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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위원장의 ‘반미 열차’는 자주전략을 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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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훈 주권연구소 연구원
기사입력 2019-04-24

 

러시아행 김정은 위원장 전용열차의 의미

 

424,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용열차가 국경을 통과해 극동 러시아 연해주 땅에 도착했다. 그동안 국제무대에서 긴밀한 목소리를 내온 김정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간의 블라디보스토크 북러정상회담이 어떤 놀라운 결과를 낳을지 또다시 세계의 눈이 쏠리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중국과 쿠바 등 오랜 관계를 맺어온 사회주의 국가들을 비롯해, 우방국들과의 관계강화를 북미관계 개선보다 앞세우며 다음과 같이 밝힌 바 있다.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는 자주, 평화, 친선의 이념에 따라 사회주의 나라들과의 단결과 협조를 계속 강화하며 우리를 우호적으로 대하는 모든 나라들과의 관계를 발전시켜나갈 것입니다.” 

-올해 1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 중에서

 

돌아보면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중국에서만 4, 싱가포르에서 1, 베트남에서 1, 러시아에서 1번으로 총 7번의 정상외교를 가동했다. 중국, 베트남, 러시아(옛 소련)가 포함되어 있어 특히 사회주의권과의 연대가 강조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마찬가지로 그동안 미국과 치열하게 대립해온 국가들과 관계강화를 위한 정상회담, 그 의미는 적지 않다. 신년사의 언급대로 자신의 갈 길을 가겠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구상이 치밀하게 착착 진행되고 있음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4번의 북중정상회담을 거치며 한 때 핵개발을 둘러싸고 몇 년 간 분위기가 험악했던 북중관계가 복원됐다. 북중정상회담 이후 리수용 조선노동당 부위원장과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이 이끄는 친선예술대표단이 올해 126일부터 28일까지 중국을 찾은 것이 주된 사례다.

 

시진핑 주석은 리수용 부위원장과의 면담에서 이번 방문은 북중 양국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중요한 문화 교류 행사이며 북중 수교 70주년을 경축하는 행사라고 밝혔다. 중국 정상이 다소 격이 낮은 자리를 직접 찾아 북중 관계수립 70주년의 의미를 드높이는 발언을 한 것으로, 냉랭했던 북중관계가 완전히 복원됐음을 선포한 것이다.

 

베트남 대표단도 북·베트남정상회담 이후 평양을 찾았다. 보 반 푸옹 베트남 공산당 선전교육부 상임부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국가예술단은 411일부터 17일까지 평양을 방문해 시민들 앞에서 예술공연을 펼쳤다. 또한 이들은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의 면담을 비롯해 김정은 위원장을 위한 선물을 준비했다.

 

종합하면 김정은 위원장의 언급대로 사회주의 나라들과의 단결과 협조가 실제로 실행됐고 구체적인 성과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턱밑 중남미 반미국가순방의 의미

 

이뿐만이 아니다. 우방국들과의 관계강화와 미국 견제에 중점을 둔 북한의 대외행보는 태평양을 건너 머나먼 중남미까지 뻗치고 있다.

 

2018116, 미구엘 디아스카넬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을 찾아 극진한 환대를 받았다. 김정은 위원장과 디아스카넬 의장은 무개차에 올라 평양 시민들 앞에서 환한 웃음을 보이며 맞잡은 손도 번쩍 치켜들었다. 1960년 국교수립을 맺은 북한과 쿠바가 여전히 굳건한 사회주의 혈맹임을 만방에 선포한 것이다.

 

조선중앙통신도 양국 정상이 각기 자기 나라의 실정에 맞는 사회주의를 건설하기 위해 투쟁하고 있는 두 나라 당과 국가 활동을 공유하고 전적인 지지와 연대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양국 정상의 표명은 말로만 머물지 않고 쿠바 등 중남미 순방으로 이어졌다. 20181124일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이 중남미 지역을 방문하기 위해 출발했다면서 쿠바공화국, 베네수엘라 볼리바르 공화국을 공식방문하며 멕시코 합중국 대통령 취임식에 참가하기 위하여 평양을 출발하였다고 보도했다

 

김영남 당시 상임위원장은 쿠바,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멕시코를 차례대로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을 대신해 각국 정상들을 만났다. 이들 중남미 4국 또한 북한과 마찬가지로 모두 오랜 세월동안 미국과 대립해 왔거나, 현재 미국이 껄끄러워하는 좌파 정부가 집권하고 있다. 이들 국가 모두 국제질서를 일방적으로 좌우하려는 미국의 횡포에 맞서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강력한 경제압박이 가해지고 있는 쿠바, 미국이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마두로 정권의 베네수엘라, 선거 당시 반미를 공약으로 들었던 암로 대통령이 집권한 멕시코, UN에서 북한과 베네수엘라를 지지하는 볼리비아 등. 이처럼 북한은 순방이라는 정치적 대외행보를 통해 일관된 자주행보를 걸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뚜렷하게 발산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지난해 11월이면 1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미관계가 얼어붙어 있던 때이기도 하다. 이 시기에 김영남 위원장이 미국의 턱밑에 있는 중남미 반미국가를 순방한 것이다. 만약 일각의 주장처럼 북한이 미국과의 국교수립에만 매달려 서구식 개혁-개방을 하려했다면 이런 행보를 보일 이유가 전혀 없다.

 

자주의 길걷는 북한, 향후 전망

 

이제 시계바늘을 올해로 다시 돌려 북한과 김정은 위원장의 향후 행보를 관측해보자.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중국, 베트남, 러시아의 국가정상들로부터 국무위원장 재추대에 대한 축전을 받았다.

 

이 가운데 북러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정은 위원장 앞으로 보낸 푸틴 대통령의 축전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국가 최고위직에서의 김정은 위원장의 활동이 우리 국가와 국민 간의 우호 친선 관계를 발전시키고 한반도 평화를 강화하는 데에 기여할 것으로 확신한다. 러시아는 북한과 양자 및 지역 현안들을 둘러싸고 공조할 준비가 돼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축전 중에서

 

김정은 위원장도 푸틴 대통령에 전통적인 조러(북러) 친선관계를 새 시대의 요구에 맞게 지속적으로, 건설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며 조선반도(한반도)와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수호하기 위해 당신과 긴밀히 협력할 용의를 가지고 있다고 화답했다.

 

양 정상의 이해가 맞닿은 가운데 425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북러 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의 연대전략이 구체적으로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과 러시아가 공통적인 목소리를 내온 점을 고려하면, 미국의 대북제재 조치를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큰 한방이 합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를테면 러시아가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과 남북 철도연결을 지지하고, 석유와 천연가스 같은 지하자원을 북한에 대대적으로 지원하는 경제협력 방안을 가늠해볼 수 있다.

 

더욱이 김정은 위원장이 412일 최고인민회의 제141차회의에서 발표한 시정연설 <현 단계에서의 사회주의 건설과 공화국 정부의 대내외정책에 대하여>는 유독 자주의 길을 강조하고 있다. 이 점은 앞서 살펴봤듯 북한의 사회주의 국가 또는 반미 우방국을 중심에 둔 대외행보를 통해 충분히 증명됐다.

 

이제 북한이 제재해제로 대표되는 미국의 상응조치를 얻지 못해 안달복달 났다는 미국식 잣대를 걷어내고 김정은 위원장의 행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자. 마찬가지로 북한이 대국인 중국과 러시아에 기대고 있다는 분석도 현실과는 다름을 지적하고 싶다. 애초 앞뒤를 따져 봐도 중국과 러시아가 앞 다퉈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타진하고 김정은 위원장이 이에 응한 것이다. 따라서 동북아시아의 구심점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의 연대를 주효하게 활용하고 있다고 파악해야 적절하다.

 

바야흐로 북한이 적극적으로 한반도와 동북아의 새 판 짜기를 주도하고 있다. 이러한 풍경은 그동안 미국이 강한 입김을 내뿜던 이 지역에서의 엄청난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것일 수 있다. 우리 모두가 앞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발걸음이 미칠 파장을 유심히 주시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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