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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미아 파기, 문재인 정부 자주·자립 정부로 나아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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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구 주권연구소 연구원
기사입력 2019-08-31

 

문재인 정부가 822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를 선언했다.

 

그동안 미국은 한국에 지소미아를 연장하라고 압박하고 있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문재인 정부가 미국의 압력을 거부하고 국민의 뜻을 관철한 것 아니냐며 향후 정부가 자주적 행보를 하지 않겠냐는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정말 문재인 정부가 미국의 간섭과 압력을 이겨내고 자주·자립의 길을 걷기로 한 것일까?

 

지소미아 파기 막전막후

 

지소미아 파기 선언 후 미국의 국무부와 국방부는 연일 한국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미 국무부는 825“(한국 정부의) 이번 결정은 한반도의 안보를 복잡하게 하고 미군에 대한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강한 우려와 실망을 표명한다라고 비난했다. 미 국방부도 정보 공유는 공동의 안보 정책과 전략을 발전시키는 데 있어 핵심이라며 강한 우려와 실망감을 표명했다.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국무부와 국방부와는 다른 반응을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도 나의 아주 좋은 친구라며 한국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라고 말한 것이다. 작년 9월 평양공동선언 발표 당시 한국은 미국의 승인 없이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하고 한미워킹그룹을 만들어 정부를 통제했던 때와는 사뭇 다른 것이다. 트럼프의 평온한 반응은 한국이 지소미아를 파기할 예정임을 미리 알고 있었던 듯 보인다.

 

이런 이상한 기류는 지소미아 파기 결정 과정에서도 나타난다. 문재인 정부는 지소미아를 파기하길 원했지만 실제로는 지소미아를 연장하되 당분간 정보 교환을 중지해 일본을 압박하는 방안을 비중 있게 검토하고 있었다. 그래서 항간에는 지소미아를 연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822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가 끝난 후 유송화 춘추관장은 청와대 출입 기자들에게 윤전기를 세우시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꺼냈다. 막상 회의를 하니 그동안의 기류와 달리 지소미아를 연장하지 않고 파기하기로 결정했음을 암시하는 말이었다.

 

지소미아 파기 여부를 결정하는 데 결정적인 계기는 NSC 회의 직전에 있었다. 바로 김현종 국가안보실 제2차장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만난 것이다. 이 둘은 오후 1시에 만나서 2시께까지, 1시간가량 회담했다. NSC 회의는 오후 3시였는데, 김현종 차장이 비건을 만나고 오자마자 연 셈이다. 그리고 그간 기류와는 다르게 청와대는 지소미아 파기를 결정했다. 비건이 김현종 차장에게 지소미아를 파기해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준 것이다.

 

지소미아 파기 결정을 내린 건 22일인데, 실제 연장 통보 마감 시한은 24일이었다. 청와대는 좀 더 심사숙고하거나 일본과 협상을 시도해볼 여유시간은 있던 셈이다. 그러나 미국의 승인을 받은 마당에 청와대는 속전속결로 지소미아 파기를 선언했다.

 

지소미아 파기 청구서가 날아온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지소미아 파기를 승인했을까?

 

김현종 차장은 823미측이 우리에게 지소미아 연장을 희망해온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중요한 것은 이 기회에 한미동맹 관계를 더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요구를 거부한 지소미아 파기가 한미동맹 업그레이드 기회라는 김현종 차장의 말은 모순이다. 이 말은 미국이 한국에 지소미아 파기를 승인해준 대가를 요구했다고 해석할 때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한마디로, 미국이 계산기를 두드려 보았더니 이익이더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손익계산서를 따져보자. 미국이 한국에 내밀 요구사항으로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 주한미군 주둔비 지원금 인상, 중거리미사일 배치가 꼽히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파병의 경우 724일에 방한한 존 볼턴 미 국가안보보좌관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직접 요구한 사안이다. 미국의 이란 압박에 힘을 보태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수입하는 원유의 80%를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운반한다. 미국 요구대로 파병해 이란과 군사 대결을 벌이면 상상을 초월하는 경제피해를 입을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란과 직접 군사충돌을 빚을 가능성도 농후하다 우리가 왜 미국을 위해 이런 위험과 피해를 떠안아야 하나?

 

주한미군 방위비 지원금의 경우 미국이 6조원으로 인상하자고 언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한미군은 지금까지 1조원이 안 되는 지원금을 받고도 돈이 남아 쌓아두었다. 방위비 지원금 인상은 그 어떤 합당한 명분도 없는 그야말로 삥뜯기이다.

 

(대사관 임대료도 안내면서...미군 초호화 생활 https://blog.naver.com/jukwon-research/221389070006 참조)

 

중거리미사일 배치는 동북아 군사 갈등을 폭발시킬 위험천만한 일이다. 우리는 지난 사드배치도 수용했다가 중국의 반발로 8조원의 경제피해를 입은 바 있다. 그때 미국은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았다.

 

중거리미사일은 사드보다도 더 직접적인 공격무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드배치보다 더 심각한 군사·경제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 정부가 중국이나 러시아에 미국의 압력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항변해도 사드 때처럼 소용없을 것이다. 미국은 우리가 피해를 본다고 해서 도와주지 않을 것이다. 결국, 우리만 피보게된다.

 

한국의 절박함과 미국의 일석삼조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 지소미아 파기는 절박했다. 특히, 730일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한일갈등이 내년 총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는 바람에 일부러 일본과의 갈등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던 바 있다.

 

문재인 정부가 일본에 대해 미온한 대응이나 어설픈 양보를 하면 그대로 역풍을 맞을 수 있었다. 문재인 정부는 절박하게 미국을 설득했다. 한편, 미국은 절박한 문재인 정부의 민원을 들어주면서 더 큰 요구를 들이밀 수 있는 기회를 쥐게 되었다.

 

미국 입장에서 사실 지소미아는 언제든 다시 맺어도 된다. 지소미아가 파기되더라도 한미일 군사정보보호협정(TISA·티사)라는 대체제도 있다. 언제든 다시 맺어도 되는 지소미아를 파기하는 조건으로 위의 요구사항을 받아낼 수 있다면 미국엔 훨씬 남는 장사인 것이다.

 

미국이 내민 청구서는 한국의 경제와 안보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만약 문재인 정부가 청구서를 받아 나라 큰 피해를 입는다면 보다 확실한 친미·친일파인 자유한국당이 총선이나 대선에서 승리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게다가 트럼프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위 세가지 요구사항을 달성하면 자신의 치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트럼프가 지소미아 파기를 승인하고선 느긋하게 한국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고 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이다.

 

지소미아 파기를 만든 힘과 우리의 앞길

 

물론, 미국에 가장 좋기로는 지소미아도 유지하고 파병 및 주한미군 지원금 인상,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모두 하는 것일 테다. 그래서 미국은 끈질기게 지소미아를 연장하라고 정부에 압력을 넣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미국의 압력을 이겨내고 지소미아를 파기하는 데 성공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소미아 파기 배경을 설명하며 청와대 내부적으로 국민 여론을 파악하기 위해 거의 매일 여론조사까지 실시했다고 말한 바 있다.

 

청와대가 미국에 맞서 자신의 뜻을 관철할 수 있던 힘은 국민 여론을 믿은 데 있었던 것이다. 지소미아 파기는 국민의 힘을 믿고 나아가면 못 해낼 일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례이다.

 

한편, 자유한국당 등의 보수세력들은 지소미아를 파기하면 큰일이라도 나는 듯이 난리를 쳤었다. 그러나 지소미아 파기를 선언한 지금 별다른 일이 일어나고 있지는 않다.

 

물론, 미 국무부와 국방부가 실망이니 우려니 말하고 있지만 이 정도 반발은 이겨낼 만 하지 않은가?

 

지소미아를 파기한 지금, 앞으로가 중요하다. 우리는 미국이 내밀 지소미아 파기 청구서를 거부해야 한다.

 

미국이 내밀 청구서는 경제 피해는 물론, 심각한 안보위협을 유발한다.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다간 나라를 파국으로 내몰리고 문재인 정부 또한 정권의 존립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미국의 청구서를 수용하는 것은 자살행위에 가깝다.

 

우리에게는 일본에 맞서 앞장서서 불매운동을 벌이고 촛불을 들고 싸운 국민이 있다. 국민을 믿고 지소미아를 파기했듯 국민의 힘을 믿고 미국의 청구서를 거부해야 한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역사는 미국과 일본에 얽매어 있던 과거를 넘어야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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