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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차] “분단국가”, 간첩과 외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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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시민
기사입력 2018-09-26

 

♨ 언제부터인가 한국인들은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라는 식의 말을 곧잘 쓴다. 아마도 냉전결속과 더불어 생겨났다고 보이는데, 바로 곁의 중국이 분단 상태이므로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한때 한국 언론들에는 분단과 관련하여 비교하는 기사들이 실리곤 했다. 반도 남북이 체육경기에서 단일팀을 이루니 중국인들이 부러워했다던가, 중국 대륙과 대만인들이 어느 국제회의에서 화기애애하게 이야기하는 게 부럽다라던가... 남북관계가 싸늘해졌던 근 10년 동안에는 아예 비교할 나위가 없어서인지 그런 기사를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 

 

♨ 같은 시기 대륙과 대만 사이에는 전부터 존재하던 삼통(三通)이란 개념을 발전시켰다. “삼통”이란 통우(通邮, 우편물이 통함), 통상(通商, 장사가 통함), 통항(通航, 배와 비행기가 통함)으로서 초기에는 푸젠성(福建省)과 진먼도(金门岛)사이에서 “소삼통(小三通)”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다가 후에 대륙과 타이완 전체의 “대삼통(大三通)”이 이뤄졌는데, 비행기나 선박이 직항하지 못하고 제3지를 거쳐야 되는 불편을 겪었다. 그러다가 반도의 남북관계가 얼어붙은 동안에 직항이 성사됐다. 인적교류도 활발하여 대륙에 진출한 타이완 기업들이 많았고 대륙 관광객이 타이완 관광업을 먹여 살리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2018년에는 반도의 남북이 극적인 화해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것과 반대로 중국 대륙과 대만은 사이가 상당히 좋지 않다. 

 

♨ 지난 9월 15일과 16일 중국 중앙텔레비전방송국이 “쟈오뎬팡탄(焦点访谈초점방문담화)”라는 프로로 “웨이지뎨잉(危机谍影)" 상, 하집을 방영하여 근자에 중국 국가안전부문이 타이완 간첩사건 100여 건을 발각, 수사했음을 알리고 타이완 정보요원 남녀 4명의 가명과 진짜이름, 인적사항 및 사진과 포섭수법들을 공개했다. 타이완 간첩잡기가 드문 일은 아니다만 이번에는  정부차원에서 사전에 산하 단위에 시청 및 감상평을 쓸 것을 지시하여 유달리 주목을 끌었다. 게다가 베이징시, 산둥성, 산시성, 푸젠성, 스촨성, 하이난성, 광둥성, 쟝수성, 랴오닝성 등 여러 고장의 언론매체들도 본지에서 잡은 타이완간첩들을 보도하여 여러 날 보도열조가 일어났다. 지방보도들과 달리 중앙텔레비전이 이름을 찍은 타이완 정보요원들이 대륙인들을 포섭한 사건들은 모두 타이완 현 정권이 집권하기 전인 국민당의 마잉쥬(马英九)가 “총통”으로 있던 때에 일어났으므로 중앙정부의 의도가 도대체 뭐냐는 추측이 많다. 무력통일의 전조이냐, 국민당에 기대를 걸지 않겠다는 뜻이냐 등등. 한편 숱한 네티즌들이 열렬히 호응했으니 잘 잡았다, 지금 세월에도 간첩이 있고 미인계를 쓰니 깜짝 놀랐다, 전날 타이완 기업에서 일할 때 상사가 정부 문건을 얻어달라기에 사절했더니 날 자르더라, 대륙학생을 상대로 미인계를 쓴 여자가 너무 못생겼다, 타이완이 미인을 내세우면 나를 불러달라, 꿈에 핵 기밀을 인도에 넘겼다가 잡혀서 혼났는데 놀라 깨나 생각해보니 내가 무슨 핵 기밀을 알겠느냐 생각에 헛웃음이 나왔다, 중앙텔레비전의 보도니까 믿지 못하겠다... 타이완 당국은 대륙이 새 학기를 맞는 시점에서 대륙학생들의 타이완 유학을 막기 위해 가짜뉴스를 퍼뜨렸노라고 부인했는데, 정작 이름과 얼굴이 공개된 당사자들은 명예훼손 따위로 항의하지 않으니, 타이완 매체들마저 당국의 주장을 믿지 않는다. 아무튼 추석 전에 대륙과 대만 사이에는 싸늘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 2007년 3월 초, 필자는 《자주민보》에 “중미 외교”라는 짧은 연재를 발표했다. 역대 주중국 미국대사들을 다룬 책에 근거한 연재는 “과도적 연락처 설치까진 좋았으나”, “뜻하지 않은 불미스러운 사건들”, “볼튼의 평양 주재를 상상해본다”는 3편으로 이뤄졌다. 중미는 1979년 1월 1일 정식수교를 선포하기 전에 몇 해 동안 쌍방의 수도에서 연락처를 설치하고 운영했다. 베이징 주재 연락처 주임 중 뒷날 제일 유명해진 인물은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고, 그보다 앞서 부루스란 인물 책임졌다. 3월 6일 발표한 2편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처음에 연락처에는 미국인이 26명밖에 없었는데, 손바닥만한 홍콩에 주재하는 미국 총령사관에는 400명을 넘기는 인원이 상주했다. 더 말할 나위도 없이 간첩들이 득실거렸다. 중국 정보를 수집하기 어려워 굶주리던 자들이 연락처라는 요소를 이용하지 않을 리 없었다. 하여 “공무집행” 명의로 대륙에 와서 실지 “관찰”을 하곤 했는데, 그 중 한 사람은 베이징에서 자전거를 타고 떠돌아다니다가 군사금지구역에 들어가 정찰하다가 보초에게 저지를 당했다. 그곳에는 군사구역이니 진입을 금지한다는 표식이 눈에 확 뜨이게 세워졌는데도 그렇게 중국법률을 위반한 것이다. 변명이 사실 앞에서 맥을 못 추게 되어 잘못을 시인한 후, 공안부문이 그를 놓아주고 외교부가 부루스와 교섭, 부하들을 엄격히 단속해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말도록 하라고 요구했다. 부루스는 그 사람을 질책하겠다고 표시하고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노라고 보증하였다. 그러나 사실 정보기관은 부루스의 말이 통할 상대가 아니기에 그런 보증은 힘을 쓰지 못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최근 중국인민해방군의 진이난(金一南) 소장은 중미관계에 관한 대담에서 미국의 홍콩 주재 영사관에 주재하는 인원이 근 천 명에 달한다고 지적하면서 대사관에도 그렇게 많은 사람이 없다고, 그 천 명이 뭘 하는게, 절대로 잠을 자는 게 아니라 공작을 하는 것이라고, 이런 방면에서 우리가 경각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美国一个驻香港的领事馆人员就有将近一千人,说出来就很悬乎吧,一个大使馆也没那么多人,美国一个驻香港领事馆有一千人,这一千人是干什么的?绝对不是睡大觉的,是做工作的。在这方面来看呢,是非常值得我们警惕的。) 중미 수교가 근 40년이 되어오고 중국에 드나들거나 상주하는 미국인들이 무수한데도 홍콩 영사관에 근 천 명 상주한다는 게 놀랍다. 정보수집이 아니라 중국을 겨냥한 정권전복의도가 다분하다. 

 

♨ 문득 서울 주재 미국 대사관 상주인원 숫자가 궁금해난다. 또한 조선(북한)과 미국이 수교하거나 그보다 앞서 상호 사무소를 설치하는 경우 평양 주재 미국 외교관(진짜와 가짜를 포함하여) 수자와 활동범위도 쌍방이 치열한 쟁론을 거치리라 짐작된다. 한편 반도에 평화분위기가 이뤄진다 해서 서울과 한국 기타 지방에 상주하는 미국 외교관(진짜와 가짜를 포함하여) 숫자가 줄어들 것 같지 않음은 홍콩의 전례로 미뤄볼 수 있다. 알 게 뭔가. 한국 보수들이 주장하듯이 미국이 한국의 “좌빨 정부”를 경계하여 상주인원수를 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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