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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차] 조폭 행사의 국기, 종교 장소의 국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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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시민
기사입력 2018-09-12

 

♨ 지난 8월말 간만에 숱한 조폭들이 큰 행사에 참가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이른바 “원로 주먹” 조창조 씨의 팔순 잔치 및 자전적 소설 《전설》 출판기념회가 서울 모 호텔에서 열려, 전국 조폭 천 여 명이 “큰형님”을 축하하려고 몰렸다는 것이다. 이수성 전 국무총리, 이재오 전 특임장관 등 유명인사들과 전직 총리 장관도 참석해 잔치 주인공을 찬양했다 한다. 주먹 패 미화는 한국에서 꽤나 오랜 역사를 가졌기에 별로 특이할 건 없는데, 기사에는 필자를 뿜게 한 대목이 있었다. 

 

“‘국기에 대한 경례’로 행사는 시작됐다. 축가로 드라마 ‘야인시대’ 주제곡이 연주됐다. 이어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의 축사가 이어졌다. 그는 축사에서 "조창조는 이 시대를 사는 가장 사나이다운 사나이"라고 했다.” 

 

조폭과 국기?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다. 

 

♨ 그보다 며칠 전에 중국에서도 국기가 쟁론을 불러일으켰다. 무술의 고향으로 소문난 허난성(하남성) 소림사에서 국기를 게양하는 사진들이 8월 27일부터 알려지면서이다. 

 

▲ 8월 27일 소림사에서 치른 국기게양의식     © 자주시보,중국시민

 

7월 31일 전국성 종교단체 연석회의 제6차 회의(全国性宗教团体联席会议第六次会议)게 베이징에서 열렸는데 중국불교협회, 중국도교협회, 중국이슬람교협회, 중국천주교애국회, 중국천주교주교단, 중국기독교삼자애국운동위원회(中国基督教三自爱国运动委员会), 중국기독교협회와 중화기독교청년회전국협회(中华基督教青年会全国协会), 중화기독교여청년회전국협회(中华基督教女青年会全国协会)가 종교활동 장소들에 국기를 걸데 대한 공동창의(共同倡议)를 내놓았다. 회의는 종교활동 장소들에 국기를 걸면 종교계 인사들과 신도들의 국가의식, 공민의식 강화에 이롭다고 지적했다. 창의는 강제성을 띄지 않으나 소림사가 비교적 발 빠르게 움직였고 또 워낙 유명하다나니 쟁론도 꽤나 컸다. 그전에도 국기를 건 절간들이 여럿 있었으나 소림사만큼 명성을 누리지 못했기에 별 논란이 일어나지 않았을 따름이다. 지지자들은 당연하고 좋은 일이라면서 찬성했고, 반대자들은 성스러운 종교장소에 무슨 국기냐면서 역겹다는 반향을 보였다. 뭐든지 일단 시작되면 오래 지속되는 게 중국의 특징이라 이후에는 차차 종교장소에 걸린 국기에 적응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리라 짐작된다.

 

♨ 소림사에 무슨 생뚱맞은 국기냐고 비웃을 한국인들도 있겠다만, 16세기 명나라 때 소림사 승병들이 왜구 격멸에 참전했고, 16세기말 임진왜란 시기에는 조선에서 서산대사가 일으킨 승병들이 왜적들과 맞서 싸웠던 역사를 돌이키면 중과 국가를 갈라놓을 수 없음을 알 수 있겠다. 

 

♨ 20세기 30~ 40년대 중국에서 벌어진 항일전쟁에서 어떤 절간의 중들은 일본군이 온다는 소식을 받고도 철수하지 않았다. 일본인들도 부처를 믿는다던데 속세와 상관없는 우리를 왜 건드리겠느냐고. 결국 일본군의 삼광정책(三光政策, 모조리 죽이고 불태우고 빼앗음)에 큰 피해를 보았고 요행 살아남은 중들이 항일군에 참가했다. 당년 항일전에 직접 참가하거나 여러 가지 방식으로 항일을 지원한 중들이 한 말이 “출가했을 뿐 출국하지 않았다(出家未出国)”였다. 중국의 중으로서 중국에 대한 침략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그 시기 큰 사찰들의 이름난 중들은 일제의 앞잡이로 되기도 했으니, 종교계의 역사는 영욕이 얼룩졌다. 

 

♨ 국가관 교육은 근대부터 보편적으로 진행되었는데 아직까지 세계적으로 공인하는 관념은 없다고 안다. 특히 종교계 인사들의 국가관은 여러 모로 논란을 만든다. 종교 신앙을 이유로 병역복무를 거부하는 이들이 한국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라고 불리던데 임진왜란과 비슷한 경우를 당하더라도 신앙을 위해 절대로 반항도 반격도 하지 않을지 필자의 짧은 소견으로서는 가늠할 수 없다. 그런 교도들은 수자가 많지 않다니까 실제로는 영향력이 미미할 텐데, 그보다 규모가 훨씬 큰 종교 교회, 종교인, 신도들의 국가관이야말로 현실적으로 큰 영향을 끼칠 것 같다. 현실에서 알려진 건 고위 공직자 자녀들이나 유명 연예인 등의 기상천외한 병역 면제 이유들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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