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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의 창이냐 위기의 재촉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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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흥노 재미동포
기사입력 2019-11-17

 

근래에 와서 북측의 대외정책, 특히 대미 정책에 대한 북측의 선전 및 홍보 활동이 매우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 영어 구사가 완벽할 뿐 아니라 노련한 전문 외교관들로 꾸려진 뉴욕 북유엔 대표부가 그 중심에 있다. 이들 북측 유엔 성원들은 유엔 무대를 통한 외교 활동뿐 아니라 미 국민의 대북 혐오를 시정하는 데도 매우 적극적인 것으로 파악된다. 평양에서건, 워싱턴에서건 간에, 누가 언제 어디서 말해도 북측의 비핵 평화체제에 대한 주의 주장은 초지일관 일관되게 변함이 없다는 게 특색이다. 따라서 유엔 주재 북 대사를 비롯한 모든 성원들의 비핵 평화체제 및 대미 발언은 입을 맞춘 듯이 완전 동일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지난 스톡홀름 북미실무회담을 앞두고 유엔 주재 북 대사관 직원들은 미국의 “새로운 계산법” 제시를 특별히 강조했었다. 이것은 북측이 얼마나 진지하게 회담에 임할 준비를 하고 있나 보여주는 것이다.

 

김 성 유엔주재 북 대사가 외무상이 해오던 전례를 깨고 유엔총회 연설을 멋지게 했다. 김 대사의 명연설은 유엔 회원국들로부터 가장 많은 주목과 관심을 집중시켰다. 더구나 김정은 위원장의 최후통첩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데다, 미국 대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과 때를 같이 한 연설이라 세인의 주목을 끌 수밖에 없었다. 김 대사는 제74차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미국이 “새로운 계산법”을 들고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에 나와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김 대사는 “기회의 창이냐, 위기의 재촉이냐?”의 판가리가 미국에 의해 결정될 차례라는 명연설을 했다. 

 

그는 ‘북미 싱가포르공동성명’이 지체되고 있는 것은 이미 고물이 된 미국의 대북적대정책과 한국의 군비증강 및 한미합동훈련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김 대사는 미국을 향해 ‘새로운 계산법’을 지참하고 ‘6∙12 공동성명’을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고 했다. 남한을 향해서는 한미합동군사훈련과 무기반입을 지체 없이 중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상대방에 대한 적대 행위와 무력증강 중지를 약속한 ‘판문점합의’를 무참하게 유린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남측 당국의 고질적 사대 근성과 외세의존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앞에서는 평화타령을, 뒤에서는 군비증강의 이중적 태도를 취한다고 꼬집었다. 

 

김 대사는 세계평화와 안전의 중대한 사명을 지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특정국가의 이익 추구를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고 날카롭게 비판했다. 유엔 역사상 안보리를 가장 혹독하게 비판하고 시정을 촉구하는 나라는 북이 유일하다. 최근 김 대사는 유엔총회 IAEA 보고서 관련 회의 (11/11/19)에서  북미, 남북 관계가 개선되지 못하는 근본 원인은 전적으로 한미의 고질적 대북대결 자세 때문이라고 했다. 북측은 줄곧 핵 미사일 시험을 자제하고 선제적 조치들까지 취했지만, 미국은 상응 조치도 취하지 않을 뿐 아니라 도리어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북측이 심각하게 핵활동을 벌리고 있다는 IAEA의 지적을 전면 배격한다면서, 김 대사는 북에 대한 무지와 적대적 태도의 산물이라고 받아쳤다.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을 코앞에 두고 리기호 유엔 주재 북 대표부 참사가 뉴욕의 한 포럼에서 전직 교수답게 기막힌 연설을 했다. <21세기 국제관계 연구원> (원장 정기열 박사)이 주최한 평화포럼 강연에서 그는 ‘싱가포르 조미 공동선언’을 특히 강조하고 나섰다. 리 참사는 북측은 이미 실천적 의지를 보여줬지만, 미국은 손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북미대화 진척 여부는 “미국이 어떤 입장에 서서 행동하는가에 달렸다”고 그는 말했다. 김 대사의 “기회의 창이냐, 위기의 창이냐?”라고 한 명연설보다 좀 더 순한 표현이지만 같은 뜻이다. 끝으로 리기호 참사는 “6∙12 공동성명을 귀중히 여기고 이행에 충실하려는 우리의 입장과 의지는 변함이 없다”라고 하면서 “미국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라고 했다.   

 

최근 최후통첩 일자가 가까워지면서 북측은 다각도로 미국을 더 압박하는 자세를 취하는 것 같다. 북측의 최고 결정기구인 국무위원회는 최근 담화를 통해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경솔한 행동”이라며 북이 새로운 길로 들어서게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모스크바 비확산회의에 참석한 조철수 북 외무성 미국국장은 “매일 기회의 창이 닫히고 있다”면서 “연내 새로운 계산법을 내놔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레온 시걸 (사회과학연구원),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 등 비교적 많은 진보적 대북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북이 설정한 연말 시한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라고 했다. 지난 11월 12일, ‘미국의 소리’는 미 국무부가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관계 진전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는 걸 보도했다. 오랜 침묵 끝에 나온 트럼프의 동정이다. 

 

일전, 비건 미 특별대표가 다음 달 북미협상 재개 제안을 했다고 북측 김명길 순회대사가 말했다. 김 대사는 미국의 “근본적 해결책” 제시 때만 만날 용의가 있다고 했다. “새로운 계산법”을 염두에 둔 발언인 것 같다. 지난 15일, 서울 한미안보협의회에 참석한 에스퍼 미국  국방이 외교 필요에 따라 한미 공중훈련 조정도 가능하다고 말해 북미대화 재개에 청신호가 켜졌다. 이에 대해 김영철 북 아태위원회 위원장은 그건 좋은 징조라며 트럼프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싶다고 했다. 이번에는 한반도 전문가 레온 시걸 (사회과학원)의 최근 서울 발언을 트럼프가 진지하게 받아들이길 권하고 싶다. 시걸은 트럼프가 ‘’새 셈법”을 들고 평양을 방문하면 환영에만 그치질 않고 엉킨 핵문제 실타래가 풀린다는 걸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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