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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차] 광대극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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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시민
기사입력 2019-09-17

 

♨ 일전에 영국 ITV의 인터뷰에서 전 수상 카메룬은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잘못이었다고 처음 시인했다. 영국이 2016년에 유럽동맹과의 이혼을 결정하고도 3년째 질질 끌어오는 건 웃기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식 논리로는 굉장히 의심스러운 “위장이혼”이다. 

 

♨ 지난주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보좌관 볼턴을 백악관에 내보냈다고 선포하니, 볼턴은 곧 자기 스스로 사직서를 제출했노라고 주장했다. 트럼프에게는 강경매파 볼턴을 주동적으로 쫓아낸 게 성과라면 볼턴에게는 쫓겨났느냐와 절로 나왔느냐가 사활을 건 문제겠다. 하나의 사건을 놓고 명분을 다투는 건 개인들 사이의 현상만이 아니다. 타이완(대만)의 17개 “국교 국가” 중 단교설이 제일 무성하던 솔로몬제도가 16일 의회투표로 타이완과의 단교 및 중화인민공화국과의 수교를 결정하자, 얼마 전 “외교부” 차장을 솔로몬제도에 급파하여 관계를 유지하려고 애쓰던 타이완 당국이 곧 기자들을 만나 솔로몬제도와의 “국교”중단을 선포했다. 내가 차인 게 아니라 내가 차버린 거라는 식으로 체면을 살리려는 행위이다.

  

♨ 역시 16일 밤에는 타이완의 2020년 “총통”선거 여론조사에서 2위를 차지하던 기업인 궈타이밍(郭台铭)이 선거 불참을 선언했다. 굉장히 성공한 기업가로 떠받들리던 궈타이밍은 “타이완의 트럼프”로 되려고 트럼프와 만나고 훙하이(鸿海)그룹 회장을 사퇴하고 정계에 입문했는데, 국민당 내부경선에서 가오슝(高雄고웅)시장 한궈위(韩国瑜)에게 밀리니 탈당을 선포했다. 독자적으로 선거에 나서느냐 아니면 타이베이(台北대북)시장 커원저(柯文哲)와 연합하느냐가 중요한 이슈로 되었는데, 결국 퇴출을 선포했고 모종의 방식으로 “국가”를 위해 기여하겠노라고 주장했다. 이 사람은 선거 승리를 노린 정치적 발언들로 중국 대륙의 미움을 샀고 여러 해 당적을 가졌고 한때 거금을 내어 도와줬던 국민당을 더럽다고 격렬히 비난한 뒤 결렬했으며 이제는 선거에 나서지 않는다니 몇 달 동안 소동만 부리고 잃은 게 많을 뿐 얻은 건 전혀 없다. 당초 정계 진출 이유로 마주(妈祖마조, 해상에서 조난한 어민들을 구하는 여신으로서 타이완에 신봉자가 많음)가 꿈에 나타나 권했다고 밝혔다가 숱한 사람들의 비웃음을 자아냈고, 정계에서의 좌절할 때마다 그리고 퇴출한 뒤 신이 그런 것까지는 알려주지 않았느냐는 조롱을 받고 있다. 

 

♨ 궈타이밍의 탈당과 선거 퇴출은 2017년 초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반짝했던 국내 정치 활동을 연상하면 이해하기 쉽겠다. 그런데 한국에서의 정치 현상들을 외부에서 이해하려면 비슷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 예컨대 요즘 돌림감기처럼 번지는 삭발이다. 16일 오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삭발 의식을 진행한 다음 다른 정객들도 잇달아 삭발하리라는 전망인데, 머리를 깎는 게 왜 분노의 표현이고, 왜 정객으로서는 희생인가를 반도 남반부 이외의 사람들은 알 수가 없겠다. 박근혜 어깨 수술은 중국판 트위터로 불리는 웨이보에 즉시 올라왔으나, 황교안 삭발은 화제로 되지 않았다. 머리카락도 부모가 준 것이어서 아껴야 한다고 의식되던 유교문화권에서 삭발은 불교의 전파와 더불어 시작됐다. 머리카락과 수염을 자르는 이유로 불교는 “번뇌를 없앤다”를 거들었는데, 지금 한국 정치인들은 삭발로 번뇌를 늘리는 꼴이다. 

 

♨ 한국 정치인들이 정수리를 드러내는 쇼(이 단어를 내놓고는 적당한 표현이 없다)를 벌일 때, 홍콩에서는 복면을 쓰고 폭력을 행사하는 사건들이 자주 일어나, 복면시위 금지법을 내오자는 소리가 점점 높아진다. 한편 경찰들이 시위자 체포 이후 복면을 벗기거나 거리에서 시민이 반중 시위대 복면을 벗기니 시위자들이 얼굴을 가리면서 움츠러드는 동영상과 사진들이 나돌면서 웃음거리로 된다. 또한 지금까지 얼굴이 드러난 시위자들이 절대다수 엄청나게 못생겼기에 아예 복면을 계속 쓰고 있는 게 낫다는 풍자도 나온다. 복면 뒤에 숨어 폭언, 폭행의 자유를 누리던 사람들이 그동안 “민주투사”로 떠받들렸으나, 서방 언론들도 이제는 하나의 입장만 유지하지 않는다. 미국 CNN은 지난 주말 시위에서 나타난 폭행들을 보도하면서 어느 정도의 비판을 시작했다. CNN의 변화는 미국에서 폭력 시위가 늘어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는데, 한국에서 삭발 쇼나 유행되고 폭력 시위가 일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 언론들은 여전히 “홍콩 민주화” 타령을 부를 확률이 높다. 그런 보도 역시 광대극이다. 

 

덧: 홍콩에서의 이른바 “평화적 시위”도 폭력적 행위도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점점 거세지는 반론과 반대에 부딪히는 상황에서 지금 두 가지 설이 주목된다. 하나는 홍콩의 금융시장을 둘러싼 암투이니 투기꾼 소로스를 비롯한 “금융 악어”들과 홍콩, 중국 대륙과 금융 전을 벌인다는 설이고 하나는 폭력 사건 제조를 경계해야 한다는 설이다. 우크라이나 색깔혁명에서 바로 저격수들의 사격으로 사람들이 죽어 나가면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게 되었는데, 홍콩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나면 야단이라는 것. 단 최악의 상황들에 대한 예언과 예고들이 이미 많이 나온 상황에서 저격사망자, 폭력사망자가 나타나더라도 경찰과 중국 정부에 죄명을 들씌우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금까지 반중시위대들은 사람이 여럿 죽었다고 주장만 할 뿐 이름도 제시하지 못하기에 큰 풍파를 일으키지 못했는데, 현장에서 누군가 정말 크게 다치거나 죽는다면 사건이 좀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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