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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52] 자유한국당의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다

박찬주 사태를 통해 살펴본 한국 사회 대중 의식 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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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환
기사입력 2019-11-12

1. 어떻게 인재영입 1호가 박찬주인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야심차게 영입한 박찬주 전 육군대장이 격렬한 논란 끝에 결국 영입대상에서 제외됐다. 박찬주 사태는 자유한국당의 처지는 물론 대중 의식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박찬주 전 대장은 애초에 공관병 갑질 논란으로 말이 많던 인물이다. 공관병 갑질 사건은 박 전 대장은 물론 부인과 아들까지도 공관병을 노예 부리듯 갑질을 하고 가혹행위까지 한 사건이다. 그런데 이번에 자유한국당 인재영입 대상에 오르자 다시 이 사건이 논란이 됐고 박 전 대장은 처음 이 사건을 폭로한 임태훈 군 인권센터 소장에게 “삼청교육대 교육을 한 번 받아야 한다”는 막말을 해 사태를 키웠다. 

 

군부독재 시절의 망상에서 헤어나지 못한 박 전 대장에 대해 비난이 빗발치자 자유한국당 내에서조차 잘못된 영입이라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그러거나 말거나 박 전 대장은 삼청교육대 발언이 뭐가 잘못이냐며 사과를 거부했고 자유한국당 후보로 출마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정미경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은 박 전 대장에 대한 갑질 논란이 조작됐다며 변호하다가 당 내 반발을 부르기도 했다. 박 전 대장 영입이 얼마나 부적절했는지는 박용진 민주당 의원이 “(박 전 대장 영입이) 민주당으로선 고맙다”고 비꼰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황교안 대표 취임 후 첫 공식 인재영입이 왜 이런 파국을 불렀을까? 원래 인재영입은 당이 어디로 나아가려 하는지, 어떻게 변화하려고 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 행위다. 그것도 1호 영입이라면 비례후보 1번을 뽑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당연히 황 대표 입장에서는 야심차게 준비했을 것이다. 그런데 완전히 실패했다. 왜일까? 황 대표 감각이 뒤떨어져서일까? 아니면 조국 낙마로 자만했기 때문일까? 그런 면도 있을 수 있다. 어쨌든 영입 대상이 많았을 텐데 그 안에서 1호로 고르고 고른 인물이 박찬주 같은 인물이었으니 황 대표의 안목이나 자세가 정말 심각한 건 맞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보자. 

 

2. 자유한국당은 버림받고 있는가

 

올해 여름, 자유한국당은 정체된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외부 인재 영입 대상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박찬호, 선동열, 이국종, 백종원, 김연아 등 이름만 들어도 전 국민이 다 알만한 유명인이 잔뜩 있었다. 이들 가운데 한 명이라도 영입에 성공했다면 지금의 분위기는 정반대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성공률 0%인 상황이다. 

 

당시 거론된 유명인들은 하나같이 자유한국당행을 거절했다. 박찬호 선수는 “정치에는 관심이 없으며 (정치 입문은) 근거 없는 얘기”라고 딱 잘라 말했다. 이국종 교수는 “민주당과 더 자주 접촉하는 것 같다”며 자유한국당과의 연관성을 일축했다. 백종원 대표는 “정치에 1도 관심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연아 선수 같은 경우는 2016년에 이미 자유한국당 영입 제안이 있었지만 즉각 거부한 경험이 있다. 

 

뭔가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을 높여줄만한, 대중의 관심을 끌어 모을만한 인물은 모두 자유한국당행을 거부한 것이다. 그러니 박찬주 같은 인물이 영입 1호가 되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자유한국당행을 거부했을까? 물론 이들이 정치에 아예 뜻이 없어서 안 갔을 수도 있지만 모두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일단 이념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자유한국당이 내세우는 반공반북, 친일친미, 독재찬양, 재벌옹호 등의 이념에 동의한다면 설사 지금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이 낮더라도 동참할 수 있다. 

 

자유한국당에 거리감을 느껴서일 수도 있다. 자유한국당에 합류한다면 그곳 인물들과 어울려야 하는데 정서적으로 가까이하기 힘들다고 느낄 수 있다. 

 

자신에게 득이 안 된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유명인들이야 사회적 지위와 명성이 있는데 자유한국당에 갔다가 적폐인물로 낙인찍히거나 자신의 명성에 먹칠을 한다면 결코 가지 않을 것이다. 

 

어쨌든 이들이 자유한국당행을 택하지 않은 근저에는 한국 사회 대중의 의식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3. 자유한국당을 거부하는 두 가지 이유

 

(1) 최악의 자유한국당 이미지

 

자유한국당 하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게 몇 가지 있다. 

 

첫째, 박근혜 잔당 이미지다.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잔당 이미지를 벗기 위해 여러 가지 위장술을 폈다. 대한애국당(현 우리공화당)이 박근혜 잔당 이미지를 가져가는 것을 내심 반기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핵심 인물들이 박근혜 정권에서 권력을 누리고 호의호식하던 자들인데다가 지난 4월부터는 아예 박근혜 석방을 공식 요구하고 있어 여전히 국민 속에서 박근혜 잔당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월간조선 9월호에는 20, 30대가 왜 자유한국당을 싫어하는지 직접 인터뷰를 한 기사가 실렸다. 자유한국당에 대한 이미지를 묻자 젊은 사람들 안에서 “박근혜 탄핵된 당”,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박근혜는 적폐”라는 답이 나왔다. 

 

자유한국당이 박근혜 잔당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면 친박세력을 끌어모으기에는 좋을지 몰라도 국민의 지지를 받기는 불가능하다. 국민들은 지금도 박근혜의 국정농단을 떠올리면 치를 떨기 때문이다. 

 

둘째, 수구꼴통 이미지다. 

 

아무리 자유한국당이 참신한 이미지로 포장하고 젊은 이미지를 내세워도 도저히 사라지지 않는 게 바로 수구꼴통 이미지다. 일단 자유한국당은 수구꼴통 인물로 가득하다. 당대표인 황교안부터 공안탄압에 앞장선 공안검사 출신이다. 자유한국당 주변에도 이런 인물들뿐이다. 자유한국당이 5.18 진상조사위원으로 추천한 극우논객 지만원을 보라. 

 

또한 수구꼴통 막말과 망언이 넘쳐난다. 지도부에서 아무리 조심을 시키고 주의를 줘도 잊힐만하면 지도부부터 나서서 수구꼴통 막말을 한다. 올해 들어서만 해도 황교안의 ‘아들 취업 자랑’ 발언, 나경원의 ‘달창’ 발언 등 혐오스런 발언이 쏟아져 나왔다. 김진태, 김순례, 정진석, 차명진은 아예 5.18, 세월호 관련 막말 때문에 당 내에서조차 징계 대상이 되기도 했다. 

 

셋째, 거리 난동 이미지다. 

 

올 들어 자유한국당은 장외집회에 매달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자유한국당과 같은 성향의 극우단체들도 연일 거리에 나왔다. 자유한국당 집회와 성조기 부대 집회를 구분해보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런데 언론에 많이 부각되지는 않아도 이들이 광장에서 무슨 난동을 부리는지를 다들 지켜보고 있다. 아무리 숨겨도 현장에서, 유튜브나 인터넷 공간에서 이들의 만행을 충분히 목격할 수 있다. 

 

이른바 ‘빤스목사’ 전광훈이 연설을 하고 심지어 불법 헌금까지 걷는 모습, 세월호 광장에서 유가족들에게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하고 침을 뱉는가하면 희생자 추모 조형물까지 부수는 만행, 세월호 리본을 달았다는 이유로 길 가던 행인을 폭행하는 모습, 자기 딸이 위안부였어도 일본을 용서하겠다는 극단적 친일 망언, 쓰레기통에 태극기를 버리고 길바닥에서 술을 마시며 자기들끼리 싸우는 추태. 지상에 지옥이 존재한다면 바로 이런 모습일 것이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자유한국당도 똑같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 성조기를 들고 박근혜 탄핵반대를 외치는 사대주의세력들     ©민중의소리

 

사람들이 자유한국당을 기피하는 이유에는 이런 혐오스러운 이미지들이 큰 작용을 한다. 한마디로 쓰레기집합소, 더러운 시궁창, 역겨운 똥통, 악귀들이 사는 지옥의 구덩이 같은 이미지다. 여기에 가담해봐야 자기 옷에 똥물만 튈뿐이다. 그러니 자유한국당에서 아무리 영입하려고 해도 유명인들은 결코 응하지 않는 것이다. 

 

그들 내에서도 이런 점을 인정하는 자들이 있다. 그래서 깨끗한 이미지로 참신한 인물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자유한국당을 박차고 나간 당이 바른미래당이다. 그런데 아무리 바른미래당이 중도우파를 표방해도 결국은 ‘도로 자한당’이다. 결국 바른미래당은 자유한국당과 재통합을 논의하고 있다. 

 

(2) 승리를 확신할 수 없는 자유한국당

 

당장 이미지가 나빠도 권력을 쥘 수 있다면, 그래서 자기 뜻대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면 자유한국당을 선택할 수도 있다. 권력 지향적인 사람의 경우 당선만 보장된다면 ‘내가 들어가 당을 바꾸겠다’는 명분을 들고 들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자유한국당이 집권할 가능성이 보이면 한 자리 차지하기 위해 합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자유한국당은 그런 전망을 보여주지 못한다. 

 

자유한국당은 물론 바른미래당, 우리공화당까지 합세하고 검찰, 언론, 극우단체가 모두 단합해 공격했지만 겨우 장관 한 명 낙마시키는 데 그쳤다. 현 정권에 치명타를 입히는 데는 실패했다. 예전 같으면 뒤집어지고도 남았겠지만 지금은 안 먹힌다. 오히려 200만, 300만 검찰개혁 촛불이 모여 방어막을 형성하고 반격에 나섰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논두렁 시계’와 같은 여론공작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것이다. 

 

적폐 총공세로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것까지는 성공했어도 그것이 자유한국당으로 옮겨가지는 않았다. 현 정부여당에 실망한다고 해서 자유한국당을 지지하지는 않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을 대안으로 여기지 않는 여론이 확고하다. 자기 옷에 똥물 튀어가며 합류하기에 자유한국당은 권력에 대한 확신을 주지 못한다. 

 

4. 대중 의식 동향의 배경

 

(1) 반공반북의식이 허물어지고 있다

 

원래 자유한국당은 반공반북 친일친미를 기반으로 성장하였다. 아무리 나쁜 짓을 하고 지지율이 떨어져도 선거 때만 되면 ‘북한이 곧 쳐들어온다’, ‘미국 없으면 망한다’는 말로 판세를 뒤집었다. 그런데 이런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 

 

먼저, 반북정서는 통일정서로 뒤바뀌고 있다. 

 

지난해 남북관계가 극적으로 바뀌면서 북한을 직접 접하고, 또 생중계로 보면서 북한에 대한 대중의 이미지가 뒤집어진 것이다. 이명박근혜 시기 정부와 언론, 분단적폐가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온갖 악선전을 해왔지만 직접 보니 다 거짓이었다. 

 

북한에 대한 첫 충격은 김여정 부부장의 한국 방문이었다. 분단 이후 최초로 김일성 주석의 직계 후손이 청와대를 방문한다는 사실에 모두가 숨을 죽이고 주목하였다. 그런데 김여정 부부장은 북한 최고지도자의 동생이라는 이미지는 전혀 없고 오히려 소박하고 예의바른, 우리 전통미가 느껴지는 모습을 보였다. ‘독재가문’ 딱지를 붙이려고 기회를 노리던 적폐언론들도 도저히 트집을 잡지 못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한국인들의 예상과 달리 권력이나 부를 드러내지 않았다”면서 “한국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보도했다. CNN도 “김여정의 미소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고 보도했다. 이후에도 김여정 부부장은 김정은 위원장의 수행비서 역할을 하며 정상회담 자리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모습을 보여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다음 충격은 현송월 단장이 주었다. 조선일보가 총살당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던 인물이 살아서 나타난 것으로 일단 화제가 되었고, 한국에 와서 보여준 전문가로서 실력과 당당하고 기품 있는 모습, 좌중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는 북한에 대한 인식을 또 한 번 바꿔내는 계기가 됐다. 

 

북한에 대한 인식 변화는 특히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인식 변화에서 두드러졌다. 많은 국민이 생방송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을 보면서 고정관념과 선입견을 산산조각 냈다. 김정은 위원장의 겸손하고 예의바른 모습, 민족애와 통일의지, 문재인 정부와 남측을 배려하는 모습, 또 반대로 미국을 대할 때의 당당한 태도, 이런 것들이 국민 속에 하나의 신드롬으로 자리 잡았다. 지금도 김정은 위원장의 한국 방문 이야기가 높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에 영향을 줄 정도다. 

 

이처럼 북한에 대한 국민 인식이 바뀌었음에도 자유한국당은 여전히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고 욕하기에 급급하며 허구한 날 ‘빨갱이’ 타령이다. 대중 의식 변화를 전혀 따라오지 못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북한이 국가 핵무력을 완성하면서 더 이상 ‘때려잡자 공산당’ 따위의 구호가 설 자리는 남아있지 않다. 

 

반공반북은 승공통일, 흡수통일로 이어진다. 박근혜가 주장한 ‘통일대박’ 역시 북한을 흡수해 막대한 지하자원 팔아먹고, 북한 국민을 저임금 노동자로 부리자는 개념이다. 분단적폐세력들은 20~30년 전 북한 ‘고난의 행군’ 시절 경제를 아직까지 이야기하며 국민을 속여 왔다. 심지어 이명박근혜 당시 통일부와 국정원은 민간단체 방북단이 찍어온 북한 사진을 공개하지 못하도록 차단할 정도로 북한의 경제발전상을 숨기기에 급급했다. 

 

그러나 북한이 국가 핵무력을 완성하고 사상 최악의 대북제재에도 끄떡 없이 경제 발전을 이루는 모습을 보며 국민은 더 이상 승공통일이니 흡수통일이니 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걸 인식하게 되었다. 핵보유국을 비핵보유국이 이길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의 주장이 얼마나 허망한지도 알게 되었다. 

 

지난 11월 7일 정부는 북한선원 2명을 북한으로 추방했다. 함께 배를 탄 동료 16명을 살해하고 남하해 귀순을 신청했지만 흉악범을 받을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를 두고 자유한국당은 ‘강제북송’ 아니냐며 송환 중단을 요구했다. 자유한국당에서 바른미래당으로 갈아탄 하태경 의원은 “대한민국 국민을 적지로 보내는 것”이며 “일종의 납치”라는 황당한 소리까지 했다. 이를 두고 국민들은 ‘연쇄살인마를 대한민국 국민이라니, 그냥 니네 당원이라고 해라’라며 조롱했다. 북한 국민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규정하고 무조건 수용해야 한다는 자유한국당류의 그런 흡수통일식 생각이 더 이상 먹히지 않는 것이다. 

 

끝으로, 북미관계를 보면서 한미동맹 맹신론이 사라지고 있다. 

 

광화문과 서울 시청 사이를 다니면 성조기 부대가 걸어놓은 한미동맹 찬양 현수막을 쉽게 볼 수 있다. 또 문재인 정부가 한미동맹을 파괴하고 있다며 비난하는 현수막도 많다. 적폐세력에게 한미동맹은 일종의 신앙이다. 그들에게 미국은 북한으로부터 나라를 지켜주는 은인이자, 진보민주개혁세력으로부터 권력을 지켜주는 수호신이다. 박근혜가 탄핵될 때도 그들은 성조기를 흔들며 미국에게 박근혜를 지켜달라고 애걸했다. 

 

그러나 지금 국민은 북한의 국가 핵무력 완성 선언 이후 미국이 저자세로 나오고, 북미정상회담 후에도 북한은 공세, 미국은 수세인 상황이 이어지는 걸 매일 보고 있다. 심지어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두고 미국의 대통령이 “미국은 안전하다, 미국과 상관없다, 남북은 항상 저래왔다”고 도망치는 모습도 보고 있다. 그러면서도 주한미군 지원금은 6배로 올려라, 60배로 올려라 협박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매티스 전 국방장관의 연설비서관 스노드그래스의 저서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간 600억 달러, 약 70조 원의 주한미군 지원금을 받아내야 한다는 기록이 실려 있다.) 한미동맹에 더 이상 우리 운명을 맡길 수 없음이 분명해졌다. 

 

더욱 중요한 건 미국을 믿을 수 없음이 드러났지만 불안하지 않다는 점이다. 만약 과거라면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미국이 나 몰라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전쟁 공포가 사회를 휩쓸고 라면 사재기, 생수 사재기 소동이 벌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전혀 그런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한민족인 북한이 초강대국 미국을 쥐락펴락하는 모습을 보며 통쾌해하고 있다. 주한미군 지원금을 올릴 바엔 그냥 철수하라는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유한국당은 여전히 한미동맹에 매달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으로 한미동맹이 약화됐다, 심지어 한일관계 악화도 한미동맹 약화로 이어진다며 빨리 일본에게 굴복하라고 요구할 정도다. 대북강경파 볼턴이 국가안보보좌관 시절 한국을 방문하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정부측 인사보다 먼저 만날 정도로 미국의 대북강경책을 지지했다. 하지만 지금 자유한국당의 처지는 해고된 볼턴과 다를 바 없다. 국민 여론은 자유한국당과 정반대로 미국에게 북미수교와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하며 그러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노벨평화상을 줘도 된다는 분위기다. 

 

이처럼 자유한국당은 대중의 의식과 근본적으로 멀어지고 있다. 국민과 정반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2) 대중의 주체성 강화

 

자유한국당은 구시대적 ‘꼰대’ 기질을 그대로 가지고 국민 위에 군림하려 하지만 국민은 정치의 주인으로, 사회의 주인으로 나서고 있다. 

 

국민은 자기 주견을 가지고 정치 문제를 대하고 있다. 

 

과거와 같은 여론공작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여론공작에 휘둘리거나, 믿지 않아도 기세에 눌려 함부로 말을 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의 탄압에 몰렸을 때 많은 이들이 설마 하면서도 눈치를 보며 쉽게 반박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검찰과 언론이 사상 최대 규모의 공세를 폈지만 국민은 위축되지 않고 과감히 자기 목소리를 냈다. 검찰이 발표하고 언론이 받아 적는 여론 공작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것이다. 또 언론이 알려주는 정보에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정보를 찾아내고 언론의 역할까지 하고 있다. 

 

국민은 전문가에게 의존하지 않고 직접 정보를 분석, 평가한다. 

 

물론 여전히 전문가들이 정보를 분석, 평가하는 게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대중도 전문가만큼이나 뛰어난 분석력을 발휘한다. 적폐를 대변하는 전문가들의 궤변을 재빨리 포착해 폭로하는 일도 많다. 광우병 사태가 터지면 스스로 의학자가 되고, 천안함 사건이 터지면 스스로 선박전문가가 되며, 박근혜 탄핵 당시에는 정치전문가가 되어 판세를 읽고 자유한국당의 꼼수를 모조리 간파해냈다. 조국 전 장관 딸 논란에서도 언론에는 전문가들이 나와서 온갖 궤변을 늘어놓았지만 대중은 “나경원 딸은?” 한 마디로 깔끔하게 정리했다. 

 

국민은 꼰대를 싫어한다. 

 

꼰대는 자기가 남들 위에 있다고 여기며 가르치고 지시하려는 사람이다. 국민은 꼰대를 거부하며 눈높이가 맞는 사람을 좋아한다. 

 

지난해 12월 인천에서는 흥미로운 사건이 발생했다. 인천 연수구을을 지역구로 하는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이 자정이 다 된 시각에 길에서 혼자 있는 한 여성과 눈이 마주쳤다. 이 여성이 당시 사건을 지역 맘카페에 올린 것으로 보아 그 지역에 사는 아이 엄마였을 것으로 보인다. 민 의원은 이 여성에게 다가가 “잘 지내시죠”라고 인사를 했다. 그런데 이 여성이 짧게 “네” 하고 아는 척을 하지 않자 자기를 못 알아보는 줄 알고 “이 지역 국회의원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래도 이 여성이 “알아요”하고 시큰둥한 반응이자 다시 “잘 지내시죠?”하고 물었다. 그러자 이 여성이 “이 정권에서는 잘 지내요”라고 답했다. 모욕감을 느꼈는지 민 의원이 침을 뱉었고 이 여성이 “지금 저랑 얘기 중에 침 뱉으신 건가요?”라고 항의하자 “네, 뱉었습니다. 제게 왜 삐딱하게 나오시죠?”라며 노려봤다. 이 여성은 한밤중에 취객을 만난 것보다 더 무서웠다면서 그래도 피하지 않고 항의했고 민 의원은 “고소하세요”라 답해서 더 기가 막혔다고 진술했다. 이 사건이 커지자 민 의원은 비염 때문에 침을 뱉었다고 해명하고 사과했다. 

 

이 사건에서 흥미로운 점은 국회의원이자 자유한국당 원내부대표까지 한 나름 유명 권력인인 민경욱 의원에게 평범한 지역 주민이 전혀 굽히지 않고 당당히 맞서 싸웠다는 점이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에는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다. 아무리 정견이 다르고 지지 정당이 다르다고 해도 일단 국회의원이면 자기보다 까마득히 높은 자리에 있는 ‘어르신’으로 대접하던 시절은 끝난 것이다. ‘꼰대’ 기질을 버리지 못하는 자유한국당이 설 자리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국민은 자기 의견을 적극 표출하고 있다. 

 

유튜브에서,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에서,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국민은 자기 의견을 적극 내놓는다. 여기에는 여론조사, 포털 실시간검색어 순위도 포함된다. 광장도 대중이 정치권과 조응해 자기 의사를 표출하고 영향력을 주는 일상적 공간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구시대적인 댓글부대나 극우 논객들이 점차 밀려나고 있다. 보수적인 정치세력일수록 우민화정책에 매달리지만 대중은 이를 거부하고 스스로 정치의 주인이 되고 있다. 이런 적극적인 여론이 투표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 

 

* * *

 

국민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구시대에 정체되어 대중의 발전을 따라가지 못한다. 자유한국당의 전매특허인 반공반북도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국민 위에 군림해 권력을 누리던 시절도 끝이 났다. 정치의 주인도, 사회의 주인도 국민이 되고 있다. 바야흐로 자유한국당 시대가 저물고 있다. 

 

※이 글은 자주시보와 주권연구소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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