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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기구의 초석을 마련한 10.4 남북공동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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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구 주권연구소 연구원
기사입력 2018-10-04

 

올해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판문점선언’에서 “이미 채택된 남북 선언들과 모든 협의들을 철저히 이행”하기로 하였다.

‘이미 채택된 남북 선언’ 중 하나는 11년 전인 2007년 10월 4일, 노무현 당시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이하 10.4선언)’이 있다.

1차 정상회담의 결과인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이 남북관계를 발전시켜나가기 위한 방향을 제시하는 ‘이정표’였다면, 10.4선언은 6.15 공동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실천 과제’이며, 통일로 나아가기 위한 구체적인 과정으로 평가된다.

특히, 10.4선언은 남북관계 발전을 막아온 근본적 걸림돌을 제거함과 동시에 통일기구의 제도적 기틀을 마련한 선언으로, 통일을 논의해야하는 판문점선언 시대인 지금 다시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신뢰관계로의 전환을 위한 과제

남과 북은 사상과 제도의 차이를 초월하여 남북관계를 상호존중과 신뢰 관계로 확고히 전환시켜 나가기로 하였다.
-10.4선언 2항

2000년 6.15 공동선언 발표 이후 2007년까지 남북관계는 많은 발전을 이루었지만, 실질적인 통일의 단계까지 접어들지는 못했다. 남북관계가 화해와 교류, 협력 단계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정체되었던 것은 근본적 문제에 막혀 있었기 때문이다.

6.15 공동선언 1항에서 ‘나라의 통일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으나 법적, 제도적으론 북한이 여전히 ‘반국가단체’이며, 서해상에서는 군사적 충돌의 위험이 남아있어 상호 신뢰 속에 진행되어야 하는 경제협력사업도 본격적인 단계로 진입할 수 없었다.

남북 정상은 10.4선언에서 ‘우리민족끼리’ 정신에 따라 남북관계 발전을 저해해왔던 근본문제를 해결하기로 합의하였다. 10.4선언 2항에서 ▲내부문제 불간섭 ▲법률적, 제도적 장치 정비를 명시한 것이다.

첫째로, 남북관계를 가로막고 있던 문제 중 하나는 상대방에 대해 악의적인 왜곡 선전으로 인한 대결 공세였다. 예를 들어 소위 ‘북한 인권 문제’를 보자. 미국과 반북단체들은 북한에 대한 여론을 악화시키고 침략의 명분을 쌓기 위해 인권문제를 조작하고 왜곡해왔다.

내부문제 불간섭은 서로 다른 사상과 체제를 가진 남과 북이 서로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기 위함이다. 10.4선언은 남과 북이 사상과 제도를 초월하여 상호 존중과 신뢰관계로 거듭나기 위해 내부 문제에 대해 간섭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이다.

둘째, 법률적 제도적 장치 정비로 우선 꼽히는 것은 헌법 개정과 국가보안법의 철폐이다. 헌법 제3조에서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명시했으며 국가보안법은 2조에서 ‘정부를 참칭’하는 단체를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있다. 즉, 북한은 ‘정부를 참칭하는 반국가단체’라는 것이다.

2018년 9월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서울을 방문하기로 하였다. 국가보안법대로라면 반국가단체의 수장이 한국의 수도를 방문하는 것이다. 10.4선언은 이렇듯 현실에 맞지 않고 남북관계 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법률적, 제도적 장치들을 정비하기로 하였다.

적대 관계 종식을 위한 조치

남과 북은 군사적 적대관계를 종식시키고 한반도에서 긴장완화와 평화를 보장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하였다.
– 10.4선언 3항

10.4선언 3항에서는 남북 간 적대관계를 종식시키고 한반도 평화를 보장하기 위하여 ‘한반도에서 어떤 전쟁도 반대하며’, ‘불가침의무를 확고히 준수’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군사적 신뢰구축조치를 협의’하기 위해서 남북 국방장관급 회담을 11월에 개최하기로 하였다.

10.4선언 발표 이후 노무현 대통령의 NLL 관련 발언으로 NLL에 대한 논란이 집중되었던 바 있다. 보수 세력은 줄곧 ‘NLL 고수’를 고집하며 남북 화해 분위기에 어깃장을 놓아왔다.

하지만 남과 북은 10.4선언에서 서해상 경계선의 문제에 슬기로운 해법을 도출하였다. 10.4선언 3항에서는 그동안 군사적 충돌 위험성이 높았던 서해지역에 ‘공동어로수역을 지정’하고 ‘평화수역’으로 만들 것을 합의한 것이다.

또한, 남북 정상은 10.4선언 4항에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지역에서 만나 종전선언을 추진하기로 하였다. 오늘날 이야기되고 있는 종전선언은 11년 전 이미 남북이 추진하기로 합의했던 것이다.

당시 조지 부시 미 대통령 또한 남북정상회담 직전인 2007년 9월 호주 한미정상회담에서 “지난해(2006년) 11월 베트남 하노이 한미정상회담에서 밝힌 바와 같이 우리의 목적은 한국전쟁을 종결시키기 위한 평화협정을 김정일 위원장 등과 함께 서명하는 것이며, 이제 우리는 한국전쟁을 종결시켜야 하며, 종결시킬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남북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에게 전해달라”고 한 바 있다.

오늘날 북미 대화의 쟁점인 종전선언은 2007년 남북미 사이에서 이미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으며, 남북이 종전선언을 추진하기로 합의·발표한 것이 2007년 10.4선언인 것이다.

통일기구의 주춧돌 마련

통일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국민 사이에서 가장 어렵게 느껴지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남과 북은 6.15 공동선언 2항에 이미 통일방안을 명시했다.

남측의 연합제 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
-6.15 공동선언 2항

10.4선언은 6.15 공동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실천적 과제를 명시했다는 평가답게 통일을 추진하기 위해 지금 구체적으로 할 과제가 담겨 있다.

10.4선언 2항에서 언급한 ‘양측 의회 등 각 분야의 대화와 접촉’, 3항의 ‘남측 국방부 장관과 북측 인민부력부 부장간 회담’, 5항의 ‘부총리급 남북경제협력공동위원회’, 마지막에 ‘남북총리회담’과 ‘수시 정상회담’이 명시된 것이다.

이는 남과 북이 10.4선언에서 통일기구에 대한 밑그림을 그린 것으로 분석된다.

먼저, 2항의 의회 간 대화를 보자. 남과 북을 하나로 대표하고 총괄하는 통일중앙기구를 꾸리기 위한 핵심 과제는 민중의 주권을 보장, 실현할 수 있는 최고의사결정기구이다.

남과 북이 최고의사결정기구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남북관계 확대와 발전’의 문제를 가지고 의회를 비롯하여 각 분야의 대화가 활발해져야 하며 그 단초가 10.4선언의 2항에 제시된 것이다.

통일국가에서는 민의를 대표할 의사결정 기구 외에도 행정부가 필요하다. 10.4선언문 각 항에서 명시하고 있는 각 회담들이 통일기구의 또 다른 축인 것이다.

남북은 10.4선언에서 남북관계 현안을 협의할 남북정상회담을 수시로 개최하기로 하였고, 협의 이행 전반을 총괄할 창구로 총리회담이 상정되었으며, 산하에 경제분야에서는 부총리급 경제협력공동위원회로 군사분야에서는 국방장관급회담으로 격상시킨 회담이 합의되었다. 여기에 지금까지 만들어진 농업, 해운업, 수산업 등의 회담까지 고려한다면 체계적인 구성은 부족하지만 남북 간 대화가 제도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남북이 똑같은 권한을 가진 중앙행정기구’의 초보적 단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행정부 부서별로 낮은 단계의 논의와 협력이 점차 발전하여 중앙 행정부를 구성하게 되는 것이다.

2018 평양 정상회담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표와 함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나 ‘국회 회담’을 제의했다고 밝혔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지난 9월 27일 최태복 북한 최고인민회의 의장 명의로 “(남북국회회담에) 동의한다는 답신이 왔다”고, 지난 1일에 알렸다. 이는 10.4선언에 합의한 내용을 이행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국회회담 뿐만 아니라 10.4선언에 따라 국회 회담을 비롯하여 총리회담, 부총리급 경제공동위원회 등도 재가동해야 할 것이다.

남북관계를 화해, 협력의 단계에서 본격적 통일준비 단계로 상승

6.15 공동선언이 ‘우리민족끼리’ 정신에 따라 자주평화통일을 지향해 나가기 위한 통일원칙을 합의한 것이라면, 이번 10.4선언은 통일의 초석을 닦는 실천선언이라 할 수 있다.

10.4선언은 2000년 이후 7년간 남북관계 발전에서 걸림돌이 되어 온 근본적 문제들을 해결하기로 합의하여 남북이 ‘우리민족끼리’ 통일로 나아갈 수 있는 ‘확고한 신뢰관계’를 구축하도록 했다. 이와 더불어 남북 통일국가의 중앙기구로 발전할 수 있는 남북대화를 제도화하여 남북관계를 ‘본격적인 연방연합제통일 준비단계’로 진입시킨 것이다.

그러나 10.4선언은 11년이 지난 지금까지 제대로 이행되지 못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직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남북관계를 모두 후퇴시켜버렸기 때문이다. 거기에 미국에서도 조지 부시 대통령의 뒤를 이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전략적 인내’를 주창하며,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진전을 모두 중단, 후퇴시켜버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6월 15일 “(10.4선언 등) 남북 당국 간의 이러한 합의들이 지켜졌더라면, 또 국회에서 비준되었더라면 정권의 부침에 따라 대북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정권에 따라 남북관계가 오락가락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내었다. 정권교체에 따른 대북정책의 후퇴는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을 추진하는 배경으로 읽힌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집권으로 중단된 10.4선언은 판문점선언으로 다시 추진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평양정상회담을 통해 남북관계는 더욱 빠르게 발전할 수 있는 동력을 얻게 되었다. 이제, 10.4선언에 따라 남북 정상이 만든 통일의 초석을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이 글은 민권연구소의 글 <연방연합방식 통일기구의 초석을 마련한 10.4선언>을 토대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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