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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산지석] 판빙빙 “교만”은 오역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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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시민
기사입력 2018-10-04

 

몇 달 동안 “실종”되었던 중국 배우 판빙빙에 관한 확실한 소식이 10월 3일 나왔다. 중국 신화통신 등 언론들이 국가세무총국과 쟝수성(강소성) 세무국이 제공한 자료에 근거해 판빙빙과 그 회사의 탈세, 누세 상황 및 처벌을 공개한 것이다. 뒤이어 판빙빙이 웨이보(중국판 페이스북이라면 이해하기 편할 듯)로 사과문을 발표했다. 

 

한국 언론들이 발 빠르게 움직여 기사와 사과문을 전했는데, 대체적으로는 정확했으나 유감스럽게도 오류가 있었다. 판빙빙이 “교만했다”고 사과했다는 설이 기사제목들에까지 끼어서 유표된 것이다. 세계적 스타니까 “교만”을 뉘우치는 게 논리적으로 통하지만, 사과문에 “최근 나는 전에 겪어본 적이 없는 고통과 교만을 경험했다”고 썼다는 건 오역이고 사실 말도 되지 않는다. 조사를 당하는 사람이 무슨 교만을 경험하나? 

원문은 “最近一段时间,我经历了从未有过的痛苦、煎熬”로서 중국어로는 아주 간단한 말이다. 한국인들이 좀 낯설 단어는 “煎熬”하나 뿐인데 괴로움, 시달림(주로 주관적 심리상)이라는 뜻이고 중국어에서의 쓰임새는 우리말에서의 “피를 말린다”와 가장 비슷하다. 여기서는 앞의 “고통”에 이어 “고민”으로 옮기는 게 제일 알맞다. 베이징에서 글을 서울로 보낸 한국 기자도 아마 “고민”으로 옮겼는데 오타로 “교만”이 나오지 않았겠나 생각해본다. 

 

인터넷 시대에는 기사 읽기보다 댓글보기가 더 재미 쏠쏠한 경우가 많다. 판빙빙 사건에 대해 한국에서는 찬반양론이 나왔다. 공산국가여서 세계 스타도 100여 일 아무런 소식도 없다가 탈세로 걸어서 처벌하니 무섭고 혐오스럽다는 식의 반향들이 있나 하면, 중국의 연예인 탈세 척결은 참 엄격하여 세계 스타도 봐주지 않는데, 한국은 너무 물러서 강 아무개, 송 아무개 등이 잘 산다고 지적하는 등 반향들도 있었다. 

중국에서 엄청난 반향들이 쏟아져 나와 한 인간이 다 볼 수 없는 지경인데 필자가 본 범위에서 대충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언론사의 사설과 기사들에서 나오는 정부 입장과 전문가 입장이니 조사와 결정이 합리하고 합법적이며 연예계 인사들이 정신을 차리고 새 출발해야 된다는 식이다. 

하나는 인터넷에서 탈세, 누세 액수가 놀라운데도 추징과 벌금에 그치고 형사처벌을 하지 않는데 대한 불만을 털어놓는 식이니 특히 좌파들이 그러하다. 초범자를 관대히 처리하는 건 이해되지만, 판빙빙은 처음 걸렸고 세금 미납으로 처벌을 받은 적 없었을 뿐, 실제로 여러 해 탈세, 누세를 감행했는데 왜 관대하게 봐주느냐는 것이다. 

하나는 나와는 상관없다는 태도로 풍자하거나 자조하는 식이다. 특히 추징금과 벌금까지 합쳐서 총 8억8천394만6천 위안을 내라는 결정이 많은 반향을 불러냈다. 필자는 두 번 크게 웃었다. 

한 번은 계산 때문이었다. 내가 한 달에 1만 위안(한화 160만 원 상당으로 중국의 다수 지방에서 중등이상 생활을 줄길 수 있다)을 벌더라도 1년에 12만 위안, 100년에 1,200만 위안, 1,000년에 12,000만 위안이니, 8억 위안을 벌려면 7, 8천 년이 걸린다. 그런데 중화 역사는 고작 상하 5천년이다. 

한 번은 비교 때문이었다. 내 정자도 8억 개가 못 되는데. 곧 댓글이 숱해 달렸으니, 친구, 병원에 가보아야겠네. 야, 정상적 인간이 한 번 사정에 내보내는 정자는 2억 개야. 아, 체내에 있는 정자야 2억 개 이상이겠지... 

 

판빙빙 사건과 중간결과는 중국 특색이 다분하다. 몇 달 동안 비공개조사를 진행한 게 그렇고, 일단 형사책임을 묻지 않으면서도 정해준 기한 내에 판빙빙이 추징금과 벌금을 납부하지 못할 경우 공안기관에 이송돼 형사처분을 받는다는 게 그러하며, 또 2018년 12월 31일까지 영상업계(影视企业 영화, 드라마 기업) 종사자들이 자체로 조사하고 자체로 시정하여 세무당국에 탈세를 자진 신고하고 해당 세금을 납부하면 행정처벌을 면제하고 벌금도 물리지 않겠다는 건 더구나 그러하다. 

실제로 판빙빙 본인이나 8억 위안 대 금액보다는 올해 말까지 영상업자들에게 자체시정 기한을 3개월 정도 내주면서, 그때까지 탈세를 바로잡지 않으면 행정처벌은 물론 형사책임도 추궁하겠노라고 넌지시 암시한 거야말로 가장 중요하다. 

한국에서도 보도되었지만, 판빙빙 사건의 발단은 중앙텔레비전방송국에서 앵커로 일하던 추이융위안(崔永元)이라는 사람의 고발로 시작되었다. 추이융위안은 영상업계의 부정부패자료가 자신의 서랍 하나를 꽉 채웠다고 말했었다. 3개월을 넘긴 판빙빙 조사가 그 하나나 어느 한 영화와만 관계될 리 없다. 중국세무총국과 지방세무당국들이 그 조사를 계기로 영상업계들을 뒷조사하여 필요한 증거들을 확보하기 마련이다. 헌데 얼마나 넓은 범위의 얼마나 많은 증거를 가졌느냐는 대외비밀이고, 구체적인 영상회사나 종사자들은 세무당국이 자기의 비리와 관계되는 자료를 얼마나 가졌는지 모른다. 이제 자진 신고할 때 세무당국이 신고 자료에 없는 탈세 증거를 하나라도 내놓으면 신고 자체가 사기로 간주되면서 형사처벌을 면할 수 없게 된다. 그러니까 영상업계 전체가 전전긍긍하게 된다. 판빙빙은 일단 숨을 돌렸지만, 이제부터 “고통과 고민”을 경험하게 되는 건 영상업계 회사들과 종사자들이다. 그렇다 해서 외국으로 도망가면 더구나 인생을 종치게 된다. 

 

중국 연예계의 혼란한 상태는 지속된 지 오래다. 영화만 놓고 보면 1년에 800여 부 제작된다는데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건 100부 되나마나 하다. 나머지 수 백 부는 엄청 밑지지만 실제로는 투자자들이 득을 본다는 게 공론이다. 영상제작으로 유력자들이 부정수입을 세탁했다는 것이다. 연예계 내외에서 불만의 소리가 나온 지 오랬으나, 범위가 너무 방대하고 얽힌 이해관계가 복잡하여 정부 차원에서 손을 대기 어려웠는데, 판빙빙이 마침 좋은 계기를 제공해주어 그를 본보기로 삼아 연예계의 나쁜 풍기를 바로잡으려는 게 정부의 타산이라고 보인다. 

판빙빙 개인적으로는 연예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기회를 얻었으나, 인기를 먹고 사는 연예인으로서 전 같은 영광을 누릴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다. 판빙빙이 잘 나가던 지난 해 그녀가 주연하고 중국 공군이 전폭 지원한 영화 《공천렵(空天猎)》이 국경절 황금시즌에 상영됐으나 흥행성적이 고작 3억 위안을 약간 윗돌아 본전도 건지지 못한 건 시사해주는 바가 많다. 그녀의 웨이보 팬(페이스북의 팔로어 격)이 6천 만 명을 훌쩍 넘기는데, 3억 위안 흥행성적은 영화를 본 사람이 1천만 명 정도임을 말해주니 그녀의 팬들마저 절대다수가 영화를 봐주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판빙빙이 연예활동을 재개하는 건 시간문제이나 오점 있는 연예인에게 누가 배역을 주고 광고를 몰아줄지도 의문이다. 따라서 그녀가 정해진 기한 내에 추징금과 벌금을 다 낼 수 있을 지에도 물음표를 던지지 않을 수 없다. 

금년에 중국 영화시장은 새 기록들을 갱신하는 중이고, 영화계는 새로운 전환기에 들어섰다. 보다 깨끗한 인간들이 보다 훌륭한 작품들을 내놓을 계기로 되겠는 지는 두고 봐야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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