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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평양공동선언 분석] ②트럼프 대통령에게 주는 더 큰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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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환 객원기자
기사입력 2018-09-27

2. 남과 북은 상호호혜와 공리공영의 바탕위에서 교류와 협력을 더욱 증대시키고,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들을 강구해나가기로 하였다.

① 남과 북은 금년내 동, 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을 갖기로 하였다.
② 남과 북은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을 우선 정상화하고, 서해경제공동특구 및 동해관광공동특구를 조성하는 문제를 협의해나가기로 하였다.
③ 남과 북은 자연생태계의 보호 및 복원을 위한 남북 환경협력을 적극 추진하기로 하였으며, 우선적으로 현재 진행 중인 산림분야 협력의 실천적 성과를 위해 노력하기로 하였다.
④ 남과 북은 전염성 질병의 유입 및 확산 방지를 위한 긴급조치를 비롯한 방역 및 보건·의료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였다.

2항은 경제·사회 분야 합의다. 4개의 내용은 판문점선언이나 이후 진행된 회담들에서 합의한 것들이다. 다만 미국의 제재와 방해로 합의만 하고 진행을 못하고 있는 것들이다.

이미 미국의 방해로 진행할 수 없음을 확인했는데 다시 합의문에 넣었다면 이는 미국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민족자주와 자결의 원칙 아래 강행하겠다는 뜻이거나 아니면 이미 미국과 사전 조율을 거쳐 양해를 받았거나 둘 중 하나다. 특히 철도연결의 경우 사실상 주한미군인 유엔군사령부가 가로막았는데 이를 연내에 착공하기로 했으니 상당한 의지를 보인 셈이다.

3. 남과 북은 이산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인도적 협력을 더욱 강화해나가기로 하였다.

① 남과 북은 금강산 지역의 이산가족 상설면회소를 빠른 시일내 개소하기로 하였으며, 이를 위해 면회소 시설을 조속히 복구하기로 하였다.
② 남과 북은 적십자 회담을 통해 이산가족의 화상상봉과 영상편지 교환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나가기로 하였다.

이산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이산가족이 없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즉, 통일을 이루거나 자유왕래가 가능하고 거주 이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당장 이루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이산가족이 언제든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하였다. 상설면회소, 화상상봉, 영상편지 교환을 통해 원하면 언제든 연락도 하고 만날 수도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걸로 문제가 끝나는 건 아니다. 새로운 이산가족이 계속 생긴다면 이산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했다고 볼 수 없다. 북한은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 발표 후 특별한 상황이 아닌 이상 더 이상 월북자를 받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은 탈북자를 계속 수용하고 있다. 탈북자를 수용하는 것이야 인도적 문제로 볼 수도 있겠지만 고향인 북한으로 돌아가겠다는 탈북자를 억류하거나 탈북 의사가 없는 북한 주민을 강제로 납치해오는 것은 인도적 문제를 넘어 반인륜 범죄에 해당한다. 북송을 요구하는 김련희 씨나 납치 의혹이 짙은 12명의 북한 여종업원 문제는 외면하면서 회담 때마다 이산가족 상봉을 요구하는 한국 정부의 태도를 북한이 어떻게 여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산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고 한 만큼 김련희 씨와 여종업원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주목된다.

4. 남과 북은 화해와 단합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우리 민족의 기개를 내외에 과시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협력과 교류를 적극 추진하기로 하였다.

① 남과 북은 문화 및 예술분야의 교류를 더욱 증진시켜 나가기로 하였으며, 우선적으로 10월 중에 평양예술단의 서울공연을 진행하기로 하였다.
② 남과 북은 2020년 하계올림픽경기대회를 비롯한 국제경기들에 공동으로 적극 진출하며, 2032년 하계올림픽의 남북공동개최를 유치하는 데 협력하기로 하였다.
③ 남과 북은 10.4 선언 11주년을 뜻깊게 기념하기 위한 행사들을 의의있게 개최하며, 3.1운동 100주년을 남북이 공동으로 기념하기로 하고, 그를 위한 실무적인 방안을 협의해나가기로 하였다.

학술, 문화, 체육 교류는 남북이 가장 쉽게 추진할 수 있는 분야다. 평양예술단의 서울 공연, 올림픽 단일팀 출전, 10.4 선언 11주년 공동기념행사, 3.1운동 100주년 공동기념행사 등을 통해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고 서로에 대한 이해와 호감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당장의 행사뿐 아니라 내년(3.1운동 100주년), 내후년(2020년 올림픽)은 물론 2032년 올림픽 공동유치까지 매우 먼 미래의 일까지 계획을 세워놓은 것이다. 물론 2032년이면 공동유치가 아니라 단일국가로서 올림픽을 유치할 수도 있을 것이다.

5. 남과 북은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실질적인 진전을 조속히 이루어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였다.

대다수 언론이 주목한 비핵화 문제는 거의 마지막인 다섯 번째 항목에 들어갔다. 주목도에 비해 중요도가 떨어진 셈이다. 남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문제는 미국을 압박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기 힘들다.

어차피 한반도 핵문제는 북미 사이에서 일어난 일이기에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매우 한정적이다. 그럼에도 지난 판문점선언에 이어 평양공동선언에도 비핵화 문제를 상당히 규정적으로 다뤘는데 이는 북한이 문재인 정부의 위상을 높여 북미 사이의 중재자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배려한 측면이 강하다.

그런데 평양공동선언은 비핵화에 대해 판문점선언과 다른 표현을 썼다. 판문점선언은 3항 ④에서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였다”고 표현하였다. 그런데 평양공동선언은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라고 하였다.

‘비핵화’ 혹은 ‘핵 없는 한반도’가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한반도’로 더욱 구체화되었다. 비핵화의 개념에 핵무기가 없는 것은 당연히 들어가는 것인데 핵위협의 경우는 새롭게 명시됐다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흔히 핵위협이라고 하면 한국에 대한 북한의 핵위협을 생각하지만 북한 입장에서는 북한에 대한 미국의 핵위협을 말한다. 즉, 핵무기와 핵위협을 없애자는 것은 북한의 핵무기뿐 아니라 북한을 겨냥한 미국의 핵무기도 제거하자는 말이 된다. 이는 비핵화보다 더 높은 수준인 비핵지대화(NUCLEAR WEAPON FREE ZONE, NWFZ)를 의미한다.

한반도 핵문제의 뿌리를 찾아보면 1950년대부터 진행된 주한미군 전술핵무기 배치와 북한에 대한 미국의 핵선제공격정책이 있다. 따라서 단순히 한반도 영역 내에 핵무기만 없다고 해서 비핵화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한반도에 대한 모든 핵위협이 사라져야 근본적으로 비핵화를 실현할 수 있다. 따라서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한반도’가 정확하고 바람직한 표현이라 하겠다.

① 북측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 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하기로 하였다.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가 정확히 무엇을 지칭하는지 명시하지는 않았으나 아마도 은하 로켓으로 인공위성을 발사했던 서해위성발사장을 말하는 듯하다. 북한은 이곳을 인공위성 발사장이라고 하지만 한국과 미국 등은 미사일 발사장이라 주장해왔다.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를 폐기하는 것은 미국 강경파와 한국의 분단세력을 달래는 측면이 강하다.

첫째, 해당 시설은 한미 당국이 미사일 발사장이라 주장할 뿐 북한 입장에선 위성발사장이므로 이것을 폐기한다고 해서 비핵화(장거리미사일을 제거하는 것을 포함한 개념)를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핵무기와 무관한 시설을 폐기하면서 한미 당국을 안심시키는 셈이 된다.

둘째, 군사적으로는 큰 의미가 없는 조치다. 지난해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발사장면을 보면 모두 이동식 발사대를 이용했다. 동창리 발사장을 이용해 미사일을 발사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즉, 해당 시설을 폐기한다고 해서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발사 능력이 사라지거나 축소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한미 당국이 우려하므로 안심시키는 차원에서 북한이 해당 시설을 폐기해주는 것이다.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 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하는 것은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폐기’를 말하는데 모두 한미 당국을 향한 북한의 선물이다.

문제는 북한 입장에서 서해위성발사장을 폐기하면 향후 인공위성 발사를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미리 논의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자체 경제, 과학적 목적에서 인공위성을 발사하고자 할 텐데 발사장이 사라졌으니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외부 참관 아래 다시 건설하는 것이며 둘째는 타국 발사장을 이용하는 것이고 셋째는 타국 우주로켓을 이용해 인공위성만 발사하는 것이다. 이 가운데 첫째 해법은 결국 미사일 발사대 논란을 다시 키울 수 있어서 가능성이 낮다. 다른 해법을 적용할 때 남북협력을 한다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낼 수 있다. 한국의 나로우주센터에서 북한 인공위성이 올라간다면 세계 앞에 우리 민족의 과학기술력을 보여줄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한 가지 문제가 더 있다. 북한이 막대한 자금을 들여 건설한 해당 시설을 자진해서 철거한다면 금전손실을 어떻게 보상하느냐 하는 문제다. 북한이 자선사업가도 아니고 평양에 화수분이 묻혀 있는 것도 아닌데 아무런 보상도 없이 해당 시설을 철거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풍계리 핵실험장이야 비핵화의 일환이었다 해도 동창리 시설은 북한 입장에서 비핵화와 무관한 것이니만큼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만약 국제사회가 이를 어떻게 보상할지 논의하지 않는다면 북한에게 너무 큰 빚을 지는 꼴이 될 것이다.

② 북측은 미국이 6.12 북미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음을 표명하였다.

이 부분은 남북정상회담 전부터 기대를 모은 내용이다. 최근 정체된 한반도 정세의 핵심은 미국이 북미정상회담에서 약속한 상응조치를 하지 않는 것이다. 미국 내에서 나오는 소리를 들어보면 강경파들이 북미관계 진전을 가로막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존 볼턴을 비롯한 강경파들은 북한이 추가 비핵화에 나서야 종전선언을 할 수 있다며 억지를 부려왔다. 따라서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파들의 방해에서 빠져나와 상응조치를 취할 수 있는 명분을 줄 수 있느냐가 핵심 지점이었다.

예상대로 북한은 미국의 행동을 촉구하면서 동시에 2단계 비핵화 조치를 약속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게다가 북한이 제시한 2단계 비핵화 조치는 예상보다도 훨씬 큰 조치다. 영변 핵시설은 그간 북미 핵대결에서 핵심 문제로 지목된 시설이다.

여기를 영구적으로 폐기하면 북미 핵대결의 근원을 들어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미국이 주장하는 핵목록보다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제 트럼프 대통령은 “봐라, 내가 빨리 종전선언을 해야 당신들이 우려하는 영변 핵시설을 없앨 수 있지 않겠나”라며 강경파들을 설득할 수 있게 되었다.

③ 남과 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진해나가는 과정에서 함께 긴밀히 협력해나가기로 하였다.

원래 북미 사이에 풀어야 할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남북이 긴밀하게 협력하기로 한 것은 북한이 문재인 정부에게 앞으로도 북미 사이의 중재 역할을 계속 맡긴다는 의미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위상을 높여서 미국이 남북관계 발전을 가로막기 위해 문재인 정부를 압박하기 어렵게 만들며 국내 분단세력들이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는 것도 힘들게 하는 조치다.

6.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초청에 따라 가까운 시일 내로 서울을 방문하기로 하였다.

평양공동선언에서 가장 충격을 준 내용이 가장 마지막 항에 실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올해 안에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한국 방문은 한국전쟁 이후 처음이다.

평양에서 진행된 정상회담을 영상으로 보면서도 한국 사회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주었는데 만약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한국에 온다면 그 영향력은 가히 ‘핵폭탄급’이 될 것이다. 한국 국민들의 대북인식에 엄청난 변화가 올 것이며 분단세력들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국가보안법 논란에 불이 붙고 판문점선언, 평양공동선언 이행 동력도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서울 방문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태극기부대를 언급하며 그 정도 반대는 문제없다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이번 평양 정상회담을 보면서 과연 우리 사회가 북한만큼 환영 준비를 할 수 있겠는지, 국가 망신이나 면할 수 있겠는지 우려하고 있다.

한 민족인 북한의 최고지도자와 여러 대표단을 맞이하면서 태극기부대의 난동을 방치한다면 그야말로 나라의 수치가 아닐 수 없다. 평양공동선언이 한국 사회에 준 커다란 과제가 바로 6항일 것이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지금부터라도 발 빠르게 준비에 착수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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