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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일침 573] 화웨이 최고재무관 멍완저우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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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시민
기사입력 2018-12-07

 

예전에 한국에는 “대마불사”라는 말이 있었다 한다. 글자 그대로는 큰 말은 죽지 않는다인데, 실은 큰 기업은 죽는 법이 없다는 뜻으로 쓰였다 한다. 그러다가 IMF위기가 터지고 김대중 정부가 정책을 조절하면서 대우그룹이 망해버려 “대마불사”라는 불문율이 깨졌다는 것이다. 

 

금년 봄에 미국이 중국 전자회사 ZTE(중국어로 중싱퉁쉰中兴通讯중흥통신)와 이란의 거래를 구실로 무역전을 발동한 다음 중국에서는 미국이 중싱통신은 건드려도 화웨이(华为)는 건드리지 못한다고 주장하는 전문가가 나타났다. 화웨이를 제재하면 미국산 칩을 누구에게 팔겠느냐, 퀄컴 칩 생산량의 수십 퍼센트를 화웨이가 사는데 트럼프 정부가 미국회사들과 화웨이의 거래를 막으면 손실이 너무 크기에 화웨이는 다치지 못한다는 논리였다. 다른 면으로 주로 조립식에 매달렸던 중싱통신과 달리 화웨이는 자체개발을 많이 하여 특허들을 확보했고 창업자이자 회장인 런정페이(任正非임정비)가 주도하여 5G시대를 주도하기에 중국에는 런정페이와 화웨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고, 심지어 거짓 전설까지 만들어져서 화웨이가 애국기업으로 포장된다.

 

12월 1일 화웨이의 최고재무관이자 런정페이의 딸인 멍완저우(孟晚舟맹만주, 이름은 저녁의 배라는 뜻이다)가 캐나다에게 미국의 요구에 의해 체포되었음이 6일 뒤늦게 알려졌다. 화웨이가 미국 칩을 많이 사기에 미국이 화웨이를 건드리지 못한다는 논리가 박살났다. 금전논리는 정치이익 앞에서 그처럼 무기력하다. 

 

이 사건은 한국에서도 많이 보도되었는데, 중국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석방을 요구하고, 화웨이는 체포라는 말을 피하고 “잠시 억류(暂扣)”라는 표현을 쓰며 적당히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반면에, 사람들의 입장과 안목에 따라 온갖 주장들이 난무한다. 

그중 음모론이 상당한 호응을 받으니, 네덜란드의 칩 회사에서 불이 나 중국 업체에 명년에 공급하기로 한 물량에 차질이 빚어진 것, 재미 중국계 과학자 장 아무개의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 멍완주의 체포가 모두 미국의 음모 때문이고 화재는 방화, 자살은 암살, 체포는 납치라는 식이다.

“납치(绑票,绑架)”라는 표현이 많이 쓰이면서 중국인들의 미국에 대한 분노가 치솟는 판이다. 큰 싸움에서 미국이 중국의 장수를 납치했다는 표현도 나온다. 

다른 한 면으로 친미분자들은 미국이 증거를 갖고 그랬을 거다, 멍완저우가 중국인이 아니라 캐나다 국적이라더라 등 주장을 퍼뜨린다. 

 

이성적인 대응을 강조하는 이른바 지성인들은 지난 몇 달 화웨이를 중국인들이 너무 찬미했기에 미국이 화웨이를 치기 시작했다면서 중국인들을 탓하고, 어떤 사람들은 중국 특수부대 출신이 전란에 빠진 나라에서 동포들을 구하는 영화 《전랑》(이 영화에 대해서는 필자가 2017년에 글을 둬 편 써서 소개했다)도 민심을 호도했다면서, 주역 배우 우징(吴京오경)이 멍완저우를 구하러 날아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비꼰다. 

 

멍완저우 사건이 어떻게 끝날지는 아직 누구도 모른다. 허나 중국에서의 미국 이미지는 한결 나빠졌고 캐나다도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워낙 캐나다에 호감을 가진 중국인들이 굉장히 많았는데, 이번에 알고 보니 미국의 졸개라는 비판이 많다. 캐나다의 이미지 손실은 단기 내에 회복하기 어려우리라 보인다. 중국은 누군가를 “중국인민의 오랜 친구(中国人民的老朋友)”라고 인정하면 두고두고 잘 대하지만, 누군가를 미워하면 두고두고 냉대하는 전통이 있다. 현임 캐나다 총리의 아버지 트뤼도가 바로 “중국인민의 오랜 친구”였다. 1960년대 초반 “3년 자연재해시기”에 중국이 식량 생산량 감소로 고생할 때, 아버지 트뤼도가 주도하여 캐나다의 밀을 중국에 팔았다. 3년 지나 중국은 식량을 수입하지 않아도 되었으나, 저우언라이(周恩来주은래) 총리의 결정으로 계속 캐나라 식량을 사들여 트뤼도의 입지를 굳혀주었다. 

아들 트뤼도가 총리로 될 때 중국에서는 그 잘생긴 얼굴과 젊음에 반한 사람들도 많았지만, 그가 아버지 대의 인연을 이어 중국과 잘 지내기를 바란 사람들도 많았다. 그런데 대내로는 마리화나 합법화, 대외로는 미국 따라 춤추기를 거듭해 중국인들의 반감이 늘어났고 이번에 최고봉에 이르렀다. 아무리 사법계통이 정부와 달리 독립을 표방하더라도 정치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 게 사실이니까. 

 

이번 사건에 화웨이에게 실질적인 타격을 줄 수 있겠느냐 그건 아닌 것 같다. 주식시장이 흔들리더라도 상장하지 않은 화웨이가 손실을 입을 건 없고, 또 화웨이의 미국 진출을 미국 정부가 여러 해 막았기에 화웨이가 미국에 파는 건 거의 없다고 할 지경이다. 반대로 미국의 칩을 많이 사기에 화웨이보다 오히려 퀄컴이 더 긴장해서 중국 파트너가 잘 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화웨이가 손해를 본다면 미국의 영향을 받은 나라들이 덩달아 화웨이를 거부하는 경우일 것이다. 

이란과의 거래증거가 확실했던 중싱통신 마저 누구 하나 체포되지 않았던 전례와 너무나도 대조적으로 의심 하나로 화웨이의 거물 멍완저우가 체포된 건 설득력이 너무 부족하다. 하여 미국의 노림수는 화웨이에 망신을 주면서 수모작전으로 화웨이에게 심리타격을 주겠다는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정말 미국이 화웨이의 이미지를 흐리면서 심리타격을 노렸다면, 정반대의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 벌써부터 중국인들을 결집시키는 효과를 낳으니 말이다. 

 

멍완저우의 체포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회담하던 날에 이뤄졌고, 중미 무역전 휴전 결과가 선포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공개됐다. 그걸 미국 정부와 트럼프의 처사로 보면서 동기와 효과를 분석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다른 설도 있다. 트럼프의 심복들을 조사해오던 뉴욕 주의 사법계통이 트럼프에게 물 먹이려고 그런다는 주장이다. 민주당이 통제하는 뉴욕의 법조계 인물들이 정말 그런 짓을 한다면 미국 정치체제의 심각한 결함이 드러나는 셈이라고 주장하는 중국인이 있다.

 

어떤 견해를 갖든지 뭇사람이 공인하는 건 중미의 분쟁의 결코 쉽사리 끝나지 않는 다는 점이다. 환상을 버리고 장기전에 대비하자는 주장이 상당한 호응을 받는다. 20년 전에는 국제시장에서 중국의 전자회사들이 존재감마저 부족했다, 10년 전에는 중국에도 전자회사들이 있네라는 식이었다, 이제 와서는 중국 전자회사들이 높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한다. 그러니까 10년 뒤에는 어떨까? 뚜벅뚜벅 나아가자.... 미국이 치사한 수법에 매달리는 건 화웨이가 잘 해나감을 반증한다... 이러한 논리다. 

 

멍완저우 사건이 워낙 조선(북한)과는 상관이 없다. 그러나 중국 인터넷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면서 조선이 언급되었다. 조선이 근거를 내놓고 자국 내에서 미국인들을 체포하여 징역에 처하면, 중국의 꿍즈(公知 원뜻은 공공지식인이라는 뜻으로서 풍자적인 의미로 쓰인다)들은 미국의 주장을 따라 억류니 인질이니 떠들어댔는데, 미국이 캐나다를 사촉해 중국인을 납치한데 대해서는 정당한 일이라고 우기니 말이 되는가는 비판이다. 

멍완저우의 체포가 트럼프 정부의 의사에 따랐던지 뉴욕 민주당인들의 뜻에 따랐던지, 미국과의 문제는 한두 번 만남이나 한두 가지 협정으로 죄다 풀리지 않음을 잘 보여준다. 조선은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면서 학습효과를 얻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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