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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평양공동선언 분석]①군사분야가 1항에 들어간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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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환 객원기자
기사입력 2018-09-25

 

명칭: 9월 평양공동선언

왜 ‘9.19 평양공동선언’이 아닐까? 아마도 2005년 6자 회담 9.19공동성명을 의식한 게 아닐까? 9.19성명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수립을 담은 6개국 합의였지만 바로 다음날 미국이 마카오에 있는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의 북한 계좌를 동결하면서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고 우여곡절을 겪은 비운의 성명이다. 이제 우리 민족에게 9월 19일은 9.19성명이 아니라 평양공동선언이 발표된 날로 기억될 것이다.

“대한민국 문재인 대통령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9월 18일부터 20일까지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진행하였다.”

문재인 정부 들어 세 번째 정상회담이 평양에서 열렸다. 그 전에 두 차례 정상회담은 판문점 남측구역과 북측구역에서 각각 열렸다. 판문점과 평양이라는 장소의 차이는 사실 엄청나게 크다. 그리고 당일치기 회담과 2박3일 회담의 차이도 크다.

판문점에서는 두 정상과 소수의 수행원이 만나 대화를 했지만 이번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대규모 방북단이 평양의 모습을 직접 보고 북한의 많은 관계자들과 평양 시민들의 반응을 느끼면서 그 속에서 회담을 했다. 훨씬 진지하고 풍부한 대화가 가능했을 것이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과 평양 시민의 직접 만남, 5.1경기장 15만 평양 시민 앞에서 연설 등은 남과 북, 해외 모든 민족에게 큰 여운을 남겼다.

“양 정상은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후 남북 당국간 긴밀한 대화와 소통, 다방면적 민간교류와 협력이 진행되고,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획기적인 조치들이 취해지는 등 훌륭한 성과들이 있었다고 평가하였다.”

판문점선언이 나오고 5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두 정상은 ‘훌륭한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는 판문점선언 이행 속도가 느리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이명박근혜 시절 후퇴한 10년에 비해 엄청난 변화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여러 분야에서 정부 간 실무접촉이 있었고 이산가족 상봉도 했으며 한국 예술단의 방북공연, 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에서 공동입장과 단일팀 구성도 있었다. 늦긴 했지만 남북공동연락사무소도 개설했다.

“양 정상은 민족자주와 민족자결의 원칙을 재확인하고, 남북관계를 민족적 화해와 협력, 확고한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해 일관되고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하였으며, 현재의 남북관계 발전을 통일로 이어갈 것을 바라는 온 겨레의 지향과 여망을 정책적으로 실현하기 위하여 노력해 나가기로 하였다.”

낯선 단어가 두 개 나왔다. 바로 ‘민족자결’과 ‘여망’이다. 여망이란 “많은 사람들이 간절히 기대하고 바람. 또는 그 기대나 바람”을 뜻한다.

민족자결은 1917년 11월 러시아 혁명에 성공한 레닌이 ‘러시아 제민족의 권리선언’에서 먼저 선포하였고 뒤이은 1918년 1월 미국의 윌슨 대통령도 14개조 평화원칙을 통해 민족자결의 원칙을 발표하였다. 민족자결이란 모든 민족은 스스로의 의지에 따라 자기 운명을 결정하고 다른 민족, 국가의 간섭을 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는 ‘민족자주’에 포함되는 내용으로 볼 수도 있는데 굳이 평양공동선언에서는 ‘민족자주와 민족자결’이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강조한 것이다.

민족자결이 중요한 이유는 현재 민족자결을 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판문점선언에 따라 다방면의 교류와 협력 사업을 진행하려 하였으나 번번이 미국의 압력과 방해로 난관을 겪었다. 한반도 평화를 바라지 않는 미국은 대북제재를 명분으로 한국 정부의 발목을 잡았고 문재인 정부는 비자립적 태도로 이 난관을 돌파하지 못했다. 민족자결을 강조한 것은 미국에게 우리 민족끼리 남북관계를 발전시키려는 것을 더 이상 방해하지 말라는 경고며, 문재인 정부에게 좀 더 자주적, 자립적으로 남북관계를 대하라는 요구로 해석할 수 있다.

“양 정상은 판문점선언을 철저히 이행하여 남북관계를 새로운 높은 단계로 진전시켜 나가기 위한 제반 문제들과 실천적 대책들을 허심탄회하고 심도있게 논의하였으며, 이번 평양정상회담이 중요한 역사적 전기가 될 것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다음과 같이 선언하였다.”

평양공동선언은 4.27 판문점선언의 실천선언의 성격이 짙다. 2007년 10.4선언이 나왔을 때도 2000년 6.15공동선언의 실천선언이라는 분석이 있었다. 이번 정상회담을 하기 전에 문재인 대통령도 언급했듯이 지금은 새로운 내용의 선언이 필요한 게 아니라 판문점선언을 어떻게 잘 이행할 것인가 그 실천 방도가 필요하다.

4.27 판문점선언 이행에서 나서는 제반 문제는 크게 미국의 방해와 국내 분단세력의 방해로 나눠볼 수 있다. 미국은 남북관계가 북미관계보다 빠르게 발전하여 우리 민족의 화해와 단합, 통일이 자신들의 통제에서 벗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다방면으로 압박과 견제를 하고 있다. 

미국은 주로 선 비핵화 후 대북제재 해제 논리를 들어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부족하므로 대북제재를 지속해야 하며 따라서 남북교류도 진행하면 안 된다고 압박하고 있다. 국내 분단세력은 남북관계 발전과 통일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무너뜨리기 때문에 무조건 반대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동의도 거부하고 있으며 이번 평양공동선언에도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런 미국과 국내 분단세력의 방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남북 정부 당국이 서로 신뢰하고 긴밀히 협조하여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또한 전 민족적인 통일 의지를 과시하여 더 이상 방해를 할 수 없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이와 관련된 해결책들을 논의하였을 것이다.

“1. 남과 북은 비무장지대를 비롯한 대치지역에서의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을 한반도 전 지역에서의 실질적인 전쟁위험 제거와 근본적인 적대관계 해소로 이어나가기로 하였다.”

모든 선언에서 1항에 어떤 내용이 들어가느냐는 그 선언의 성격을 보여주는 중요한 요소다. 보통 남북의 공동선언 1항에는 항상 남북관계의 원칙적 내용이 들어갔다. 그런데 이번 평양공동선언은 민족자주와 민족자결의 원칙을 서문에서 언급하고 1항에는 군사 문제를 배치했다.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가 평화 문제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왜 평화 의제를 중요하게 논의했을까?

첫째, 미국이 종전선언에 나서도록 압박하기 위해서다. 교착상태에 있는 현 한반도 정세의 핵심 이슈는 종전선언이다. 미국은 북미정상회담에서 조속한 종전선언을 약속하고서도 북한이 추가로 비핵화 조치를 취해야 한다면서 종전선언을 피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이 이미 진행한 비핵화 조치들을 무시하고 핵목록을 제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약속 위반이며 핵목록 제출 자체도 문제가 많은 요구다. 만약 북한이 핵목록을 제출한다고 해도 미국은 목록이 부정확하다며 검증을 요구하는 식으로 문제를 키울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은 미국을 빼놓고 양자 간 사실상의 종전선언을 합의해 미국이 종전선언에 서두르도록 압박하였다.

둘째, 국내 분단세력의 입지를 제거하기 위해서다. 분단세력들은 미국 강경파들의 입장을 그대로 대변해 북핵위협을 명분으로 남북관계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에 대한 여론의 압도적 지지를 만들어 분단세력을 고립시켜야 한다. 한반도 평화는 전쟁 위기에 시달려온 국민 모두가 동의하는 내용이다.

분단세력은 어떻게든 트집을 잡기 위해 북핵위협이 여전히 존재하는데 우리만 일방적으로 무장해제를 한다며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고 있다. 그러나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주장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금방 알 수 있다. 재래식 무기밖에 없는 한국 입장에서 무장해제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북핵을 막을 방법은 없으며 북핵에 대응하는 것은 한국군이 아니라 미군이다.

이번에 남북이 합의한 것은 군사분계선에서 무장해제를 하자는 것인데 이는 평양에 비해 서울이 군사분계선과 훨씬 가까이 있는 상황에서 한국에게 매우 절박한 문제다. 도대체 트집 잡을 데라곤 없는 평양공동선언을 어떻게든 훼손하기 위해 분단세력이 억지를 부리면 부릴수록 그들은 국민의 외면을 받고 몰락할 것이다.

셋째, 군사 문제를 먼저 풀어야 제반 다른 부문의 교류, 협력을 근본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남북관계가 발전하려고 할 때마다 서해 교전 같은 군사적 충돌이 일어나 관계가 급랭한 경험이 있다. 경제협력이든 사회문화교류든 아무리 활발하게 진행돼도 군사적 대치가 사라지지 않으면 언제든 무위로 끝날 수 있다.

그런데 남북관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문제가 군사 문제다보니 넘어야 할 산이 한 두 개가 아니다. 오랜 기간 서로 총부리를 들이대고 있으니 그렇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한국군은 정부의 뜻보다는 미군의 뜻에 따르는 데 더 습관 들어 있는 게 문제다.

지금 한국 군부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판문점선언 이행보다는 미국 강경파들의 입장인 대북제재와 압박에 더 관심이 있다. 판문점선언 후 진행된 다양한 부문의 고위급회담, 실무협상 가운데 유독 군사회담만 결렬을 거듭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이유로 가장 앞서야하지만 현실에선 가장 뒤쳐진 군사 분야를 평양공동선언의 1항에 넣은 것이다.

“① 남과 북은 이번 평양정상회담을 계기로 체결한 ‘판문점선언 군사분야 이행합의서’를 평양공동선언의 부속합의서로 채택하고 이를 철저히 준수하고 성실히 이행하며, 한반도를 항구적인 평화지대로 만들기 위한 실천적 조치들을 적극 취해나가기로 하였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군사회담만 결렬을 거듭하니 남북 두 정상이 직접 챙겼다. 지금껏 있었던 세 번의 남북 정상선언인 6.15공동선언, 10.4선언, 4.27판문점선언에서 한 번도 없었던 부속합의서가 탄생했다. 정상회담에서 직접 부속합의서로 채택한 만큼 판문점선언 내 군사 분야 합의들의 이행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판문점선언 군사분야 이행합의서의 구체적인 내용 다음 기회에 자세히 분석하기로 하고 대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
– 대규모 군사훈련, 무력증강, 봉쇄, 항행방해, 정찰행위 중지
– 남북군사공동위원회 가동
– 군사분계선 일대 각종 군사연습 중지
– 군사분계선 일대 비행금지구역 설정
– 우발적 충돌 방지 위한 절차 마련

▲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로 만들어 나가기 위한 실질적인 군사적 대책을 강구
– 비무장지대 안의 감시초소(GP) 철수
–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비무장화
– 비무장지대 내 남북공동유해발굴
– 비무장지대 내 역사유적 공동조사·발굴 관련 군사적 보장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 2004년 제2차 남북장성급군사회담에서 서명한 ‘서해 해상에서의 우발적 충돌 방지’ 관련 합의전면 이행
– 서해 해상에서 평화수역과 시범적 공동어로구역 설정
– 평화수역과 시범적 공동어로구역 남북 공동순찰

▲교류협력 및 접촉 왕래 활성화에 필요한 군사적 보장대책 강구
– 남북관리구역에서의 통행 통신 통관(3통)을 군사적으로 보장
– 동 서해선 철도 도로 연결과 현대화를 위한 군사적 보장
– 북측 선박들의 해주직항로 이용과 제주해협 통과
– 한강(임진강) 하구 공동이용을 위한 군사적 보장

합의서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중단하기로 함에 따라 한미연합군사훈련 재개 논란은 사실상 사라졌다. 그리고 각종 교류협력 사업을 군사적으로 보장해주기로 하였으니 향후 판문점선언 이행 속도는 더욱 빨라지게 됐다.

“② 남과 북은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조속히 가동하여 군사분야 합의서의 이행실태를 점검하고 우발적 무력충돌 방지를 위한 상시적 소통과 긴밀한 협의를 진행하기로 하였다.”

남북군사공동위원회는 이번에 처음 등장한 게 아니다. 노태우 정부 시기인 1991년 12월 남북은 남북기본합의서를 채택하면서 남북군사공동위원회 설치를 합의한 적이 있다. 다만 1993년 한미연합 팀스피릿 훈련이 재개되면서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당시 합의에 따르면 남북군사공동위원회는 ▲대규모 부대이동, 군사연습 통보 ▲비무장지대 평화적 이용 ▲군 인사교류, 정보교환 ▲단계적 군축 ▲군사당국자 간 직통 전화 설치 등의 문제를 협의하고 이행하는 기구다. 27년이나 지난 오래전 합의이긴 하지만 이미 세부 내용까지 정리한 적이 있기에 이를 보완하면 남북군사공동위원회는 빠른 시일 내에 가동이 가능할 것이다.

지금까지 남북 사이에 군 관련 논의는 국방장관회담, 장성급회담, 실무회담 등 사안이 있거나 특별한 경우에만 진행되었다.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가동하면 일상적으로 소통과 협의가 가능해 불필요한 군사적 충돌을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군축 문제는 매우 민감하고 복잡한 만큼 이 위원회에서 충분히 논의를 거쳐 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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