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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자를 위한 북핵문제 특강_문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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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권방송
기사입력 2017-03-23

 


[문경환의 시사과외] 7강
– 대선주자를 위한 북핵문제 특강

                                                                 2017-03-23   


박근혜 파면 후 각 당의 조기대선 준비가 한창입니다. 내로라하는 후보들이 저마다 정책과 공약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번 대선은 촛불항쟁에서 드러난 국민의 요구인 적폐청산을 할 수 있는 정부를 세우느냐가 핵심 쟁점입니다. 우리 사회의 적폐는 너무 많아서 뭐부터 꼽아야 할지 모를 정도입니다. 그 중에서도 중요한 문제,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다수의 후보들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한반도 핵문제에 대해 오늘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다들 관심은 없지만 대선까지 한미연합훈련이 계속되고, 한반도에 전략무기들이 들락날락 하고, 북한도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경고하고 있습니다. 대선 전에 뭔가 하나 터져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고 이게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알 수 없습니다. 사실 이 주제로 얘기하려면 한 달 정도 특강을 해야 하는데 오늘은 짧게 요약정리를 하는 것이니까 자세한 내용은 관련 자료들을 좀 더 찾아보기 바랍니다.

 

한반도 핵문제를 흔히 북핵문제로 이해하고, 또 그래서 북핵폐기를 주장하고, 북한의 핵보유를 규탄합니다. 정치인에게는 아주 쉬운 방법이죠. 하지만 지난 20년을 그렇게 해서 뭘 얻었나요? 북한을 실질적인 핵보유국으로 만든 것 말고는 바뀐 게 없습니다. 물론 초반에는 대화와 협상이 이어졌습니다. 북미 회담도 많이 열렸고, 남북대화도 있었고, 4자회담, 6자회담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10년 전 마지막 6자회담을 끝으로 더 이상 핵문제 해결을 위한 공식 회담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정확히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협상은 중단된 것입니다. 그리고 그 즈음부터 북한은 본격적인 핵보유국으로 질주하기 시작했습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을 쏠 때마다 규탄하기는 쉽습니다. 그리고 쉬운 만큼 해결되는 것도 없습니다. 아니 상황만 더 악화될 뿐입니다. 규탄과 압박에 핵과 미사일을 포기할 나라라면 애초에 만들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느냐, 대화와 협상을 해야 합니다. 그나마 대화와 협상이 원활하게 진행되는 동안에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대화와 협상으로도 안 되니까 10년째 회담이 중단된 것 아니냐, 맞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대화와 협상의 결과가 뭐였는지, 그리고 이게 왜 한계에 부딪혔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제가 초반에 북핵문제라고 안 하고 한반도 핵문제라고 했습니다. 뭐가 다른가, 핵무기는 북한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어, 우리는 핵무기가 없는데? 하지만 미국이 있습니다. 어, 그래도 한반도에 있는 건 아닌데? 네, 주한미군은 공식적으로 핵무기가 없습니다. 하지만 연례적이고 방어적이라고 하는 한미연합훈련을 할 때마다 핵전쟁을 할 수 있는 전략무기들이 한반도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한반도에는 없지만 버튼만 누르면 30분 만에 북한에 떨어지는 미군의 전략핵무기들이 즐비합니다. 우리는 이걸 핵우산이라고 부릅니다. 북한의 핵위협에 맞서 우리를 지켜주는 핵우산. 북한을 겨냥한 핵무기는 핵우산이라서 괜찮고, 북한이 가진 핵무기는 공격용이라 폐기하라고 하면 우리 입장에서야 당연한 얘기지만 북한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제로입니다. 그러니 협상이 안 되는 것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핵보유국 중 선제핵공격 전략을 공식화한 나라는 미국이 유일합니다.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안 써도 먼저 핵무기를 쓰겠다고 선언한 나라입니다. 우리가 북한을 믿을 수 없고, 그래서 북한 핵은 위험하다고 하는데, 정작 핵무기를 대놓고 먼저 쓰겠다는 나라는 미국입니다. 그나마 미국의 핵무기 버튼은 트럼프 손에 있습니다. 트럼프는 당내 경선 과정에서 외교전문가에게 미국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데도 왜 사용할 수 없는지 반복해 물어봤다고 합니다.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면 대화와 협상을 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한때 핵협상이 잘 될 때에는 한반도 핵문제에 대한 의미 있는 합의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그 중에서 지금 주목해야 하는 합의는 2005년 9.19공동성명입니다. 왜냐면 9.19공동성명이 가장 마지막에 나온 비중 있는 합의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9.19공동성명 이후에도 2.13합의나 10.3합의가 나왔지만 모두 9.19공동성명을 이행하기 위한 단계적 조치입니다. 그래서 만약 한반도 핵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을 재개한다면 그건 9.19공동성명을 어떻게 다시 이행할 것인가부터 시작하게 될 것입니다.

 

9.19공동성명이나 북핵 관련 합의들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북한 핵무기를 어떻게 없앨 것인가를 다룬 합의라고 알고 있습니다. 물론 북핵폐기 내용도 있지만 그것은 일부일 뿐입니다. 북한의 핵폐기를 대가로 미국과 주변국이 북한 침략을 하지 않겠다는 보장을 해주는 내용, 북미 관계를 정상화하는 내용이 사실 핵심입니다. 핵무기야 오늘 폐기해도 내일 다시 만들면 그만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핵무기가 필요 없는 상황, 즉 불가침 보장과 평화협정, 수교 문제를 다루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심지어 유엔 대북제재 결의에도 한반도 평화를 위해 각국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명시돼있습니다.

 

그럼 왜 지금까지의 합의들이 다 파기됐는가, 합의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우리는 북한이 약속을 깼다고 알고 있지만 북한은 미국이 먼저 합의를 깼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국내외, 심지어 미국에서도 약속 위반은 미국이 먼저 했다는 주장이 흔합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도 그 중 하나입니다.

 

합의를 해도 지키지 않아서 나온 게 바로 9.19공동성명입니다. 성명 5항을 보면 ‘공약 대 공약’, ‘행동 대 행동’ 원칙과 ‘단계적 방식’에 대한 내용이 있습니다. 어차피 서로 못 믿으니까 최종목표까지 가는 단계를 잘게 쪼개서 서로 하나씩 이행하면서 감시하자는 겁니다. 그래서 1단계 조치로 2.13합의, 2단계 조치로 10.3합의가 나온 겁니다. 안타깝게도 3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고 여기서 끝났습니다. 한국에 이명박, 미국에 오바마로 정권이 바뀌면서 더 이상 합의 이행이 되지 않은 겁니다.

 

지난 10년 간 상황은 많이 바뀌었습니다. 이제 와서 다시 9.19공동성명 이행하자며 3단계 조치 논의할 수는 없습니다. 새로운 협상 의제를 가지고 새로운 합의가 나와야 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최종 목표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각국의 관계정상화라는 점이며, 목표로 가는 과정은 단계적 방식, 동시행동의 방식이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자, 그런데 이런 얘기를 하면 대선 주자들은 ‘한가한 얘기 하고 있네’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당장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을 쏘는데 거기다 대고 ‘대화와 협상’을 얘기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감정을 앞세우는 자리가 아닙니다. 우리 국민과 민족의 이익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자리입니다. 전략무기를 동원한 세계 최대 전쟁연습에 대해 한반도 긴장고조 행위는 자제해야 한다고 한 마디 말도 못하면서 북한만 물고 늘어지는 사람이 과연 안보나 평화를 책임질 수 있을까요? 남북대화로 성과를 낼 수 있을까요?

 

역사적인 첫 남북정상회담을 떠올려봅시다. 2000년 6월 15일, 6.15남북공동선언이 발표되기 정확히 1년 전에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이른바 1차 서해교전으로 인명피해까지 발생했습니다. 자칫 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긴박한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은 평화와 통일의 강한 의지를 가지고 대범하게 대화를 추진해 마침내 역사적인 첫 남북정상회담을 성사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대선에 출마하는 후보라면 모름지기 박근혜 대북정책을 전면 폐기하고 평화와 통일을 실현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지금 시대와 국민은 바로 그런 대통령을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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