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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차] 욱일기와 우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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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시민
기사입력 2018-10-02

 

♨ 서방사람들은 중국기자들이 기사가 아니라 산문(에세이)를 쓴다고 비웃곤 했다. 무슨 도로 개통식보도도 사실만 전달하는 게 아니라 날씨가 화창했다느니, 꽃향기 그윽하고 새들이 우짖었다느니 사람들의 얼굴에 기쁨이 넘쳐났다느니 거추장스러운 묘사를 거창하게 늘여놓는다는 것이다. 그런 묘사는 중국의 문화전통 및 언어와 직결되니 특히 4글자짜리 말들이 흔해빠졌기에 다른 말로 옮기면 지루하지만, 중국어로는 막 집어넣어도 크게 티 나지 않는다. 예컨대 “청공만리(晴空万里, 맑은 하늘이 만 리에 펼쳐졌다)”, “만리무운(万里无云, 만 리 [하늘]에 구름이 없다)”, “조어화향(鸟语花香, 새들의 지저귐과 꽃들의 향기)”, “희소안개(喜笑颜开, 즐겁게 웃으며 얼굴을 활짝 펴다)”. 여기서 마지막 것은 우리말로 제일 짧게 압축해보았자 “웃음꽃이 피어났다”니까 기사에 들어가기는 어려운 법이다. 

 

♨ 한편 한국에서는 오래 전 부터 기자들이 기사가 아니라 소설을 쓴다는 비판을 받았다. 얼마 전 청와대 사람이 그런 말을 했다 하여 한 소설가가 불쾌감을 드러냈으나 별 호응을 받지 못한 걸 보면, 많은 사람들이 한국 기자들 혹은 그 일부 즉 “기레기”라고 폄하되는 인물들이 소설 그것도 3류 소설을 쓴다는 인식을 가진 모양이다. 

 

♨ 소설은 유파가 많아 소설이라는 명칭을 붙이기만 하면 조금 과장해서 아무렇게나 써도 소설이라고 인정을 받는다. 단 좋은 소설이냐 허접한 소설이냐는 갈라진다. 그런데 기사라면 적어도 육하원칙에 따라 시간, 인물, 장소, 사실 등을 정확히 전달해야 기사대접을 받는다. 허나 한국에서는 육하원칙을 무시하거나 아예 꾸며내는 경우가 많으므로 “~ 카더라 통신”이라는 말이 생겼고 언론에 대한 불신이 상당하다. 특히 조선(북한) 관련보도는 엉터리가 너무 많아 “북한 기사는 오늘 보도, 내일 오보”라는 말까지 나올 지경이다. 

 

♨ 왜곡이 필요 없는 경우에도 어딘가 부족해보여 허기증을 만들어내는 기사들이 있다. 요즘 한국 국제관함식에 참가할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이 욱일기를 거는 문제를 둘러싸고 나온 기사들이 그러하다. 필자는 욱일기는 일장기를 봐도 입맛이 쓴 사람이라 욱일기를 건 일본 군함이 제주도 앞바다에 나타나는 걸 당연히 반대한다. 그런데 한국 국제관함식은 10년에 1번 씩 진행되고 2008년에도 일본 함정이 참가했다는데, 한국 기사들을 봐서는 그때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이 무슨 깃발을 걸었는지 잘 알 수 없다. 국민감정만 강조하는 걸 보면 2008년에는 일본 함정이 욱일기를 걸었기 때문에 전례 쟁론에서 불리하니 한국 언론들이 일부러 피하는 게 아니겠느냐는 의심이 생길 지경이다. 

 

♨ 세계의 법률은 크게 대륙 법계와 해양 법계로 나뉜다. 하나는 규정을 중시하고 하나는 판례를 중시한다. 욱일기 논란이 법정까지 갈 일은 아니라만, 논란을 살펴보면 법적으로 금지규정이 없고 전례 또한 한국에는 이롭지 않은 것 같다. 한일 쌍방이 우기기만 해서는 문제가 풀리지 않겠으니, 혹시 반도 법계를 새로 만들어서 뭔가 한국식 틀을 정해야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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