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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산지석] “검침” 없는 중국의 전기세 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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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시민
기사입력 2018-08-10

 

금년 여름 기록적인 폭염으로 전기세 누진제가 언론에 오르내릴 때에는 쉬이 이해했다. 허나 8월에 들어와 “검침”이란 단어가 기사에 등장하니 어리둥절했다. 침 하면 바늘부터 떠올렸기에 전기세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 검침 날짜를 바꾸면 전기세 폭탄을 피할 수 있다는 말이 이해되지 않다가 기사 몇 편을 보고서야 검침이란 전기사용상황을 기록하는 계기를 살펴보는 행동임을 이해하게 되었다. 중국어로는 “차오뱌오(抄表, 계기의 수자를 적음)”라고 한다. 

한국의 전기세 납부 방법을 소개한 글에서 사용자가 스스로 두꺼비집을 열고 기록된 수자를 해당부서에 알린다는 자진신고방식을 보고 옛일이 떠오르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 2018년 폭염이 계속되자 한국 정부는 가정용 전기세에서 누진제 적용을 일부 변경시켰다. [사진출처-방송화면 캡쳐]     

 

중국에서는 수십 년 동안 전기세 납부방식이 많이 바뀌었다. 필자가 살아본 도시들의 상황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필자의 어린 시절에는 여러 집에 전기사용량을 기록하는 메달(중국어로는 땐뱌오电表) 하나가 달렸다. 한 달에 한 번씩 전업국 사람이 와서 메달에 나타난 새 수자를 기록했는데, 그 집에 노인만 있다면 전업국 직원이 직접 메달 수자를 보았으나, 젊은이나 아이들이 있으면 대개 그런 사람들이 메달을 확인했다. 메달은 항상 높이 설치되었으므로 걸상이 필수였고 어린 시절 필자는 평소에 접근을 금지하는 메달에 다가가서 수자를 보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1개월 사용량 몇 도(1키로와트시가 1도)인가 확인되면 전기세 단가를 곱해 수자가 나왔고, 각 집에 있는 전등 공률에 따라 각 집이 내야 할 전기세를 계산했고, 라디오가 있는 집은 별도로 전기세를 내야 했다. 비양심적인 사람들은 가만히 전기를 쓰고도 돈을 내려 하지 않아 전기세 받기는 가끔 말다툼을 일으키기도 했다. 메달이 장착된 집이 책임지고 전기세를 다 받으면, 가도(街道, 원뜻은 거리지만 행정단위로는 한국의 동과 비슷한 의미다) 책임자에게 돈을 가져갔고, 그 책임자가 전업국에 전기세를 넘겨주었다.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가정전기 하면 주로 전등이었고 일부 집에 라디오가 있었을 뿐이기에 그런 계산, 수금방식이 가능했다. 그 후 녹음기, 텔레비전 수상기 등이 늘어나면서 비례대로 수금이 불편했고 불합리해졌다. 또한 차차 층집들이 늘어나면서 1가구 1메달이 보급되어 집안에 장착했다. 한 달에 한 번씩 전업국 사람이 찾아오면 메달의 수자를 확인하고 당장에서 계산하여 전기세를 받은 다음 영수증을 발급해주었다. 

1990년대까지는 이런 방법이 제일 많이 쓰였는데 도시화가 가속되면서 그런 방식의 불편을 지적하는 소리가 높아졌다. 1990년대 중반 어떤 사람은 신문에 글을 발표하여 일본에서는 전기메달, 수도계량기, 가스계량기 등등이 모두 실외에 설치되어 굳이 문을 두드리고 집안에 들어오는 불편을 피한다면서 계기들의 실외장치가 규정으로 굳어져야 된다고 호소했다. 

그런 호소가 먹혀들었는지는 모르겠다만, 어쨌든 메달의 실외장착이 추세로 되었고 이제는 실내에 장착한 메달을 찾아보기 어렵다. 21세기에 지어진 아파트들은 1층 벽에 메달들이 줄느런히 설치되었는데 자물쇠가 채워졌으나 유리를 통해 메달수자를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자물쇠는 비양심적인 사람들이 메달에 작간을 부려 수자를 바꾸는 걸 막는다는 의도로 채운 것이다. 실제로 정말 손을 대려면 작은 자물쇠 하나를 뜯지 못하겠냐마는 아무튼 그렇게 조치를 취했다. 한 달에 한 번씩 전업국 사람들이 와서 보고 메달들에 통지서를 붙이면 각자가 그걸 뜯어서 전업국에 가서 돈을 냈다.

한편 2000년대에 들어와 일부 도시들에서 전기사용카드가 쓰이기 시작했다. 특제카드에 입금하였다가 메달에 꽂아 넣으면 전기가 들어왔고, 금액이 다 쓰이면 전기가 끊어졌다. 그런 카드가 전국적로는 보급되지 않았는데,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적잖았다. 드라마를 보는데 급작스레 전기가 나갔다고 아우성치는 사람들도 있었다. 

불편 해소책으로 나온 게 전업국이 은행과 계약을 맺고 전기세를 은행통장에서 긁어가는 방식이었다. 사용자가 지정된 은행에 통장을 만들고 돈을 넣어두면 1달에 1번씩 전업국에서 전기세를 빼갔다. 이는 은행의 전산화가 보급된 기초에서 가능해졌다. 전날의 입실검침이나 전업국에 가서 돈 내기보다는 많이 편리했으나 허점이 있었다. 통장에 얼마 남았는지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고, 또 여러 달 메달을 보지 않다나면 메달들에 뭐가 붙었는지도 신경 쓰지 못한다. 하여 어느 날 갑자기 전기가 오지 않고 이웃들에 물어서 정전이 아님이 확인되어 1층에 내려가 보면 자기네 집 메달에 전기세 독촉 통지서가 떡하니 붙어있음을 보게 된다. 그러면 부랴부랴 은행에 가서 돈을 넣어야 했고 길과 은행에서 버리는 시간이 만만치 않다. 

차차 휴대폰이 보급되면서 급작스런 전기 끊기를 예방하는 방도들이 강구되었다. 사용자가 은행과 메시지통지계약을 맺고 1년에 10위안(한화 1700원 정도) 쯤 돈을 내면 달마다 은행에서 당월 전업국이 긁어간 전기세 수자와 통장 잔액을 메시지로 보내주는 것이다. 

컴퓨터가 사회 전반에 보급되고 여러 가지 복합적인 망들이 이뤄지면서 전기세 계산과 수금방식이 또 변했다. 전업국이 은행을 거치지 않고도 전산화 방식으로 돈을 받는 것이다. 요즘은 세 가지 방식으로 전기세 납부가 가능하다. 

 

하나는 이젠 고전이 된 은행통장에 입금하여 전업국이 긁어가는 방식이고 

하나는 전업국의 수금대청에 가서 전기사용번호를 대고 사람에게 납부하거나 대청에 설치된 자동 수금기에 번호를 입력하고 인민폐 현금을 넣는 방식이며 

하나는 휴대폰 위쳇(중국판 카카오톡)의 생활비용납부(生活缴费)기능을 이용해 휴대폰에 저금한 돈으로 지불하는 방식이다. 그러자면 휴대폰 번호를 전기사용번호와 결부(중국어로는 방띵绑定원 뜻은 단단히 묶는다)시키는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아주 간단하다. 

 

세 가지 가운데서 제일 편리한 건 당연히 휴대폰을 사용한 납부이다. 참고로 생활비용납부에는 가스비, 전화비, 휴대폰 사용비, 차량용 기름비, 유선티브이비, 버스- 지하철 카드비 등등도 포함되는데 단 일부 비용은 회사들끼리 계약이 맺어지지 않았는지 휴대폰 납부가 아직은 안된다. 

미리 낸 전기세가 얼마 남지 않으면 전업국은 별도의 비용을 받지 않으면서 메시지들을 보내 잔액을 알려주곤 하니 아주 편리하다. 하여 필자는 요즘에는 휴대폰으로만 전기세를 낸다. 언제나 어디서나 휴대폰 키보드를 꾹꾹 누르면 되는데 왜 은행이나 전업국에 가서 시간을 낭비하겠는가? 

 

▲ 중국의 국가전먕. 한국전력공사와 비슷하다     © 자주시보, 김영란 기자

 

근년에 중국에서 전기세와 관련하여 수금방식이 변했을 뿐 아니라, 수금제도도 확 바뀌었다. 전에는 1개월을 단위로 하여 쓴 만큼 전기세를 계산하여 받았는데 이제는 미리 받는다. 초기에는 전 몇 개월의 평균 전기세나 전 달의 전기세에 기준하여 1개월분을 미리 받아갔는데, 처음에 필자는 은행이 연속 날린 메시지들을 받고 당혹스러웠다. 1월의 전기세를 갓 긁어갔다더니 왜 벌써 2월 전기세를 받았다는 거야? 알아본데 의하면 미리 받기는 전기를 쓰고 사라져버리는 사람들이 많아 전업국이 큰 손실을 보았기에 정해졌단다. 도시의 유동인구가 엄청 많고 상점, 식당, 공장 등이 잘 돌지 않으면 문을 닫아버리는데 사용 후 수금제도로는 떠나 가버린 사람들이 쓴 전기세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란다. 사용 전 미리 받기에도 문제가 당연히 있다. 예컨대 다음 달 전기세를 이미 낸 사람이 갑자기 죽는다면 실제로 쓰지 않은 전기세를 어떻게 하겠느냐? 돌려주느냐 마느냐? 가정에서야 한 달 전기세가 끽해봤자 얼마 되지 않더라도 미리 낸 돈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가족들이 불쾌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문제를 풀기 위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거의 실시로 전기세가 계산된다. 만약 어느 컴퓨터가 오작동하면 전기세를 더 많이 받아갈 수도 있겠으나, 아직까지 그런 소문은 들어보지 못했다. 사실 한 가정이 한 달에 전기를 얼마 쓰고 전기세가 얼마 나가는지는 세대주나 주부가 잘 아니까 만약 전기세가 급작스레 많아지는 경우 잠깐 알아보면 어디에서 문제가 생겼는지 알 수 있다. 

중국 전기세 수금방식과 수금제도의 변화는 전산화가 보급되고  망들이 잘 깔렸으며  휴대폰이 일상용품으로 되고 여러 가지 실용프로그램과 앱들이 개발되었기에 가능하다. 

 

“인터넷 강국”임을 자랑한지 오랜 한국의 전산화 정도, 망 구축, 휴대폰 보급률 등에 비춰보면 미리 수금이나 실시 계산, 모바일 수금 등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허나 누진제라는 복잡한 계산방식이 존재하고 여러 부서의 이해관계가 얽혀서인지 아직은 전기세 신고서가 날아간다는 식의 표현이 쓰인다. 중국에서 상주하는 한국인들이 휴대폰으로 전기세를 내고 여름에 에어컨을 맘 놓고 사용한 현실이 한국인들에게 일정한 계시를 주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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