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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관광보다 실추된 신뢰 회복이 더 시급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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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흥노 재미동포
기사입력 2020-01-25

 

이명박근혜에 의해 역사적 <6.15, 10.4선언>이 쓰레기통에 버려지면서 남북 관계는 적대 관계로 바뀌었다. 그러나 위대한 촛불 혁명이 탄생시킨 문재인 정권에 와서야 다시 기대와 희망이 싹트기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대통령에 당선되면 가장 먼저 북한을 방문하겠다”라고 공약했다. 남북 관계 복원을 외치던 문 후보가 당선됐다. 그러나 당선된 직후 우방들에 특사를 파견하면서 북한이 제외됐다. 공약 위반이다. 

 

2017년 말 김정은 위원장의 ‘핵무력 완성, 힘의 균형 선언’은 세계를 요동치게 했고 국제 정치 지형을 바꿔놓았다. 2018년 한 해에 아주 굵직한 국제적 사건이 연달아 벌어졌다. 판문점 선언, 싱가포르 조미공동선언, 그리고 평양선언이 발표됐다. 우리 해내외 동포들은 누구나 오랜 민족의 소원이 성취되는 건 시간문제가 됐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철석같이 믿었던 <하노이 조미정회담> (2/28/19)를 미국이 걷어차면서 급격히 남북, 북미 관계가 경색되기 시작했다. ‘하노이 회담’ 결렬로 미국의 검은 술책이 여지없이 까 밝혀졌고, 남북한은 속절없이 이용만 당했다는 꼴이 드러났다. 

 

그러나 뻔뻔한 미국은 여전히 ‘빅 딜’과 제재 소리를 주문처럼 외우고 있다. 북한은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2019년 말까지 제시하라는 최후통첩을 날렸다. 그리고 남한에는 “오지랖 넓은 중재자 노릇 그만하고 민족 이익을 추구하는 당사자 역할을 하라”는 충고를 했다. 이에 반해, 한국은 꿀 먹은 벙어리가 돼서 입도 벙긋하지 못했다. 하노이 이후 어렵사리 넉 달 만에 ‘판문점 북미 정상회동’ (6/30)이 있었다. 곧 실무회담을 열자고 합의됐으나 중지 약속을 어기고 한미 합동훈련이 강행되자 또 대화는 멀어지고 말았다. 트럼프의 한계점이 노출됐을 뿐 아니라 한미에 대한 불신만 키운 꼴이 됐다. 그로부터 넉 달 만에 스웨덴 북미 실무회담 (10/5)이 열렸다. 이번에도 미국이 빈손으로 나타나 무산됐다. 

 

평양은 미국이 북미 대화를 자국 정치에 이용해 시간만 끌자는 ‘지연 작전’을 쓴다는 결론을 내렸다. 리용호 북 외무상이 “지난 1년 반, 우리는 속히우고 시간만 낭비했다”고 솔직한 심정을 토로한 데서 잘 알 수 있다. 때마침 북측 인민군 참모장의 성탄 선물 발언을 하자 미국은 기절하고 화들짝 놀랐다. 성탄절과 신년 선물이 없자 미국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됐다. 그러나 지난 연말,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7기 5차 전원회의에서 ‘어떤 난관도 <정면돌파전>으로 뚫고 나가겠다’는 핵심 결의는 미국을 발 뻗고 잠잘 수 없게 만들었다.

 

전원회의에서 ∆적대정책이 존재하는 한 비핵화는 없다, ∆전략무기 개발을 다그치겠다, ∆곧 새로운 전략무기를 선보이게 된다 등이 강조되자 미국은 좌불안석이다. 비건 국무부 부장관이 북미 대화에서 ‘융통성’을 보이겠다고 말하곤 했다. 북측 주장인 ‘단계적 동시적 원칙’ 수용 가능성을 내비친 거다. 트럼프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생신 축하친서를 보냈다고 자랑하면서 “그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백악관과 국무성도 북측에 대화 제의를 해놓고 화답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스웨덴도 스톡홀름 북미 대화 재개를 주선하고 있음을 밝혔다. 탄핵소동이 좀 잦아들면 트럼프가 비핵 평화에 전념하게 될 것이라는 보도까지 나왔다. 변화의 조짐이라고 보인다. 

 

북측에도 ‘정면돌파전’ 관철을 위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주 해외 주요 북측 공관장들이 평양에 속속 집결한다고 보도됐다. 신임 외무상에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이 발탁됐다. 대외담당 책임자들이 대거 교체됐다. 북한은 국제외교에 더 치중하는 게 분명한 것 같다. 대국인 중러가 앞장서 대북제재 완화와 남북 교류 협력에 물꼬를 터야 한다고 유엔, 미국을 적극 설득하고 있다. 두 대국을 든든한 후견자로 묶어두고 자국 이익을 관철키 위해 국제외교 무대를 현명하게 활용하는 모습은 노련한 외교술이라고 평가될 만하다. 

 

외교 안보통이 대폭 교체된 북미와는 달리 유독 문 정권의 외교 안보 관련 책임자들은 꿈쩍 않고 건재하다. 정 안보실장, 강 외교장관, 서 국정원장은 오늘의 남북, 북미 관계 후퇴의 책임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 이들은 애초부터 미국 앞에만 서면 ‘자주’를 내던지고 ‘예스멘’ (Yes Man)이 된다. 말하자면, ‘뼛속까지 친미’로 소문난 사람들이다. ‘선순환’ 타령만 하다가 미국에 속고 북으로부터는 신뢰만 잃고 말았다. 무엇보다 뜨겁게 달았던 통일 열기를 일시에 가라앉히는 데 결정적 공헌을 한 장본인들이다. 

 

문 대통령은 신년사 (1/7)에서, ‘김정은 위원장 답방 제안과 이를 위해 남북이 분위기를 조성하자’는 발언을 했다. 이어서 신년기자회견 (1/14)에서 ‘북미 대화와 무관하게 남북 관계 발전을 과감하게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건 실로 놀라운 변화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긴 하다. 그러나 늦게나마 옳은 길로 들어서겠다는 결의와 의지는 높이 평가돼야 마땅하다. 요즈음 서울 정부가 유엔제재와 무관한 ‘대북 개별관광’을 요란하게 부각하고 있다. 그럼 왜 애초부터 그걸 실현하지 못했을까? 미국 눈치 본다는 것이 정답이겠지. ‘국가보안법’ 도깨비가 시퍼렇게 살아서 날뛰고, 더구나 북측의 호응도 장담할 수 없는 조건에서 ‘개별 관광’을 떠든다는 건 앞뒤가 맞질 않는다.

 

이미 땅에 떨어진 신뢰 회복 없이는 북측 호응을 기대하기 어렵다. 신뢰 회복이 우선 순위다. 우선 트럼프로부터 처참하게 배신당한 남북 정상이 먼저 만나야 한다. 두 정상이 의기투합하면 못해낼 게 없다. 판문점이 가장 좋다. 당면한 모든 사안을 허심탄회하게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면 현명한 대응책이 마련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남녘땅 창살 없는 감옥살이를 하는 북녘 주민들을 앞세우고 판문점으로 가겠다고 해야 한다. 국가 권력이 납치한 12명의 북 해외식당 종업원들, 악질 탈북 브로커에 속에 입국한 김련희 여성, 그리고 오랜 형기를 마친 연로한 장기수들을 대동하고 판문점으로 가겠다고 해야 한다. 이건 정치나 이념을 뛰어넘는 인간의 기본 도리다. 백 가지를 제쳐놓고 이것만은 우선적으로, 반드시, 그리고 즉시 실현돼야 한다. 

 

지금이 트럼프를 압박해 비핵 평화를 달성할 절호의 기회다. 백악관까지 들리도록 한미 합동훈련 중지, 대북 적대정책 폐기, 종전협정 체결, 방위비 인상 반대, 등을 젖 먹은 힘을 다해 외쳐야 한다. ‘자주’의 깃발을 하늘 높이 휘날리며 우리의 통일을 저애하는 장애물들을 우리도 ‘정면돌파전’으로 뚫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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