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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일침 623] 우한 관련 음모론, 교민 철수 및 마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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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시민
기사입력 2020-01-27

 

지난해 12월부터 중국 우한에서 신형 폐렴이 유행돼서부터 한 달 남짓한 동안 접한 루머와 요언들은 필자의 20년 인터넷 생활에서 최대기록을 부단히 쇄신했다. 그럴듯한 전문성으로 포장되고 극성도 강한 루머들은 파급속도가 빠르고 파급범위도 넓어 잠깐새에 외국언론들도 퍼 날랐다. 단 중국 경내에서는 일단 어느 소문이 루머로 판정되면 전파가 그쳤으나, 한국을 비롯한 외국 언론들은 “거대한 전염자수”나 “열악한 치료 상황”을 전하는 데는 열심히나 루머임을 밝히는 데는 굉장히 인색하다. 심지어 중국 주재 특파원이라는 사람들이 쓴 기사들을 보더라도 필자와 주변 사람들, 네티즌들이 보고 느끼는 중국 및 중국 언론보도 상태와는 아주 다르다. 언어능력 문제 때문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구체적인 지방과 지점들을 언급한 루머와 요언들은 반대증거들을 제시하여 반박하기 쉬우나, 비교적 애매하게 엮은 루머들은 잡아내기도 반박하기도 어렵다. 또한 각종 “치료법”과 “예방법”들 중 일부는 분명 황당하지만 믿고 따라 해도 몸에 해롭지는 않을 것이기에 굳이 밝혀서 처벌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의문도 생긴다. 

 

한편 각종 음모론이 성행하는데 그중에서 가장 설득력(?)이 강하고 끈질긴 게 신형폐렴은 미국의 생물전이라는 설이다. 2003년에 미군의 이라크 침략 전야에 중국에서 사스가 폭발해서 세계적으로 중국인들만 걸렸고, 2020년에 미군이 이란을 치려고 준비하는 상황에서 중국에서 신형 폐렴이 폭발하여 황인종들만 걸리니 모두 자연발생적인 질병이 아니라는 것이다. 일부 사람들은 2019년 가을 우한에서 진행된 세계 군인체육대회까지 거들면서 바로 그때 미국인들이 바이러스를 슬쩍 퍼뜨렸고 두어 달 후부터 유행되기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우한시의 화난 수산물시장에서 바이러스 관련 증거들이 많이 발견되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도, 생물전 음모론 신봉자들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중국인들 외에 한국인과 네팔인이 신형 폐렴에 걸렸는데 이제 미국이나 유럽에서 백인종 감염자가 확인되기 전에는 음모론이 쉬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음모론을 부추긴 건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미국 대통령 트럼프였다. 트럼프가 중국의 방역 행동을 찬양하는 한편 미국에서 완전 통제 가능하다고 자랑했기 때문이다. 감염경로마저 불투명했던 신종 바이러스에 대해 너무나도 자신만만하게 나섰으니 의심을 증폭시키기 충분했다. 게다가 미국 정부가 전세기를 내서 우한 주재 미국 총영사관 인원 등을 철수시키고 총영사관을 잠정 폐쇄시키겠다고 나섰으니 생물전 음모론 신봉자들은 미국이 증거인멸에 나섰다고 믿는다. 철수 인원들 중에 스파이들이 많을 테니 잘 조사해야 된다는 주장들도 나온다. 음모론을 떠나서, 미국의 철수는 아주 우습다. 한국 언론들이 보도했다시피 현지 미국 교민은 1,000명 정도인데 전세기 좌석은 230여 석에 불과하여 다 태울 수 없고 타는 사람들도 관원들을 내놓고는 경비를 자부담해야 한다. 세계 최대강국이라는 미국이 비행기 4~ 5대를 낼 수 없어 전원 철수시키지 못한다면 믿을 사람이 몇이 되겠는가? 하여 새로운 음모론이 나왔으니 미국 정부는 자국 교민들이 감염되지 않을 걸 번연히 알면서도 외교관과 일부 사람들을 철수시키는 쇼를 벌여 다른 나라들에 압력을 가한다는 것이다. 

 

미국과 거의 같은 시각에 교민 철수 혹은 철수 검토를 선포한 프랑스나 러시아는 미국의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작으나 좀 늦게 철수를 발표한 일본과 철수 검토 중이라고 밝힌 한국은 분명 미국의 압력을 느꼈다. 철수 여부, 철수 방식, 철수 비용 등을 놓고 한국에서 상투적인 정치적 공방이 없을 리 없으니 지겹다. 지금까지 교민 철수를 놓고 여러 나라 가운데서 가장 약삭빠르게 처사한 건 프랑스다. 일단 육로로 프랑스 교민들을 우한에서부터 이웃 성인 후난성의 정부 소재지 창사시로 실어다가 14일간 관찰한 다음 중국 철수 여부를 확정하겠단다. 14일이란 지금까지 알려진 최장 잠복기이므로 14일 동안 문제없으면 교민들을 중국에서 철수시키지 않겠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500명 정도로 알려진 현존 우한시 교민들을 중국 경내의 타지방으로 옮기는가 아니면 한국으로 실어 가는가, 그 비용은 누가 부담하고 운송과정에서의 위험을 어떻게 막고 철수 이후의 안전성을 어떻게 보장하느냐 등등은 무거운 숙제이다. 지금까지 우한에서는 한국인 확진 사례가 나오지 않았다고 보도되었는데, 천만 인구 대도시인 우한에서 1월 26일 24시 현재까지 확진 사례가 700명 미만이고 의심 사례들을 포함하더라도 2,000명 좌우에 불과한 상황을 고려하면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로는 현지 거류가 비교적 좋은 선택사항이다. 우선 감염 확률이 높지 않고 또 신형폐렴 치료는 당연히 우한시의 전문병원들이 제일 경험이 많고 치료수단도 많으니까 만에 하나 감염되더라도 현지에서 치료받는 게 낫기 때문이다. 우한시를 23일 “봉쇄”했을 때 거기 남으면 다 죽으라는 소리라고 떠드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사실 수백 만이 거기 있고 성, 시 지도자들이 다 남았으며 외지에서 의료진들이 연속 투입되는 판이라 우한에 남았대서 앓거나 죽을 확률은 아주 낮다. 확진 필요 자재와 수단이 보급되면서 확진자 수가 며칠 사이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지만 병의 발원지이자 중심지인 우한에서 2~3일 동안 확진자 및 의심 환자 증가추세가 낮은 것, 그리고 완치자 수가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에 비춰보면 이제 한동안 전국 병자 수가 계속 늘어나다가 어느 시점에서 증가 폭이 줄어들고 사망자 수 증가 폭도 주는 반면, 치유자 수가 올라갈 확률이 높다. 전염병의 전염과 통제 법칙이 이러하다. 국무원이 27일 춘제(설) 연휴를 2월 2일까지 사흘 더 늘였고 전국 각지에서 통제를 강화하는 터라 갑자기 슈퍼 전파자들이 생겨나지 않는 한, 신형 폐렴 환자들의 대량증가는 어려울 것이다. 

 

역사상 온역들을 많이 치렀고 근현대사에서도 대규모 전염병들을 겪었던 중국에서는 이번 전염병이 특별히 대단한 게 아니고, 다수 사람은 조만간 해결된다고 믿는다. 물론 중국 공산당과 중국 정부를 미워하는 사람들은 갖은 방식으로 풍자하고 비난하며 비판하거나 행동한다. 이번 신형 폐렴 사태에서 중요한 물품으로 부상한 마스크는 많은 화제를 낳았다. 

 

신형 폐렴 공포가 퍼지면서 마스크 사재기가 벌어져 품귀현상이 생겼는데, 인터넷 시장인 알리바바가 마스크 가격 인상을 금지한 반면, 오프라인에서는 마스크 값을 올렸다가 지적받아 처벌받고 패가망신한 상점과 상점주들이 있다. 

 

마스크를 갖고 제일 메스꺼운 장난을 친 건 타이완 당국이니 마스크 수출 금지령을 내린 것이다. 타이완인들을 위해 마스크를 쓰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바로 약 열흘 전에 산불로 고생하는 호주에 마스크 10만 개를 기부했던 타이완이므로 대륙을 겨냥한 마스크 수출 금지령은 수많은 대륙인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사실 세계의 대부분 마스크를 중국 대륙이 생산하므로 타이완의 마스크가 꼭 필요하지는 않으나 일단 그 태도가 괘씸한 것이다. 게다가 타이뻬이 시장 커원저는 대륙의 전염병을 기회로 마스크를 수출해서 돈을 벌자고 발언했다. 의사 출신의 정치인답지 않은 발언에 대륙인들이 발칵 한 건 물론이다. 

 

한편 홍콩 특구 행정장관은 중앙정부에 마스크를 조달해달라고 청했다. 2019년 홍콩 시위에서 너무나도 많은 마스크들이 시위대의 얼굴을 가렸는데 인제 와서 마스크를 달라고 손을 내미니, 네티즌들은 보통 마스크와 의료용 마스크의 차이를 잘 알면서도 풍자를 참지 못한다. 홍콩은 국제무역중심지라면서 왜 세계를 상대로 마스크를 사들이지 않고 중앙에 손을 내미는가? 

 

비교가 없이는 상처도 없다는 말이 있다. 중국에서는 타이완, 홍콩, 마카오를 아울라 강아오타이(港澳台)라고 부르는데, 아오- 마카오의 특구 정부는 우한에 마스크를 기부한다고 선포했다. 수량은 고작 수만 개에 지나지 않으나 타이완 당국과 홍콩 정부의 처사와 비교하면 너무나도 도덕적이다. 

 

교민 철수에서 제일 고명한 게 프랑스 정부라면 마스크 문제에서 제일 영리하게 노는 건 일본 민간단체다. 일본에서 마스크들을 모아 100만 개를 중국에 기부했더니 중국 언론들이 대서특필하고 네티즌들도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마스크 100만 개가 몇 푼 되겠냐만 특수시기에 높은 점수를 따고 중국인들의 호감을 샀다. 

 

한국의 그 흔해 빠진 민간단체들 가운데 마스크 기부 행동을 기획, 실행한 단체가 없다는 게 유감스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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