걱정할 필요 없다”라고 하든지 아니면 “솔직히 우리도 대책이 아직 없다”라고 하든지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래 “정기적”으로 “평가”한 결과는 대체 무엇인가요?

 

과거에 미국이 고성능 컴퓨터를 동원해 북미 모의 전쟁을 여러 차례 했는데 그때마다 결과가 좋지 않아 공개를 못 했다고 합니다. 

 

지금도 정기적으로 하는 모의 전쟁 결과가 공개할 수 없을 정도로 참담한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왠지 미국이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응하는 정책을 만들지 못했다는 말로 들리니 미국에 안보를 의존한 우리 국민은 불안해서 어쩌란 말입니까?

 

젱킨스 차관은 “여전히 한국 내 상당수의 국민이 미국의 공약을 의심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라면서 “모두를 설득하고 미국의 공약에 더 확신을 갖도록 하기 위해 정확히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기는 항상 어렵다”라고 했습니다. 

 

한국인의 불안을 씻어주지 못하는 걸 미국도 인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생각해 보면 미국이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응해 만든 대표적인 정책으로 ‘금지선(레드라인)’ 정책이 있었습니다.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 경우, 핵무기를 개발하는 경우, 핵시험을 하는 경우, 무력 도발을 반복적으로 실시하는 경우 등 나름대로 레드라인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레드라인을 넘으면 북한을 향해 군사적 조치를 할 것처럼 선전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미국이 레드라인을 제시하는 족족 넘어섰습니다. 

 

우스운 것은 그때마다 미국은 자꾸 레드라인을 후퇴시켜서 아직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지 않았다고 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다 레드라인을 긋는 족족 북한이 넘는데 어차피 대응도 못 하지 않는가, 북한을 향해서는 레드라인을 그으면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북한은 미국의 레드라인을 모두 넘어섰고 미국의 레드라인 정책은 지금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북한에 대한 대응 정책이 없는 것은 윤석열 정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 윤석열 대통령은 ‘선제타격’, ‘2~3배 응징’을 주장했으나 지금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습니다. 

 

또, 처음에는 9.19군사합의를 파기하겠다고 이야기했으나 나중에는 한 개 조항만 효력을 정지한다고 물러섰습니다. 

 

한 개 조항만 효력을 정지하니깐 정작 북한이 9.19군사합의를 통째로 파기해 버렸습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먼저 파기하겠다고 노래를 불렀기 때문에 파기의 책임이 한국 정부에 떠 넘겨졌습니다. 

 

무슨 절대적인 금지선처럼 얘기하던 레드라인도 어느새 없어져, 북한에 강경하게 말만 하면 거꾸로 책임만 뒤집어쓰고 실속은 없어, 이런 미국과 한국 정부를 국민이 믿고 안심하라는 것입니까? 

 

제발 미국과 한국 정부는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으란 말입니다.

 

습관처럼 나온 ‘조건 없는 대화’ 타령

 

젱킨스 차관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위해서는 외교가 핵심이라면서 북한과 전제조건 없이 대화하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젱킨스 차관은 앞서 ‘북한 정권 종말’을 언급했습니다. 

 

이것은 상대방을 군사적으로 제압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입니다. 

 

앞에서 군사적으로 제압하겠다고 하고 잠시 후 전제조건 없이 대화하겠다고 하니, 이건 무슨 정신착란 증세 아닙니까?

 

이 두 가지가 병립하면 상대방을 제압해서 대화하겠다는 것인데 이런 것을 대화라고 하나요?

 

젱킨스 차관의 이번 발언들은 뭔가 계획적 의도를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그냥 일단 막 던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군사력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인지, 대화로 해결하겠다는 것인지 뭔가 정해진 것이 없어 보입니다.

 

물론 양면 전략이 아닌가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보통 양면 전략이라면 서로 다른 당국자가 다른 자리에서 군사적 해법과 대화 해법을 각각 얘기해서 상대를 혼란에 빠지게 합니다. 

 

한 사람이 앉은 자리에서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그냥 횡설수설이며 온전한 정신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미국의 처지를 보면 현재 전략적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북한은 미국과의 대결에서 전쟁을 피하지 않고 유사시에 미국 본토까지 핵미사일을 날리겠다는 ‘강대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미국과의 어떤 대화도 거부하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은 말로는 북한 종말을 부르짖고 있지만 성과 있는 군사적 대응을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에 조건 없는 대화를 요청하고 있지만 번번이 거절당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어느 것 하나 시원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 미국의 처지입니다. 

 

젱킨스 차관의 발언은 전략이나 계획에 따른 것으로 보이지 않고 ‘고장 난 레코드’ 같은 관성적인 발언처럼 들립니다. 

 

이런 식이면 북한에 대한 어떤 전략적 계획이 없는 미국의 가련한 처지만 더 드러내니 차라리 미국 당국자들은 언론 앞에 나오지 않는 것이 더 나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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