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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에서 어떤 교훈을 찾는 것이 바람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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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흥노 재미동포
기사입력 2019-06-27

 

해방과 동시에 한반도는 <분단> 됐다. 물론 우리 민족의 뜻과는 정반대로 미국과 소련이 잘랐다. 잘린 경계선을 끼고 잦은 무력충돌이 벌어졌지만, 가장 규모가 크게 벌어진 게 바로 한국전쟁이다. 오늘이 벌써 69년째다. 매년 이 날이면 예외 없이 “상기하자 6.25” 소리가 요란하게 들린다. 또 예외 없이 등장하는 구호가 “공산화를 막아준 미국에 감사하자”는 소리다. 

 

아니나 다를까 <한국일보>에 “6.25 전쟁 발발 69주년의 상념”이란 제하의 박종식 예비역 육군 소장의 글이 실렸다. 박 소장은 “기독교의 대헌장 아래 미국은 병력을 비롯한 많은 지원으로 나라를 구해줬다”고 하면서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비스러운 미국이라고 치켜세운다. 하느님의 가호와 은총으로 미국이 우리를 살렸다는 것이다. 박 소장은 “남의 나라에 와서 싸워준 미군의 희생”을 절대로 잊어선 안 된다고 열을 올린다. 특히 미국 장성들의 아들들이 참전 전사한 것은 매우 감동적이고 가슴 아프다고 술회한다. 혹시 박 소장은 예수님을 팔아먹는 건 아닌지, 그리고 장군 자식들의 전사라고 해서 더 가슴 아프다는 표현이 맘에 걸린다. 

 

<중앙일보>에 “69년 전 6.25의 교훈” 제하의 김종대 OC 한인회장의 글이 실렸다. 김 회장은 전쟁으로 나라가 쑥대밭이 됐지만, ‘한강의 기적’으로 경제 대국이 됐다고 자랑한다. 그는 “안보 없이는 국가 발전도 평화통일도 이룰 수 없다”면서 그의 글은 온통 안보 타령으로 시작해서 그걸로 끝을 맺었다. 우리가 흔히 쓰는 안보란 말은 자기 스스로, 자기 힘으로 제나라를 지키는 자주 국방을 뜻하는 것이지 싶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 ‘국방주권’이 없다. 김 회장의 안보타령은 미국 손에 쥐여 준 국방주권 회수로 자주국방을 실현하자는 타령이 아니라, 미국에 더 납작 달라붙자는 타령으로 보인다.

 

평화 없는 안보는 가짜다. 이걸 ‘사상누각’ (沙上樓閣)이라고 부른다. 쉽게 말해 모래 위에 지은 고대광실이란 뜻이다. 6.25 전쟁을 논하면서 안보를 들먹이는 사람일수록 북의 남침, 잔인함을 유별나게 강조해서 적대감을 고취하려고 든다. 사실 ‘안보’라는 말 자체를 시비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남북 교류 협력, 평화 번영을 위한 대화를 단칼에 “위장평화 쇼”라고 폄훼하고 훼방 노는 ‘안보장사꾼’의 ‘안보’는 판이하게 다르다. 이자들은 전쟁에 나갈 의지, 용기, 능력도 없는 주제에 그저 미국 뒤에 숨어 북을 무찌르자는 ‘객기’를 부리는 게 전부다. 

 

도올 김용옥 선생은 한반도에서 전쟁은 이미 8.15 해방과 동시에 시작됐다고 한다. 도올 선생은  38선을 끼고 동에서 서에 이르는 전 전선에서 소규모 전투가 점차 커져서 마침내 대규모 전쟁으로 확대된 것이 6.25라고 한다. 그는 <분단>이 전쟁의 씨앗이고, 그 몹쓸 <분단>을 고안, 관리, 집행하는 총책이 바로 미국이라고 역설한다. 좌우합작 단일 정부, 단일 독립 국가를 세우려던 김구, 여운형 선생을 비롯해 셀 수 없이 많은 애국 동포들이 바로 이 <분단>의 제물로 사라지면서 전쟁이 예고된 것이라고 봐야 옳을 것 같다. 

 

나는 도올 선생의 증언을 뒷받침하는 또 다른 증언을 40여 년 전에 들은 바 있다. 때는 1977년 여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시에서다. 미주 진보 보수를 망라한  민주 통일운동가들이 미주 최초의 좌우합작 ‘연합전선’을 꾸려서 보다 효과적으로 군사정권에 대항하자는 취지 모임이었다. 대회를 앞두고 아침상에 우연히 이용운 전 해군참모총장과 마주 앉게 됐다. 나로선 이미 이용운 재독이 망명길에 도쿄에서 “남침이 아니라 북침”이라는 성명을 발표해 서울이 발칵 뒤집어졌던 일을 기억하고 있었다. 왠지 이 재독은 나를 “믿음이 가는 멋진 청년”이라며 좋아했다. 그는 자신이 치른 전투 경험담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당시에 그는 함장의 몸으로 직접 군함을 몰고 북상해서 서부전선 옹진 쪽을 향해 수시로 함포사격을 해댔다고 한다. 서부전선 못지않게 동부전선에서도 치열하게 전투가 계속 벌어지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사실, 남침이냐 북침이냐를 따지는 건 별로 생산적이지 못하다. 한반도의 전쟁을 논하려면 전쟁의 원흉인 <분단>에 대한 이해가 전제돼야 올바른 평가를 할 수 있다. 물론 전쟁을 잊어선 안 되지만, 동시에 평화를 잊어서도 안 된다. 그런데 위에 언급된 박종대 장군과 김종대 회장은 전쟁 69주년을 맞아 미국에 감사하자며 안보가 살길이라고만 외쳐댄다. 그들의 주장이 틀렸다는 게 아니라 전쟁을 경험한 세대가 전쟁에서 얻은 교훈이 평화라야 정상이지, 안보를 빙자해 적개심을 고취하고 대결을 촉구하니…그럼 한판 붙자는 건가? 우리 민족의 피가 흐른다면 누구나 잠시 멈춰 선 전쟁을 기어이 끝장내고 남북 우리 겨레가 오손도손 평화롭고 행복하게 번영을 누리자는 각오를 다지는 게 더 바람직한 ‘6.25의 교훈’이 아닐까 싶다. 

 

오늘도 한국당은 “안보 불안, 무능 정부, 이게 나라냐?”라는 팻말을 들고 문재인 정권을 규탄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미제 첨단무기 최대 수입국이 남한이란다. 주한미군 2만 5천을 끼고, 사드까지, 거기에 미국의 핵우산을 뒤집어쓰고서도 안보가 거덜 났다고 입에 거품을 물고 생난리를 피운다. 전쟁의 교훈은 평화다. 미제 무기를 많이 사 오고, 미국에 달라붙어 순종하는 자세는 안보를 망가뜨린다. 진짜 안보는 자주에서 출발돼야 한다. 자주를 지키면 못할 게 없고 안되는 게 없다. 안보는 물론이고 평화, 번영, 통일, 등 모든 우리의 소원이 쉽게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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